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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화의 세계]
병의 고통과 구제 방편을 묘사한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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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희  /  2021 년 5 월 [통권 제97호]  /     /  작성일21-05-04 14:10  /   조회4,514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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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화의 세계 | 약사여래회상도





 

약사여래는 일체중생을 병고에서 구하여 깨달음으로 인도하는 부처님으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불보살 신앙 가운데 하나이다. 약사여래藥師如來를 봉안하고 있는 약사전藥師殿에는 주불인 약사여래를 중심으로 좌보처左補處로는 일광변조식재 보살日光遍照息災菩薩을, 우보처右補處로는 월광변조소재 보살月光遍照消災菩薩을 봉안하며 일반적으로 일광보살, 월광보살로 약해서 칭한다.

 

  약사여래후불도는 약사전藥師殿에 봉안되는데 약사전은 달리 만월보전滿月寶殿, 유리광전瑠璃光殿이라고도 한다. 이와 함께 대웅전의 격을 높인 대웅보전大雄寶殿 안에 석가모니불·아미타불과 함께 약사여래를 모시고 그에 따른 후불탱화를 각각 조성하여 모시기도 하지만 그 형식은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의 약사탱화는 일반적으로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로는 약사여래만을 그린 「약사여래독존도」이며, 둘째로는 약사여래와 함께 좌·우 협시인 일광보살과 월광보살을 그린 「약사여래삼존도」, 셋째는 약사 삼존과 함께 보살중菩薩衆·십이지신상十二支神像 등을 함께 그리는 「약사여래회상도」, 그리고 넷째로는 동방유리광東方琉璃光 세계의 모습을 묘사한 동방정토변상도東方淨土變相圖이다. 이 가운데 신행의 대상으로 조성되는 경우는 「약사여래회상도」 형식이 가장 많다. 

 


사진 1. 양주 회암사 약사삼존도(국립중앙박물관소장). 

 

  삼존도로서 대표적인 것은 1565년(명종 20)에 양주 회암사檜巖寺에서 그린 국립중앙박물관 소장본(사진 1)이다. 그리고 현재 한국의 사찰에 봉안 되어있는 일반적인 형식의 「약사여래회상도」로는 송광사 「약사전 약사여래회상도」(사진 2)와 통도사 「약사전 약사여래회상도」(사진 3) 등이 있으며 대웅보전의 삼세불회탱으로 조성된 경우로는 기림사 「대적광전 약사불회탱」(사진 4)과 직지사 대웅전 「약사여래회상도」, 운흥사 「대웅전 약사여래회상도」(사진 5), 대흥사 「대웅보전 약사여래회상도」 등이 전하고 있다. 그러면 1740년에 조성된 <사진 2>의 송광사 「약사전 약사여래회상도」 를 위주로 살펴보면서 약사여래회상도의 의미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사진 2. 송광사 약사전 약사여래회상도. 

 

  먼저 약사여래가 균형 잡힌 비례의 당당한 모습으로 중앙의 높은 연화대좌 위에 앉아 계신다. 『약사유리광여래본원공덕경藥師琉璃光如來本願功德經』(이하 『약사경』)에 의하면 약사여래가 과거세에 약왕藥王이라는 이름으로 보살도를 행할 때 모든 중생들이 구하고자 하는 것을 얻게 하려는 뜻에서 ‘열두 가지 큰 원[十二大願]’을 세우셨다.

 


사진 3. 통도사 약사전 약사여래회상도. 

 

  즉 ‘첫째, 자신의 광명을 두루 비추어서 모든 중생이 32상 80종호로 장엄한 나의 몸과 같게 되며, 둘째는 그 광명을 보고 그 빛에 힘입어 이 세계의 중생들이 온갖 일을 뜻하는 대로 이루게 하며, 셋째는 중생에게 필요한 물건을 다 갖게 하되 다함이 없게 하며, 넷째는 일체중생이 대승의 법 안에 안주安住하게 하며, 다섯째는 일체중생이 깨끗한 업을 지어 삼취정계를 갖추게 하며, 여섯째는 일체의  불구자·병고자들이 그 이름을 듣고 지극한 마음으로 칭념하면 온갖 병이 다 없어져 낫게 하며, 일곱째는 여러 가지 병과 가난에서 벗어나 몸과 마음을 안락하게 하여 무상보리를 증득하게 하며, 여덟째는 여인으로서의 괴로움에서 벗어나고자 하면 나의 이름을 지극한 마음으로 칭념하면 대장부의 모습을 갖추어 끝내는 깨달음을 증득하게 하며, 아홉째는 마군의 그물을 벗어나게 하고 또 외도의 사견邪見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모두 정견을 얻게 하며, 열째는 악법 등으로 옥에 갇혀 고통을 받는 자가 그 이름을 듣고 외우기만 하여도 나의 복덕과 위신력으로 일체의 근심과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되고, 열한 번째는 일체중생의 기갈을 면하게 하고 온갖 기쁨을 누리며 법미法味로써 안락하게 하며, 열두 번째는 가난하여 의복과 장신구가 없는 이에게 그 이름을 듣고 지극한 마음으로 칭념하면 원하는 대로 의복과 장신구를 모두 풍족하게 하고 끝내는 보리를 증득하게 하리라’는 대원이다.

 


사진 4. 기림사 대적광전 약사불회탱. 

 

  그리고 극락왕생을 원하는 자, 악귀를 물리쳐서 횡사를 면하고 싶은 자, 온갖 재앙으로부터 보호받고 싶은 자들이 약사여래의 명호를 부르면서 발원하면 구제받을 수 있다고 약사경에 설해져 있다. 또 외적의 침입과 내란, 성수星宿의 괴변, 일월日月의 괴변, 비바람, 가뭄, 질병의 유행 등 국가가 큰 재난에 처하였을 때도 약사여래의 본원력을 통하여 구제받을 수 있다고 하였다. 이러한 온갖 변고를 치유하는 본원력을 불화의 도상으로 나타낼 때는 선정인禪定印을 취한 수인 위의 약함에 함축적으로 표현된다.

 

  협시보살로는 약사여래의 왼쪽에 일광 보살, 오른쪽에 월광 보살이 그려진다. 두 보살 모두 약사여래의 정법보장正法寶藏을 지니면서 또한 일광 보살은 번뇌를 제거하고 광명을 가져다준다. 광명은 곧 지혜를 말함이다. 도상에는 주로 해를 보관에 얹고 있거나 손에 들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월광 보살은 달을 역시 보관에 얹고 있거나 손에 들고 있다. 이 달은 중생 인도引導의 완성을 의미한다. 일광 보살 뒤로는 문수 보살文殊菩薩과 약왕 보살藥王菩薩이 시립해 있고 월광 보살 뒤로는 보단화 보살寶檀華菩薩과 약상 보살藥上菩薩이 시립해 있다.

 

  이들 보살과 함께 본 불화에는 나타나 있지 않지만 관세음 보살, 대세지 보살, 무진의 보살, 미륵 보살을 약사여래 팔대 보살이라고 한다. 특히 문수 보살은 석가모니 부처님께 『약사경』의 일곱 부처님들의 명호, 그 근본 원과 공덕에 대해 법을 청함으로써 『약사경』이 설해지게 된 연유가 되었다. 이에 석가모니불께서는 그것은 오로지 업장에 얽힌 중생들을 제도하고 중생들에게 이익과 안락을 주기 위함이라고 찬탄하셨다.

 


사진 5. 운흥사 대웅전 약사여래회상도. 

 

  그 둘레에는 약사정토를 지키는 열두 야차대장이 배치되어 있다. 이들은 약사십이신장藥師十二神將으로서 약사여래의 십이대원에 응應하여 시현된 신장으로 각각 7천의 야차 권속이 딸려 있다. 이 12신장은 약사여래의 12대원을 성취하기 위한 호법신으로 십이지신十二支神과 배합되어져 있다. 약사경의 각 야차대장의 명칭과 이에 배대配對된 십이지를 보면 다음과 같다.

 

  궁비라대장­자신宮毘羅大將­子神, 벌절라대장­축신伐折羅大將­丑神, 미기라대장­인신迷企羅大將­寅神, 안저라대장­묘신安底羅大將­卯神, 안리라대장­진신頞儞羅大將­辰神, 산저라대장­사신珊底羅大將­巳神, 인달라대장­오신因達羅大將­午神, 파이라대장­미신波夷羅大將­未神, 마호라대장­신신魔虎羅大將­申神, 진달라대장­유신眞達羅大將­酉神, 초두라대장­술신招杜羅大將­戌神, 비갈라대장­해신毘羯羅大將­亥神 등 열두 야차대장들이다.

 

  이들은 모두 석가모니불의 위신력으로 약사여래의 명호를 듣고 악도의 두려움을 영영 여의었고 또한 각각의 권속들과 함께 일체의 중생을 보호하며 모든 고난에서 벗어나게 하고 소원이 있으면 다 성취되도록 하겠다고 발원하였다.

 

  이상에서와 같이 「약사여래회상도」는 『약사경』을 소의경전으로 하여 현세 이익과 정토 왕생사상을 모두 포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체중생의 삶에 나타날 수 있는 구체적인 고통과 그에 대한 약사여래의 철저한 구제의 방편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것이 「약사여래회상도」라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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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희
위덕대 대학원 박사과정 졸업(철학박사). 김해시청 벽화공모전, 전통미술대전 심사위원역임. 미술실기 전서-산수화의 이해와 실기(공저)
사)한국미술협회 한국화 분과위원, 삼성현미술대전 초대작가. 국내외 개인전 11회, 단체 및 그룹전 300여 회.
다수의 불사에 동참하였으며 현재는 미술 이론과 실기 특히, 한국 불화의 현대성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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