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벽화 이야기]
지장전과 우란분절(백중) 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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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희 / 2022 년 8 월 [통권 제112호] / / 작성일22-08-05 10:36 / 조회4,237회 / 댓글0건본문
지장보살地藏菩薩은 석존 멸후로부터 미륵보살이 성도成道할 때까지의 무불無佛 시대에 육도 중생의 제도를 부촉받으신 보살님이다. 지장은 범어로 크시티가르바Kstigarbha라 하며 지장보살의 역할과 성격에 대하여는 지장신앙의 근본경전, 즉 지장삼부경地藏三部經으로 불리는 『지장십륜경地藏十輪經』, 『지장본원경地藏本願經』, 『점찰선악업보경占察善惡業報經』에 잘 나타나 있다.
지장전의 본존과 교의
여기에 의하면 지장보살은 석가모니불이 입멸한 후 미륵불이 출현할 때까지의 무불세계에서 지옥·아귀·축생·아수라·인간·천상의 육도六道에서 윤회 전생하는 중생을 해탈시키는 보살님이다. 이와 같이 백천의 방편으로 일체중생들을 교화하기 위해서 각 중생의 근기에 따라 모습을 나투어 죄를 짓고 고통받는 모든 중생들을 평등하게 해탈케 하므로 대원본존大願本尊이라 한 것이다. 그래서 이를 상징하여 오른손에 여섯 개의 고리가 달린 석장錫杖을 쥐고 계시고, 왼손에는 중생의 소원과 복덕을 구족시켜 주심을 뜻하는 마니보주摩尼寶珠를 쥐고 계시는 형상으로 조성하여 신행의 대상으로 삼는다.
지장보살의 형상적 특징은 『지장십륜경地藏十輪經』 등에 의하여 성문형聲聞形, 즉 민머리의 스님과 같은 모습이거나 머리에 두건을 두른, 즉 피건상被巾狀으로도 조성이 되는데, 이 피건상은 14세기의 고려 불화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또한 이와 달리 밀교의 만다라에서는 화관과 영락을 한 보살형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이러한 지장보살을 본존으로 모신 전각이 지장전地藏殿 (사진 1)이다. 지장전은 달리 명부전冥府殿 또는 시왕전十王殿이라고도 한다. 내부에는 지장보살과 무독귀왕·도명존자를 모셔서 삼존을 이루고, 본존의 좌우에 명부 시왕을 모시는데 대체로 시왕상과 시왕탱을 함께 갖추어 모신다. 그리고 외벽에는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 벽화와 함께 유명교주幽冥敎主이신 지장보살의 권능과 관련하여 영가천도靈駕薦度를 통한 효의 실천과 또한 생자生者나 망자亡者에 대하여 법에 의한 진정한 제도중생의 의지 표현으로 ‘목련구모目連救母’ 벽화와 ‘반야용선극락도般若龍船極樂圖’와 인로왕보살 벽화 등이 그려진다. 우리나라의 삼보사찰 가운데 승보종찰인 조계산 송광사의 지장전은 이러한 가르침을 잘 구현하고 있어서 소개하고자 한다.
목련구모目連救母
목련구모 벽화는 목련존자目連尊者가 아귀의 고통을 받고 있는 어머니를 제도한 효성을 설한 『우란분경盂蘭盆經』과 『목련경目連經』 등에 근거하여 그려지는 벽화다. 『우란분경』의 중심 내용은 목련존자가 하안거가 끝나는 7월 15일 스님들에게 공양을 올리고 대승행을 실천하여 전생 및 금세의 돌아가신 7대에 이르는 부모님과 조상님을 구제하였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일찍부터 이 경전이 전래되어 백중에 우란분재를 행하게 되었으며, 특히 효도와 어버이의 명복을 빈다는 뜻에서 널리 존숭되었던 경전이다. 갖가지 음식과 과일을 갖추어서 시방세계十方世界의 부처님과 보살, 그리고 스님들에게 공양을 올려 그 공덕으로 지옥에 떨어진 망령亡靈을 구제한다는 경의 뜻에 따라 오늘날에도 백중날이 되면 우란분재가 성대히 행하여지고 있다.
『목련경目連經』 역시도 효도에 관하여 설한 경전으로 『대목건련경大目建連經』이라고도 하며, 우리나라에는 고려 시대부터 효도의 경전으로 널리 독송되었다. 목련경은 나복羅卜 목련의 지극한 효행을 실은 경전으로 고려 시대는 물론이고 유교를 중시하던 조선 시대에도 불교의 지극한 효성을 반영시킨다는 점에서 더욱 널리 읽혀지고 수용되었다. 끝부분에 우란분재를 올리도록 한 것은 『우란분경』의 내용과 같다. 목련구모 벽화의 내용이 되는 경전 가운데 하나인 『우란분경』을 다시 요약하면 이렇다.
세존의 제자 가운데 신통력이 가장 수승한 목련존자가 신통력으로 돌아가신 어머니를 찾아보았다. 그랬더니 어머니는 아귀가 되어 굶주리고 목이 타는 고통을 받고 있었다. 그 고생하는 모습을 본 목련은 슬피 탄식하면서 신통으로 바루를 던져 어머니에게 음식을 제공하였지만 어머니가 음식을 받아 입에 넣으려는 순간 음식은 뜨거운 불로 변하고 말았다.
목련은 슬피 울며 부처님께 이 일을 고하였다. 이에 부처님은 어머니의 죄가 워낙 무거워서 비록 신통이 뛰어 난 아들이지만 혼자의 힘으로는 구제할 수 없다고 하시며, 7월 15일에 시방의 스님들께 두루 공양할 것을 가르쳐 주셨다. 즉 이 날은 선정禪定을 닦던 많은 스님들이 도를 깨우치기도 하고, 또 그 도의 힘이 결집되는 날이기도 하며, 도력 있는 스님들이 한자리에 모여 일심으로 진리를 문답하고 참회하는 자자일自恣日이기 때문에 갖가지 음식과 과일을 정성스럽게 공양하면 그 공덕으로 전생의 여섯 어버이와 현재의 부모님은 천상天上의 복락을 누리게 된다고 하셨다. 목련존자는 부처님의 이 같은 가르침대로 행하여 어머니를 지옥의 고통에서 구하였다.
‘목련구모’ 벽화는 화면의 크기나 유형에 따라 여러 가지 도상이 있다. 그 가운데 송광사 지장전의 벽화는 언급하였듯이 대표적인 경우로 실감나게 묘사되어 있다. 우측에 지장보살과 목련존자가 서운瑞雲에 위에서 우란분재를 실천한 공덕으로 지옥고에서 벗어 나오는 어머니를 맞이하는 모습이 참혹한 지옥을 배경으로 공간감 있게 표현하여 경經의 내용을 함축하여 나타내 주고 있다(사진 2).
반야용선극락도般若龍船極樂圖
‘반야용선극락도’는 목련구모 벽화와 마찬가지로 명부전의 벽화로 그려진다. 망자의 제도를 설하는 이들 벽화는 영단탱화靈壇幀畵인 감로탱甘露幀의 분화로 볼 수 있다.
역시 송광사 지장전의 벽화를 보면 화면 가운데에 큼직한 반야용선이 극락을 향하고 있으며 뱃머리에는 영가를 맞이해 안내하는 총책임을 맡으신 분인 인로왕보살引路王菩薩이 ‘나무대성인로왕보살南無大聖引路王菩薩’이라고 적힌 번幡을 들고 서 계신다. 좌측은 차안此岸의 표현으로 망자에 대한 그리움과 슬픔에 젖어 있는 유가족이 표현되어 있다(사진 3).
일반적으로 천도재 의식을 통해서 망자가 업에 따라 받게 되는 고통에서 구제한다고 하는데 사실은 망자만이 아니라 살아남아 고뇌하는 재주齋主의 고통도 함께 구제하는 것이다. 즉, 천도의식은 망자와 생자 모두를 구제하는 의식인 것이다. 그리고 송광사 지장전의 좌측 벽에는 극락도사極樂導師인 아미타불이 주존으로 계시는 극락정토에 연화 화생化生하는 이들을 관음·세지의 양 협시와 함께 내영하고 있는 모습(사진 4)과 극락의 광경까지 압축되어 그려져 있다(사진 5).
이러한 모습은 『무량수경』의 내용을 표현한 것으로 이와 관련한 경문을 보면, “사리불이여, 극락국토에는 칠보로 된 연못이 있는데, 그 가운데는 여덟 가지 공덕을 갖춘 팔공덕수로 가득 하느니라. 연못 속에는 수레바퀴만한 연화가 있는데, 푸른 광채가 나는 연화, 누런 광채가 나는 연화, 붉은 광채가 나는 연화, 흰 광채가 나는 연화인데, 모두 미묘하고 향기롭고 정결하다. 사리불이여, 극락국토는 이와 같은 공덕장엄으로 이루어져 있다.”라고 한 내용의 반영이다.
또한 인로왕보살의 모습은 독존 벽화(사진 6)로도 그려지는데, 이는 천도의식에서 인로왕보살이 망자를 불보살의 법석法席이나 안락정토로 인도하는 중요한 역할에 기인하는 것이다. 따라서 영가 및 대중이 삼보의 사자使者이신 인로왕보살님께 귀의를 표하는 것은 곧 삼보님 전에 귀의를 표하는 것이 되며 동시에 영가 또한 인로왕보살의 인도와 보호를 받으면서 극락에 왕생함을 이른다. 그래서 반야용선극락도 벽화의 도상은 예외 없이 번을 든 인로왕보살이 뱃머리에 위치하고 있는 것이다.
조형적으로 볼 때에 ‘극락왕생도極樂往生圖’ 같은 벽화 등은 관음·세지·지장보살 등과 함께 한 화면 또는 여러 화면으로 나뉘어져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의식 때는 주로 기旗나 번幡으로 모셔져 있는 것이 일반적이며 간혹 독립된 존상의 형태로 조성되기도 한다.
감로탱의 분화로 볼 수 있는 반야용선극락도 벽화는 한 폭의 풍속화를 보는 듯한 도상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이는 문화의 자생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불교미술이 동시대의 일반회화와의 관련성을 보여 주는 좋은 사례이기도 하므로 불교미술 전반에 걸쳐 도상이 연구되고 시도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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