[지혜와 빛의 말씀]
일체는 융화요, 만법은 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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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스님 / 2019 년 3 월 [통권 제71호] / / 작성일20-05-22 08:32 / 조회7,194회 / 댓글0건본문
성철 스님 | 대한불교조계종 제6 · 7대 종정

붉은 해가 높이 솟아 시방세계를 밝게 비추니 남극의 펭귄과 북극의 곰들이 떼를 지어 환호합니다.
붉은 해가 푸른 허공에 빛나 험준한 산과 아름다운 꽃밭을 골고루 비추니 암흑이란 찾아볼 수 없으며 오직 광명만이 가득 차 있습니다.
이에 일체가 융화하고 만법이 평등하여 바다 밑에서 불꽃이 훨훨 타오르고 불꽃 속에 얼음기둥이 우뚝 솟아 있습니다.
악마와 부처가 한 몸이요, 공자와 노자가 함께 가며 태평가를 높이 부르니 희유한 성인 세상이란 이를 말함입니다.
금강산 일만이천봉은 봉우리마다 연꽃송이요, 낙동강 칠백 리는 굽이굽이 풍악입니다.
향기 가득한 황금 독의 물을 앞집의 장 선생과 뒷집의 이 선생이 백옥잔에 가득 부어 서로서로 권할 적에 외양간의 송아지와 우리 속의 돼지가 함께 춤을 추니 참으로 장관입니다.
때때옷의 저 친구들은 앞뜰에서 뛰놀고 녹의홍상의 아가씨는 뒷마당에서 노래하니, 서 있는 바위 흐르는 물은 흥을 못 이겨서 환희곡을 합주합니다.
고양이 님은 쥐를 업고 토끼 씨는 사자를 타고 삼오야 밝은 달에 노래하며 춤을 추니 반짝이는 별님들은 웃으며 축복합니다.
광대무변한 대천세계 속에 티끌 같은 지구상의 성인 달사와 영웅 호걸들이여!
만리장성 높이 쌓고 천만세를 장담하던 진나라 시황제도 풀끝의 이슬이요, 천군만마를 질타하며 세계를 짓밟던 나폴레옹도 절해의 고혼이니, 다시 무엇을 그다지도 뽐내며 구구해 하는가. 한바탕 웃음거리로다.
일천 부처와 일만 조사는
붉은 화로 위의 한 송이 눈이로다.
한숨 자고 머리를 들어보니
지는 해가 푸른 산에 걸렸구나.
| 1991년 1월1일, 신년법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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