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체험기]
불교 입문에서 책 쓰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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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진 / 2015 년 4 월 [통권 제24호] / / 작성일20-08-18 10:33 / 조회5,345회 / 댓글0건본문
불교와 참선이 궁금해지다
저는 주로 역사와 동양철학에 관한 책을 많이 읽었는데, 어떤 책에서 ‘명상을 하면 실천력이 높아진다.’고 하는 글을 읽은 후 여러 번 곱씹게 되었습니다. 책을 통해서 얻은 내용이나 이론들이 명상에 의해서 실천으로 더 많이 행해진다는 설명이었습니다. 과연 그럴까? 진짜 그럴까? 이와 같은 의문을 갖고 생활하던 즈음에 친구를 만나서 이야기하던 중 불교철학에 대해서도 공부해보라는 권유를 받았습니다. 불교와 관련된 책에는 되도록 접근을 하지 않는다는 과거의 다짐이 있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거절하였습니다.
불경에 한번 발을 들여 놓으면 팔만대장경이라는 수렁에 빠져서 헤어나지 못할 것 같은 생각 때문에 아예 접근하지 않으리라 마음을 먹었던 것이죠. 그러나 자주 만나서 대화하던 중에 대표적 경전인 『금강경(金剛經)』이라도 읽어보라는 거듭된 권유로 결국은 읽어 보게 되었는데, 그 뜻이 애매모호했고 내용을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기본 용어를 이해하지 못하니 당연한 일이었지요. 그래서 불교 기초 공부를 하고, 아울러 실천력을 높인다는 명상(참선) 공부도 같이 해보자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리하여 ‘결국은 불교라는 학문의 수렁에 빠지는 것인가?’라는 생각을 하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참선과 기초 공부를 같이 할 수 있는 곳을 수소문하게 되었습니다.
화두로 의정을 일으키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게 된 한국문화연수원의 입문과정에서 지난해 7월 휴가 동안에는 기초 공부를 하였고, 약 3주 후의 8월 연휴 동안에는 심화과정에서 참선 수련을 하였습니다. 병원 일 때문에 휴가 또는 연휴를 이용하였습니다. 잘 알다시피 어떤 질문사항 또는 알고자 하는 일(話頭, 화두)에 대해서 간절하게 간단(間斷)없이 의심하는 것을 의정(疑情)이라 합니다. 심화과정의 참선 중에 ‘왜 부처가 삼서근인가?(何是佛麻三斤)’라는 화두로 의정을 일으킴으로써 분별망상(分別妄想, discriminated delusion)을 없애기 위해 좌선 수행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화두대신 온갖 망상이 일어나서는 사라지고를 계속 반복할 뿐이었습니다. 연이어 일어나는 번뇌는 항하사(갠지스 강의 모래 알) 수보다 많다는 말이 거짓이 아님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아무런 소득도 없이 집에 돌아가면 되지 않을 것 같아서 수행 마지막 날 아침에는 쫓기는 마음으로 간절히 집중해서 화두에 몰입한 결과, 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험을 갖게 되었습니다. 망상이 없는 무루(無漏)의 시간은 비록 길지는 않았으나 나름대로의 좋은 결과라고 생각되어서 매우 기뻤습니다.
모든 행동은 내 마음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편견 또는 양변에 치우치지 않는 올바른 마음을 갖는 것이 곧 실천력을 높인다는 것을 참선을 통해서 비로소 체험하게 된 것입니다.
책 『삼무론(三無論)』 쓰기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불교에 대한 기초 공부를 시작하였습니다. 여러 종류의 책을 읽었지만 퇴옹성철 스님의 『백일법문(百日法門)』(장경각, 2009)과 『육조단경(六祖壇經)』(장경각, 1992)으로부터 가장 많은 영향을 받았고, 이들 책으로부터 내 나름의 생각을 정립할 수 있었습니다. 한자 원문을 읽은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어려서 한자와 한문 공부를 많이 했었기 때문에 경전원문과 함께 우리말 해석을 같이 읽을 수 있었습니다.
나름대로 정리된 나의 생각을 또 다른 책을 읽으면서 검증하고 확립하였습니다. 그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삼유(三有)의 착각세계는 독립(獨立), 불변(不變), 차별(差別)의 세 마음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 반대인 삼무(三無)의 진리세계는 무독립(無獨立), 무불변(無不變), 무차별(無差別)의 세 마음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아냈습니다. 다시 말해서 삼무(무독립, 무불변, 무차별)로 불교의 모든 용어 및 개념이 설명 될 수 있음을 알아냈고, 어려운 불교 용어를 삼무의 3단어를 이용해 쉽게 설명해 보고자 책을 쓰기로 결심하였습니다.
삼무(三無)란?
무독립(無獨立)이란 독립(홀로 섬)이 없는, 서로 의지해 같이 서는 연기(緣起)를 말하고, 무불변(無不變)이란 불변(덧, 항상 恒常)이 없는, 한때의 변화하는, 그래서 실체가 없는 허환(虛幻, maya)을 칭하고, 무차별(無差別)이란 차별(양변)이 없는, 양변을 떠나 평등하고 동등한 중도(中道)를 의미한다. 이를 간단하게 표시하면 다음과 같게 됩니다. 삼무(三無)=무독립(연기)+무불변(허환)+무차별(중도). 삼무의 각 항목을 깊게 통찰해 보면 이들은 서로 같은 뜻임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삼무가 한 가지로 같은 삼무일체(三無一體)로서 ‘연기=허환=중도’라는 의미가 됩니다. 이는 누구나 아는 것처럼 불교 개론서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이를 삼무 용어로 바꾸면 ‘무독립=무불변=무차별’이라는 좀 더 이해하기 쉬운 개념이 됩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저의 졸저인 『삼무론(三無論)』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생활참선을 시작하다
우리의 일상생활은 걷고(行), 정지하고(住), 앉고(坐), 눕는(臥) 등의 4가지 동작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행주좌와(行住坐臥)하면서 언제든지 화두를 생각하고 행하는 생활참선은 바쁘고 고달픈 현대인들에게 안성맞춤인 것 같습니다. 장소에 관계없이 시간 날 때마다 할 수 있기 때문이죠. 나는 1시간 이상 가는 거리는 주로 버스를 이용하는데, 무엇인가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휴가나 연휴 기간과 같이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는 참선 모임에 참가하여 화두에 몰입하기도 합니다. 최근부터는 ‘모든 것이 허환(虛幻)이다, 부처는 어디 있는가?(一切是幻 佛在甚處)’라는 화두로 일상생활 속에서 의정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불교를 접한 지 1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에 너무나 많은 경험을 하고 큰 변화를 겪었지만, 이제부터는 참선 수행을 지속함으로써 삼무심(三無心)이 평상심(平常心)이 되고, 역으로 평상심이 삼무심이 되는 그날이 빨리 오기를 기원하며 노력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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