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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 스님의 화두 참선 이야기]
선과 교의 핵심, 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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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승  /  2014 년 9 월 [통권 제17호]  /     /  작성일20-05-22 08:32  /   조회5,981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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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태종과 화엄종의 중도


인도에서 발생한 불교는 부처님 열반 이후 부파불교 시대에서 대승불교를 거치며 사방으로 퍼져 나갔습니다. 그중에서도 히말라야산맥 너머 중국에 전해진 불교는 수나라와 당나라 시대에 천태종과 화엄종이라는 교학의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천태종은 중국 수나라시대에 천태지의 대사가 『법화경』을 소의경전으로 정립한 종파입니다. 천태종에서 주창한 핵심은 지관, 쌍차쌍조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지관(止觀)’은 천태종 사상뿐만 아니라 『아함경』에서도 나오는 불교의 핵심 개념입니다. 그런데 이 지관도 바로 중도의 다른 표현입니다. 즉, 지관(止觀)은 번뇌망상을 멈추고〔止〕 보라〔觀〕는 말입니다. 근래 혜민 스님이 낸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란 책제목도 이 지관에 가까운 표현입니다. 우리 마음의 망상을 멈추고 보면 지혜가 나옵니다. 6조 혜능 대사의 『육조단경』 앞부분에 ‘정혜(定慧)’라는 대목이 나옵니다. 이 정혜가 바로 지관의 다른 말입니다. 망상을 없앤 자리가 정(定)이고, 그 자리에서 지혜(慧)가 나온다는 말이니 같습니다.

 

천태종 사상의 또 다른 개념이 ‘쌍차쌍조(雙遮雙照)’입니다. 이것도 중도를 표현하는 말인데 대립하는 양변을 다 막고(쌍차) 다 비춘다(쌍조)는 것입니다. 즉,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나-너, 선-악 등 양변에 집착하고 삽니다. 양변에 집착하면 대립하고 갈등합니다. 그래서 나-너라는 양변을 다 없애면 양변을 다 아우르는 중도 지혜가 나온다는 것입니다. 천태종 사상에서 강조하는 지관이나 쌍차쌍조가 모두 중도의 다른 표현입니다.

 

화엄종은 중국 수-당나라시대에 두순 대사가 『화엄경』을 소의경전으로 정립한 종파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의상대사가 화엄종을 전해왔습니다. 유명한 의상대사의 「법성게」에는 『화엄경』 요지가 잘 집약되어 있습니다.

 

“구경의 실제인 중도(中道) 자리에 앉으니 예로부터 움직임이 없어 부처라 한다.”-「 법성게」

 

화엄종 의상 대사의「법성게」에도 중도를 깨친 이를 부처라 했습니다. 화엄종은 천태종과 함께 부처님의 말씀을 결집한 경전을 중심으로 깨달음을 연구한 교학의 최고봉이라 합니다. 화엄경은 그 자체로도 방대하지만, 화엄종 논사들은 부처님의 깨달음 세계를 매우 다양하게 표현하였습니다. 그러나, 화엄종의 핵심도 중도입니다.

 

화엄종과 천태종에서 공히 많이 사용한 용어가 ‘쌍차쌍조(雙遮雙照)’입니다. 즉, 불교 교학의 최고봉인 화엄종이나 천태종 모두 중도를 핵심으로 삼고 있습니다.

선종의 중도


부처님이 깨친 중도는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되어 전승해 왔습니다. 서기 500년 무렵 인도에서 달마 대사가 동쪽으로 와서 전한 것이 선(禪)입니다. 당시 중국은 양나라 무제라는 불자 황제가 많은 불사를 추진하고 있었습니다. 무제의 초청으로 황궁에 간 달마 대사는 황제의 불사 시주 공덕이 없다고 합니다. 즉, 다음 생에 극락에 태어나기를 비는 기복신앙은 방편이며, 지금 생에 자기 마음을 바로 보아 부처가 되는 선법(禪法)을 전합니다.

 

초조 달마의 법을 이은 2조 혜가 대사는 출가 전에 유교의 사서삼경과 노장 사상에 해박하였으나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을 해결하지 못하였습니다. 우연히 불경을 보고 부처님의 가르침에 매료되어 출가합니다. 하지만, 방대한 경전을 보아도 여전히 불안한 마음은 해결되지 못했습니다. 마침 인도에서 대선지식이 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소림사로 가서 달마 대사를 만납니다.
“어찌 왔느냐?”
“저의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을 편안케 해주십시오.”
“그 마음을 가져오너라. 내가 해결해주마.”
“마음이란 보여줄 수도 꺼낼 수도 없는데 어찌 하오리까?”
“너는 보여줄 수도 없는 마음으로 괴로워하는구나!”
혜가 대사는 이 말 끝에 깨쳐 조사(祖師)가 됩니다.

 

『신심명』으로 유명한 3조 승찬 대사는 평생 문둥병 환자로 마음 고생이 심한 분이었습니다. 2조 회상에서 오랫동안 법문을 듣다가 어느 날 용기를 내어 2조를 찾아뵙고 부탁합니다.
“제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렇게 불치병의 과보를 받았는지요? 제 죄를 없애주십시오.”
“너의 죄를 가져오너라. 없애주겠노라”
“죄를 찾을 수도 보여드릴 수도 없습니다.”
“그럼 이미 해결했노라!”

 

문둥병으로 평생 고생한 승찬 대사는 문득 깨달아 2조의 법을 잇습니다. 승찬 대사가 지은 『신심명』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지극한 도는 어렵지 않음이요, 오직 간택함을 꺼릴 뿐이니 미워하고 사랑하지만 않으면 통연히 명백하니라.”
도는 어렵지 않습니다. 다만, 양변을 떠나야 합니다. 사랑하고 미워하는 양변을 떠나 중도가 되면 통연히 분명해집니다. 3조 승찬 대사의 『신심명』도 중도를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 선(禪)도 중도를 말합니다.

 

달마 대사가 전한 선(禪)은 6조 혜능(638~713) 대사에 이르러 『육조단경』이 정립됩니다. 선의 핵심이 담겨진 『단경』이 성립되어 조사선이 사방으로 전파될 기틀을 갖추게 됩니다.
육조 스님은 입적 직전에 제자들에게 남긴 말씀이 『단경』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내가 지금 너희들에게 법문하는 방법을 가르쳐 선종(禪宗)의 근본 종지(宗旨)를 잃지 않게 하겠노라. … 나고 들어감에 양변을 떠나고 일체법을 설할 때에 자성을 여의지 말라.”

 

여기에서 보듯이 육조 스님께서도 법문을 할 때 반드시 양변을 떠나서 하라 하십니다. 양변을 떠나는 게 바로 중도를 말합니다. 조사선을 정립한 육조 혜능 대사도 중도가 선종의 핵심임을 말하고 선사들이 법문할 때 중도 법문을 해야 함을 강조하였습니다.

 

6조 혜능 대사의 선법은 남악회양 선사를 거쳐 마조 대사가 계승합니다. 마조(709~788) 대사는 ‘평상심이 도’라는 말로 유명하지만, 실제 많은 전법 제자를 두어 선종을 천하에 전파하는 데 크게 공헌한 분입니다. 우리나라에 조사선을 처음 전한 도의 국사나 구산선문의 개산조들은 대부분 마조 대사의 법맥을 이었습니다. 마조 스님은 신라 왕자 출신으로 출가하여 중국에 건너가 사천성에서 활약한 무상 대사에게 출가한 분이니 우리나라와 인연이 깊은 분이죠. 『마조어록』에는 평상심을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만약 도(道)를 알려고 한다면 평상심(平常心)이 도이다. 평상심이란 조작이 없고, 시비가 없고, 취사가 없고, 범성이 없고, 단상이 없다.”
마조 스님은 도가 평상심인데, 평상심은 양변을 떠난 중도의 마음이라 합니다. 마조의 제자 중 유명한 백장 스님이 있습니다. 백장 스님 역시 법문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일체 있다 없다 등의 견해가 없으며, 또한 견해가 없다는 것도 없으면 정견(正見)이라 한다.”

 

백장 스님은 양변을 떠난 중도가 곧 정견이라 말합니다. 마조 스님 제자 중에 가장 뛰어난 분으로 대주 스님이 있습니다. 조사 중에 유일하게 『돈오입도요문론』이라는 명저를 남겼습니다. 대주 스님은 이렇게 말합니다.
“어떤 것이 중도(中道)입니까?
“중간이 없으며 또 양변이 없는 것이 중도이다.”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교와 선을 아울러 불교의 핵심이 중도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성철 스님은 1967년 해인총림 동안거 때 매일 법문을 하셨는데, 이것이 훗날 원택 스님 같은 제자들이 『백일법문(百日法門)』이란 책으로 엮어냈습니다. 성철 스님이 이 『백일법문』에서 고구정녕하게 강조한 것도 2600년 불교사상사가 모두 중도를 핵심으로 하고 있으니, 중도를 바로 알면 불교를 바로 아는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이 중도를 이치로만 알아서는 안 되고 직접 체득하는 것이 선(禪)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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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승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에서 20여 년간 종무원 생활을 하다가 고우 스님을 만나 성철스님 『백일법문』을 통독하고 불교의 핵심인 중도에 눈을 뜬 뒤 화두를 체험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불교인재원에서 생활참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유튜브 생활참선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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