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우 스님의 화두 참선 이야기]
선지식과의 문답과 화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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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승 / 2015 년 7 월 [통권 제27호] / / 작성일20-05-22 08:32 / 조회5,487회 / 댓글0건본문
혜가 대사의 위법망구 정신
다른 불교 공부도 마찬가지지만, 이 화두 참선은 반드시 선지식에 의지해서 공부해 가야 합니다. 이 마음공부는 우리의 정신세계, 내면을 탐구하여 깨치는 공부이니만큼 깨친 분이나 오랫동안 공부해서 이론과 체험으로 바른 안목을 갖춘 분께 지도 받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런 점에서 초심자들이 알아야 할 선문(禪門)의 몇 가지 중요한 사례를 소개해드립니다.
먼저, 달마 대사와 혜가 스님의 만남과 문답을 통해 깨친 인연이 유명합니다. 혜가 스님은 어려서 명문가에서 태어나 유교의 <사서삼경>을 읽고, 노자ㆍ장자까지 섭렵하였으나 마음이 늘 초조하고 불안하였습니다. 마침내 불경을 보고는 마음에 와 닿아 출가합니다. 하지만, 부처님 경전을 볼 때는 너무나 신심이 나고 기뻤지만, 경전을 덮고 일상생활을 하면 여전히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하였습니다. 주변에는 아무도 이 불안한 마음을 해결해 줄 분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 무렵 마침 인도에서 대선지식이 소림사에 왔다는 소식을 듣고는 찾아갑니다.
남화선사 육조진신상
그러던 어느 날,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고 생각한 끝에 반드시 이 문제를 해결하고야 말리라 굳은 결심으로 조사당에 가서 뵙기를 청하고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조사당 문은 열리지 않았습니다. 밤이 되자 눈이 내리기 시작하여 혜가 스님은 밤새 눈사람이 되어 새벽을 맞았습니다. 그래도 소식이 없자 마침내 혜가 스님은 차고 있던 칼을 꺼내 자신의 왼팔을 내리쳤습니다. 이 광경이 그 유명한 ‘혜가 대사의 구법단비(求法斷臂) 이야기’입니다.
한 수행자가 대사의 법문을 청하기 위해 팔을 끊었다는 말을 듣자 달마 대사는 드디어 기다리던 구도자가 나타났다고 확신했습니다. 그리하여 혜가 스님을 불러 묻습니다.
“너는 어찌 왔느냐?”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해서 왔습니다. 제 마음을 편안케 해 주십시오.”
“너의 그 마음을 가져오너라. 내가 편안케 해주겠노라”
이 말을 듣고 혜가 스님은 무심코 늘 불안한 마음을 보여드리려고 돌이켜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 마음이란 찾을 수조차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이렇게 답합니다.
“마음이란 찾을 수도 보여드릴 수도 없습니다.”
“너는 그 찾을 수도 보여줄 수도 없는 마음 때문에 그렇게 괴로워하느냐!”
이 말을 듣는 순간 혜가 스님은 활연대오(豁然大悟)합니다. 한 마디로 언하대오(言下大悟)한 것이죠. 혜가 스님은 평생 자기 마음이 있다고 생각했고, 늘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 때문에 괴로워했는데, 달마 대사의 말을 듣고 보니 마음이란 있는 것이 아니란 것을 깨칩니다. 바로 부처님처럼 중도ㆍ연기ㆍ무아ㆍ공을 깨친 것입니다.
이 혜가 스님이 바로 동아시아 조사선(祖師禪)의 기원이 됩니다. 해동초조 달마 대사에 이어서 혜가 스님이 깨달아 조사가 되어 그 선법을 이었기에 2조가 되었습니다. 여기에서 알 수 있듯이 구도자는 선지식을 믿고 위법망구(爲法忘軀) 정신으로 깨달음을 향해 일심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혜가 스님처럼 영원한 자유와 행복을 위해서는 몸을 버릴 용기가 있어야 깨칠 수가 있습니다. 혜가 대사의 구도와 깨달음 이야기는 우리에게 크나큰 교훈을 줍니다.
3조 승찬 대사의 전생 죄와 깨달음
깨달아 조사가 된 혜가 대사가 법문하고 있을 때 한 거사가 10년이 넘게 말없이 법문을 들으러 다녔습니다. 그 거사는 불치병인 문둥병을 앓고 있었지요. 그는 자신이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런 몹쓸 병에 걸려 고생하는지 괴로운 마음으로 법문을 들으러 다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거사는 용기를 내어 혜가 대사를 찾아가 묻습니다.
“제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렇게 몹쓸 병에 걸려서 괴롭게 살고 있습니까? 제 죄를 참회케 해 주십시오.”
이 말을 들은 혜가 대사는 “네 죄를 가져 오너라 내가 참회케 해주겠노라.”
거사는 자신의 전생 죄를 찾아봅니다. 그러나 도저히 찾을 수도 알 수도 없었습니다. 그리고는 이렇게 답합니다. “저의 전생 죄를 찾을 수도 알 수도 없습니다.”
이 말에 혜가 대사는 다시 말해줍니다.
“너는 그 찾을 수도 알 수도 없는 죄 때문에 그렇게 고생하느냐?”
이 말을 듣고 거사는 문득 내가 본래 없다는 무아ㆍ공을 깨칩니다. 깨치고 보니 문둥병 때문에 스스로 마음을 괴롭히던 전생 죄의식이란 것도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라 단지 있다고 착각하고 집착했을 뿐이란 것을 알았습니다. 스스로 ‘내가 있다’, ‘전생이 있다’, ‘죄가 있다’는 착각에서 깨어나 해탈한 것입니다. 혜가 대사는 거사가 깨치자 인가해주며 출가케 하여 승찬(僧璨)이라 법명을 지어 주고 3조로 삼았습니다. 이분이 오늘날 선어록 중에 가장 문장이 아름답다는 <신심명(信心銘) >으로 유명한 승찬 대사의 깨달음 이야기입니다.
위의 두 가지 문답과 깨달음은 당나라 시대에 편찬(952년)된 <조당집(祖堂集) >과 송나라 시대에 간행(1004년)된 <전등록(傳燈錄) >에 기록된 조사들의 이야기입니다. 깨달음의 인연은 다 달라도 내용은 중도, 연기, 무아, 공을 깨친다는 것은 부처님과 같습니다.
그러므로 동아시아의 조사선에서는 부처님과 조사는 깨달은 분으로 같이 보아 불조(佛祖)라 부릅니다. 조사님들에 의해 불법이 대대로 전승되어 오늘에까지 이어진 것입니다.
조사의 문답과 화두
그런데, 조사님들에 의해 전해지던 선법이 당나라를 거쳐 송나라 시대에 이르면, 재가자들도 참선을 하고 싶어 합니다. 특히, 고위관료 등 사대부계층이 고결한 정신세계를 추구하다 보니 참선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죠. 그렇지만, 조사님들은 주로 깊은 산중에 있었기에 자주 만나 참선을 배울 수가 없었습니다. 이에 조사들이 깨친 인연을 모티브로 해서 화두 참선법인 간화선(看話禪)이 나오게 된 것입니다.
화두 참선의 화두(話頭)에 대해서는 이미 부처님 당시에도 염화시중(拈花示衆)의 미소와 같은 화두 비슷한 문답이 있었습니다. 또 달마 대사와 혜가, 혜가 대사와 승찬 사이의 문답도 바로 화두와 비슷한 경우입니다. 6조 혜능 대사에 이르면 화두의 원형으로 보이는 좀 더 분명한 문답이 <육조단경 >에 나옵니다.
5조 홍인 대사의 회상에서 혜능 행자가 깨치고 가사와 발우를 물려받고 6조가 되어 남쪽으로 내려오다가 대유령 고개까지 쫓아온 혜명 스님을 만납니다. 이때 혜명 스님이 가사와 발우를 찾으러 온 것이 아니라 법을 구하러 왔다고 하니, 혜능 대사가 묻습니다.
“선도 생각하지 말고, 악도 생각하지 말라. 이럴 때 네 본래면목이 무엇이냐?”
이 말을 듣는 순간 혜명 스님은 확철대오합니다. 언하에 깨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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