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예술]
일시에 놓아버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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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수 / 2022 년 7 월 [통권 제111호] / / 작성일22-07-05 10:51 / 조회2,909회 / 댓글0건본문
각자반야刻字般若 17
夢幻空華 何勞把捉
得失是非 一時放却
꿈속 허깨비와 허공의 꽃을
어찌 애써 잡으려 하는가.
얻고 잃고 옳고 그릇됨을
일시에 놓아 버릴지니라.
지난달로 전각篆刻 『반야심경』의 연재를 마치고 잠시 쉬어 갈 겸해서 2013년에 발표했던(반야 개인전) 작품을 올려 봅니다.
화면 가운데의 공空은 마치 미소를 띤 부처의 상을 연상케 하고, 우측 하단에 연꽃 문양은 향기를 자아내는 듯 은은히 표현했으며, 상단에는 전각으로 ‘색불이공 공불이색色不異空 空不異色’ 여덟 자를 새겨 붉은 인주印朱로 압인壓印을 했습니다.
좌측에는 『신심명信心銘』의 글귀를 가져와 문인화에 있어서의 화제畫題의 역할로 삼아 예서隸書와 행서行書의 필의筆意가 있는 목간木簡의 필체로 풀어 놓았습니다.
제작 과정에 있어서 공간空間의 경영經營, 붓질의 완급緩急과 경중輕重, 선질線質의 윤갈潤渴 등을 찰나의 순간에 펼쳐놓는 행위는 작품에 존재하는 격格과 마음에 품고 있는 대 만족감을 얻기 위한 하나의 방편方便들이나 잘 되고 잘 되지 않음을 던져버린 불계공졸不計工拙의 경지가 멀기만 합니다.
이에 저는 『신심명』에 나오는 “꿈속 허깨비와 허공의 꽃을 어찌 애써 잡으려 하는가. 얻고 잃고 옳고 그릇됨을 일시에 놓아 버릴지니라.”라는 승찬스님의 말씀을 마음에 새겨두고 있습니다. 그래도 이 또한 실천하지 못함이 늘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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