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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화의 세계]
우리나라에만 있는 천장·지장·지지보살을 모신 영단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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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희  /  2021 년 11 월 [통권 제103호]  /     /  작성일21-11-03 11:11  /   조회4,896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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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화의 세계 23 / 삼장탱화三藏幀畵

 

 

한국 불교문화의 큰 특징 가운데 하나는 재의식齋儀式이 수행은 물론 교학과 신행을 통섭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대한민국 중요무형문재 제50호 영산재靈山齋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이미 지정되었으며, 한국문화 콘텐츠 발굴 정책에 힘입어 삼화사 수륙대재(국가무형문화재 제125호)와 진관사 수륙대재(국가무형문화재 제126호)가 그러하다. 현재는 봉은사 예수재豫修齋와 각 지역에서 봉행되고 있는 대규모의 재의식이 지정을 앞두고 있다. 한국의 재의식은 정교한 편재로 이루어져 신행의 전 과정이 반영되어 있어 사찰 청규의 역할까지 겸하고 있다.

 


삼화사 수륙재 상단의식. 

 

이 가운데 유주무주有住無住의 일체 고혼을 위한 수륙재의 설행에 있어서 중단에 위치하는 존격이 천장天藏・지장地藏・지지持地보살의 삼장이며, 이를 시각적으로 구체화시킨 불화가 삼장탱화이다. 이렇게 보면, 삼장탱화는 감로탱과 시왕탱, 현왕탱 등과 함께 대표적인 영단탱화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삼장탱화는 임진왜란 직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하여 18세기 후반까지 많이 나타나다가 그 이후에는 조성된 예를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여기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있으나 중단탱화로서의 성격을 명백히 하였던 삼장탱화도 망인낙지천도亡人樂地薦度를 뜻하는 지장신앙이 다시 강조되어 지장탱화로서 분화됨에 따라 그 명맥이 약해진 것이 아닌가 보고 있다. 그러면서 삼장탱화는 다시 신중탱화 속에 수용되어 그 자취를 이어오고 있다. 현재 전통적인 우리나라 사찰의 본 전각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다른 탱화와는 달리 신앙의 표상으로, 혹은 신앙의 대상으로서 그 역할을 온전히 찾지 못한 상황이었다.

 

 


사진 1. 천은사 극락보전 삼장탱(1776년). 

 

 

그러나 최근 들어 재의식에 대한 연구와 수륙재의 설행이 대대적으로 이루어지면서 삼장탱화가 재조명되고, 그리하여 봉안 장소와 의식 행위, 신앙적인 기능은 물론, 그 존격에 대한 위상이 재인식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사실 삼장탱화는 감로탱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서만 발견되는 특이한 탱화이다. 이 탱화는 지장탱화가 발전, 확대된 불화로서, 지장보살의 신앙이 더 심화되고 확대되어 나타나게 된 것이다. 삼장은 언급하였듯이 천장・지장・지지보살의 3대 보살을 지칭하는 것으로, 이들 세 보살의 법회를 동시에 도상화한 것이 삼장탱화이다. 이 삼장보살의 명칭이나 도상이 어디에서 유래되었는지는 정확히 밝혀지고 있지 않으나, 수륙재의 각 단 의식 진행에 있어서 단 설치와 관련하여 18세기에 간행된 『범음집梵音集』에서 상단 거불 “나무청정법신비로자나불, 나무원만보신노사나불, 나무천백억화신석가모니불”에 이어 중단 영청소迎請所 거불에서 “나무천장보살마하살, 나무지지보살마하살, 나무지장보살마하살”이라고 하여 그 존격을 분명히 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 2. 통도사 삼장탱(1792년). 

 

 

이와 함께 중단권공의 화청 절차 중의 삼장 각 보살회상 내용을 통해 삼장신앙의 구조를 알 수 있다. 곧 천장보살은 상계, 천계의 교주이고 그 권속은 모두 천부중이며, 지지보살은 음부 곧 지상계의 교주이고 그 권속은 지상의 여러 신중이며, 지장보살은 명계의 교주이고 그 권속은 모두 명계의 신중으로서 천계, 지상계, 명계의 3계 신앙구조를 지니고 있다.

 

그리고 중단권공의 축원을 통해 이 세 보살의 성격을 알 수 있는데, 곧 천장보살은 대비력보살, 지지보살은 지행력보살, 지장보살은 서원력보살이라 할 수 있겠다. 또한 『석문의범釋門儀範』의 대례참예문大禮懺禮文에 의하면, 천장보살은 상계교주上界敎主, 지지보살은 유명계교주幽冥界敎主로 신앙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를 통해서 지장보살의 신앙이 더 심화되고 확대되어 우리 민족 고유의 숭천신앙崇天信仰과 지지신앙地祗信仰・망인낙지천도신앙亡人樂地薦度信仰을 수용한 삼계 우주관을 표현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삼장 중 천장보살은 상계교주이고, 지지보살은 음부교주陰府敎主이며, 지장보살은 유명계교주로서 천상과 지상과 지하의 삼계 교주로 신앙되어 온 것이다.

 


사진 3. 구룡사 삼장탱(1727년). 

 

삼장탱의 도상 내용에 있어서 형식의 차이는 있으나 대체로 동일한 내용을 보여주고 있다. 즉 중앙에 천장보살이 앉아 있고, 우측에 지지보살, 좌측에 지장보살이 배치되며, 그 주위에 권속들이 둘러싸고 있다. 천장보살의 권속으로는 협시에 대진주보살大眞珠菩薩이 있고, 그 주위에 사공천四空天・십팔천十八天・육욕천六欲天・일월천日月天의 천제天帝들과 제성군중諸星群衆・오통선중五痛仙衆이 묘사된다. 지지보살의 권속으로는 좌우협시에 용수보살龍樹菩薩과 다라니보살陀羅尼菩薩이 있고, 그 주위에 견우신중・금강신중・팔부신중・용왕신중・아수라・대야차중・나찰파중・귀자모중・대하천중 등이 묘사된다. 또, 지장보살의 권속으로는 좌우협시에 도명존자와 무독귀왕이 있고, 그 주위로 관세음보살・용수보살・다라니보살・금강장보살・허공장보살, 그리고 명부 제10대왕인 오도전륜대왕悟道轉輪大王이 묘사된다. 이때 천장보살은 보통 설법인說法印을 취하고, 지지보살은 경책을 들며, 지장보살은 왼손에 보주寶珠를 들고 있는 것이 일반적인 경우이다.

 

 


사진 4. 영국사 삼장탱(1772년). 

 

삼장탱의 화면 형식은 대체로 세 가지 형태로 살펴볼 수 있다. 첫 번째의 경우는 가장 많이 보이는 형태로 삼장을 수평으로 나란히 배치한 형식으로 <사진 1>의 천은사 극락보전의 삼장탱(1776년)을 들 수 있으며 가장 일반적인 도상 배치라 하겠다. 특히 천은사 삼장탱의 화기畵記에는 삼장에 대한 존상명이 적혀 있어 사료적 가치도 지니고 있어 주목된다. 이와 같이 삼장보살을 수평으로 배치하더라도 <사진 2>의 통도사 삼장탱(1792년)과 <사진 3>의 구룡사 삼장탱(1727년)과 같이 권속을 수직으로 배치하여 정방형에 가까운 화면을 이루기도 한다.

 

두 번째로는 삼장을 삼각형 구도로 배치하는 형식을 들 수 있다. 이런 경우는 화면이 정방형에 가깝다고 하겠는데, 대표적인 경우가 <사진 4>의 충북 영동 영국사의 삼장탱(1772년)이다. 화면의 상단에 천장・지장・지지의 삼장을 정삼각형에 가까운 구도를 이루며 배치되어 있다. 이러한 구도는 봉안하는 장소에 기인하기도 하겠지만 그보다는 천장보살을 주축으로 하는 삼장보살의 세계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또한 천상교주라는 천장보살의 성격과도 부합되어 제일 윗부분에 배치하고, 그 아래에 각각 천장보살의 왼쪽에는 지상교주인 지지보살을, 오른쪽에는 명부교주인 지장보살을 배치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 5. 청곡사 삼장탱(1873년). 

 

그리고 세 번째로는 삼장을 1존씩 각 폭으로 조성하여 한 화면에 나타내는 구성으로 <사진 5>의 청곡사 삼장탱(1873년)이 대표적이다. 중앙은 지지보살이 배치되어 있는 특이한 구도인데, 지지보살의 권속으로 대범천과 제석천을 위시해서 호계대신・ 복덕대신・산신・조왕 등 지부중地部衆을 나타내었는데, 지지보살이 두 손을 들어 노사나불과 같은 수인을 보이고 있는 것은 일반적인 경우와 다른 모습이다. 좌측의 천장보살은 4보살 중 2위를 비롯하여 천부중天部衆인 제천대중을 그렸고, 우측은 지장보살과 함께 도명존자와 무독귀왕을 그리고 명부중冥府衆인 10대왕, 판관, 귀왕, 사자 등을 나타낸 형식이다.

 

삼장신앙을 나타내는 삼장탱에서는 지장보살을 제외한 두 보살에 대해서는 경전이나 여타의 논소論疏에서 그 근거를 찾기는 어려우나 『화엄경』의 이치에 입각한 화엄신중으로 포용되어 성립한 것이므로 대승불교의 신앙구조를 지니고 있으며 한국 고유의 신중탱이라는 측면으로 보아도 그 의의를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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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희
위덕대 대학원 박사과정 졸업(철학박사). 김해시청 벽화공모전, 전통미술대전 심사위원역임. 미술실기 전서-산수화의 이해와 실기(공저)
사)한국미술협회 한국화 분과위원, 삼성현미술대전 초대작가. 국내외 개인전 11회, 단체 및 그룹전 300여 회.
다수의 불사에 동참하였으며 현재는 미술 이론과 실기 특히, 한국 불화의 현대성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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