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우 스님의 화두 참선 이야기]
화두 참구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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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승 / 2015 년 8 월 [통권 제28호] / / 작성일20-05-22 08:32 / 조회5,515회 / 댓글0건본문
「고경」에서는 ‘고우 스님의 화두 참선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고우 스님은 출가 후 평생 선원에서 정진해 오셨으며, 지금도 참선 대중화를 위해 진력하고 계십니다. 화두 참선의 의미와 방법, 그리고 효과에 이르기까지 고우 스님이 직접 경험한 내용을 독자 여러분들께 전해 드리고자 합니다. - 편집자
화두(話頭)란 무엇인가?
화두는 참선할 때 참구하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보통 말이 아니고, 선사(禪師)들이 쓰는 독특한 말입니다. 전국 선원장 모임인 선원수좌회가 조계종과 같이 펴낸 『간화선』(조계종출판사)이란 책에 보면, 화두를 이렇게 정의합니다.
“화두(話頭)란 모든 사유와 분별의 통로를 막는 선사들의 독특한 언어이다.”
화두(話頭)라는 말의 ‘화(話)’란 말 또는 이야기라는 뜻이며, ‘두(頭)’란 의미 없는 접미사입니다. 또 어떤 이는 머리(頭)라 하기도 하는데, 말머리가 되지요. 어떻든 화두란 말, 또는 말머리라 합니다.
화두를 들고 정진하는 재가불자들
그런데 이 말은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말과는 다릅니다.
보통 쓰는 말은 ‘있다-없다’, ‘나-너’, ‘선-악’ 등과 같이 상대 분별하는 말입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하는 말은 다 이런식으로 대립하는 양변의 분별심에서 나오지요. 하지만 간화선에서 화두는 이런 상대 분별의 말을 끊어 중도의 절대세계로 안내합니다. 그래서 화두란 말길과 생각의 길이 끊어진 말입니다. 화두를 조사가 되는 관문이라고도 합니다. 조사가 던진 화두를 타파하면 조사가 됩니다.
화두는 다른 말로 공안(公案)이라 합니다. 공안이란 중국의 조정 공문을 말합니다. 워낙 땅이 넓고 인구가 많은 중국에서 관리들이 공무를 처리할 때 조정의 공문 즉 공안이 기준인 것처럼 화두도 참선 수행자의 공부 기준이 되니 그렇게 부르기도 합니다.
화두 참구하는 법
간화선을 제창한 대혜 스님의 편지모음집 『서장(書狀)』에 화두 참선하는 법이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서장』에서 대혜 스님이 알려주는 ‘조주 무자(無字)화두’ 참구하는 법은 이렇습니다.
“어떤 스님이 조주 스님에게 ‘개에게 불성이 있습니까?’
하니, 조주가 답하기를 ‘없다’고 했습니다. 이 한 글자는 허다한 나쁜 지식과 생각을 꺾는 무기입니다. ‘있다-없다’는 분별을 하지 말며, 도리(道理)에 대한 분별을 하지 말며, 의식을 향하여 분별하지 말며, 눈썹을 치켜들고 눈을 깜짝이는 곳을 향하여 뿌리내리지 말며, 말길을 따라 살 계획을 짓지 말며, 일없는 속에 머물러 있지 말며, 화두 드는 곳을 향하여 깨달으려 하지 말며, 문자 속을 향하여 인용하여 증명하려고 하지 마십시오.”
- 「부추밀 계신에게 답함(1)」, 『서장』(운주사)
부처님은 일체 중생에게 불성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조주 스님은 ‘없다’고 합니다. 어째서 조주 스님은 무라고 했을까요? 이것을 참구하는 것이 화두 공부하는 법입니다. 이 무자화두 공부하는 법은 “어째서 조주는 무라 했을까?” 이 의문에 몰입해야 합니다. ‘유-무’ 양변의 분별심으로 답을 찾으려 하면 안 됩니다. 그냥 “어째서 무라 했을까?” 이 말만을 참구해서 답을 찾아야 합니다. 만약 화두를 참구하는데 분별심인 알음알이가 작동되면 화두의 기능이 죽어버립니다. 분별심을 차단하는 화두가 양변으로 사유하게 되면 알음알이가 조장되지요. 그러면 활구(活句)가 안 되고 사구(死究) 참선이 됩니다. 그러므로 조주 무자화두 참구하는 법은 “부처님께서는 일체 중생이 불성이 있다 했는데, 어째서 조주는 무라 했을까? 어째서 무라 했을까? 어째서?” 이렇게 강한 의문을 품고 화두 한 생각을 지속시켜 나아가야 합니다. 화두 한 생각이 10초, 20초, 30초, 1분, 2분 이렇게 지속되어야 양변의 분별심이 끊어져 화두 일념(一念)이 되어 삼매(三昧)로 들어 갈 수 있습니다.
화두 한 생각이 지속되면 삼매를 체험하는데, 이것을 성성적적(惺惺寂寂) 삼매라 합니다. 참선할 때 화두가 또렷또렷한 것을 성성(惺惺)이라 합니다. 화두가 또렷또렷, 성성하면 번뇌 망상이 사라져 저절로 적적(寂寂)이 됩니다. 화두 의심이 지속되면 우리 의식이 성성적적삼매로 변합니다. 또렷또렷하게 깨어 있으면서 번뇌망상이 일어나지 않아 고요합니다. 깨달음이 성취된 부처님이나 도인은 이 삼매로 살아갑니다. 일체의 분별망상이 사라지고 성성적적 삼매로 하루 24시간을 보내니 매일매일 좋은날이 되는 것입니다.
“다만 하루 생활 속에서 항상 참구해 가기를, ‘개에게 불성이 있습니까? 없다’고 한 것을 일용(日用)에서 여의지 아니하고 공부해 나가면 언젠가는 문득 스스로 보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한 군내 천리의 일이 모두 서로 방해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 만약 일용을 떠나서 따로 구하는 것이 있으면, 이는 파도를 떠나서 물을 구하는 것이며, 금그릇을 떠나 금을 구하는 것입니다. 구할수록 더욱 멀어지게 될 것입니다.”
- 「부추밀 계신에게 답함(1)」, 『서장』(운주사)
간화선을 창시한 대혜 스님은 『서장』에서 재가자들이 화두 공부하는 법을 자세히 안내합니다. 화두 참구는 생활 속에서 하라고 강조합니다. 우리가 잠에서 깨어나 세수하고 밥 먹고 일하러 가고 오는 생활 가운데 틈틈이 화두를 공부하라는 겁니다. 이렇게 화두 참선이 생활화되면 어느 날 문득 스스로 알게 됩니다. 마음이 밝아지고 지혜가 나오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하는 일이 모두 원만히 잘 풀립니다. 번뇌망상이 현저히 줄고 마음이 밝아지고 일상의 모든 일을 지혜롭게 처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대혜 스님은 이 화두 참선을 일상생활 속에서 할 것을 강조합니다. 생활을 떠난 화두 참선은 파도 속에서 파도 밖으로 물을 구하고 금그릇을 가지고도 밖에서 금을 구하려는 격이니 구하려 할수록 멀어집니다.
지금 우리 선방을 보면, 좌선 위주로 공부하고 있습니다. 특히, 여름・겨울 안거 때 전적으로 좌선만 하는 선원이 대부분입니다. 이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닙니다. 안거 때 선원에서도 울력이나 농사 일 같이 동중 공부를 병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일상생활과 화두 참선이 둘이 아닙니다. 특히 재가자들은 생계를 유지해야 하니 더욱 더 생활에서 화두 참구를 해나가는 것이 좋습니다.
‘이뭐꼬?’ 화두 드는 법
이번에는 ‘이뭐꼬?’ 화두 드는 법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뭐꼬?’ 화두는 우리나라 불자들이 가장 많이 참구하는 화두입니다. 성철 스님께서도 ‘이뭐꼬?’ 화두를 주로 주셨습니다. 이것의 참구법은 이렇습니다.
“마음도 아니요, 물건도 아니요, 부처도 아닌 이것이 무엇인고? 이뭐꼬?”
흔히 우리는 마음이 부처다, 부처를 한 물건이라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마음도 아니요, 물건도 아니요, 부처도 아닌 이것이 무엇인가? 이뭐꼬?” 이렇게 참구해 가야 합니다.
‘이뭐꼬?’ 화두는 이것말고도 “이 몸덩어리 끌고 다니는 이것이 무엇인가? 이뭐꼬?” 화두도 있고, “어떤 것이 부모미 생전 본래면목인가 이뭐꼬?” 화두도 있습니다. 이것이 모두 ‘이뭐꼬?’ 화두라 하는데, 이뭐꼬 앞에 무슨 의문을 제기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뭐꼬? 화두를 참구할 때는 반드시 앞에 전제를 처음 받은 그대로 하셔야 합니다. 가령, “이 몸덩어리 끌고 다니는…” 할 때도 그대로 해야 하고, “부모미생전…” 할 때도 그대로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그냥 ‘이뭐꼬?’만 하는 분이 더러 있는데 이것은 바른 공부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이뭐꼬?’만 할 경우 밥 먹을 때 밥 먹는 이뭐꼬? 할 수도 있고, 길을 걷다가 걸어가는 이뭐꼬? 하게 되면 매 경계마다 ‘이뭐꼬?’를 붙이게 되어 경계를 자꾸 따라 가니 의식이 산만해지고 분산됩니다. 이것은 바른 공부가 아닙니다. 처음 받은 그대로 해야 합니다.
또한 ‘이뭐꼬?’를 참구할 때 앞에 일구인 “이 몸덩어리 끌고 다니는…”을 하지 않고 ‘이뭐꼬?’만 하는 분도 있습니다. 이것도 잘못하는 것입니다. ‘이뭐꼬?’만 하면 의문도 잘 일어나지 않고 그 화두에만 빠져 고요한 경계에 집착하게 됩니다. 그래서 처음 시작할 때는 항상 받은 대로 참구해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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