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수]
네 가지 음식[四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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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성스님 / 2022 년 7 월 [통권 제111호] / / 작성일22-07-05 09:35 / 조회4,853회 / 댓글0건본문
사식四食(cattāro āhārā, Sk. catvāra āhārāḥ)이란 네 가지 음식이라는 뜻이다. 네 가지 음식이란 단식段食, 촉식觸食, 의사식意思食, 식식識食을 말한다. 『장아함경』 제9 「중집경衆集經」에 “다시 네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네 종류의 음식[四種食]으로서 단식摶食·촉식觸食·염식念食·식식識食이다”(T1, p.50), 『중아함경』 제29 「대구치라경大拘絺羅經」에 “첫째는 거칠거나 미세한 단식摶食이고, 둘째는 갱락식更樂食(觸食)이며, 셋째는 의사식意思食이고, 넷째는 식식識食이다”(T1, p.461), 『구사론俱舍論』 제10권에 “식食에는 네 가지 종류가 있는데, 첫째는 단식段食이고, 둘째는 촉식觸食이며, 셋째는 사식思食이고, 넷째는 식식識食이다.”(T29, p.55a) 이처럼 문헌마다 명칭이 약간씩 다르다. 대승불교권에서는 『구사론俱舍論』의 명칭을 널리 사용하고 있다.
「음식경」에 나타난 네 가지 음식
「아하라 숫따(Āhāra-sutta, 飮食經)」(SN12:11)에서는 “이미 존재하는 중생들을 유지하게 하고, 생겨나려는 중생들을 도와주는 네 가지 음식이 있다”(SN.Ⅱ.11)라고 했다. 이것은 “이미 존재하는 중생들을 유지하게 하고 생겨나려는 중생들을 도와주는 것”이 바로 ‘네 가지 음식’이라는 뜻이다. 주석서에서는 “여기서 음식āhāra이란 조건paccaya들이다. 조건들은 자신의 결실phala을 가져오기āhārati 때문이다. 그래서 조건들을 음식이라고 하는 것이다”(SA.ii.22)라고 했다.
첫째, 단식段食(kabaḷīkāra-āhāra)이란 거칠거나 미세한 덩어리진 먹는 음식을 말한다. 그래서 ‘둥글게 뭉친 밥’이라는 뜻의 ‘단식摶食’으로 번역하기도 하고, ‘물질적 음식kabaliṅkāra-bhakkha’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인도인들은 손으로 음식을 먹기 때문에, 대부분 손으로 음식을 덩어리로 만들어 먹는다. 거칠거나 미세한 덩어리는 만든 재료가 거칠거나 부드럽다는 뜻이다. 이 덩어리진 음식은 인간의 신체를 유지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품이다. 덩어리진 음식은 입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영양소를 여덟 번째로 하는 물질들을 생기게 한다. 영양소를 여덟 번째로 하는 물질들은 분리할 수 없는 물질들의 최소단위이다.
둘째, 촉식觸食(phassa-āhāra)이란 ‘감각접촉의 음식’이라는 뜻이다. 이른바 눈의 감각접촉 등 여섯 가지 감각접촉이 이에 속한다. “감각접촉의 음식은 즐겁거나 괴롭거나 즐겁지도 괴롭지도 않은 세 가지 느낌이 생기게 한다.”(SA.ii.25)
셋째, 의사식意思食(manosañcetanā-āhāra)이란 마음의 의도의 음식을 말한다. “마음의 의도의 음식은 업業을 통해서 욕계欲界·색계色界·무색계無色界라는 삼계의 존재tayo-bhavā를 생기게 한다.”(SA.ii.25-26) 이것은 욕계로 나아갈 업은 욕계 존재를 가져오고, 색계·무색계로 나아갈 업은 각각 그 존재를 가져온다. 이처럼 마음의 의도의 음식은 세 가지 존재를 가져온다.
넷째, 식식識食(viññāṇaāhāra)이란 알음알이의 음식을 말한다. “알음알이의 음식은 재생연결에 관계된 정신·물질을 생기게 한다.”(SA.ii.26) 다시 말해 “알음알이의 음식은 내생에 다시 태어남[再生]의 발생이라 [불리는 정신·물질]의 조건이 된다.”(주1)
「자육경」에 나타난 네 가지 음식
「뿟따망사 숫따(Puttamaṃsa-sutta, 子肉經)」(SN12:63)에서 붓다는 ‘네 가지 음식’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에 대해 제자들에게 자세히 언급한 적이 있다. 붓다의 가르침을 요약 정리하면 대략 다음과 같다.
첫째, 덩어리진 먹는 음식[段食]은 남편과 아내가 아들과 함께 사막을 건너다가 먹을 것이 없어서 외아들을 잡아서 아들의 고기를 먹는 것과 같이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이 아들의 고기를 먹으면서 어떤 생각을 했겠는가? “그들이 오락을 위해서 음식을 먹고, 취하기 위해서 음식을 먹고, 장식을 위해서 음식을 먹고, 꾸미기 위해서 음식을 먹었겠는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들은 오직 죽지 않고 사막을 건너기 위해 음식을 먹었을 뿐이다. 그와 같이 단식을 철저히 알 때 감각적 욕망에 대한 탐욕을 여의게 된다. 그러면 다시 이 세상으로 돌아오는 그런 족쇄가 없어진다. (SN.Ⅱ.98-99)
둘째, 감각접촉의 음식[觸食]은 마치 죽은 소가 생물들에게 뜯어 먹히는 것과 같이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즉 감각접촉의 음식을 철저히 알 때 세 가지 느낌을 철저히 알게 되고, 세 가지 느낌을 알 때 성스러운 제자가 더 이상해야 할 바가 없게 된다. (SN.Ⅱ.99)
셋째, 마음의 의도의 음식[意思食]은 힘센 두 남자에게 양손이 붙잡힌 채 숯불 구덩이로 끌려가는 것과 같다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마음의 의도의 음식을 철저히 알 때 세 가지 갈애를 철저히 알게 되고, 세 가지 갈애를 철저히 알 때 성스러운 제자가 더 이상해야 할 바가 없게 된다. (SN.Ⅱ.99) 세 가지 갈애란 감각적 욕망에 대한 갈애(kāma- taņhā, 欲愛), 존재에 대한 갈애(bhava-taņhā, 有愛), 존재하지 않음에 대한 갈애(vibhava-taņhā, 無有愛)를 말한다. 이 갈애는 의사식의 뿌리이기 때문에 갈애를 철저히 알아야 한다.
넷째, 알음알이의 음식[識食]은 도둑을 잡아 아침에 백 개의 창으로 찌르고, 한낮에 백 개의 창으로 찌르고, 해거름에 백 개의 창으로 찌를 때의 고통과 같이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알음알이의 음식을 철저히 알 때 정신·물질[名色]을 철저히 알게 되고, 정신·물질을 철저히 알 때 성스러운 제자가 더 이상해야 할 바가 없게 된다. (SN.Ⅱ.100) 다시 말해 알음알이를 철저히 알게 되면 정신·물질을 철저히 알게 된다. 정신·물질은 알음알이에 뿌리를 두고 있고 알음알이와 함께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 알음알이라는 음식을 통해서도 아라한과를 증득할 수 있다고 한다. (SA.ii.113)
위에서 살펴본 「뿟따망사 숫따」(SN12:63)의 내용을 요약하면, 덩어리진 먹는 음식[段食]은 다섯 가지 감각적 욕망을 철저히 알아야 하고, 감각접촉의 음식[觸食]은 세 가지 느낌을 철저히 알아야 하며, 마음의 의도의 음식[意思食]은 세 가지 갈애를 철저히 알아야 하고, 알음알이의 음식[識食]은 정신·물질의 구조를 철저히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네 가지 음식은 갈애가 근원
한편 ‘네 가지 음식[四食]’은 『상윳따 니까야』 제12 「니다나 상윳따(因緣相應)」에서 연기緣起를 설명하면서 나타난다. 「아하라 숫따」(SN12:11)에 따르면 “그러면 이러한 네 가지 음식은 무엇이 그 근원이며, 무엇으로부터 일어나고, 무엇으로부터 생기며, 무엇으로부터 발생하는가? 네 가지 음식은 갈애渴愛가 그 근원이며, 갈애로부터 일어나고, 갈애로부터 생기며, 갈애로부터 발생한다.”(SN.Ⅱ.11-12) 이른바 갈애는 느낌[受]으로부터 발생한다. 느낌vedanā은 감각접촉[觸]으로부터 발생한다. 감각접촉phassa은 여섯 감각기관[六入]으로부터 발생한다. 여섯 감각기관saļāyatana은 정신·물질[名色]로부터 발생한다. 정신·물질nāma-rūpa은 알음알이[識]로부터 발생한다. 알음알이viññāṇa는 의도적 행위[行]로부터 발생한다. 의도적 행위saṅkhāra는 무명無明으로부터 발생한다.(SN.Ⅱ.12)
이 경에서는 ‘네 가지 음식’이 윤회의 조건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네 가지 음식’이 윤회의 조건이라면, 중생들에게는 다른 조건들도 많은데 굳이 이 ‘네 가지 음식’만을 적용하고 있는가? 라는 의문이 생긴다. 이에 대해 주석서에서는 “이들은 중생들의 내적인 존재지속(ajjhattika-santati, 相續)을 유지하는 데 특별한 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즉 덩어리진 먹는 음식[段食]은 덩어리진 음식을 먹는 중생들의 육체적인 몸(rūpa-kāya, 色身)에 대해서 특별한 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정신적인 몸(nāma-kāya, 名身)에 대해서 ‘감각접촉phassa’은 느낌vedanā의 특별한 조건이요, ‘마음의 의도mano-sañcetanā’는 알음알이에게 특별한 조건이요, ‘알음알이viññāṇa’는 정신·물질nāmarūpa에게 특별한 조건이기 때문이다.”(SA.ii.25)라고 설명한다.
이처럼 주석서에서는 ‘네 가지 음식’을 재생연결식paṭisandhi-citta과 관련하여 설명한다. 이를테면 “재생연결의 순간에 중생들에게는 중생이라는 존재지속[相續, santati]을 통해서 생겨난 [몸이라는] 물질들 안에 영양소(ojā)가 생겨난다. 이것이 갈애를 근원으로 한 업에서 생긴 덩어리진 [먹는] 음식이다. 그러면 이러한 재생연결식과 함께하여 일어난 감각접촉과 마음의 의 도와 그리고 그 마음 자체를 뜻하는 알음알이가 각각 갈애를 근원으로 하여 일어난 업에서 생긴 ‘감각접촉’과 ‘마음의 의도’와 ‘알음알이’라는 음식이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재생연결의 순간에 음식은 전생의 갈애를 근원으로 하여 생긴다. 이러한 재생연결의 순간에서와 같이 그다음의 최초의 바왕가bhavaṅga의 마음의 순간 등의 경우에 대해서도 이와 같이 알아야 한다.”(주2) 이것은 전형적인 상좌부의 해석이다.
그러나 한역 아가마(Āgama, 阿含)나 다른 부파의 논서에서는 약간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 『중아함경』 제29 「대구치라경大拘絺羅經」에서는 “음식의 참뜻을 알고, 음식의 원인을 알며, 음식의 멸함을 알고, 음식이 멸하는 방법의 참뜻을 아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것이 붓다가 ‘네 가지 음식’을 설한 목적이 아니겠는가?
<각주>
(주1) SN.Ⅱ.13, “Viññāņāhāro āyatiṃ punabbhavābhinibbattiyā pacayo.”
(주2) SA.ii.28; 각묵 옮김, 『상윳따 니까야』 제2권, 초기불전연구원, 2009, p.125, n.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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