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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듣는 가야산 사자후]
보수스님의 첫 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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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스님  /  1998 년 3 월 [통권 제9호]  /     /  작성일20-05-06 08:36  /   조회8,637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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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력 도끼와 번개 칼은 빛이 번쩍이고 소리는 우르릉 하니
하늘과 땅이 거꾸로 뒤집어지고 해와 달이 거꾸로 간다.
임제와 덕산은 혼이 날아가며 정신이 흩어지고
조주와 운문은 담이 떨어지고 간이 찢어진다.
봉황새는 꽃을 물고 하늘로 돌아가고
기린은 달을 타고 앞 시내를 지나간다.
호장삼과 흑이사가 수놓은 비단 장막 속에서 문득 서로 만나니
말해 보라, 서로 만난 일이 어떠한가?

 

반가이 서로 만나니 원래 옛 친구라
와서 조주차를 마셔도 무슨 방해 있으리오.

 

고칙

보수(주1)스님이 개당하는 날, 삼성스님이 중 하나를 밀어냈다. 보수스님이 때리니 삼성스님이 말하였다.
"그대가 이렇게 사람을 위한다면 이 중의 눈만 멀게 할 뿐 아니라 진주 성안 사람들의 눈도 모두 멀게 하겠구나."
그러자 보수스님이 문득 법상에서 내려왔다.

 

해설

임제스님의 제자 되는 이에 보수라는 스님이 있었는데, 그 보수스님 제자에 또 2세 보수스님이 있었습니다. 지금 여기의 보수는 임제스님의 손제자 되는 2세 보수스님입니다. 그 스님이 조실이 되어서 상당법문을 하려고 법상에 턱 올라앉으니 임제스님 제자가 되고 또 2세 보수스님의 사숙 되는 삼성스님이 웬 스님 하나를 데리고 나와서 보수스님 앞에 세우니 그만 보수스님이 몽둥이로 그 스님을 때렸습니다. 그랬더니 삼성스님이 소리를 지르며 이렇게 야단을 치니 보수스님이 갑자기 법상을 내려가 버렸다는 것입니다. 보통 겉으로 본다면, 스님을 내세우니 스님을 때려 주었다, 잘못한다 그 말입니다. 그러자 삼성스님이 그런 법을 쓴다면 이 스님만 눈멀게 하는 것이 아니라 진주 사람 전부를 눈멀게 한다고 야단을 쳤어요. 겉으로 볼 때는 크게 꾸짖는 것입니다. 꾸짖으니까 보수스님이 썩 물러나 법상을 내려왔다는 것입니다. 결국 겉으로 볼 때는 보수스님이 사숙 되는 삼성스님에게 크게 당하고 얼른 자리를 물러났다고 할 것입니다.

 

착어

한 개의 관 속에 두 개의 송장이로다

 

고칙

위산 철(주2)선사가 염하였다.
"보수는 흡사 대궐 안의 천자가 조칙을 바로 시행함과 같고, 삼성은 싸움터의 장군이 명령을 바로 내림과 같다. 도리어 성명을 아끼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나와서 노승과 서로 만나 불평한 일을 결단하리라."

한참 묵묵한 후에 말씀하셨다.
“막야검을 비껴들고 바른 명령을 온전히 행하니 태평한 천하에 어리석고 둔한 놈을 베어 죽인다."

 

해설

위산 철스님은 보수스님이 법 쓰는 것은 천하를 다스리는 천자가 천하에 바른 법령을 내리는 것과 같고, 삼성스님은 국경 밖에서 천자의 영을 잘 받들어서 싸우는 것과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리하면 앞의 보기와는 영판 틀리는 말씀인 것입니다. 아까는 스님을 몽둥이로 때린 것은 스님을 눈멀게 하는 일이라고 꾸짖었는데, 철선사는 보수가 스님을 몽둥이로 때리는 것은 천자가 영을 내리는 것과 같고 삼성이 꾸짖는 것은 천자의 영을 받아서 국경 밖에서 잘 활용하는 것과 같다고 했습니다. 이 뜻을 바로 알아야만 진주 성안의 모든 사람의 눈을 멀게 한다는 그 뜻을 바로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 목숨을 아끼지 않는 중이 있느냐. 그런 중이 있거든 나와서 서로 만나서 잘못된 일이 있으면 바로잡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입니다.

 

착어

눈멀었다.

 

고칙

원오 근 선사가 염하였다.
"보수는 흡사 독룡이 바다를 뒤집으니 비가 동이 물을 쏟는 듯하고, 삼성은 비록 우뢰 소리가 푸른 하늘에서 떨치나 아직 무서운 빛을 반도 도와주지 못함과 같다. 그 가운데 바로 알아듣는 이 있으면 다만 진주 성안 사람들의 눈만 멀게 할 뿐 아니라 천하 사람들의 눈도 멀게 하리라."

 

해설

원오스님은 보수스님을 마치 무서운 용이 바다를 두루 뒤집으니 비가 우주를 덮듯이 쏟아지게 하는 것과 같고, 삼성스님은 뇌성벽력을 쳐서 장단을 맞추기는 맞추는데 보수스님이 법을 쓰는데 반도 또는 삼분의 일도 십분의 일도 그 위엄을 도와주지 못한다고 하였습니다. 이것도 또 반대되는 말입니다. 이제 이런 말을 바로 알아야만 합니다. 그 중에 혹 하나이든지 반이든지 이 법문을 바로 알아듣는 이가 있을 것 같으면 그 사람도 진주 성안의 모든 사람들의 눈을 멀게 하는 것이 아니라 천하 사람의 눈을 다 멀게 할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착어

눈멀었다.

 

고칙

송원(주3)선사가 상당하여 이 법문을 들어 말하였다.
"무릇 종문의 법을 붙들어 세우려면 모름지기 종문의 바른 눈을 갖추고, 팔꿈치 뒤에 신령한 부적을 달아야 한다. 두 큰스님이 한가롭게 하나는 밀고 하나는 당겨서 임제의 심수(心髓)를 밝히니, 성명이 온통 이 중의 손아귀 안에 쥐어있음을 알지 못하니 그 누가 가려낼 수 있겠느냐? 예전에는 불을 찾다가 연기까지 얻었더니 오늘은 샘물을 길어 달을 지고 돌아오노라."

 

해설

어찌 이마에 눈이 있는 사람이 있으며 팔 밑에 부적이 있는 사람이 있겠습니까. 이것은 확철히 깨친 사람을 표현하자니 하는 말입니다. 두 큰스님이 하나는 밀고 하나는 당겨서 문득 임제스님의 지극한 마음, 임제의 정법, 임제의 골수를 밝혔다는 말입니다. 이것도 말을 가만히 보면 좀 틀립니다. 삼성이 보수가 방망이 쓰는 것을 보고 눈멀게 한다고 했는데, 어째서 이 송원스님은 임제의 골수를 밝혔다고 말했느냐 말입니다. 이렇게 보아야 실제로 바로 보는 것입니다. 그러면 이 뜻을 바로 밝힐 사람이 있느냐. 이것은 참으로 뜻이 깊어서 바로 깨치지 못할 것 같으면 말만 따라가서는 그 근본 뜻을 영원히 모르는 것입니다. 옛날에는 불을 찾다가 불만 찾아도 다행인데 연기까지 얻었고, 오늘날에는 샘물을 길어 오는데 물그릇에 달이 턱 비춰서 달까지 지고 돌아온다는 것입니다. 이 말씀을 바로 알면 위 법문 전체를 바로 알 수 있는 것입니다.

 

착어

눈멀었다.

 

고칙

상방 익(주4)선사가 말하였다.
"마조가 한번 고함침에 백장이 사흘 동안 귀먹고, 보수가 영을 시행함에 진주 성안 사람들의 눈이 멀었으니, 대기대용은 빠른 우뢰 같아서 멈추지 못하고, 한번 노래하고 한번 장단침은 깎아지른 벼랑 같아서 밟지 못한다. 바로 이런 때를 당하여 삼세의 모든 부처님은 옆에서 볼 뿐이요, 육대의 조사는 증명할 분수가 있다."

 

해설

대기대용은 아주 빠른 번개 같아서 도저히 따라갈 수 없고, 또 하나는 노래 부르고 하나는 장단을 치고, 하나가 장단을 치면 하나가 노래 부른다. 이것은 천길만길이나 되는 절벽과 같아서 디디고 설 수가 없으니 바로 이럴 때는 3세의 부처님도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고 육대의 조사도 옆에서 증명해 줄 뿐이라고 찬탄을 했습니다.

 

착어

눈멀었다.

 

고칙

옥전 연(주5) 선사에게 어떤 중이 물었다.
"삼성이 말하기를, "'렇게 사람을 위한다면 진주 성안 사람들의 눈을 멀게 한다'하니 무슨 뜻입니까?"

"비단 위에 꽃을 한 겹 더 펴도다."

 

해설

연선사는 원오선사의 조카 상좌 되는 분입니다. 보통 볼 것 같으면, 남의 눈을 멀게 하였다고 욕을 했는데 왜 이 스님은 비단 위에 꽃을 첩첩이 쌓아 놓았다고 이렇게 말하느냐는 것입니다. 여기에 아주 깊은 뜻이 있으니 이것을 바로 알아야 합니다.

 

착어

눈멀었다.

 

착어

대중들이여, 산승이 연달아 다섯 번 "눈멀었다"고 했으니 필경 어느 곳에서 떨어졌는가?

(한참 묵묵한 후에 말씀하였다.)

 

벽락을 쳐서 여니 소나무 천척이요
홍진을 절단하니 물은 한 시내로다.

 

해설

내가 지금 다섯 큰스님의 법문을 인용하면서 '눈멀었다'고 했습니다. 눈 뜬 종사는 없고 전부 눈먼 종사뿐이라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결국 이 '눈멀었다' 하는 것이 어느 곳에 떨어져 있느냐는 말입니다. 이 게송의 뜻을 바로 알면 앞의 법문 전체의 뜻을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억!

 

주)

1) 보수(保壽): 당나라 스님. 임제종 스님으로 남악의 6세 손이다.
2) 위산 철: 『선문염송집』에 그 이름이 나오나 생몰이나 전기는 알려져 있지 않다.
3) 송원 숭악(1132~1202): 임제종 양기파 스님으로 남악의 18세 손이다.
4) 상방 일익: 송나라 스님. 임제종 양기파 스님으로 남악의 13세 손이다.
5) 옥전 종련: 송나라 스님. 임제종 양기파 스님으로 남악의 16세 손이다.

 

 


 

 

사자후원문 : 保壽開堂

 

시중 

霹靂斧와 雷電劒이 光閃閃聲轟轟하니 乾坤이 倒覆하고 日月이 逆運이로다 臨濟德山은 魂飛魄散하고 趙州雲門은 喪膽裂肝이라 鳳凰은 啣花歸 漢하고 麒麟은 乘月過前溪로다 胡張三黑李四가 錦繡帳裏에 驀相逢하니 且道하라 相逢事作 生고


傾蓋相逢에 元故舊라 何妨來喫趙州茶리오

고칙
保壽開堂에 三聖이 推出一僧하니 壽便打어늘 聖이 云 恁 爲人이면 非但 却者僧眼이요 却鎭州一城人眼去在로다 壽便下座하니

착어
一箇棺材에 兩箇死漢이로다

고칙
山喆이 拈호대 保壽는 大似 中天子勅正行이요 三聖은 塞外將軍令正擧로다 還有不惜性命者 아 出來與老僧相見하야 要斷不平之事로다 (良久云) 橫按 全正令하니 太平 宇에 斬痴頑이라하니

착어
一箇棺材에 兩箇死漢이로다

고칙
圓悟勤이 拈호대 保壽는 大似毒龍이 攪海에 雨似傾盆이라 三聖이 雖雷振靑 하나 亦未助得威光一半在로다 中에 有 直下承當하면 非但 却鎭州一城人眼이요 却天下人眼去在라하니

착어
一箇棺材에 兩箇死漢이로다

고칙
松源이 上堂에 擧此話云 大凡扶竪宗乘은 須具宗門正眼하고 懸 後靈符니라 二尊宿이 等閑에 一 一 하야 便乃發明臨濟心髓하나 只是不知性命이 摠屬在者僧手裏니 還有人이 檢點得出 아 昔年엔 覓火和煙得이러니 今日에 泉帶月歸라하니

착어
一箇棺材에 兩箇死漢이로다

고칙
上方益이 云호대 馬祖一喝에 百丈이 三日耳聾하고 保壽令行에 鎭州一城人眼 하니 大機大用은 如迅雷不可停이요 一唱一提는 似斷崖不可履이로다 正當恁 時에 三世諸佛은 只可傍觀이요 六大祖師는 證明有分이라하니

착어
一箇棺材에 兩箇死漢이로다

고칙
玉泉璉이 因僧問호대 三聖이 道恁 爲人하면 却鎭州一城이라하니 作 生고 璉云 錦上 花又一重이라하니

착어
一箇棺材에 兩箇死漢이로다
大衆아 山僧이 連下五 字하니 畢竟落在什 處오
(良久云)


衝開碧落松千尺이요 裁斷紅塵水一磎로다
(喝一碣하고 下座하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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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스님
성철스님은 1936년 해인사로 출가하여 1947년 문경 봉암사에서 '부처님 법대로 살자'는 기치를 내걸고 ‘봉암사 결사’를 주도하였다. 1955년 대구 팔공산 성전암으로 들어가 10여 년 동안 절문 밖을 나서지 않았는데 세상에서는 ‘10년 동구불출’의 수행으로 칭송하였다. 1967년 해인총림 초대 방장으로 취임하여 ‘백일법문’을 하였다. 1981년 1월 대한불교조계종 종정에 추대되어 “산은 산, 물은 물”이라는 법어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1993년 11월 4일 해인사에서 열반하였다. 20세기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인물이자 ‘우리 곁에 왔던 부처’로서 많은 사람들의 추앙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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