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화의 세계]
중생 고통 살피고 구제하는 대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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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희 / 2021 년 6 월 [통권 제98호] / / 작성일21-06-04 14:05 / 조회5,572회 / 댓글0건본문
관세음보살도
자비본존 관세음보살은 자유자재한 지혜로 일체 존재를 관찰하고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중생을 구제하시는 분이다.
‘관세음觀世音’이란 세간의 소리를 본다는 뜻으로 범어 ‘Avalokiteśvara’의 한역이다. 세상 사람들이 관세음보살의 명호를 지극한 마음으로 부르면 그 부르는 음성을 두루 듣고 관찰하여 구제하신다는 것으로 줄여서 관음이라고도 한다. ‘관자재觀自在’라고 번역한 것도 세상을 잘 관찰하고 모든 중생의 고통을 제거함과 동시에 열락과 행복을 베풀어 주는 데 있어서 자유자재함을 이르는 말이다.
사진1. 법주사 원통보전 현판
관세음의 뜻은 『법화경의기法華經義記』에 의하면 4가지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관세음이다. 세간의 음성을 관하여 해탈로 이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관세음신觀世音身이다. 이것은 중생의 신업身業을 관하여 해탈로 이끈다는 것이며, 셋째는 관세의觀世意이다. 이는 중생의 의업意業을 관하여 해탈로 이끈다는 것이며, 넷째는 관세업觀世業이다. 이것은 앞의 3종에 모두 통하는 것이다. 그런데 오직 관세음으로만 설하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법화경의기』에는 구업을 행하기가 쉬우나 신·의 양업을 잘 행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며 또한 사바세계는 음성으로써 불사佛事를 짓기 때문에, 관세음이라는 명칭을 받는다고 하였다.
이 관음에는 6관음·7관음·33관음 등이 있는데 이 가운데 일반적으로 관음이라 하는 것은 6관음 중 성관음聖觀音을 가리킨다. 『법화경法華經』 「관세음보살보문품」의 관음도 성관음을 지칭한 것이다.
이 관세음보살을 모신 사찰의 전각은 관음전觀音殿·원통전圓通殿·보타전(補陀殿 또는 寶陀殿) 등으로 불린다. 관세음보살을 모신 전각이 사찰 전체에서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을 때는 관음전이라 하고, 관세음보살을 모신 전각이 사찰의 중심 법당法堂이 되거나 격을 높여 지어질 때는 원통전, 또는 보타전이라 한다(사진 1). 원통전은 관세음보살이 모든 곳에 두루하는 원융통圓融通을 갖추고 중생의 고뇌를 씻어주기 때문에 그 권능과 구제의 측면을 강조한 명칭이며, 보타전은 관세음보살의 상주처인 보타락가산補陀落迦山에서 비롯된 것이다. 보타락가는 Potalaka포타라카를 소리나는 대로 옮긴 것이다. 이 지명은 관음신앙의 기원지에 대해서 밝혀주고 있는데 관련한 대표적인 경전으로는 『화엄경華嚴經』 「입법계품」에는 관세음보살이 보타락가산에 머문다고 기술되어 있다. 보타락가에 대해 보다 상세하게 설명한 문헌으로는 현장의 『대당서역기』가 있다. 여기에 “말야야산 동쪽에 보타락가산이 있다. 산길은 위험하고 암곡은 험준하다. 산 정상에 연못이 있는데 거울처럼 맑다. 물은 대하로 되어 산을 둘러 흐르기를 20회를 돌아 남해로 든다. 연못 옆에 돌로 된 천궁이 있다. 관자재보살이 왕래하며 머무는 곳이다.”라고 서술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관음신앙은 주로 『화엄경』, 『법화경法華經』, 『아미타경阿彌陀經』, 『능엄경楞嚴經』을 중심으로 하여 전개되었다. 『화엄경』에는 관세음보살은 광명의 행을 성취하여 일체중생을 교화하고 성숙시키며 아울러 일체중생으로 하여금 가난에 대한 공포, 얽매임의 공포, 쟁송諍訟의 공포, 어리석음의 공포, 살해의 공포, 악도惡道의 공포, 윤회의 공포 등을 비롯한 모든 두려움에서 벗어나게 한다고 설해져 있다. 또한 『법화경』에 의하면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마음에 간직하고 염불하면 큰 불도 태우지 못하고 홍수에도 떠내려가지 않으며, 모든 악귀도 괴롭힐 수 없다. 또한 칼과 몽둥이는 부러지고 수갑과 족쇄는 끊어지고 깨어진다고 나온다. 또 중생의 마음속에 있는 불안과 두려움을 제거하고 삼독三毒을 여의게 하며, 아들이나 딸을 바라는 이에게는 뜻에 따라 자식을 얻게 한다고 한다.
사진2. 도갑사 관음32응신도
방편의 힘으로는 33응신을 나타내어 중생에게 이익을 주어 제도하신다고 하였다. 이에 대한 불화로 도갑사道岬寺 「관음32응신도」(사진 2)가 있다. 이 불화는 인종비仁宗妃인 공의왕 대비恭懿王大妃가 인종의 명복을 빌기 위해 발원한 것으로, 당시 유명했던 중앙 화단의 화원인 이자실李自實에게 그리게 하여 전라남도 영암군 월출산의 도갑사에 봉안하였다. 이 「관음32응신도」는 화면의 대부분은 산수 그림으로 채워져 있고 상단의 솟은 암좌 위에 관세음보살이 앉아 있다. 크고 작은 산과 냇가가 어우러진 골짜기마다 응신한 모습이 그려지고 각 장면마다 금니로 도상의 내용을 적어 이해를 돕고 있다. 관세음보살의 응신 장면은 모두 32장면으로 『법화경』 「보문품」과 『능엄경』에 언급된 대로 표현되어 있다.
『아미타경』에서는 아미타불의 왼쪽 보처補處로서 아미타불의 원을 받들어 중생을 보살피고 도와줄 뿐 아니라, 극락정토에 왕생하는 자들을 인도한다고 나온다. 『능엄경』에도 관세음보살의 현세이익과 중생 구제의 내용은 『법화경』과 거의 같이 설해져 있다. 모든 경전에 나타난 관세음보살의 공통점은 부처님의 절대적 자비심인 무연대비無緣大悲를 중생에게 베풀어서 모든 속박으로부터 벗어나고 어떠한 고난이나 재액에서도 관세음보살을 칭념하면 반드시 해탈을 얻게 한다는 것이다. 지극한 칭념은 관세음보살과 기도 공양자 사이에 일체감을 형성하게 되고 그 일체감 속에서 자비로운 원력이 작용하여 소원을 성취하게 되는 것이다. 관음신앙은 이와 같이 다양하고 다채롭다. 이는 중생의 근기가 다양하여 그에 대치하는 것이라 하겠다.
관세음보살에 대한 신앙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 관세음보살도이다. 일본에 있는 고려 시대의 작품들을 제외하면 현재 우리나라 사찰에 모셔져 있는 관세음보살도觀世音菩薩圖 대부분 17세기 이후에 조성된 것이다.
통도사 관음전의 관음탱화(사진 3)는 1858년에 조성된 것으로, 본존인 관세음보살에 비해 양 협시인 남순동자(南巡童子, 또는 善財童子)와 해상용왕海上龍王은 작게 그려져 관세음보살의 위의가 한껏 강조되어 있다.
사진3. 통도사 관음전 후불탱
관음청觀音請의 청사請詞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해안고절처海岸孤絶處에 기암괴석과 반석을 배경으로 왼쪽 무릎을 세우고 백의白衣를 걸친 관세음보살이 있고, 관세음보살이 머리에 쓴 보관寶冠에는 부처님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이 부처님은 관세음보살이 본사本師로 삼고 항상 모신다는 아미타 부처님이다. 백의는 대비의 공덕을 모두 갖추고 널리 중생을 교화함을 상징한다.
이 중생교화의 자비 방편이 곧 앞에서 말한 6관음인데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성관음聖觀音·십일면관음十一面觀音·천수천안관음千手千眼觀音·마두관음馬頭觀音·여의륜관음如意輪觀音·준제관음准提觀音에 불공견삭관음不空羂索觀音을 더하면 7관음이 된다.
관음은 부동인 본래의 관음으로 대비의 총체이다. 그러나 6도 중생을 교화 제도하기 위한 관음 화현으로서 성관음은 아귀도餓鬼道에 빠진 중생을 교화 제도한다 하였다. 십일면관음은 다양한 중생을 교화하는 방편을 상징하며 수라도修羅道를 교화 구제하신다. 천수천안관음은 천 개의 손과 천 개의 눈을 가진 관음으로 대비심이 무한하다고 하여 대비관음이라고도 하며, 지옥도地獄道에 빠진 중생을 교화 제도한다. 마두관음의 불법을 듣고도 수행하지 않는 중생을 교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으며 특히 축생도畜生道에 빠진 중생을 교화 제도한다.
사진4. 대흥사-준제관음 보살도
준제관음은 인도人道를 교화 구제하신다. 준제관음은 밀교에서 칠구지七俱胝의 불모佛母라 칭하는데 칠구지는 칠억七億이란 말이다. 이는 곧 보살의 공덕이 광대무변하다는 의미로 한 말이다. 이 관음의 형상은 삼목이비三目二臂와 혹은 사비·육비·팔비·십비·십팔비·삼십이비·팔십이비 등 많은 팔을 갖추고 있는 모습이며 삼목은 중생의 삼장三障, 즉 혹惑, 업業, 고苦를 제멸하여 중생의 소원을 이루어 주는 관음으로 천상의 천도天道 중생을 교화 구제하시는 관음이다. 초의선사가 그린 준제관음도(사진 4)가 대흥사에 전하고 있다. 불공견삭관음의 견羂은 새를 잡는 망, 삭索은 고기를 잡는 그물을 뜻한다. 고뇌에 허덕이는 중생을 망과 그물로 구제하는 데 헛됨이 없다고 하여 불공不空이라고 한다.
도상의 의미를 앞서 언급한 통도사 관음탱화(사진 3)를 통해 보면, 화면 하단 왼쪽에는 선재동자가 합장한 채 법法을 구하고 있다. 이는 『화엄경』 「입법계품入法界品」에 근거하여 묘사된 것이다. 오른쪽 하단에 수파水波를 타고서 관세음보살을 친견하고 있는 해상용왕은 관세음보살의 자비심이 바다와 같이 깊고 넓음을 증명하고 있다. 좌측 바위 위에는 양류지楊柳枝가 꽂힌 정병淨甁이 놓여 있다. 정병에는 불사不死의 감로수가 들어 있고 버들가지는 어리석음과 번뇌, 미망迷妄을 제거하고 중생의 마음에 뿌린 보리심의 종자種子가 지닌 각종의 공덕을 상징한다. 청죽靑竹은 해동 화엄 초조初祖 의상대사를 떠올릴 수 있겠다. 즉, 의상대사가 당나라에서 귀국한 직후 관세음보살의 진신眞身을 친견하고자 지극한 마음으로 염불정진하자, 관음진신이 나타나 쌍죽雙竹이 나는 곳에 불전佛殿을 지으라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스님은 낙산사를 창건했다. 관세음보살의 위로는 채운彩雲이 흐르고 관음조觀音鳥가 날고 있으며 바다로부터 솟아 오른 기암고절처는 정교한 준법에 청록산수로 표현되어 전체적으로 회화적 분위기가 넘쳐흐르고 있다.
이러한 표현을 통해 중생의 고통을 살피고 자비의 손길로 인도하여 즐거움을 얻도록 하는 서원을 시각적으로 드러낸 것이 관음탱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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