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손가락 사이]
어느 하나 향기로운 집 한 채가 아니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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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목 / 2020 년 12 월 [통권 제92호] / / 작성일20-12-30 10:19 / 조회9,257회 / 댓글0건본문
가을걷이가 끝난 빈 밭고랑이
쪼그리고 앉았다
빼앗을 건 다 빼앗아
뿌리마저 뽑혀 말라비틀어진
세상의 바닥,
생애의 반은 잊혀지고,
그 나머지 반은 허전하다
그런 곳으로도 새들은
먹이 찾아 날아들고
간혹 비닐도 날려 와 허리를 쭈욱 펴고
너덜너덜 쉰다
땅의 한 구석엔 고요가
국화꽃처럼 노랗게 피어 익어가고,
가을 벌떼 윙윙대며 꿀을 퍼 날라
극락전을 짓는다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
그냥 막 살아 온 것 같아도
어느 하나
향기로운 집 한 채가 아니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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