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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및 특별기고]
정심사의 수행 환경 저해하는 민자고속도로 반대 삼보일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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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 필자  /  2025 년 6 월 [통권 제146호]  /     /  작성일25-06-04 10:43  /   조회235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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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일념스님_ 하남 정심사 주지

 

하남 검단산 정심사는 만년에 성철 큰스님께서 주석하셨던 뜻깊은 문도사찰입니다. 그런데 최근 정심사 뒤쪽 100여 미터 지점을 관통하는 민자고속도로 건설계획이 발표되어 정심사 불자들과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습니다.

정심사 주지 일념스님과 정심사 불자 50여 명은 정심사의 수행 환경을 심각하게 해치게 될 민자고속도로 건설을 반대하기 위해 지난 4월 14일 삼보일배를 봉행했습니다. 정심사 회주 원영스님, 정심사 주지 일념스님과 불자 50여 명은 정심사에서 고속도로건설과 관련한 공청회가 열리는 천현동 행정복지센터까지 1.3Km 구간을 삼보일배로 행진하며 고속도로 건설의 부당함을 알렸습니다. 정심사 주지 일념스님의 글을 특별기고 게재합니다.

 

사진 1. 정심사에서 삼보일배를 준비하는 주지 일념스님과 불자들.

 

경남 산청에 있는 성철스님의 생가터에 가보면 겁외사라는 문중 절이 있다. 이 절 뒤에는 고속도로가 지나가는데 절의 수행 환경에 매우 안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하지만 고속도로 건설계획이 먼저 있었고 사찰은 나중에 지어졌기 때문에 그런 불편을 막을 도리가 없었다. 그런데 정심사가 지어진 지 30년이 지났는데, 사찰 뒤쪽 지근거리에 고속도로가 생긴다고 한다. 사찰을 맡고 있는 주지로서 마땅히 반대의견을 표명할 수밖에 없다.

 

2년 전에 최초로 도로 건설이 시도될 때 주민설명회를 무산시킨 바 있다. 그랬더니 이에는 법을 바꿔서 인터넷으로 주민설명회를 대신할 수 있게 만들고, 이제 다음 수순으로 공청회를 연다고 한다. 

 

어릴 때 스님이 될 줄도 몰랐는데, 스님이 되어서 거리로 나가 삼보일배를 하게 될 줄은 더더욱 몰랐다. 물론 출가할 때 삼보일배를 하기는 했지만 그것은 절 안에서 부처님 사리탑 근처에서 한 것이다. 이번에는 절 뒤쪽으로 고속도로가 생긴다고 해서 공청회에 발언자로 나가게 되니 반대의 의미로 절을 나설 때부터 공청회장까지 삼보일배로 가게 되었다.

 

세간 시비, 지혜 통해 화합 찾기

 

삼보일배를 해서 공청회장까지 도착하니 주민들은 혈서까지 쓰며 시위를 하고 있었고, 경찰관과 소방관까지 출동해 있었다. 공청회라는 것은 국회·행정기관·사회단체 등에서 중요 정책의 결정이나 법령 등의 제정 또는 개정에 즈음하여 이해 관계자나 그 분야의 권위자를 모아 놓고 공식 석상에서 의견을 듣는 제도이다. 그런 취지에 맞게 가서 설명을 듣고, 질문하고 토론하는 것을 생각하며 갔는데, 장외는 이미 거친 감정의 소용돌이에 말려 있었다. 그런 감정은 가슴에 품고 이성을 가다듬고 토론에 임하는 것이 소임이라 소란한 곳을 뒤로 하고 토론장으로 들어가 앉았다.

 

사진 2. 삼보일배를 하며 공청회 자리로 들어서는 정심사 불자들.

 

세간의 시비는 지혜를 통해 양극단을 넘어 화합해야 한다. 고속도로 건설을 둘러싼 양측의 대립과 시비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차분하게 토론을 통해 지혜로운 해법을 도출해야 한다. 극단적인 주장에서 벗어나 서로 존중하고 공존하는 길로 갔으면 하는 마음으로 토론에 임했다. 이런 입장에서 고속도로와 관련이 있는 한 사찰의 주지로서 다음과 같이 입장을 전하고자 한다.

 

학교 주위에 유흥시설이 있으면 안 되듯 사찰 주위에 고속도로는 없어야 한다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인적자원의 개발로 발전하였다. 그런 발전의 토대가 되는 학교시설 주위에 유흥시설이 지어진다면 어느 학부모들이 수용할 수 있겠는가? 현대사회는 끝없는 성장과 발전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은 무한 경쟁으로 내몰리게 되었고, 물질만능주의 풍조 속에서 영혼이 메말라 가고 있다. 그런 사람들의 불안한 마음을 달래고, 마음에 평화를 심어주는 것이 종교시설이다. 그런 종교시설 주변에 요란한 고속도로가 건설된다면 어느 종교인이 수용할 수 있겠는가? 

 

정신건강 외면 속에 높아지는 자살 문제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도 자살율이 제일 높은 나라 중에 하나에 속한다. 정신건강을 도외시한 채 외형적 발전만을 추구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이제는 불안을 치유하고, 평화로운 삶을 위한 시간이 되어야 한다. 주변에서 부모가 죽고, 자식이 죽고, 친구가 죽어 나가는데 혼자서 잘 산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평화와 공존을 외면하고 물질적 성장만을 추구하는 것은 스스로를 죽음으로 내모는 꼴이다.

 

사진 3. 공청회장 앞 토론회장에 참석한 정심사 회주 원영스님과 정심사 불자들.

 

무분별한 개발이 삶의 안정을 해친다

 

가난하고 배고파서 생존이 절실할 때는 개발이 어떤 순위보다도 우선되었다. 개발 과정에서 자연이 파괴되어도, 사람이 소외되고 삶이 망가져도 모두 용인되었다. 하지만 그와 같은 무분별한 개발은 지구온난화, 미세먼지, 소음과 같은 갖가지 자연재해를 촉발했다. 그로 인해 살자고 한 개발이 오히려 사람의 삶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따라서 이제 무분별한 개발은 되돌아봐야 할 때가 되었다. 무조건 도로를 건설하고, 물질적 성장만을 추구하기보다는 자연환경을 보존하고,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것이 기후위기 시대를 대처하는 세계적 흐름에도 맞고, 줄어드는 우리나라의 인구 상황에도 맞는 길이다. 

 

건설사 측의 부실한 건축과 환경영향 평가

 

어떤 기업이든 직원을 채용할 때는 그 사람이 걸어온 이력을 살펴본다. 하는 일에 안 맞거나 했던 일에 실수가 있으면 중요한 자리를 맡길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 도로공사를 맞은 건설사는 얼마 전 세간의 지탄을 받았던 소위 ‘순살 아파트’를 시공했던 바로 그 회사로 알고 있다. 아파트가 잘 지어졌는지 확인하는 제도인 감리조차도 자신들이 직접 처리했으니, 자기가 시험치고 채점까지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이익만을 앞세우는 그런 기업이 도로 건설이 합당한지를 따지는 환경영향 평가를 과연 제대로 했을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사진 4. 공청회에서 고속도로 건설의 부당함을 주장하는 정심사 주지 일념스님.

 

지역사회의 갈등을 방치하는 정치인들

 

혹자는 세간을 떠나 있어야 할 스님이 왜 마을까지 내려와서 시비를 가리는 토론회장까지 나왔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첫째, 산에 불을 내면 산짐승들이 내려오듯 조용한 산사 곁에 고속도로를 낸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나서게 된 것이다. 둘째, 이와 같은 갈등과 분쟁이 생겼을 때 갈등을 조율해야 할 시장과 국회의원 등 우리 사회의 공복이 할 일을 방기했기 때문이다. 국민의 녹을 먹는 공복들이라면 더 이상 지역 주민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일의 본질과 선후를 잘 살펴서 원만하게 잘 마무리될 수 있도록 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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