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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마당]
수레를 때려야 할까? 소를 때려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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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 필자  /  2023 년 2 월 [통권 제118호]  /     /  작성일23-02-03 10:08  /   조회2,813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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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마당 | 제10회 2023년 새해맞이 만배를 회향하고

 

종학 조여일(전 백련암 거사림회 회장)

 

 성철 대종사님의 열반 30주년을 맞이하는 새해 첫 월요일에 『고경』 담당자로부터 만배 회향 축하 인사를 받으면서 간단하게나마 소회를 적어 보라는 권유를 받았습니다.

 

백련암과 인연

 

제가 백련암에 처음 간 것은 2006년 11월쯤입니다. 한 달 간격으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 당시 백련암에서 법신진언 아비라기도를 해 오고 계셨던 숙부님의 인연으로 백련암에서 두 분의 49재를 모시게 되었습니다.

 

2006년 11월부터 2007년 2월까지 거의 4개월 동안 재에 참석하기 위해 백련암을 오르내렸습니다. 어느 때는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차로는 도저히 백련암까지 올라갈 수가 없어서 지족암 입구에서부터 걸어 올라간 일도 있습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마치 어제 일같이 생생하기만 합니다. 그리고 불자라면 누구나 반야심경을 잘 알고 있겠지만 49재 때에 한 반야심경은 평소와는 달리 가슴에 크게 와닿았습니다.

 

사진 1. 성철 대종사 열반 30주기 기념 새해맞이 만배 참회기도에 동참한 대중들. 2022년 12월 31일 해인사 백련암 고심원. 사진 박우현.

 

그렇게 49재를 마쳐 가는 중인 2007년 정월에 집사람이 아비라기도에 동참하게 되면서 당신은 3천배에 도전해 보라는 권유를 받았습니다. 매월 둘째 주에 3천배를 하고 있던 수미산카페의 일원이 되어 3천배를 하고 불명佛名을 받아든 순간, 저는 너무나 크게 실망하고 말았습니다. 불명이 종학宗學이라니…. 사회에서 흔하디흔한 그저 평범한 이름이었던 것입니다. 아마도 불명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듯합니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 곰곰 생각해 보니, 큰스님께서는 미리 불명을 적어 두셨다가 처음 3천배를 마친 사람들에게 내주신다고 들었는데, 그렇다면 이것은 무슨 의미일까? 그때부터 저의 화두는 큰스님께 받은 ‘삼서근’이 아니라 오히려 제 불명이 화두 아닌 화두가 되었습니다.

 

처음 3천배를 하고 난 뒤 3일 정도 멍한 상태로 생활하다가 ‘이게 뭐지?’ 싶어 바로 셋째 주에 아비라카페의 일원으로 3천배를 했습니다. 두 번째 3천배를 하고도 3일 정도 멍한 상태로 지내다 다시 3천배에 도전했습니다. 지금은 넷째 주에도 3천배를 하는 팀이 있지만 그때는 그런 팀이 없어서 혼자 3천배를 했는데, 2천 5백배까지 하고는 도저히 더 할 수가 없어서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그때 비로소 대중이 함께하는 기도가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습니다.

 

만배 참회기도와 도반의 중요성

 

수미산카페에 동참하여 매월 3천배를 해 오던 2007년 연말에 처음으로 만배에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2007년 12월 31일 새벽 3시부터 혼자 절을 시작했는데, 마침 그날 저녁 7시부터 3천배를 하는 팀이 있어서 마무리 3천배를 무사히 해낼 수 있었습니다. 그때도 혼자 만배를 했었더라면 중도에서 포기하고 말았을 겁니다. 그런데 옆에서 함께 절하는 도반들의 ‘지심귀명례’ 선창은 저를 계속 앞으로 나가도록 밀어주는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결국 만배를 성취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3천배 및 법신진언 아비라기도, 큰스님 열반 추모 7일 7야 8만 4천배 참회법회(2014년부터는 4일 4야 4만 8천배 참회법회)에 참석하며 백련암과 인연을 이어왔습니다. 그러던 중, 백련암의 최잔고목摧殘枯木이 되어야 할 제가 2017년부터 백련암 거사림회의 회장 소임을 맡게 되었습니다. 소임을 맡고 나니 문득 성철 큰스님의 법을 세상에 널리 알리고픈 마음이 일어났습니다. 

 

만배 참회기도를 시작하게 된 사연

 

무엇보다 연말 연초에 대중이 모여서 성철 큰스님께서 말씀하신 “일체중생이 모두 행복하게 해주십시오”라는 가르침에 따라 한 해를 마무리하는 참회기도를 하고 깨끗한 몸과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는 ‘만배 참회기도’를 하면 이보다 더 큰 원력願力이 없겠다 싶어 2016년 연말에 제1회 새해맞이 만배기도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코로나 역풍이 몰아치기 전인 2019년 연말까지 모두 9차례에 걸쳐 만배기도를 했는데, 그중 2018년 4월(제4회)과 2019년 4월(제7회)에는 겁외사 성철스님기념관 2층에서 방생만배기도를 하고, 경호강 맑은 물에 물고기를 방생하며 일체 생명의 소중함을 살피는 방생법회도 봉행했습니다. 

 

코로나 이전까지만 해도 새해맞이 만배 동참 인원이 백여 명을 웃돌아 백련암 고심원과 적광전 두 팀으로 나누어 기도를 했고, 모두 환희심에 가득 차서 기도 성취를 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상황이 나아지지 않아 두 해를 쉬게 되고, 계묘년을 맞이하면서 제10회 새해맞이 만배를 하게 되었습니다. 때마침 2023년 계묘년이 성철 큰스님 열반 30주년이 되는 해라서 만배 타이틀을 ‘성철 대종사 열반 30주기 기념 새해맞이 만배기도’라고 붙이니 더욱 감개무량했습니다. 게다가 저 또한 2022년으로 거사림회 회장 소임도 회향하게 되니 이번 기도가 더욱 가슴에 와 닿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면 열 차례의 만배 기도를 무사히 해낼 수 있었던 것은 제 원력 때문이 아니라 백련암 스님들은 물론 함께 기도에 동참해 온 도반들 덕분임을 절절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이 지면을 빌어 모든 대중에게 다시 한번 두 손 모아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회양선사의 가르침

 

어쭙잖은 글을 마무리하면서 남악회양 선사와 마조도일 스님의 일화를 다시금 가슴에 새깁니다. 선풍을 크게 일으킨 마조스님은 젊었을 때부터 새벽부터 잠들 때까지 묵언정진하며 용맹정진을 하였다고 하지요. 하루는 마조스님이 정진하는 선실 앞마당에서 스승 회양선사가 숫돌에 기왓장을 쓱쓱 갈기 시작했답니다. ‘쓱쓱 싹싹’ 돌 가는 소리가 나도 마조스님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며칠이고 계속되는 소음에 마침내 마조스님이 침묵을 깨고 스승에게 화를 냅니다.

 

“스승님,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보면 모르느냐? 기왓장으로 거울을 만들려고 한다.”

“아니 스승님, 아무리 열심히 간다고 어찌 기왓장이 거울이 되겠습니까?”

“너도 마찬가지다. 꼼짝 않고 앉아만 있다고 깨달을 수 있겠느냐?”

“그럼 어찌해야 합니까?”

“소의 멍에를 수레에 채웠는데 수레가 가지 않는다면 수레를 때려야 하겠느냐, 소를 때려야 하겠느냐?”

 

저는 이 글을 읽으면서 옛날에는 운송 수단이 우마차였지만 지금은 자동차이니 제 몸과 마음도 자동차와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운전을 하다가 차가 멈춘다고 차를 때리는 사람은 없겠지요. 운전수는 차가 멈춰서는 일이 없도록 때가 되면 엔진오일도 갈아 주고 타이어, 밧데리도 갈아 주는 등 상황에 맞춰 차와 소통을 하고 삽니다. 저는 몸과 마음도 이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3천배, 법신진언 기도, 능엄주, 참선 대중기도는 우리의 몸과 마음을 윤택하게 해주고 성철 큰스님께서 늘 말씀하신 영원한 자유와 행복의 길로 안내하는 명확한 지도라고 믿습니다. 

 

사진 2. 새해맞이 만배 회향 응원차 1월 1일 사시예불에 맞춰 백련암을 찾은 필자의 가족과 함께 회주 원택스님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부처님께서도 “나는 단지 고苦로부터의 해탈을 가르친다.”라고 말씀하셨듯이, 만약 괴로움이 없었다면 이 세상에 오시지 않았을 것이고, 괴로움이 없었다면 수행하시지 않았을 것이며, 수행하여 도를 이루었다 해도 설법하지 않으셨을 테지요. 이렇듯 인생에 정답은 없겠지만 생로병사는 누구나 다 통과하는 삶의 여정입니다. 그러나 그 길에서 갈팡질팡 휘둘리지 않으려면 매일의 일과를 통해 몸과 마음을 다잡는 길밖엔 없다고 봅니다. 절과 기도를 통해 스스로를 점검하는 일이야말로 업業를 짊어지고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꼭 필요한 일입니다. 그렇게 108배, 300배, 능엄주 몇 독 등 ‘하루 일과’를 해 나가다 보면 3천배, 만배도 결코 넘사벽이 되지는 않습니다.

 

계묘년 새해를 맞이하였지만 지금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은 결코 녹록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대중이 함께하기에 만배가 가능하였듯이, 우리 모두 마음을 내어 함께 앞으로 나아간다면 희망도 우리와 함께하리라 믿습니다. 모두 행복하시고 성불하시길 두 손 모아 기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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