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명청 선어록]
『지월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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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귀 / 2020 년 6 월 [통권 제86호] / / 작성일20-06-22 16:38 / 조회8,235회 / 댓글0건본문
김호귀
1. 개요
『지월록』은 명明의 나라연굴那羅延窟 학인學人 구여직瞿汝稷 반담槃談이 편찬하였고, 만력 30년(1602)에 성립되었다. 선종의 전등상승傳燈相承을 중심으로 한 불교통사佛敎通史의 성격을 지닌 문헌이다. 수록의 범위는 선종의 전등사서에서 논의하고 있는 칠불을 비롯하여 송대 융흥연간(1163-1164)을 하한선으로 삼았는데, 마지막 2권에는 대혜종고의 어록을 수록하고 있다. 후에 청대 융희 18년(1679)에 악독섭선樂讀聶先이 이것을 계승하여 『속지월록續指月錄』 21권 및 『목록目錄』 1권을 편집하였는데, 융흥 2년(1164)부터 원대 및 명대까지 취급하였다. 『지월록』은 권20 말미에 다시 『속지월록존숙집續指月錄尊宿集』을 두어 61명의 선사에 대한 기록을 수록하고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과거칠불로부터 육조 이하 제16세에 해당하는 야보도천冶父道川을 거쳐 제17세에 해당하는 대혜종고大慧宗杲 에 이르기까지 각 세대별로 구분지어 나열하고 그 법어를 수록하였다. 이 또한 전법상승의 당위성을 강조한 것으로 선종의 법계의식이 강하게 노출되어 있다. 『지월록』이라는 제명題名에 대해서는 저자인 반담의 원서原序에 의하면, 본래는 『수월재지월록水月齋指月錄』이었다. 여기에서 수월水月은 환幻의 의미이고, 지월指月은 8-9세기 당나라 때의 선사인 반산보적 盤山寶積의 말에서 따온 것으로 곧 마음의 달이 높이 떠서 그 광명이 만상을 비춘다[心月孤懸光吞萬象]는 의미임을 제시하였다. 본서를 판각에 붙이면서 오군吳郡의 엄징嚴澂이 전년前年인 만력 29년 신축년(1601) 8월 3일에 쓴 발원문[刻指月錄發願偈]이 붙어 있다.
2. 성격
『지월록』의 편찬자인 구여직(1548-1610)은 임제종 선사이다. 자字는 원립元立이고 상숙현常熟縣 출신이다. 아버지 음蔭은 글에 뛰어나 관료가 되었기 때문에 아버지의 부임지를 따라서 황주부黃州府로 옮겨서 살았다. 장로長蘆의 염운사鹽運使였던 원립은 관동명管東溟에게 수업하여 학문이 내전과 외전에 통달하였다. 경산에서 대장경이 판각되던 때에 원립은 문도文導가 되어 이론異論이 잇을 때마다 해결하여 대중의 신망을 받았다.
임제종의 선사였던 까닭에 자신의 종파에 대한 신념으로 가득하여 『지월록』에서 마지막 제31권 및 제32권에는 대혜종고의 어록을 담아둔 것은 법맥에 대한 구여직 자신의 애정을 드러낸 것이었다. 한편 구여직은 『지월록』의 맨 앞에 붙여둔 그의 서문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하였는데 오늘날에도 널리 회자되고 있다.
“만물 가운데 태어나 사람의 몸을 얻는 것, 사람 가운데서도 대장부, 대장부로서 독서할 줄을 아는 것, 책 가운데서도 불서[竺墳]를 아는 것, 불서 가운데서도 선종[宗門]의 불서를 아는 것이야말로 마치 설산에 살고 있는 소의 젖을 짜서 우유[乳]를 얻고, 다시 그 우유에서 낙酪을 얻으며, 낙에서 생소生酥를 얻고, 생소에서 숙소熟酥를 얻으며, 숙소에서 제호醍醐를 얻는 것에 해당한다. 만약 좋아하는 다른 것이 있다고 해도 변하지 않는다.”
참으로 선문헌에 대해 구여직 자신이 얼마나 진지하고 대단한 자긍심을 지니고 있었는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 만큼 구여직은 『지월록』을 편찬하면서 옛날의 전등사서에서 내용을 발췌하여 그대로 수록하는 것이 그치지 않고, 자신의 견해를 덧붙이고 있어서 일종의 주해서와 같은 역할을 보여고 있다. 곧 과거칠불로부터 송대 대혜종고에 이르기까지 제조사의 게송, 보설普說, 기봉機鋒 및 어구語句 등을 조합시켜서 기록하였다.
한편 구여직 반담의 원서原序 다음에 붙어 있는 엄징嚴澂의 발원문은 『지월록』의 누각鏤閣에 붙인 것[刻指月錄發願偈]으로 불법에 대한 지극한 염원이 잘 드러나 있음을 볼 수가 있다. 여기에는 『지월록』이야말로 제명 그대로 불법에 대한 올바른 지남이라는 것을 찬탄한 것이 엿보이는데, 다음과 같다.
불전[釋典]에는 비록 종宗과 교教의 두 갈래의 길이 있다. 세존께서는 ‘나는 49년 동안 세간에 머물렀지만 일찍이 한마디도 설법한 적이 없다.’고 말씀하셨는데, 어느 교敎인들 종宗이 아니겠는가. 선종[宗門]을 돌아보건대 반드시 진실한 깨침에 의지해야지 털끝만큼도 거짓을 용납해서는 안 된다. 옛적의 존숙들을 살펴보면서, 수십 년 동안 마음에만 담아두었다가 인생의 종말에 이르러 명안종사明眼宗師로부터 단련을 받고 나서야 바야흐로 깨침을 열었던 경우가 많았다. 그런즉 깨침을 어찌 쉽게 말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깨친 이후에도 계戒를 받들어 더욱더 정진하고 또한 허물을 점검하며 면밀하게 지내야 한다. 심지어 다리가 부러진 솥만 가지고 있어도 입산하여 연마해야 한다. 진정으로 깨친 사람의 기상이 이와 같았다. 그러니 어찌 법을 아는 사람을 두려워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요즈음에는 문 밖에만 나가면 곧 이미 증득했다고 말하면서 불조를 꾸짖고 방탕하고 검소하지 않으며 명성과 재물에 관심을 두고 일반인들처럼 살아가면서 우아한 언어유희를 일삼는 사람이 많다. 분명히 일세를 속이는 짓거리이다. 아! 세상을 속이고 자신을 속이고 있구나. 날마다 수염과 눈썹이 빠지고, 피를 머금어도 뱉을 곳이 없다. 어찌 종문의 종지에 대하여 죄업의 과보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게송으로 말한다.
세간에서는 죄를 뉘우치고 복을 짓는데 世皆懺罪造福
나 또한 복을 지어 저 죄를 소멸한다네 我亦作福滅罪
잘 생각해보면 전해오는 법보가 있어서 惟有流傳法寶
부처님 혜명을 계승하는 것이 최고라네 續佛慧命為最
바라건대 저 이제부터 세세생생에 걸쳐 願我生生世世
미혹에 빠지지 않고 바른 길 찾아 닦고 不迷正路修行
그대로 불보리의 뛰어난 과보를 취하여 直取菩提上果
사바세계 널리 법계 중생을 제도하려네 徧度法界眾生
또한 바라건대 일체의 중생도 각오하여 還願眾生覺悟
수행으로 미혹하지 않고 올바른 길에서 修行不迷正路
달을 가리켜주는 손가락 방향에 의지해 聊憑標月指頭
구름 걷히고 활짝 나온 달 바로 보아서 正見雲開月露
자성의 바다 가운데서 마음대로 노닐며 逍遙性海之中
바로 그 자리에서 부처님과 똑같아지면 當體與佛全同
마침내 숙세의 습기를 일거에 제거하고 逐一銷除夙習
점차 피안에 이르고 수미봉에 오르려네 次第到岸登峰
결단코 인과의 법칙을 부정하지 말지니 慎勿撥無因果
끝이 없는 윤회세계에 허물만 초래하네 莽莽蕩蕩招禍
살생 투도 사음 거짓 다 없애지 못하여 殺盜婬妄不除
어찌 지옥에 떨어지는 과보 벗어나리요 豈得泥犂免墮
여기에 깨달음으로 향하는 한마디 있어 還有向上一言
머리 위엔 푸른 하늘이 훤히 열려 있네 頭上便是青天
가을날 달빛이 오동나무 두루 적셔주고 秋月梧桐滴露
따스한 봄바람에 버들은 안개 머금었네 春風楊柳含烟.
3. 구성
전체적으로 수록된 내용은 항목에 보이는 인물은 불조佛祖 651명이고, 『화엄론』, 『금강경』, 『문수소설반야경』, 『원각경』, 『능가경』, 『유마경』,『능엄경』, 『법화경』 등 여덟 편에 대하여 염송拈頌을 붙였고, 『대혜어요』 1권이 마지막에 고스란히 수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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