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수]
네 가지 바른 노력[四正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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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성스님 / 2022 년 9 월 [통권 제113호] / / 작성일22-09-05 09:37 / 조회5,988회 / 댓글0건본문
사정근四正勤(cattāri sammappadhānāni, Sk. catvāri prahāṇāni)이란 깨달음을 얻기 위한 ‘네 가지 바른 노력’이라는 뜻이다. 삼십칠보리분법三十七菩提分法 가운데 한 부분을 차지한다. 사정단四正斷, 사의단四意斷, 사정승四正勝이라고도 하며, 줄여서 사단四斷이라 부르기도 한다. 사정근四正勤은 빨리어 술어를 번역한 것이고, 나머지 사정단四正斷, 사의단四意斷, 사단四斷은 산스크리트 술어를 번역한 것이다. 사정승四正勝은 비교적 후대에 성립된 문헌에 나타난다.
부지런히 노력하다와 버리고 끊음
빨리어 ‘빠다나padhāna’ 혹은 ‘빠다하나padahana’는 동사 빠다하띠padahati(노력하다, 정진하다)에서 파생된 중성명사로, ‘노력努力’, ‘정근精勤’이라는 뜻이다.(주1) 정근精勤은 게으름 피우지 않고 쉬지 않고 부지런히 힘쓴다는 의미다. 이처럼 니까야에서는 노력이나 정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반면 북전北傳의 산스크리트 문헌에서는 ‘짯뜨와리 쁘라하나니(catvāri prahāṇāni)’ 혹은 ‘짯뜨와리 삼약-쁘라하나니(catvāri samyak-prahāṇāni)’로 나타난다.(주2) 산스크리트어 ‘쁘라하나prahāṇā’는 단斷, 단제斷除, 단진斷盡, 단멸斷滅, 정단正斷, 능단能斷, 소단所斷 등으로 한역했다.(주3) 이처럼 산스크리트 문헌에서는 ‘버리고 끊음[捨斷]’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른바 악惡이나 불선법不善法을 끊어버리고, 선善이나 선법善法을 증장增長 시킨다는 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초기경전인 『앙굿따라 니까야(Aṅguttara Nikāya)』의 「빠다나 숫따(Padhāna-sutta, 勤經)」(AN4:69)와 이에 대응하는 『잡아함경』 제31권 제875경과 제876경, 제877경, 제878경 등을 비교해 보면, ‘사정근四正勤’과 ‘사정단四正斷’의 차이점을 엿볼 수 있다. 「빠다나 숫따」(AN4:69)에 나타난 사정근四正勤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비구들이여, 네 가지 노력이 있다. 네 가지란 무엇인가? 제어의 노력(saṃvarappa= dhāna, 律儀勤),(주4) 끊음의 노력(pahānappadhāna, 斷勤), 수행의 노력(bhāvanappadhā= na, 修勤), 유지의 노력(anurakkhanappadh na, 隨護勤)이다.”(AN.Ⅱ.74)
이 부분을 대림스님은 “단속의 노력, 버림의 노력, 수행의 노력, 보호의 노력”(주5)이라고 했고, 전재성 박사는 “제어의 노력, 버림의 노력, 수행의 노력, 수호의 노력”(주6)이라고 번역했다.
“비구들이여, 제어의 노력[律儀勤]이란 무엇인가? 여기 비구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나쁘고 해로운 법[不善法]들은 일어나지 못하도록 의욕을 일으켜 정진하고 마음을 다잡는다. 비구들이여, 이를 일러 제어의 노력이라 한다.”(AN.Ⅱ.74)
“비구들이여, 끊음의 노력[斷勤](주7)이란 무엇인가? 여기 비구는 이미 일어난 나쁘고 해로운 법들을 제거하기 위해 의욕을 일으켜 정진하고 마음을 다잡는다. 비구들이여, 이를 일러 끊음의 노력이라 한다.”(AN.Ⅱ.74)
“비구들이여, 수행의 노력[修勤]이란 무엇인가? 여기 비구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유익한 법[善法]들이 일어나도록 의욕을 일으켜 정진하고 마음을 다잡는다. 비구들이여, 이를 일러 수행의 노력이라 한다.”(AN.Ⅱ.74)
“비구들이여, 유지의 노력[隨護勤](주8)이란 무엇인가? 여기 비구는 이미 일어난 유익한 법들을 지속하게 하고 사라지지 않게 하고, 증가시키고 충만하게 하고, 닦기 위해 의욕을 일으켜 정진하고 마음을 다잡는다. 비구들이여, 이를 일러 유지의 노력이라 한다.”(AN.Ⅱ.74)
반면 『잡아함경』 제31권 제875경과 제876경, 제877경, 제878경 등에서는 사정단四正斷으로 나타난다.
“사정단이 있다. 네 가지란 무엇인가? 첫째는 단단斷斷이고, 둘째는 율의단律儀斷이고, 셋째는 수호단隨護斷이고, 넷째는 수단修斷이다.”(T1, 221a)
“단단斷斷이란 무엇인가? 이른바 비구가 이미 일어난 악惡이나 불선법不善法을 끊으려는 의욕을 내어, 방편을 써서 꾸준히 노력하고 마음으로 거두어들이는 것을 단단이라 한다. 율의단律儀斷이란 무엇인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악이나 불선법을 일어나지 않게 하려는 의욕을 내어, 방편을 써서 꾸준히 노력하고 거두어들이는 것을 율의단이라 한다. 수호단隨護斷이란 무엇인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선법善法을 일어나게 하려는 의욕을 내어, 방편을 써서 꾸준히 노력하고 거두어들이는 것을 수호단이라 한다. 수단修斷이란 무엇인가? 이미 일어난 선법을 더욱 닦아 익히려는 의욕을 내어, 방편을 써서 꾸준히 노력하고 거두어들이는 것을 수단이라 한다.”(T2, 221a-b)
위에서 인용한 『앙굿따라 니까야』에 나타난 사정근四正勤은 ①율의근律儀勤, ②단근斷勤, ③수근修勤, ④수호근隨護勤의 순서로 되어 있다. 하지만 『잡아함경』에 나타난 사정단四正斷은 ①단단斷斷, ②율의단律儀斷, ③수호단隨護斷, ④수단修斷의 순서로 되어 있다. 그러나 그 내용에는 큰 차이가 없다.
여러 경에 나타난 사정근의 내용과 차이
이상에서 살펴본 사정근四正勤과 사정단四正斷을 요약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이미 일어난 악惡이나 불선법不善法을 영원히 끊어버리려고 노력하는 것[已生惡令永斷]을 끊음의 노력[斷勤] 혹은 단단斷斷이라고 한다. 둘째, 아직 일어나지 않은 악이나 불선법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未生惡令不生]을 제어의 노력[律儀勤] 혹은 율의단律儀斷이라고 한다. 셋째, 아직 일어나지 않은 선善이나 선법善法이 일어나도록 노력하는 것[未生善令生]을 유지의 노력[隨護勤] 혹은 수호단隨護斷이라고 한다. 넷째, 이미 일어난 선이나 선법을 더욱 증가시키려고 노력하는 것[已生善令增上]을 수행의 노력[修勤] 혹은 수단修斷이라고 한다. 이처럼 『앙굿따라 니까야』에 나타난 순서보다 『잡아함경』에 나타난 순서가 더 합리적이고 논리적이다. 이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후대에 성립된 문헌에서는 『잡아함경』에 나타난 순서를 따르고 있다.
「상와라 숫따(Saṃvara-sutta, 律儀經)」(AN4:14)에 나타난 사정근四正勤과 이에 대응하는 『잡아함경』 제31권 제879경에 나타난 사정단四正斷의 구체적인 실천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끊음의 노력[斷勤]이란 이미 일어난 감각적 욕망에 관한 생각, 악의의 생각, 남을 해치고자 하는 생각, 나쁘고 해로운 법[不善法]들을 품지 않고 버리고 제거하고 끝장내고 없앤다.(AN.Ⅱ.16) 이미 일어난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끊으려고 의욕을 내어 방편을 써서 꾸준히 노력하여 거두어들인다.(T2, 221b)
둘째, 제어의 노력[律儀勤]이란 눈·귀·코·혀·몸·뜻으로 형상·소리·냄새·맛·감촉·법을 지각함에 그 표상[全體相]을 취하지 않으며, 그 세세한 부분상[細相]을 취하지도 않는다. 만약 마노의 기능[意根]이 제어되지 않으면 탐욕과 번뇌라는 나쁘고 해로운 법들이 흘러들어올 것이다. 그래서 마노의 기능을 잘 제어해야 한다.(AN.Ⅱ.16) 모름지기 비구는 눈·귀·코·혀·몸·뜻을 잘 단속하고 빈틈없이 다루어 조복을 받고 앞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T2, 221b)
셋째, 유지의 노력[隨護勤]이란 일어난 경이로운 삼매의 표상을 잘 보호한다. 이른바 시체가 썩어가는 것에 대한 인식이다.(AN.Ⅱ.16) 만일 비구가 진실한 삼매의 생각을 잘 보호해 가지면, 이른바 시체가 썩어가는 생각을 닦아 익히고 지켜 보호하여 물러가거나 사라지지 않게 해야 한다.(T2, 221b)
넷째, 수행의 노력[修勤]이란 여기 비구는 근원적으로 숙고하기에 칠각지七覺支, 즉 염각지念覺支, 택법각지擇法覺支, 정진각지精進覺支, 희각지喜覺支, 경안각지輕安覺支, 정각지定覺支, 사각지捨覺支를 닦는다.(AN.Ⅱ.16) 만일 비구가 사념처四念處 등을 닦으면 이것을 수단修斷이라고 한다.”(T2, 221b) 니까야에서는 삼십칠보리분법 가운데 하나인 칠각지를 닦는 것을 수행의 노력이라고 했는데, 아가마에서는 사념처를 닦는 것을 수단이라고 했다. 이것이 서로 다른 점이다.
한편 『증일아함경』 제18권 제1경에서는 “만약 방일하지 않은 비구는 사의단四意斷을 닦는다. 네 가지란 무엇인가? 그것은 비구가 아직 생기지 않은 나쁜 법[弊惡法]은 방편을 구해 생기지 않게 하고, 마음이 항상 멀리 떠나지 않으며, 항상 그것을 없애려고 하는 것이다. 이미 생긴 나쁜 법은 방편을 구해 생기지 않게 하고, 마음이 항상 떠나지 않으며, 그것을 없애려고 하는 것이다. 아직 생기지 않은 착한 법은 방편을 구해 생기게 하고, 이미 생긴 착한 법은 방편을 구해 더욱 늘려서 많아지게 하며 잃어버리지 않고 원만하게 갖추어 닦아 수행하고 마음과 뜻에 잊지 않는 것이다. 이처럼 비구는 사의단을 닦는다. 그런 까닭에 비구들이여, 너희들은 방편을 구해 사의단을 닦아야 한다.”(T2, 635b) 이 경에서는 율의단律儀斷, 단단斷斷, 수단修斷, 수호단隨護斷의 순서로 되어 있다.
각주)
1) 水野弘元, 『パ-リ語辭典』 二訂版, 東京: 春秋社, 1981, p.169.
2) 鈴木學術財團 編, 『漢譯對照 梵和大辭典』 新裝版, 東京: 講談社, 1985, p.1438.
3) 鈴木學術財團 編, 위의 책, p.882.
4) 남전대장경에서는 방호근防護勤으로 번역했다(南傳 18, p.127). 빨리어 saṃvara는 방호防護, 율의律儀, 섭호攝護의 뜻이 있기 때문이다.
5) 대림 옮김, 『앙굿따라 니까야』 제2권, 초기불전연구원, 2006, p.201.
6) 전재성 역주, 『앙굿따라니까야』, 제4권, 한국빠알리성전협회, 2007, p.194.
7) 빨리어 ‘빠하나pahāna’는 버림[捨]과 끊음[斷]의 뜻이 있다. 이 경우에는 악惡이나 불선법不善法을 끊어버려야 한다는 뜻이기에 필자는 ‘끊음의 노력(pahānappadhāna, 斷勤)’으로 번역했다.
8) 빨리어 ‘pahānappadhāna’를 ‘수호의 노력’, 혹은 ‘보호의 노력’으로 번역하지만, 이 경우에는 이미 일어난 선善이나 선법善法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뜻에서 필자는 ‘유지의 노력(endeavor of Maintain)’으로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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