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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다도]
들차회, 야외野外에서 차를 마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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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룡  /  2022 년 7 월 [통권 제111호]  /     /  작성일22-07-05 10:15  /   조회2,859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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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茶道 19 | 茶道과정 ②

 

지난 호에서 상주대 평생교육원에서 처음으로 차도과정을 개설하게 된 자초지종을 알려드렸다. 이번 호에서는 차도과정 중 정규 과정으로서 전후 학기 각 한 번씩 진행했던 ‘들차회’에 대해 이야기 드릴까 한다. 

 

삼국시대부터 마셔오던 우리 차 문화의 중요한 부분 중의 하나가 바로 풍류風流이다. 이 풍류의 특성과 함께 차가 갖는 또 다른 중요한 특성 하나는, 차는 ‘나눠 마신다’는 것이다. 상주대학교 평생교육원 차도과정 수강생 전체(1999년 1기에서 16기까지 300여 명)에게 차도과정에 등록하게 된 이유를 물어 보면 차를 주위 분들과 나눠 마시기 위해 배우러 왔다고 하는 부류가 가장 많았다. 즉 차를 배우려는 동기부터가 벌써 나눠 마시기, 베풂의 마음에서 시작되었던 것이다.

 

화상교육 때의 들차회

 

차를 마실 때 실내가 아닌 실외 즉 경치가 좋은 야외에서 하는 차회를 ‘들차회’라고 한다. 이것은 장소를 강조한 말이다. 한편 농민들이 농번기에 농사일을 공동으로 할 때, 새참으로 음식을 먹을 때처럼 둥글게 둘러앉아서 마시는 차를 ‘두레차’나 ‘두리차’라 하고, 이런 차 모임을 ‘두레차회’, ‘두리차회’라 한다. ‘두레’나 ‘두리’는 둥글다는 뜻이므로 이것은 앉은 모양에 중심을 둔 말이다.

  

사진 1. 화상교육, 개별 손님 상. 

 

2000년도에 실시한 차도학 교원 연수 화상교육 63시간 중 4시간을 두레차회/들차회에 대한 강의와 실기평가를 하였다. 즉, 모니터로만 공부하던 것을 연수 마지막날 학교에 출석하여 실지로 수강생 각자가 한 개의 차 자리를 펴는 들차회 실습을 하였던 것이다.(주1)

 

누정樓亭(주2)

 

누정은 누각樓閣과 정자亭子의 줄인 말로 원래 누각은 멀리 넓게 볼 수 있도록 2층 다락 구조로 높게 지어진 건물이고, 정자는 누각보다 조금 작은 규모로 경관이 수려하고 사방이 터진 곳에 지어 자연 속에서 풍류를 즐기며 정신 수양의 장소로 활용된 건축물이다. 누각에 비하여 정자는 건물의 크기가 작으나 누각과 마찬가지로 벽이 없고 기둥과 지붕만으로 되어 있다. 누각과 정자를 정자라고 통칭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누정은 놀거나 휴식할 장소로 활용하기 위하여 산수 좋은 높은 곳에 세운다. 또한 지성인들이 모여 정치와 학문을 논하고 후학들을 양성하며, 계회契會를 여는 장소이기도 하였다.

 

이러한 정자를 땅의 넓이에 비례하든 인구수에 비례하든 어떻게 비교하더라도 전 세계에서 그 수가 가장 많은 나라가 우리나라이다. 그렇게 많은 정자를 필요로 했던 우리 조상들, 그분들은 정말이지 멋을 아는 분들이었다. 멋을 아는 민족, 그게 오늘의 우리다. 오늘날 그 멋이 제대로 빛을 발해 전 세계가 우리나라 드라마, 영화, 음악 등 K문화에 열광하는 것은 아닐지, 그렇다면 앞으로 이 한류의 흐름은 점점 거세어져 조만간 세계 문화를 선도하는 주류를 형성하지 않을지 싶다.

 

화전놀이와 들차회

 

음력 3월 삼짇날을 전후하여 진달래꽃으로 화전花煎을 지져 흥겨운 놀이판을 벌였던 우리의 전통문화는 한해 농사를 잘 짓기 위해 결속력을 다지는 농경시대의 중요한 풍속 중 하나였다. 필자의 고향 경북 의성에는 대곡사 화전놀이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사진 2. 강의실 뒷편에서 차회. 

 

비봉산 동쪽 기슭에 대곡사大谷寺가 있다. 즉, 의성 지역 사람들은 비봉산을 찾아 화전놀이를 벌였는데, 이 대곡사를 둘러싼 산자락에는 자생하는 진달래가 지천이어서 봄에는 온 산을 붉게 물들였다. 대곡사 화전놀이는 모임을 특별히 주선하는 사람도 없고, 비봉산을 중심으로 인근 마을의 주민들이 스스로 모여 삼짇날 놀이를 하였고, 이 풍속은 1970년도 초반까지 이어져 왔다.(주3)

 

안동에서는 화전놀이를 가서 부녀자들이 모여 노래를 부르고 또 짓기도 하였는데, 이 노래를 「화전가」라고 한다.(주4) 또한 문경에서는 1962년 무두실 화전놀이 기록이 남아 있고,(주5) 2007년 남도 화전놀이와 들차회에 관한 보고가 있다.(주6)

 

이러한 기록들로 미루어 옛날 화전놀이 전통에는 차가 곁들여졌을 것으로 사료된다. 야외에서 화전놀이에 차를 곁들였으니 들차회의 형식이 갖춰졌고, 이는 우리 고유의 차문화가 면면히 이어지기를 바란 조상들의 염원이 화전놀이와 들차회를 아우르는 것으로 자리 잡은 것이 아닐까 한다.

 

1990년대 이후 들차회가 전국적으로 보급되고 성행했던 것은 상주대학교 평생교육원 차도과정이 기여한 바가 크다. 전국에서 모였던 수강생들이 수업을 듣고 출신 지역에 들차회를 소개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들차회를 보급 및 성행시키는 데 일조하였다.

 

차도과정 들차회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차도과정에서 들차회는 정규 과정으로 전후 학기 각 한 번씩 있다. 찻자리는 차도과정 수강생 두 명이 한 자리씩 펴도록 하였는데, 화전놀이와 함께 시전示展되었다.

 

차도과정에는 각 기수마다 회장과 총무가 있다. 보통 전 학기 처음 개강일에는 지난 기수의 회장과 총무가 찻자리를 준비해 와서 수업 시작하기 전과 휴식 시간에 회원들이 차를 마실 수 있도록 준비를 한다. 그 다음 주부터는 그 해 수강생이 두 명씩 짝이 되어 순서를 정하여 찻자리를 준비하게 되니 한 학기에 한 번씩 당번이 되어 강의실 뒷자리에서 차를 마시게 되어 자연히 들차회 연습을 하게 되었다. 

 

 사진 3-1. 들차회 준비중.

 

사진 3-2. 손님을 기다림.

 사진 3-3. 총장과 교수 시음. 

 

들차회는 스스로 즐기는 들차회와 손님들을 접대하는 들차회가 있다. 스스로 즐기는 들차회에는 두레차회처럼 여러 사람이 둘러앉아서 차를 마시며 담소를 즐기고,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하는 등 참가자들 스스로를 위하여 즐기는 차회이다. 사람이 많이 오가지 않는 풍경이 좋은 장소를 택하는 경우가 많다.

 

손님을 접대하는 들차회는 두 사람이 짝이 되어 하나의 찻자리를 만들고, 이런 찻자리를 여러 개 만든다. 여러 찻자리에서는 각기 다른 종류의 차를 준비하여 손님들은 자신의 기호에 따라 찻자리를 찾아가면 된다. 그래서 손님을 위한 찻자리가 된다.

 

졸업발표회나 전시회 같이 여러 사람이 오가면서 마음에 드는 찻자리에 앉아서 차를 마시고 손님과 차담茶談을 나눌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때는 손님으로부터 방명록을 받기도 한다.

 

학부생들과의 연계

 

들차회 날은 미리 공지하여 학부 학생들도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게 하였다. 필자가 강의하는 ‘식품문화사’와 ‘차문화학’을 수강하는 학생들은 들차회에 필히 참석하고 리포트를 제출하게 하였다. 즉, 차의 종류, 차도구, 차 우리는 법, 다각茶角의 옷차림, 차식茶食, 화전 만드는 법, 찻자리의 전체적인 어울림 등등 본인이 스스로 제목을 정하여 작성하되, 단순히 사실만을 기술하는 것이 아니라 장점과 단점, 내가 찻자리의 주인이면 어떻게 하겠다는 등의 자기 생각이 포함된 참가 소감을 작성한 후 제출하게 하였다.

 

찻자리를 편 평생교육원 수강생들은 자식 같은 젊은 학생들의 질문에 답하면서 그동안 공부한 것을 많이 생각하게 되어 복습이 되었다고 하고, 손님인 학부 학생들은 우리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등 양쪽이 모두 좋아하는 행사가 되었다.

 

스스로 하는 들차회

 

차도과정은 10시에 시작하여 3시간을 공부하니 끝나면 점심을 먹어야 하는 시간이다. 개강 후 2~3주가 지나면 이제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도 익숙해지니 기수에 따라서는 점심을 위해 식당으로 가지 않고 수강생들이 각자 밥, 국, 반찬 등을 한 가지씩 가져와서 큰 그릇에 한꺼번에 비벼서 캠퍼스에 둘러 앉아 나누어 먹고, 이어서 들차회를 즐기는 등 정겹게 지내는 모습들이 보기에 좋았다. 스스로들 들차회를 열었으니 공부가 제대로 되었다 하겠다.

 

들차회에서도 헌차獻茶

 

새해맞이차회(주7)는 지극한 정성으로 차를 다려 부처님과 이웃, 그리고 나에게 차를 올리며 밝은 새해를 염원하고 덕담을 나누며 새해와 차의 뜻을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 차회를 이른다. 이때는 둥글게 앉아 삼인용 차도구로 차를 우려 첫 번째 잔을 부처님께 올리고[獻茶], 두 번째 잔은 옆에 앉은 차벗에게, 세 번째 잔은 내가 마시는 잔으로 하였다. 그리고 평소 일상생활에서 헌차獻茶(주8)를 할 때는 어떤 찻자리에서든 그날 첫 번째 우린 차로 고수레를 하거나 헌차를 한다. 

 

사진 4. 학부학생 시음하고 질문함.

 

차를 마시는 손님도 내가 마시기 전에 찻잔을 두 손으로 잡고 눈높이까지 올려 예를 표하고, 내가 차를 마시기 전에 이 차가 내게 오기까지의 여러 과정의 많은 고마운 분들과 모든 어진 분들에게 공양供養 올리고 차를 마신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차는 세 번에 나누어 마시는데, 한 모금째는 탐욕을 비우고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두 모금째는 성내는 마음을 버리고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세 모금째는 어리석은 마음을 비우며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하며 마신다.

 

<각주> 

(주1) 오상룡, 차도茶道를 화상으로 교육하다, 『고경』 104 pp77-83, 성철사상연구원(2021.12).

(주2) 위키실록사전 http://dh.aks.ac.kr/sillokwiki/index.php/%EB%8C%80%EB%AC%B8 

(주3) 네이버 지식백과; 대곡사大谷寺 화전花煎놀이,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주4) 네이버 지식백과; 화전花煎놀이,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주5) https://chaehd.tistory.com/777

(주6) 이경희, 「차 행사의 전통문화 전승에 관한 연구」, 『한국차학회지』 132, pp61-76(2007). 

(주7) 오상룡, 「새해맞이 차회를 열다」, 『고경』 106, pp94-102, 성철사상연구원(2022.02).

(주8) 오상룡, 「헌차獻茶를 생활화 하자」, 『고경』 109, pp96-103, 성철사상연구원(20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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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룡
계간 《차생활》 편집인. (사)설가차문화연구원 이사장, (사)생명축산연구협회 협회장, (사)아시아-태평양 지구생명 환경개선협회 협회장, (사)한국茶명상협회 이사·감사. 현 경북대 농업생명과학대학 명예교수. 『차도학』(국립 상주대 출판부, 2005) 이외 저 역서 다수. 「차의 품질평가」 등 논문 및 연구보고서 100여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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