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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리와 사상]
별의 진화와 불생불멸의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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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형진  /  2020 년 7 월 [통권 제87호]  /     /  작성일20-07-20 15:07  /   조회7,288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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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형진 / 교려대 교수 

 

  진화라는 단어를 들으면 우리는 먼저 생명의 진화를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진화하는 것은 생명뿐이 아니다. 우리에게 영원한 것처럼 보이는 항성恒性도 진화한다. 항성의 진화를 통해 불생불멸의 연기를 살펴보자.

 

삼천대천세계

 

  우리가 밤하늘에서 볼 수 있는 천체는 스스로 빛을 내는 항성(별, star), 항성 주위를 도는 행성(떠돌이별, planet), 행성 주위를 도는 위성satellite으로 나뉜다. 별은 핵융합반응을 통해 스스로 빛을 낸다. 태양은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별이며 태양계solar system의 중심에 위치한다. 표면 온도가 6천도 정도이고, 원자력과 지열을 제외한다면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에너지는 태양에서 온다. 태양계에는 8개의 행성과 혜성과 수많은 소행성이 태양 주위를 공전한다. 그리고 지구 주위를 도는 달과 같이, 커다란 행성 주위에는 위성이 존재한다.

 

  현재 관측할 수 있는 우주의 영역에는 약 이삼천 억 개의 은하galaxy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각각의 은하 안에는 평균적으로 이삼천 억 개의 별이 존재한다. 최근의 관측 결과에 의하면 우주에는 대략 7천억 곱하기 천억 개의 별이 존재한다고 한다. 이게 얼마나 엄청난 수인지를 가늠하기 위해, 시카고 천문대에서 들은 얘기를 소개해 본다. 우리가 사용하는 두께가 1mm인 티백을 지구에서 태양까지 일렬로 세워서 왕복한다고 하자. 태양까지의 거리가 꽤 된다 하더라도, 이때 필요한 티백의 숫자는 3천만 곱하기 천만 개 정도면 된다. 관측 가능한 우주 안에 존재하는 별의 수만큼의 티백을 가지고 있다면, 지구와 태양 사이를 2억 번 왕복해야 한다.

 

  불교에서는 우리의 세계를 삼천대천세계라고 하는데, 현대과학이 파악하는 우주와 삼천대천세계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방대하고 복잡한 구조를 가졌다는 점에서 일치한다. 그러나 우리의 우주가 복잡한 구조를 가졌다거나 대단히 많은 천체로 이뤄졌다는 것 때문이 아니라, 그 복잡하고 광대한 우주가 끊임없이 변화하고 진화하는 무아와 무상의 연기적 구조 위에서 형성돼 있다는 점 때문에 현대과학이 파악하는 우주와 불교의 세계관이 만나게 된다. 우주의 진화를 살펴보자.

 

성成·주住·괴壞·공空하는 우주의 진화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별이 4.5 광년 떨어져 있는 것처럼, 은하 안에서 별과 별 사이의 거리는 보통 4-5 광년이다. 은하와 은하 사이의 거리는 평균적으로 100만 내지 200만 광년이다. 이 은하들이 수 개에서 만 개가 모여 은하단을 구성하는데, 은하단 사이의 거리는 1억 광년 정도 된다. 그러므로 우리 우주 안에서 별이 차지하는 공간의 비율은 백사장에 있는 한 알의 모래알이 차지하는 공간의 비율보다도 작다. 이 광대한 별과 별 사이의 공간에는 밀도가 아주 적고 주성분이 수소인 ‘성간물질星間物質’이 존재한다. 성간물질은 우주 공간에 균일하지 않게 분포하여 있으며, 각 부분의 밀도는 시간에 따라 변한다. 이 성간물질이 있으므로 우주의 진화가 가능해진다. 아무 것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 이 단계가 별의 세계가 성립하기 이전의 단계, 즉 성成·주住·괴壞·공空의 공空의 단계다.

 

  성간물질은 밀도가 균일하지 않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이상의 밀도로 모일 수도 있는데, 그러면 중력에 의해 수축하려는 경향과 밖으로 퍼지려는 경향이 각축을 벌이는 복잡한 물리적 과정에 들어가게 된다. 중력에 의해 상당한 밀도에 이르게 되면 자체 중력에 의해 수축 과정이 가속화되고, 그 결과 내부의 압력과 온도는 계속 올라가게 된다. 내부 온도가 마침내 1,000만도 이상이 되면 수소가 헬륨으로 바뀌는 핵융합반응이 중심부에서 시작된다. 핵융합반응에 의해 질량결손이 발생하고, 사라진 질량은 E=mc2 이라는 식에 의해 에너지로 변환된다. 이 에너지가 빛의 형태로 우주 공간으로 방출되면서 스스로 빛을 발하는 항성이 탄생하게 되는데, 이것이 별이 형성되는 단계, 즉 성成·주住·괴壞·공空의 성成의 단계다.

 

  별의 질량이 큰 경우에는 내부의 압력과 온도가 높아 격렬한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면서 밝은 별이 되고, 자체 질량이 작은 경우에는 어두운 별이 된다. 핵융합 반응이 시작된 후에는 별을 수축시키려는 별 자체의 중력과 별을 확산시키려는 핵융합 에너지가 힘이 균형을 이루면서 별의 크기와 밝기가 거의 일정하게 유지된다. 이 단계는 대략 100억 년 동안 지속된다. 별이 생겨난 후 거의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는 이 시기는 성成·주住·괴壞·공空의 주住에 해당한다.

  별이 핵융합반응의 원료인 수소를 거의 다 사용하면 외피가 100배 정도의 크기로 확장되고 매우 안정된 적색거성赤色巨星의 단계에 이른다. 이 단계를 거쳐 수소 핵융합반응에 필요한 수소 원료가 고갈되면 중심부에서 발산되는 열기가 사라지고 별을 수축시키려는 중력만 남게 되어 수축하게 된다. 이에 따라 별 자체의 중력에 의해 별 전체가 중심부로 함몰하여 대단히 밀도가 높은 백색왜성白色矮星이 된다.

 

  대부분의 별은 이 백색왜성으로 최후의 단계를 맞게 되지만, 질량이 매우 큰 별들은 수축을 통해 별의 중심부의 온도와 압력이 충분히 높아지면 다음 단계의 핵융합반응이 일어난다. 여러 단계의 핵융합반응을 거치면서, 수소, 헬륨, 탄소, 산소, 네온, 마그네슘, 규소, 황, 니켈, 코발트, 철 등의 무거운 원소들이 만들어진다. 이렇게 여러 단계의 핵융합 반응을 거쳐 연료가 다 소비되고 나면 자체 중력에 의하여 극히 짧은 순간에 격렬한 수축을 하다가 폭발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별은 며칠간 대단히 밝은 빛을 내게 되고 별을 이루는 대부분의 물질은 외부 공간으로 날아간다. 이를 초신성 폭발이라 하며, 이 과정에서 중성자만으로 이루어진 중성자별이 생성된다고 추측한다. 별의 질량이 아주 크면 중력에 의한 수축 압력이 너무 커서 중성자의 형태조차도 유지하지 못하게 되며, 빛도 탈출할 수 없는 블랙홀이 탄생한다고 추측한다. 이 과정이 별의 세계가 괴멸되는 기간, 즉 성成·주住·괴壞·공空의 괴壞에 해당한다.

 

무상無常의 연기

 

  서산 스님의 시를 소개한다.

生也一片浮雲起  태어남은 한 조각 뜬구름이 피어나는 것이요

死也一片浮雲滅. 죽음은 한 조각 뜬구름이 사라지는 것이다.

浮雲自體本無實  뜬구름 자체는 본래 실체가 없으니 

生死去來亦如然. 생사의 오고 감이 또한 이와 같다.

 

  여러 인연으로 형성되어 태어나서[成] 삶을 살다가[住] 늙어 죽으면서[壞] 사라지는[空] 현상은 생명체뿐 아니라 우주 천체에서도 마찬가지임을 별의 생성과 소멸의 과정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수명의 차이가 크게 날 뿐이다. 이 수명의 차이 때문에, 짧은 기간 동안 사는 우리는 우주를 구성하는 별들을 영원한 존재라고 착각한다. 수명의 차이가 상당하더라도 무상無常하다는 점에서는 생명체나 생명종이나 항성이나 모두 같다. 

  왜 모두 무상이어야 하는가? 모든 존재자는 자기 스스로의 변하지 않는 본질인 자성自性을 가지고 그 스스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른 존재자의 도움 없이 스스로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로 의존하는 연관의 관계를 이룸으로써만 존재할 수 있으므로, 그 의존의 관계가 허물어지면 존재자도 또한 사라지기 때문이다. 

 

불생불멸의 연기와 공

 

  성간물질星間物質이 중력의 작용으로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별이 생성되는데 우리는 이를 별의 생성 혹은 간단히 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별은 성간물질로 만들어졌으므로 별이 생성되면서 성간물질은 없어졌다고 생각해야 한다. 이는 별의 생성이란 성간물질의 소멸이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것이니, 소멸은 생성의 전제 조건이 된다. 이처럼 멸滅은 생生과 따로 떨어져 있는 과정이 아니다. 생성이 있는 그 자리에 바로 소멸이 존재하며, 소멸이 있는 그 자리에 바로 생성이 존재한다. 마치 낙엽이 떨어진 자리에서 새순이 돋아나는 것과 같이, 우리의 세계에서는 소멸이 없이 생성이 있는 경우가 없다. 다만, 낙엽이 썩는 것을 보지 않고 새순이 나는 것만을 보기 때문에, 그리고 성간물질이 소멸하는 것을 보지 않고 별이 생성하는 것만을 보기 때문에 무언가 새로운 것이 생겨났다고 착각할 뿐이다.

 

  이렇듯 우리가 어떤 것을 보면서 생이라고 하는 것은 우리가 다만 생生의 측면만을 보기 때문이요, 우리가 어떤 것을 보면서 멸이라고 하는 것은 우리가 다만 멸滅의 측면만을 보기 때문이다. 어느 한 면만을 보기 때문에 우리는 이것을 생이라거나 멸이라고 생각하고 이것을 생이나 멸이라고 부르게 된다. 그러므로 우리가 생이나 멸이라고 하는 것은 단지 우리의 관점일 뿐이다. 연기하는 과정 전체를 다 본다면 생은 멸이라야 비로소 가능한 것이고 멸은 생이라야 비로소 가능하다. 그러므로 생은 멸을 안고 있고 멸은 생을 안고 있다. 멸과 생은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것이다. 소멸이면 곧 생성이고 생성이면 곧 소멸이어서 불생불멸의 중도가 된다.

 

  그러므로 생이 따로 있고 멸이 따로 있으며 이 둘을 더하여 불생불멸이 되는 것이 아니다. 생의 바로 그 자리가 불생불멸이고 멸의 바로 그 자리가 불생불멸이다. 생해도 불생불멸이고 멸해도 불생불멸이니, 생의 그 자리가 바로 중도이고 멸의 그 자리가 바로 중도이다. 수학에서는 1+(-1)=0 이어서 (1)에 (-1)을 더해야 비로소 0이 되지만, 생과 멸을 더하여 불생불멸이 되는 것이 아니므로 불생불멸의 중도는 이러한 계산과는 다르다. 1에다 (-1)을 더하여 0이 되는 것이 아니라, 1이 곧 0이요, -1이 또한 곧 0이다. 1도 연기공이고 불생불멸이며, (-1)도 또한 연기공이고 불생불멸이기 때문이다. 연기하므로 오직 공인데, 무엇이 생하고 무엇이 멸하겠는가?

연기와 유무·생멸의 중도를 설하는 <능가경> 「무상품」을 살펴보며 글을 맺는다. 

 

“연을 따라 생하는 까닭에 일체의 법은 생하지 않는다. 

여러 가지 연으로 이루어지나니 이렇게 이루어진 것은 생함이 아니다 …

본래 없다고 하면서 생이 있다고 하거나, 생하고서는 다시 멸한다거나, 

인연으로 있다거나 없다고 하는 것은 나의 가르침에는 있지 않다.  … 

그 누가 인연으로 유를 이룬다고 하면서 다시 무라고 말하겠는가? 

악견惡見으로 생한다고 말하고 망상으로 유와 무를 분별한다. 

만약 생生한 바 없음을 알고 또한 멸滅한 바 없음을 알아 

세간의 일체법이 공적하다는 것을 관한다면 

유와 무의 이견에 치우침을 모두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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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형진
고려대학교 과학기술대학 물리학과 교수. 연구 분야는 양자정보이론. (사)한국불교발전연구원장. <산하대지가 참 빛이다 (과학으로 보는 불교의 중심사상)>, <양형진의 과학으로 세상보기>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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