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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살리는 사찰음식]
버들빛 새로운 달에 들나물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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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희  /  2024 년 3 월 [통권 제131호]  /     /  작성일24-03-04 10:10  /   조회1,795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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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월은 삼라만상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경칩’과 본격적으로 낮의 길이가 밤의 길이보다 길어지는 ‘춘분’이 들어 있는 달입니다. 모든 생명이 움트는 시기이자 본격적으로 농사를 짓기 위해 준비하는 시기입니다. 꽃샘추위가 아무리 매섭다고 하지만 풀뿌리엔 물이 차고, 풀잎에는 생기가 오릅니다. 

 

사진 1. 꽃샘추위를 이겨낸 봄동꽃.

 

삼월은 봄바람이 자연스럽게 문을 열어 주고 생명의 입김을 불어 넣어 주는 달입니다. 새 학기가 시작되는 달이고, 새롭게 시작하는 달이기도 하니 설레는 마음으로 가득한 시절입니다. 우리는 자연의 움직임을 통해 인생을 배우기도 하고 삶의 지혜를 구하기도 합니다.

 

식사가 최고의 투자

 

지금 인류는 지식의 포화상태라 해도 과언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러다가 인간의 뇌가 작동을 멈출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자신에게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정보까지 머리에 담고 삽니다. 수많은 지식과 정보들 속에서 내 것을 발견하고 만들어가는 것이 바로 지혜로운 삶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에겐 참된 스승이 필요하고 참된 사람을 볼 줄 아는 혜안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시는가 봅니다. 

 

지구를 살리는 사찰음식을 통해 지혜로운 식습관을 만들어 나갔으면 하는 바람으로 “식사가 최고의 투자”라고 말하는 일본의 의학박사 미쓰오 다다시의 이야기를 소개해 봅니다. “병은 마음에서 온다.”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의 몸과 마음은 아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연관성이 착각일 뿐이라고 해석하는 사람도 있지만 현대판 영양실조는 마음의 병을 일으키는 주된 원인이라 밝혀진 연구 결과가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사진 2. 꽃송이를 품은 봄동.

 

우울증과 같은 마음의 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는 비타민D 섭취가 매우 효과적이라고 미쓰오 다다시 박사는 이야기합니다. 하버드에서 배운 세계 최강의 식사기술을 이야기하면서 “당신이 먹는 것이 바로 당신을 만든다.”라는 말을 실감하게 합니다. 우리의 음식습관은 우리의 몸과 마음에 곧바로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고 말합니다. 투자를 하는 것처럼 아주 천천히 변화한다는 것입니다. 약을 먹으면 짧은 시간 안에 일시적 효과를 보지만 올바른 식습관은 하루하루 실천이 쌓여서 완벽히 변화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식사가 최고의 투자가 되는 방법에 대해 나열하는데요. 우리는 식사의 역사가 쌓이고 쌓여서 어떠한 결과를 자아내는지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토불이와 제철음식

 

건강한 식생활을 위해 가장 지혜로운 방법은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식재료를 선택하는 데도 제철 식재료를 선택하고 우리나라 전통 발효식품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입니다. 자연주의 입장에서도 우리 몸에는 우리 땅에서 나고 자란 것이 보약입니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는 제철 먹거리들이 얼마나 많은지 헤아리기 어렵습니다.

 

건강에 대한 정보가 홍수처럼 밀려드는 요즘 보통 사계절 내내 양배추, 사과, 당근으로 귀결되는 느낌입니다. 물론 장 건강에 아주 좋은 음식이므로 가을과 겨울 사이에는 자주 먹는 것은 좋지만 사계절 내내 양배추와 사과, 당근을 먹는 것이 바람직한지 염려되는 부분입니다.

 

심지어 요즘은 당근이 만병통치약 같은 느낌마저 들고 당근을 활용한 다양한 요리법들이 난무하니 과연 괜찮은 현상인지 걱정이 앞섭니다. 당근이 우리 몸에 좋은 것은 맞지만 지금처럼 편식하며 먹는 방법이 맞는 것일까요? 제철음식의 소중한 가치를 말하는 입장에서 ‘과연 이러한 방법이 옳은 것일까?’ 의문이 들 때가 많습니다. 과일과 채소 위주의 식사를 할 때 가장 주목해야 하는 것이 바로 제철 식재료임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이월은 한봄이라 경칩 춘분 절기로다

초엿샛날 좀생이로 풍흉을 안다 하며

스무날 날씨 보아 대강은 짐작하니 

반갑다 봄바람이 변함없이 문을 여니

말랐던 풀뿌리는 힘차게 싹이 트고

개구리 우는 곳에 논물이 흐르도다

 

멧비둘기 소리 나니 버들빛 새로워라

보습 쟁기 차려 놓고 봄갈이 하여 보자

기름진 밭 가리어서 봄보리 많이 심고

목화밭 되갈아 두고 제때를 기다리소

담배 모종과 잇꽃 심기 이를수록 좋으리라

뒷동산 나무 다듬으니 이익도 되는구나

첫째는 과일나무요 둘째는 뽕나무라

뿌리를 다치지 말고 비 오는 날 심으리라

솔가지 찍어다가 울타리 새로 하고

담장도 손을 보고 개천도 쳐올리소

 

안팎에 쌓인 검불 말끔히 쓸어 내어

불 놓아 재 받으면 거름으로 보태려니

온갖 가축 못 다 기르나 소 말 닭 개는 기르리라. 

씨암탉 두세 마리 알 안겨 깨어 보자.

 

산나물은 때가 일러 들나물을 캐어 먹세.

고들빼기 씀바귀며 소루쟁이 물쑥이라.

달래김치 냉잇국은 입맛을 돋우나니 

본초강목 참고하여 약재를 캐오리라.

창백출 당귀 천궁 시호 방풍 산약 택사

낱낱이 적어 놓고 때맞추어 캐어 두소.

촌집에 거리낌 없이 값진 약 쓰겠느냐.

 

정학유의 「농가월령가」 2월령입니다. 24절기를 기준으로 음력으로 기록했기에 2월령은 양력 3월에 해당합니다. 동안거 해제일에 맞춰 어른들을 따라 백흥암에 참배하러 갔을 때 어느 노스님께서 하셨던 말씀이 문득 생각이 납니다. 나물 중에 가장 맛있는 나물은 나무에서 돋아나는 새싹 나물인데 지금은 너무 이른 봄이어서 마땅히 차려 줄 반찬이 없다는 말씀이셨습니다. 슴슴하고 담백한 맛의 사찰음식은 늘 맛있고 따뜻했기에 우리 일행은 감사한 마음으로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사진 3. 뿌리가 향긋한 냉이.

 

산나물은 때가 이르니 들나물을 캐어 먹자는 정학유의 글을 통해 문득 지난 추억이 떠오릅니다. 2월령에 등장하는 소루쟁이로 된장국을 끓여 주셨던 기억도 생생하고 보드랍고 향기로운 쑥과 냉이는 추억을 소환하기에 충분한 소재가 되었습니다. 

 

들나물에 해당하는 머위, 쑥, 소루쟁이, 고들빼기 등은 추운 겨울을 이겨낸 기특한 식물입니다. 겨울을 이겨내는 동안 내면은 단단해졌고 외면을 부드러워졌습니다. 겨우내 뿌리에 집중되었던 영양 성분을 봄이 되면 잎으로 전달하고 싱그러워집니다. 그래서 겨울 냉이는 뿌리가 맛있고, 봄 냉이는 잎이 맛있는 것입니다. 

 

전통 장류를 활용한 지혜

 

추운 겨울을 이겨낸 봄나물은 진한 향기를 머금게 되고 강한 맛을 간직하게 됩니다. 어쩌면 추위를 견디는 과정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나름의 독을 품는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독을 품은 채소를 생으로도 먹고 데쳐서도 먹고, 말려서도 먹을 수 있는 것은 우리 전통 장류가 법제를 하는 기능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진 4. 데치고 우려서 법제하는 모습.

 

법제를 해야 하는 이유는 독성과 자극성을 없애고 안전하게 먹기 위함에도 있지만 영양성분을 업그레이드하고 건강하게 먹기 위함입니다. 법제의 방법은 물이나 술로 처리하는 방법, 기름이나 식초로 처리하는 법, 뜨겁게 달구는 법, 장류 발효법으로 법제하는 법 등이 있습니다. 특히 이 중에서 장류 발효법 법제는 우리 조상님들의 지혜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효과를 자랑합니다.

 

『산가요록山家要錄』 속 채소요리

 

경칩과 춘분 사이에 소개할 제철 식재료는 머위와 쑥입니다. 그리고 바다 향기를 진하게 머금고 있는 톳을 소개해 봅니다. 경칩이 지나고 춘분으로 넘어갈 무렵은 생명이 역동하는 시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 가운데 가장 먼저 얼굴을 내미는 것이 바로 쑥, 냉이, 머위 등이니 다양한 요리법으로 즐겨 보시면 좋겠습니다.

 

머위는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식재료입니다. 머위꽃으로 차를 만들어 마시기도 하고 된장에 버무려 머위된장으로 활용하기도 합니다. 잎이 여릴 때는 줄기와 잎을 채취해서 부드럽게 나물로 먹습니다. 뿌리는 약용으로 활용하고 머윗대는 나물로 먹습니다. 머윗잎으로는 부침개를 부쳐 먹기도 하고 머위꽃은 튀김이나 부각으로 만들어 먹기도 합니다.

 

사진 5. 머위꽃과 머윗잎.

 

『산가요록』에 침백채沈白菜라고 하는 머위김치를 소개하고 있는데 당시 김치의 유형을 공부하는 데 좋은 자료가 됩니다. 현존하는 요리책 중에 가장 오래된 『산가요록』은 조선왕조 전기에 어의 전순의가 지은 요리책이자 농업책으로 다양한 요리법을 배울 수 있으니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영화 <리틀포레스트>에 나와서 화제가 되었던 머위된장은 머위꽃을 활용한 귀한 음식입니다. 머위꽃은 아주 짧은 시간 머물기 때문에 아주 귀한 식재료입니다. 귀한 머위꽃을 활용하여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머위된장’을 만들어 보고, 바다의 불로초라고 불리는 녹미채鹿尾菜, 바로 ‘톳 된장무침’을 소개합니다. 마지막으로 봄의 전령이라 할 수 있는 향기로운 쑥을 활용하여 단백질 함량도 풍부한 ‘쑥콩전’을 소개합니다.

 

머위된장 

 

재료

머위꽃 10개, 머윗대 5개, 들기름 2T, 된장 2T.

 

만드는 법

1. 팔팔 끓는 물에 소금 1T를 넣고 머위꽃과 머윗대를 데칩니다.

2. 바로 꺼내서 찬물에 여러 번 헹구어 물기를 짜 주세요.

3. 물기를 짠 머위꽃과 머윗대를 송송 썰어 팬에 올려 줍니다.

4. 마른 팬에서 물리기를 날리며 볶아 줍니다.(중간불)

5. 물기를 날리듯 볶아 주다가 들기름을 넣고 살짝 더 볶아 줍니다.

6. 된장을 넣고 골고루 섞어 주세요.

7. 머위가 물러질 때까지 푹 익혀 줍니다.

 

사진 6. 머위된장.

 

TIP.

- 머위된장은 만들어 놓고 된장국 끓일 때 조금씩 활용합니다.

- 머위된장에 조청을 가미해서 쌈장으로 활용해도 좋습니다.

- 머위꽃은 금방 피고 지기 때문에 시기를 잘 맞춰 채취합니다.

- 머위꽃은 터지기 전에 채취하여 사용하면 향이 더욱 좋습니다.

- 머위된장에 뜨거운 물을 부어 된장차처럼 바로 먹을 수도 있습니다.

 

톳 된장무침 

 

사진 7. 톳 된장무침.

 

재료

톳 500g, 된장 1T, 국간장 1T, 매실청 1/2T, 통깨(참기름 또는 들기름).

 

만드는법

1. 톳은 깨끗이 씻어서 이물질을 제거해 주세요.

2.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톳을 데쳐 줍니다.

3. 톳의 색이 밝은 초록으로 변하면 꺼내서 찬물에 헹궈 주세요.

4. 여러 번 헹군 톳은 물기를 짜고 된장과 매실청을 넣어 버무립니다.

5. 들기름과 참기름은 기호에 맞게 사용하세요.

6. 통깨를 넣고 마무리합니다.

 

사진 8. 녹미채鹿尾菜.

 

TIP.

- 톳에 간이 밴 상태이니 된장을 넣을 때 간을 보면서 넣어 주세요.

- 톳을 데칠 때는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팔팔 끓을 때 넣어 주고 전체가 초록색이 되면 꺼내서 헹굽니다.

- 데친 톳에 두부를 으깨어 넣고 소금과 간장으로 간을 해서 먹어도 좋습니다.

- 기호에 맞게 식초를 가미해도 좋습니다.

- 톳은 겨울과 이른 봄이 제철입니다. 

 

쑥콩전

 

재료

쑥 60g, 불린콩 1cup, 불린멥쌀 1/2cup, 통밀가루 3T, 물, 소금(청장), 청·홍고추.

 

만드는 법

1. 콩은 6시간, 멥쌀은 4시간 이상 불려 믹서에 갈아 주세요.

2. 손질한 쑥은 송송 썰어서 준비합니다.

3. 콩, 멥쌀, 통밀가루를 넣고 물로 농도를 조절하며 반죽합니다.

4. 썰어 둔 쑥을 반죽에 넣고 잘 버무립니다.

5. 농도는 물로 맞추고 간은 청장으로 맞춥니다.

6. 팬에 기름을 두르고 노릇하게 굽습니다.

7. 청·홍고추로 고명을 올려 줍니다.

 

사진 9. 쑥콩전.

 

TIP.

- 다양한 콩을 응용해도 좋습니다.

- 팬에 기름을 두르고 중간불에서 천천히 익히며 구워 줍니다.

- 녹두빈대떡과 비슷하게 만들어도 좋습니다.

- 콩과 쌀을 믹서기에 갈 때 물량을 많이 하면 반죽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으니 물량 조절을 잘해 주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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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희
궁중음식문화재단 지정 한식예술장인 제28호 사찰음식 찬품장에 선정되었다. 경기대학교에서 국문학과 교육학을 전공하였고, 동국대학교 대학원에서 음식과 명상을 연구하고 있다. 국가무형문화재 제38호 궁중음식연구원 과정을 이수하였으며, 사찰음식전문지도사, 한국임업진흥원, 한식진흥원 교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식물기반음식과 발효음식을 연구하는 살림음식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논문으로 「사찰음식의 지혜」가 있다. 현재 대학에서 한식전공 학생들에게 한국전통식문화와 전통음식을 강의하고 있다.
natureswa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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