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및 특별서평]
설잠의 「화엄일승법계도주」 자세히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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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화 / 2019 년 7 월 [통권 제75호] / / 작성일20-06-26 14:27 / 조회7,770회 / 댓글0건본문
박성화 | 담앤북스 · 현대북스 편집부장
지난해 『대방광불화엄경』 81권을 완역해 현대불교사에 한 획을 그은 무비 스님은 뒤이어 불자들의 『화엄경』 공부를 돕기 위한 또 하나의 친절한 강설집講說集을 냈다. 도서출판 담앤북스(대표 오세룡)에서 출간된 『무비 스님이 풀어 쓴 김시습의 법성게 선해禪解』가 그것으로, 『화엄경』의 본뜻을 축약한 「법성게」를 우리말로 풀어냈다.
해동화엄의 초조 의상義湘 대사는 화엄경을 공부하고는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뜻을 간추려 210글자로 표현하였다. ‘법성원융무이상法性圓融無二相’에서 시작하여 ‘구래부동명위불舊來不動名爲佛’로 끝나는 7언言 30구句의 게송으로 법계연기사상法界緣起思想의 요체를 서술하였는데, 그것이 법성게이다. 여기에 그림을 더하여 보충한 것이, 불자들이 흔히 몸에 부적처럼 지니거나 벽에 걸어 놓는 「화엄일승법계도華嚴一乘法界圖」이다. 이 「화엄일승법계도」를 매월당 김시습(설잠 스님)이 주해를 내고 서문을 써서 법계도의 사상을 설명했는데 그것이 『화엄일승법계도주華嚴一乘法戒圖註』이다. 조선시대의 천재 학자이자 생육신으로 유명한 김시습(金時習, 1435~1493, 설잠 스님)은 의상 대사의 「화엄일승법계도」를 두고 후대 사람들이 표면적인 교리해석에 치우치자 “동토의 의상 법사가 처음 이 그림을 만든 것은 삼세간과 십법계의 장엄하고 다함이 없는 뜻을 나타내어 몽매한 사람을 인도한 것이다. 전문의 구학이 거듭 부연하고 유포하여 변기와 녹초가 세간에 두루 가득하게 되었으니, 왕자로 탄생하였으나 이미 서 인이 된 것이다.”라고 탄식하며, 기존의 교학적 해석과 달리 선리禪理로 해석했다. 「법계도」 30구의 구마다 주註를 달았으며 「증도가」, 『벽암록』 등 선미禪味가 풍기는 선어禪語로 착어하였다. 『화엄일승법계도주』를 알기 쉽게 우리말로 풀고 강설한 것이 『무비 스님이 풀어 쓴 김시습의 법성게선해』이다.
무비 스님은 「법성게」 가운데 ‘능입해인 삼매중’에 대한 기존의 오류를 바로 잡으며 확실하게 정리를 내렸다. “‘능입해인삼매중能入海印三昧中 번출여의부사의繁出如意不思議’로 이어져 ‘능히 해인삼매 가운데 들어가서, 마음대로 부사의한 경계를 무한히 만들어 낸다.’”로 풀이하며 “능입能入이 능인能人이라고 되어 있는 곳이 많다. 언제부터인가 한번 잘못 표기하게 되니 그것이 그렇게나 고쳐지지 않고 세상에 파다하게 퍼져 나갔다. 다음 구절인 번출繁出이라는 말과 서로 대칭을 이루는 것만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는 말이다.”라고 설명을 덧붙이며 「법성게」의 모든 구절에 대해 자세하고 세밀하게 해설해 놓았다.
예를 들면 이렇다. “‘제법부동본래적諸法不動本來寂, 모든 법은 움직이지 아니하여 본래부터 고요하도다.’ <강설> : 이 이치는 묵묵히 스스로 계합할 뿐이요, 움직이지 않는다느니 본래부터 고요하다느니 하는 표현들은 처음부터 큰 모순을 뒤집어쓰고 하는 말이다. 흙이 잔뜩 묻은 걸레로 깨끗한 방을 청소하려는 격이며, 건강한 피부를 긁어서 상처를 내는 일일 뿐이다. … 그러나 어찌하랴. ‘모든 법은 움직이지 아니하여 본래부터 고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려는 방편을 쓰지 아니하면 그나마 아무것도 모르는 것을. 그래서 ‘어리석은 사람 앞에서 꿈을 말하지 말라’라고 한 것이다. 어리석은 사람에게 꿈 이야기를 잘못 하면 그 꿈이 꿈이 아니고 사실인 줄 알아듣고는 동네방네 퍼뜨리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방 밖에 호랑이가 왔다는 말을 듣고 울음을 그치는 아이들도 있으니 말이다.” (pp.79-80)
1958년 출가한 무비 스님은 범어사 강주, 은해사 승가대학원장, 대한불교조계종 교육원장, 동국역경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2018년 5월에 수행력과 지도력을 갖춘 승랍 40년 이상 되는 스님에게 품수稟授 되는 대종사 법계를 받았다. 현재 부산 문수선원 문수경전연구회에서 150여 명의 스님과 300여 명의 재가 신도들에게 『화엄경』을 강의 중이다. 다음 카페 ‘염화실’(http://cafe.daum.net/yumhwasil)을 통해 ‘모든 사람을 부처님으로 받들어 섬김으로써 이 땅에 평화와 행복을 가져오게 한다’는 인불사상人佛思想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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