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련마당]
생애와 사상 집대성한 『성철 평전』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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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철주 / 2017 년 3 월 [통권 제47호] / / 작성일20-05-22 08:32 / 조회6,363회 / 댓글0건본문
생애와 사상 집대성한 <성철평전>발간- 김택근 작가 집필 · 원택 스님 감수 -
글 사진 / 유철주
현대 한국불교를 이끌었던 성철 스님의 생애와 사상을 집대성한 평전이 발간됐다. 김택근 작가가 집필하고 원택 스님이 감수한 『성철 평전』이 바로 그것.
평전 출간 직후 만난 김택근 작가는 “시국이 엄중하고 돈과 권력에 취해 인간의 양심을 저버리는 무엄한 시대에 국민은 ‘새 나라 새 질서’를 갈망하고 있다. 이런 시기에 감히 성철 큰스님의 평전을 내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큰스님의 삶과 사상이 이 시대에 새로운 기운을 넣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집필 배경을 설명했다.
<경향신문>기자 출신인 저자는 2015년 1월부터 75주간 <법보신문>에 성철 스님의 평전을 연재했던 것을 묶었다. 스님의 발자취를 따라 전국을 떠돌며 제자들의 구술을 보탰으며, 문헌 100여 권을 참고했다. 연재 회향 뒤 6개월 동안 추가 취재 및 내용 확인 작업을 거쳤고, 성철 스님의 상좌로 22년간 스님을 가까이서 모신 백련불교문화재단 이사장 원택 스님의 감수를 받았다.
“위대한 유산이 맑게 퍼졌으면 하는 바람”
김택근 작가는 “성철 큰스님은 남이 아닌 자신의 허물을 탓하며 죽비를 들어 종단 밖이 아닌 내부를 향해 내리쳤다.”며 “특히 봉암사 결사는 모든 삿된 것을 버리고 ‘부처님 법대로 살자’는 사자후(獅子吼)였다.”고 평가했다.
1947년 가을 성철 스님을 포함해 청담·자운·향곡 스님 등 30여 명의 수좌가 의기투합해 봉암사 결사를 시작했다. 선종의 본래 종풍을 살리면서 ‘부처님 법대로’ 살 것을 결의하고 실천했다.
김 작가는 “성철 큰스님의 흔적이 스친 거의 모든 장소를 방문해 토굴 생활을 유추하기도 하고, 기록을 찾고, 인터뷰하는 등 최선은 다했지만 부족함을 느낀다.”며 “스님들은 말씀들을 안 하시고 산속에서 오래 정진하기 때문에 삶의 행적이 끊겨 있는 부분에 대한 복원 작업이 만만치 않았다.”고 말했다. 또 “사상을 제대로 흡수하고 소개하기 위한 공부가 힘들 때도 있었다.”고 했다.
김 작가는 “성철 큰스님은 평생을 생식하고 소식하며 옷가지 두 벌로 사셨다.”며 “지구라는 별에 와서 삶의 자국을 가장 적게 남겼음에도 향기로움은 가장 많이 퍼져간 분”이라고 성철 스님을 기렸다. 또 “큰스님의 위대한 유산이 맑게 퍼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688쪽에 달하는 평전을 관통하는 성철 스님의 죽비 소리는 세 가지다. 자기를 바로 보라. 남 모르게 남을 도우라. 남을 위해 기도하라. 저자는 “지극히 평범한 말씀이나 새겨 볼수록 성철 스님의 가르침은 평범한 듯 하지만 생각할수록 모골이 송연하다.”며 “권력에 취해 인간의 양심을 저버리는 이런 시대에 우리는 남이 아닌 자신의 허물을 탓했던 스님의 위대한 유산을 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白日杲杲碧霄中(쨍쨍한 해가 푸른 하늘에 빛나고 빛나며)
千深海底魚生角(천 길 바다 밑에서 고기는 뿔이 돋아나네)
趙州雲門却迷路(조주 운문 스님은 도리어 길을 헤매고)
萬朶산호광찬란(만 갈래 산호 가지는 그 빛이 찬란하네).”
이번 평전에서는 특히 1992년 1월 말 성철 스님이 급성 폐렴으로 부산 동아대병원에 입원했을 때 남긴 게송이 처음으로 공개되기도 했다. 원택 스님은 “큰스님은 한문으로 시를 쓰시다 마지막 다섯 자는 힘이 달려서 한글로 쓰셨다.”며 “그동안 망설이다 평전에 수록하며 공개했다.”고 말했다.
기자 간담회에서 소회를 밝히고 있는 저자와 원택 스님
원택 스님은 기자 간담회에서 “큰스님께서 살아계실 때 상좌들이 본사인 해인사는 물론 말사 주지도 못 맡게 하셨다.”며 “제자들로서는 억울한 감도 있었지만 그만큼 주변 관리를 철저히 한 대목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어 “산중의 어른으로만 여겼는데 이제 와 보면 세상 사정에 뛰어나게 밝은 분이었다는 색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고 스승을 회고했다.
“『성철 평전』은 큰스님과의 일대사 인연 될 것”
기자간담회 후 2월 2일 조계사 대웅전에서는 『성철 평전』을 부처님께 올리는 봉정법회가 봉행됐다.
봉정법회에서는 사부대중 500여 명이 합장으로 경의를 표했고, 백련불교문화재단 이사장 원택 스님을 비롯해 조계종 교육원장 현응, 포교원장 지홍, 조계사 주지 지현, 백년대계 사무총장 일감 스님과 저자 김택근, 정연만 중앙신도회 부회장,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 남배현 모과나무 대표 등이 동참해 『성철 평전』을 봉정했다.
조계사 주지 지현 스님은 고불문을 봉독하며 사부대중의 염원을 부처님께 고했다. 스님은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이 큰스님의 지혜에 귀의해 우리 곁에 있는 지금의 고통과 불편이 일시에 사라지길 기원한다.”며 “설판 동참 공덕 등 모든 인연이 퇴색함 없는 신심과 원력을 신구의(身口意)에 새기리라 확신한다.”고 했다.
김택근 작가가 <성철평전>을 부처님께 올리고 있다.
백련불교문화재단 이사장 원택 스님은 책에 대해 평면적 서술이 아닌 그 시대의 역사상을 고려한 성철 스님의 입체적인 모습이 잘 재현됐다는 평가도 덧붙였다. 원택 스님은 “평전에는 그동안 나온 큰스님에 대한 그 어떤 책보다도 우리 역사 속에 있는 큰스님 모습이 생동감 있게 그려지고 있다.”며 “『성철 평전』 봉정을 계기로 큰스님의 가르침이 물결처럼 동심원을 그리며 불자와 국민들 가슴으로 다가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원택 스님에 이어 조계종 교육원장 현응 스님은 사부대중에게 저자 김택근 작가를 소개했다. 경향신문 문화부장과 종합편집장, 논설위원 등을 역임하며 대중의 아픔과 고통을 대변한 ‘진실한 기자’로 회자된 김택근 작가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집필 요청을 받고 자서전과 ‘새벽 : 김대중평전’을 펴낸 언론인이다.
현응 스님은 “‘국민의 스승 성철 큰스님’으로서 비로소 제자리를 찾았다는 데 평전의 참의미가 있다.”며 “큰스님이 남기신 가르침이자 진언인 ‘자기를 바로 봅시다’ ‘남을 위해 기도 합시다’ ‘남 모르게 남을 도웁시다’를 염송하면서 나로부터 참회와 실천이 이뤄지길 간절히 염원한다.”고 평전 봉정을 축하했다.
포교원장 지홍 스님은 “열반에 드신 지 20년이 넘는 동안 세상인심도 각박해져 스님의 자취 또한 헤아리기 어렵게 됐다.”며 “갈수록 엷어지는 스님의 법향에 아쉬움만 가득했던 사람들에게 『성철 평전』은 큰스님과의 옛 인연을 이어 새 인연을 맺는 일대사 인연이 될 것”이라고 했다.
봉정법회에 이서 2월 8일에는 『성철 평전』 발간을 축하하는 ‘북콘서트’가 진행돼 참석자들의 열띤 호응을 얻기도 했다.
봉정법회에 함께 한 대중들이 자리를 같이 했다.
이에 앞서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지난 설날 책 선물로 『성철 평전』을 선택해 화제가 됐다.
자승 스님은 “『성철 평전』은 가슴 답답한 체증으로 고생하고 있던 국민들에게 큰 선물이 되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자승 스님은 “선뜻 존경하는 인물을 대지 못하는 세상에서 성철 큰스님은 종교의 벽을 넘고 세대의 차이를 넘어선 스승이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자승 스님은 정유년 새해는 갈등과 분열보다는 국민 화합을 가져오고 새로운 도약을 다지는 지혜롭고 너른 마당이 되기를 기원했다.
이번 『성철 평전』 발간은 설판(設辦) 형식으로 진행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설판(設辦)’은 법회나 법당을 지을 때 필요한 불사금을 불자들의 십시일반 정성을 모으는 불가(佛家)의 모금문화다.
2월 8일 열린 <성철평전> 북콘서트에서 사회자 원영 스님과 김택근 작가가 대담을 나누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비롯해 교육원장 현응, 포교원장 지홍, 대각회 이사장 혜총 스님 등 종단을 대표하는 지도자들이 동참했으며, 성철 스님이 주석해 정진했던 가야산 해인총림 방장 원각 스님과 해인사 주지 향적 스님이 정성을 더했다. 교구본사 주지와 수말사 주지 스님들의 동참도 이어졌다. 범어사 주지 경선, 통도사 주지 영배, 조계사 주지 지현, 봉은사 주지 원명 스님이 설판에 성금을 기탁했으며 성철 스님의 직계 상좌와 손상좌 스님들도 평전의 원만한 출간을 위해 정성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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