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다도]
평생교육원 차도茶道 과정을 개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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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룡 / 2022 년 6 월 [통권 제110호] / / 작성일22-06-07 10:20 / 조회4,175회 / 댓글0건본문
한국의 茶道 18 | 茶道과정 ①
어머니께서 서울에 있는 하나뿐인 아들집에 오시면 그 다음날부터 아파트는 답답해서 못 있겠다는 말씀을 하실 때마다 대구 경북지역의 국립대학으로 옮겼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20여 년간 식품 관련 연구업무에서 얻은 경험과 지식을 젊은이들에게 전달해 주는 것이 연구사업보다 더 보람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고, 무엇보다도 홀로 계신 어머니를 자주 뵐 수도 있어 상주대학교에 응모서류를 넣었더니 선택이 되어 한국식품연구소에서 상주대학교로 일터를 옮기게 되었다. 이번 글에서는 상주대 평생교육원에서 처음으로 차도과정을 개설하고 강의했던 이야기를 들려 드릴까 한다.
전통 음식과 한국적 식품학
식품분석학 담당 교수로 학교에 왔으나 처음 교편을 잡게 되니, 그동안 한국식품연구원에서 교육사업을 할 때의 강의와는 전혀 다르고, 또한 학부 학생은 대학원생과 달라 필자는 만물박사가 되어야 했다. 연구원에서는 어떤 문제가 있으면 120여 명의 박사 중 그 분야 담당자와 전화 한 통으로 끝나는 문제를 내가 최고의 전문가인 양 강의해야 하는 일도 생겼다. 또한 첫 학기에 맡았던 ‘물리화학’ 강의는 학교 다닐 때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던 과목이어서 학교에서 배운 것 중 연구원에서 활용하였던 내용을 중심으로 강의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식품학 개론’은 당시 18권의 교과서가 시중에 있었으나 정작 중요한 우리나라 전통음식과 한국적인 식품의 이해에 관해서는 언급조차 되지 않았었다. 그래서 허겁지겁 한 학기를 마치고 약식동원, 음양오행과 주역의 원리, 한국적 식품의 특성 표시, 식품 섭취의 원리, 우리 조상들의 건강 지혜, 우리 음식의 우수성 등이 담긴 ‘한국적 식품학’을 하나의 장章으로 만들어 급하게 교재를 만들었다. 이 내용은 나중에 차도학을 집필할 때 기초가 되었다. 그리고 밥류, 장류, 김치류, 조과류, 초류, 주류, 떡류, 세시음식 등을 ‘전통식품’이라 하여 하나의 장으로 묶어 두 장을 추가, 약소하게나마 식품학 개론 이론서를 만들게 되었다.(주1)
차도茶道과정 개설
이렇게 3년을 바쁘게 지낸 후에야 일반 사람들을 위한 차 교육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 지금은 ‘평생교육원’으로 명칭이 통일되었으나, 당시에는 ‘사회교육원’이라는 이름으로 대학에서 일반인 교육을 통해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데 힘쓰기 시작한 것이다.
보통 전임교수가 과정 담당 교수가 되고, 강사를 추천하여 사회교육원에 요청하면 위원회에서 심사하여 결정을 하는데, 차도과정은 필자가 직접 강의까지 담당하였다. 1999년 1기생은 1주일 2시간 15주, 즉 한 학기 과정으로 시작하였으나 교육시간이 부족하여 1주일 3시간 한 학기 과정으로 2기와 3기를 운영하였고, 그래도 또 부족하여 4기생부터는 1주일 3시간 1년 과정으로 16기까지 운영하여 300여 명의 차사茶師를 배출하였다.
차도과정 운영의 어려움
우리나라 차 모임은 단위차회가 있고, 그것이 여럿 모여 연합회가 되는데 같은 연합회가 아니면 교육에 참석하는 것은 물론 행사 구경도 못하게 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런 상황을 잘 알고 있었던 필자는 행다行茶 교육을 하지 않고 대학답게 순수한 이론 위주로 교육하였다. 왜냐하면 보통의 차회에서는 행다만을 교육하고 이론과 정신에 대한 강의는 비교적 다루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강생도 차도과정 개설 초반에는 필자를 알고 있었던 대구, 구미, 평택 등 먼 곳에서 오는 분이 대부분이었으나, 4~5년이 지난 후에서야 상주에 거주하시는 분이 수강생의 절반을 넘게 되었다.
강의 내용
1999년 처음에는 용운스님의 『한국다예』(주2)를 교재로 하여 강의하였다. 2001년부터는 차 명상 시간을 차츰 늘려갔고, 2005년에는 그간의 강의 노트를 보완하여 『차도학茶道學』(주3)을 출간하기도 하였다. 우리나라에서 차는 기호음료를 넘어 정신음료로 간주되기도 한다. 이것은 참 좋은 현상으로 차가 스스로의 삶을 통찰하고 더 나아가 자기반성의 매체로 활용될 수 있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생각이 도를 지나쳐 차를 마시면 모든 병이 낫는다고 믿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지양되어야 한다. 차茶도 식품 중의 하나이기에 하나의 식품이 ‘만병통치약’ 쯤으로 추앙받는 것은 전혀 옳은 생각이 아니다.
그래서 『차도학』에서는 한국적 식품학을 포함한 식품의 기초를 이해하고 그 바탕 위에 차의 우수성을 공부하며, 나아가 우리차 문화를 이해하는 방향으로 구성되어 있다. 차도과정의 1학기는 대체로 『차도학』을 중심으로 공부하고, 2학기에는 『찻잔 속에 달이 뜨네』(주4, 5)를 중심으로 운영되었다. 차도과정의 강의 내용은 위의 표와 같다.
15주 교과 내용 외에 연간 행사로 차 만들기 실습, 찻잔 만들기 실습, 찻사발 축제 등 도예전시회 참여, 들차회[두레차회], 유명 차인 탐방 등의 프로그램을 병행하였고, 매년 주제를 달리한 졸업 논문을 작성, 발표회를 통해 심사를 받았다.
졸업 논문
졸업 논문에 관하여는 개강시 공지하고, 1학기 마지막 시간에 다시 상세히 설명한다. 즉, 차 관련 논문, 차 관련 책의 독후감, 차실 탐방 방문기 중 택일하여 여름방학 중에 작성하여 2학기 중에 강의 발표한 후, 정리하여 강의 종료 2주일 전까지 제출하면 된다.
차 관련 논문일 경우에는 사전 준비로 논문 주제 선정 후, 참고문헌을 조사 수집 분석하여 목차를 구성하고, 목차에 따라 논문 초고를 작성한다. 여기에 참고문헌의 수집 병행 보완 과정을 거친 후 논문 초고를 완성한다.
논문 작성시 유의 사항은 과욕과 두려움을 피하고, 전체를 완전히 구성한 후 논문을 작성하기보다는 부분을 완성시키면서 전체를 재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사고의 연속성과 논리의 일관성을 견지해야 하며, 간결하면서도 정확한 표기법으로 짧은 문장으로 작성하여야 한다. 서론, 본론, 결론, 참고문헌, 사사 등 논문작성법에 따른 형식도 정확히 갖추어야 한다.
차 관련 책의 독후감의 경우, 책을 읽고 그 내용을 요약하는 것이 아니라 육하원칙에 따라 읽고 나서의 느낌을 솔직히 표현한다.
차실 탐방의 경우, 개인 차실 혹은 영업장의 차실을 방문하고, 차실의 배치도, 마신 차의 종류와 품평등을 육하원칙에 따른 방문 소감 등을 작성하고, 작성자가 이 차실의 주인일 경우 어떻게 개선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겠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차사茶師 자격을 받고 수료
90시간의 교육 기간 중 70% 이상 출석하고, 졸업 발표회에 동참하고, 졸업 논문을 제출하신 분에 한하여 총장 명의의 수료증을 발급한다.
또한 경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상주분원 차도과정 수료증을 받음과 동시에 사단법인 한국 국공립대학 평생교육원 협의회에서 실시하는 차사茶師 자격시험에 응시할 자격이 있으므로, 지원서를 제출하여 지정된 일시와 장소에서 시험을 보고 통과되면 차사 자격이 주어진다.
차와 전통춤[茶舞] 과정과 차묵화茶墨畵 과정
최치원(주6)은 “우리나라에는 현묘玄妙한 도가 있으니 그 이름을 풍류風流라 하며 가르침을 설하는 연원이 선사에 갖추어져 있으되 실로 삼교三敎를 아울러 품는다.”(주7)고 난랑비鸞郞碑 서문에 썼다. 삼국시대부터 마셔오던 우리 차 문화의 중요한 부분 중의 하나가 바로 풍류다. 선비들이 모이면 차를 마시고, 시를 짓고, 그림을 그리고, 풍악을 울리고 춤을 춘다.
사진 2. 찻자리를 준비하고 손님을 기다림.
사진 3. 학부학생들도 전통문화를 즐김.
사진 4. 손님들이 찻자리를 즐김.
사진 5. 차무 수료생들의 동래 학춤.
지금도 우리에게는 어떤 행사에 참석하면 방명록을 쓰고, 끝날 때는 노래와 춤으로 마무리를 하는 좋은 풍습이 있다. 그래서 필자는 차도과정에 이어 동래학춤의 이수자인 다혜 김자혜 교수를 담당 강사로 하는 ‘차와 전통춤[茶舞] 과정’과 담원 김창배 교수를 담당 강사로 하는 ‘차묵화茶墨畵 과정’도 개설하여 운영하였다. <다음 호 계속>
<각주>
(주1) 오상룡·김진구·강우원, 『식품학』, 도서출판 일일사(1996년 2월).
(주2) 석용운, 『韓國茶藝』, 도서출판 초의(1988).
(주3) 오상룡, 『차도학茶道學』, 국립 상주대학교 출판부(2005).
(주4) 지운, 『茶잔 속에 달이 뜨네』, 도서출판 법공양(1999).
(주5) 지운, 『茶잔 속에 달이 뜨네』, 도서출판 차생활(2009).
(주6) 최치원崔致遠; 857~?, 신라 시대의 학자. 경주 최씨의 시조. 자는 고운孤雲, 해운海雲.
(주7) 崔致遠鸞郞碑序曰, 國有玄妙之道, 曰風流, 設敎之源, 備詳仙史, 實乃包含三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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