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 큰스님 추모 기사]
나를 찾아가는 禪의 空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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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 필자 / 1998 년 9 월 [통권 제11호] / / 작성일20-05-06 08:33 / 조회11,964회 / 댓글0건본문
최재은 / 설치미술작가
성철스님 사리탑 작업을 하면서 본인은 그분의 정신세계로부터 기고(奇古)의 청결과 아름다움을 전달받았다. 그 아름다움은 매우 근원적이면서도 잔잔히 확산되어 가는 무한성과 함께 시간의 영원함을 느끼게 하였다. 나아가 인격적 존엄성을 바탕으로 올곧고 청빈하셨던 삶과 수행 그리고 중생을 향한 자비의 실현이 본인에게도 그대로 전달되는 듯한 정신적 체험이 가능하였다.
이 체험들을 통하여 발견된 것은 무언(無言)의 형태이며, 그분에게는 어떠한 설명이나 상징성도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따라서 성철스님 사리탑 작업은 최소한의 표현을 작업의 기본개념으로 하고 본인의 개인적 감정과 주관성을 가능한 배제시킨 작업이다.
무표정한 형태 속에서 드러나는 작품의 느낌은 본인에게 있어서 청결한 生命의 時間과도 같은 것이다. 형태는 불교에서 말하는 우주의 결정체이자 진리의 상징으로 이해되는 원을 기본으로 하는데, 이것은 원(圓)․구(球)․반구(半球) 등을 기본개념으로 하고 있으며, 형태를 구성하고 있는 요소들은 수평감과 각 형태들 간에 상호보완적 구조를 갖추고 있다. 여기에서 수평적 구조는 무한성을 상징한다.
다행히 성철스님 사리탑이 설치된 공간은 소우주와도 같은 가야산 속의 아늑한 공간으로서 이상적인 지리적 조건을 가지고 있다. 이곳은 상․하단으로 분리된 장소로서 하단에는 공간을 두고 상단에 사리탑이 세워져 있다.
사리탑은 상단의 중심에서 약간 어긋난 곳에 두었고, 주위에는 직경 24m의 원형 참배대를 설치하여 참배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참배대는 높이 18~60㎝에 1.1%의 부드러운 경사를 가지고 있으며, 매우 동적인 형태를 갖추고 있다. 참배대 안에는 3단으로 구성된 정사각형 기단이 있고, 중앙 상부에는 부도가 세워졌는데, 부도는 약간 크기가 다른 2개의 반구(半球)로 되어 있고, 그 위에는 구(球)가 꽃봉오리처럼 솟아 있다.
부도와 기단은 서로 안정된 분위기를 갖고 있으나 주위의 원형 참배대와는 동적인 관계성을 유지하고 있다. 이것들의 소재는 돌로 되어 있는데, 이 돌들은 중량감을 탈피하고 예민한 선들을 중요시하였다. 두 개의 반구(半球) 위에 놓여진 구(球)는 부채꼴 모양의 뒷뜰로 날아갈 것만 같은 가벼운 느낌을 주기도 한다.
사리탑의 형태는 기본적으로 전통적인 부도 형태를 응용하였으나 현대적 조형방식으로 표현된 극히 단순한 미니멀적 표현이라 하겠다. 그러나 이것에는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도 하고 특히 성철스님의 정신세계를 위주로 표현하였다고 생각된다.
이와 같이 정리된 성철스님 사리탑 공간은 참배대 정면 위에서 참배를 할 때 비로소 자기를 중심으로 하여 확산되는 원의 의미를 느낄 것이다. 단순한 원들의 형태 속에서 나 자신이 흡수되고 있는 것을 느낄 것이며, 겹겹이 싸여진 공간은 우주 속에 존재하는 나 자신을 생각할 수 있으리라.
작가는 이 장소를 ‘나를 찾아가는 禪의 空間’이라고 설명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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