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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스승, 성철]
“이 좋은 것을 혼자만 하면 안 될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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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철주  /  2014 년 8 월 [통권 제16호]  /     /  작성일20-05-22 08:32  /   조회6,316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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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태(덕도, 德道) ‘아비라’ 카페지기 

 

 


 

 

지난 7월 19일, 가야산을 뒤덮었던 시커먼 구름들이 차마 비를 쏟아내지 못하고 물러나자 사람들이 하나 둘 해인사 백련암으로 올라오기 시작한다. 고행(苦行)에 앞선 ‘비장한’표정을 예상했지만 사람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밝고 편안해 보인다.

 

각자 짐을 풀고 한 달 만에 만나는 도반들과 인사를 나눈 뒤 소임에 따라 청소를 하고 좌복을 배치한다. 연습 삼아 먼저 절을 하는 사람들도 눈에 보인다. 곧이어 저녁공양을 한 뒤 예불을 올리고 고심원 2층 법당, 1층 장경각, 적광전, 관음전 등으로 흩어져 이내 정진을 시작했다.

 

토요일 저녁 7시에 시작된 삼천배는 다음날 새벽 4시까지 계속됐다. 장맛비를 능가하는 굵은 줄기의 땀을 흘리며 일 배 일 배 정성스럽게 절을 올린다. 참가자 350여 명은 대부분 인터넷
카페 ‘아비라’회원들이다. 처음 삼천배에 도전한 사람들도 적지 않다. 아비라 회원들은 매월 셋째주 주말에 백련암에서 삼천 배를 하고 있다. 2004년 9월 만들어진 카페의 10살 생일이 멀지 않아서인지 회원들의 정진은 흐트러짐이 없었다.

 


삼천배에 앞서 원택 스님과 자리를 같이 한 회원들. 장소가 좁아 전체 대중이 다 함께 하지는 못했 

 

20일 새벽, 삼천배를 마친 사람들이 서울과 부산, 창원, 김해, 대구, 울산, 대전, 광주, 진주, 원주, 제주 등으로 가기 위해 다시 산을 내려간다. 이렇게 삼천배는 끝났지만 아비라 카페지기 최정태(덕도, 德道) 거사님은 정진했던 전각들을 다시 살폈다. 정진 전과 후가 같은지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사람들은 “아비라 회원들이 10년간 오직 수행에만 전념할 수 있었던 것은 덕도 거사님의 헌신적인 뒷바라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일상으로 돌아간 백련암에서 덕도 거사님과 차를 한 잔 나누며 성철 스님과 백련암, 아비라 카페를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대(代)를 이어온 성철 스님과의 인연

 

덕도 거사님의 고향은 문경이다. 할머니는 오래 전부터 봉암사, 대승사, 김용사 등을 다니던 독실한 불자였다. 성철 스님이 이 사찰들에 주석할 때도 할머니는 빠지지 않고 절을 찾았다. 덕도 거사님 역시 할머니와 부모님 등에 업혀 절에 다니기 시작했다.

 


고심원에서 삼천배를 하고 있는 아비라 회원들 

 

시간이 흘러 백련암에 갈 날만을 기다리던 덕도 거사님에게도 인연이 찾아 왔다. 원택 스님이 쓴 『성철 스님 시봉이야기』를 읽은 뒤 곧바로 실천에 옮겼다. 백련암에 가면 삼천배를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거사님은 먼저 백련암 수련회에 참가했다. 여기서도 역시 삼천배를 하기 때문에 집에서 한 달간 매일 500배를 하며 “몸을 만들었다.” ‘철저한(?)’준비 덕분이었는지 거사님은 삼천배를 어렵지 않게 해냈다. ‘德道’라는 법명도 받았다. 또 능엄주와 아비라기도에 대해 알게 되면서 일과(日課)로 매일 능엄주 21독과 절 500배를 하기 시작했다. 거사님은 일과 수행을 하면 할수록 그 “묘한 매력”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꿈을 꾸었다.

 

“성철 큰스님께서 지게에 큰 짐을 지고 해인사 큰절에서 백련암을 향해 걸어 올라가시는데, 주변에 있던 그 누구도 짐을 들어 드리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저도 머뭇머뭇 했습니다. 큰스님께서 계속 혼자 가시기에 제가 지게를 지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큰스님께서는 흔쾌히 저에게 지게를 주셨습니다. 지게를 받아서 백련암을 향해 끙끙대며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꿈에서 깼습니다.”

 

한참 수행의 맛을 보고 있던 덕도 거사님에게 이 꿈은 성철 스님의 계시와도 같았다. 생전에 뵙지 못했던 성철 스님을 꿈속에서 만난 것도 신기했다. 거사님은 결국 수행을 혼자만 할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도 나눌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그 결과 생긴 것이 바로 ‘아비라(다음-cafe.daum.net/abira, 네이버-cafe.naver.com/abira)’카페다.

 

아무런 인프라가 없었던 거사님은 매일 20개 이상의 불교 카페와 인터넷을 탐방하기 시작했다. 능엄주와 삼천배, 아비라기도를 적극 홍보하고 또 이웃 카페에 있는 좋은 글들을 퍼 날랐다. 서로의 좋은 콘텐츠를 공유하기 시작한 것이다. 2004년 11월부터는 오프라인 삼천배를 진행했다. 거사님의 가족(본인, 부인, 딸, 아들) 4명을 포함해 10여 명이 처음 삼천배를 함께 했다.
조직이 크지 않았기 때문에 백련암에서 삼천배를 하는 다른 팀에 끼어 “눈칫밥 삼천배를 했다.”고 한다.

 

“10년간 부침이 없었다면 거짓말일 것입니다. 온라인 카페가 운영이 잘 안될 때는 오프라인 삼천배 정진에 3명만 나온 적도 있습니다. 저도 개인사정으로 1년 몇 개월 동안 온·오프 모임에 나가지 못한 때도 있습니다. 힘들 때도 많았지만 의리 있는 도반들이 저를 지켜 주었고, 불보살님들께서도 알게 모르게 도와주셔서 지금까지 온 것 같습니다.”

 


덕도 거사님은 자신이 운영하는 가게에서도 시간이 날때마다 카페를 관리하고 있다 

 

수없이 많은 역경을 이겨낸 ‘아비라’카페는 2014년 7월 17일 현재 ‘다음’카페 8,160명, ‘네이버’카페 3,037명의 회원이 가입한 불교계 대표적 공부모임으로 성장했다. 또 능엄주 공부를 위해 개설한 ‘능엄선 카페(cafe.daum.net/nungumsun)’회원 숫자도 1,233명에 이른다. 이외에도 휴대전화를 통한 온라인 모임 회원도 1,115명이나 된다.

 

“지난 10년간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꼽으라고 한다면 2013년 성철 큰스님 열반 20주기에 맞춰 사리탑에서 진행한 삼천배입니다. ‘모든 중생의 행복을 기원하는 삼천배’에 아비라 카페회원만 500명 넘게 참여했습니다. 역대 정진 중 가장 많은 인원이 왔었고 또 큰스님께서 가르친 ‘남을 위한 기도’에 이렇게 많이 동참한 것이 너무나 기뻤습니다.”

 

덕도 거사님은 “10년의 역사 속에서 20여 명에 이르는 출가자를 배출한 것도 큰 자부심이다. 백련암으로 출가하신 분도 있고, 다른 사찰로 출가하셔서 포교현장에서 활동하시는 분들도 적지 않다. 모두가 성철 큰스님의 가르침대로 잘 살고 계신 것 같아 뿌듯하다.”고 전하기도 했다.

 

함께 하는 수행의 즐거움

 

덕도 거사님은 지금도 매일 일과 수행을 하면서 카페 관리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카페에서 보내는 ‘알맹이찾기’와 ‘오늘의 부처님 법문’메일은 회원들에게도 인기다.

‘10년 내공’의 거사님에게 함께 하는 수행의 장점에 대해 물었다.

 

“대중들과 함께 하는 것이 절을 하기가 쉽습니다. 혼자 하면 삼천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또 매달 도반들을 통해 자신의 수행을 점검해 볼 수 있습니다. 공부를 하다 보면 의문점이 생길 때가 있는데 도반들에게 도움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성철 큰스님께서도 ‘공부는 대중과 함께 하라’고 하셨습니다.
이 말씀에는 많은 의미가 있습니다. 꼭 절이 아니어도 정진을 할 때는 도반들과 함께 하면 좋을 것입니다.”

 


덕도 거사와 민제 군은 부자이자 도반이다 

 

곧바로 삼천배 정진의 의미에 대해서도 물었다. 거사님은 거침없이 답을 제시했다.
“먼저, 절을 하면 하심(下心)이 됩니다. 둘째로는, 절은 하면 할수록 참회(懺悔)가 됩니다. 전생부터 수많은 죄를 지어왔기에 참회를 하지 않고는 윤회를 끊을 수 없습니다. 셋째로는, 탐진치 삼독을 제거할 수 있습니다. 성철 큰스님의 법문에서도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우리 마음의 눈을 무엇이 가리고 있어서 캄캄하게 되었는가? 불교에서는 그것을 탐(貪), 진(瞋), 치(癡) 삼독(三毒)이라고 한다. 욕심내고, 성내고, 어리석은 이 삼독이 마음의 눈을 가리고 있는 것이니, 이 삼독만 완전히 제거해 버리면 마음의 눈은 저절로 안 밝아지려야 안 밝아질 수 없다. 그 삼독 중에서도 무엇이 가장 근본이냐 하면 탐욕(貪慾)이다. 탐내는 마음이 근본이 되어서 성내는 마음도 생기고 어리석은 마음도 생기는 것이다. 탐욕만 근본적으로 제거해 버리면 마음의 눈은 자연적으로 뜨게 된다.’


넷째, 절 자체가 수행이 될 수 있습니다. 보통 처음에는 절을 가피를 바라는 기도로 시작하지만, 할수록 수행 그 자체가 됩니다. 우리 몸은 그 자체로 업식 덩어리이므로 몸을 움직이지 않고는 업식 정리가 잘되지 않습니다. 깨끗한 고통으로 더러운 고통을 제거하는 것입니다.”

 

덕도 거사님은 올바른 절 수행법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절은 바른 자세로 해야 한다. 자세를 바르게 하여 절하면 전신운동이 된다. 또 호흡에 맞춰하면 온몸의 혈액순환과 더불어 쉽게 절할 수 있다. 그리고 절은 아침저녁으로 나눠 하면 좋지만 여의치 않으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해도 좋다. 또 절을 하기 싫거나 게을러질 때는 대중정진 모임에 참석해 도반들과 하는 것이 좋다.

 

아비라 카페에는 10년간 수행을 하면서 삼천배를 통해 영험(靈驗)을 느낀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특히 적지 않은 회원들이 꿈에서 성철 스님을 만났다. 절이 잘 안될 때 성철 스님은 어김없이 꿈속에 나타나 ‘수행힌트’를 내려주셨다고 한다. 덕도 거사님 역시 꿈속에서 여러 차례 성철 스님을 만났다.

 

“척수마비가 온 한 회원은 끊임없이 절을 해 더 악화되지 않는 상태까지 호전되었습니다. 암을 가지고 있던 회원 역시 절을 통해 완치에 이르렀습니다. 건강을 회복한 사람들도 있지만 공부를 잘하게 된 경우도 많습니다. 정신지체를 가지고 있던 한 거사님은 오랫동안 절을 하면서 공부를 해 대학과정까지 순탄하게 마쳤습니다. 삼천배를 하면서 사법고시를 비롯해 여러 시험에 합격한 사람은 부지기수 입니다.”

 

아비라 카페가 2004년 11월 처음 삼천배를 할 때 6살의 나이로 참가했던 덕도 거사님의 아들 민제(고선, 古禪) 군은 “절을 하면서 끈기가 생기고 집중력이 좋아져 공부를 할 때 많은 도움이 된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민제 군은 학교에서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만나지 않고도 만난 스승 성철 스님

 

덕도 거사님의 정진에 가장 큰 동기부여가 되는 사람은 바로 성철 스님이다. 직접 친견하지 못했지만 항상 거사님의 마음속에는 성철 스님이 있다.

 

“큰스님은 평생 동안 오로지 철저하게 수행만 하셔서 무상정등각(無上正等覺)을 성취하신 분입니다. 언행일치(言行一致)와 더불어 끝없는 용맹정진을 하셨고 올바른 불교의 정립을 위해 혁신을 실천하셨습니다. ‘부처님 법대로 살자’고 주창하시면서 진행한 봉암사 결사는 앞으로도 한국불교의 바른 좌표가 될 것입니다. 또한 한국불교의 ‘법맥(法脈)’을 제시해 주셨고, 『선문정로』와 『본지풍광』을 통해 한국불교의 나아갈 방향인 바른 수행법과 바른 점검법을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큰스님께서는 깨달음 이후에도 중생들을 위해 일심법(一心法)을 알려주시면서 여러 방편으로 우리가 본래부처임을 철저히 깨우쳐 주려 하셨습니다. 큰스님의 이러한 가르침들은 앞으로도 영원할 것입니다.”

 


가게에서 부인 현일해 보살님과 자리를 함께 한 덕도 거사님 


덕도 거사님은 “‘중도(中道)를 바로 깨닫는 것이 견성이다. 우리는 부처님과 역대 조사스님들의 말씀을 바로 믿고, 바로 배우고, 바로 공부해서 바른 깨달음을 얻어야 한다. 중생이 곧 부처라는 것을 믿고 바로 보고 바로 깨달으면 그가 곧 부처님이다. 바로 믿고 열심히 하기만 하면 누구나 성취할 수 있다’는 큰스님의 가르침은 제가 공부해 나가는 데 지침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성철 스님의 가르침과 평생 도반인 회원들이 있어 정진이 항상 즐겁기만 하다는 덕도 거사님은 아비라 카페를 좀 더 내실 있는 조직으로 만들고 싶어 한다.
“아비라 카페는 전국의 재가자를 위한 수행모임입니다. 지금은 근본도량인 백련암을 중심으로 정진하고 있지만 지역별로 틀이 갖춰지고 안정되면 지회를 만들어 성철 큰스님의 법을 실천할 수 있을 것입니다.”

 

덕도 거사님에게 아비라 카페 운영은 중요한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개인적인 정진도 게을리 할 수 없다. 거사님은 가족과 도반과 함께 꾸준하게 정진을 이어갈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정진은 할 수 있을 때 열심히 해야 합니다. 몇 번의 고비를 겪다보니 나중엔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을 알았어요. 앞으로는 충주 석종사 혜국 스님께 받은 ‘정전백수자(庭前栢樹子)’화두를 일상에서 지속하되 가행정진도 멈추지 않을 것이며 절과 능엄주 독송, 아비라기도도 계속할 것입니다. 현재하고 있는 일과 수행도 평생 해야겠지요. 더불어 제 형편에 따라 이웃을 돕는 일에도 마음을 내고자 합니다.”

 

거사님의 꿈은 소박하면서도 단단했다. 다른 사람들은 다 하지 않아도 거사님은 어디에선가 꼭 하고 있을 것만 같았다. 자리를 정리하는데 거사님이 쪽지 한 장을 내민다. 성철 스님이 대중들에게 내린 ‘삼천배 회향인에게 주는 글’이다. 읽기만 해도 성불(成佛)할 것 같은 법문이었다.

 

“공덕 중에는 중생을 도우는 것이 가장 커서 부처님에게 불공 올리는 것보다 몇 천만 배 비유할 수도 없이 그 공덕이 더 크다고 부처님은 항상 말씀하셨습니다. 그리하여 중생을 도우는 것이 참 불공이라 하였습니다. 나에게 어떤 불행이 오면 남을 위하여 기도하며 행동합시다. 불행의 원인인 업장이 깨끗이 소멸되어 불행은 멀리 가고 행복이 오게 되니 이것이 인과의 근본법칙입니다. 아침마다 백팔예배로써 모든 중생들이 행복하게 해달라고 기도합시다. 마음속에 화두를 잊지 말고 마음 거울을 부지런히 닦아서 중생을 도우는 깨끗한 마음이 되게 합시다. 물질로 몸으로 마음으로 한껏 중생을 도우는 생활을 하여서 참다운 행복의 길을 걸어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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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철주
백련불교문화재단 부장. 현대불교신문 기자,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월간 <불광> 기자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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