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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탁소리]
맏사형 천제 대종사 스님의 『시월록示月彔』 출판을 기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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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택스님  /  2022 년 8 월 [통권 제112호]  /     /  작성일22-08-05 11:24  /   조회4,571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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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1일 오미크론바이러스에 감염되어 한 달간 머물던 동아대학교병원에서 퇴원하여 고심정사로 돌아오니 책상 위에 『시월록示月彔』이라는 책이 놓여 있었습니다. 저희 문도의 맏사형이신 천제 대종사께서 편저자로 되어 있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40여 년 전, 맏사형 천제스님께서는 성철 큰스님을 모시기 위해 해운대 청사포 500평 부지에 중앙 법당과 우측에 큰스님이 머무실 공간, 좌측에 대중이 머무는 요사채 등 건물 세 동으로 구성된 ‘해월정사海月精舍’를 창건하셨습니다. 성철 큰스님 열반 후에 중앙의 법당을 2층으로 올리고 선실과 와우산방을 증축하여 기와를 덮고 사찰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그 후 뒷터를 확보하여 2007년에 4층 높이의 봉훈관奉訓館을 건립하여 1층은 홍보실, 2층은 좌선실, 3층은 시월전示月展으로 큰스님께서 만년필로 쓰신 친필과 소장했던 경전들을 전시·보관하고, 4층은 법당으로 비로자나 법신불을 주불로 모셨습니다.

 

사진 1. 부산 해운대 청사포 해월정사와 봉훈관.

 

맏사형 천제스님께서는 큰스님의 유필을 무척 애지중지하셨기에 그 전체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도 모른 채 늘 궁금증만 가지고 지내 왔습니다. 그러던 차에 “봉훈관을 개관한 지 어언 10년의 세월이 지났습니다. 음력 초하루마다 무작위로 큰스님 친필 한 페이지씩을 복사하여 소개하고 설명하는 법회를 이어왔습니다.”라고 하신 말씀을 전해 듣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때 “맏사형님께서 정리하기도 쉽지 않으시면 학자들에게 맡겨 정리하심이 어떻겠습니까?”라고 여쭈었더니 “내가 알아서 할 터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시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결과가 큰스님 열반 30주년을 앞두고 『시월록』이라는 책으로 편집되어 눈앞에 놓여 있으니 반갑고 반가워 만감이 교차하였습니다.

 

사진 2. 성철 큰스님과 천제스님

 

내용을 살펴보니 뜻밖에도 성전암 10년 시절에 물리학에 관심을 가지고 아인슈타인의 E=MC²이라는 상대성원리 등을 연구하셨다는 내용이 여기저기 정리되어 있어서 놀랍고 다행스럽게 생각했습니다. 5년 전에 최원섭 박사가 『고경』에 「큰스님의 묵향을 더듬다」라는 제목으로 성철 큰스님의 육필을 처음 공개하는 “불교와 과학”에 대한 논설을 연재한 적(『고경』 제45호, 2017.01 ~ 제62호, 2018.06)이 있습니다. 그 전체를 다 소개할 수는 없고, 일부분을 발췌·정리하며 맏사형님의 『시월록』 출판을 기념하고자 합니다.

 

“무심위에 들면 눈먼 사람이 홀연 눈을 뜬 것 같아서 생전에만 자유 생법生法을 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업에 따라 다음 생을 받는 일은 영원히 없어지고 인연에 따라 자유자재로 몸을 바꾸게 되므로 무심위를 또한 자재위自在位라 부른다. 무심위부터는 눈 뜬 사람과 같아서 영원토록 자유의 몸이 되는 것이다. (중략) 

 

인간의 정신은 종자식에 연하여 영혼으로써 영원히 불멸할 뿐만 아니라 정신수련 정도에 따라 기묘한 작용을 하게 되는바 불교에서는 이를 신통이라 한다. 앞에서 말한 타심他心, 숙명宿命, 양지兩知도 그 신통의 일종이다. 진정한 신통은 성위聖位 즉 무심위 이상의 것이다. 정신적 면의 신통을 현지玄知라 부르나니 (중략)

 

사진 3. 월간 『고경』 57호(p.40).

 

즉 현지를 얻으면 일자무식한 인간이 천하제일의 박학 이상의 지혜로써 어떠한 학식가라도 대적 못 하게 되나니 실지 신통력으로써 얻는 지혜는 학문으로써 얻은 지혜의 천만 배 이상이나니 이는 선종 육조 혜능대사가 좋은 예이다. (중략) 

 

무심위 즉 자재위에 도달하면 첫째 육체의 분신이 자유한 것이다. 이 분신이 자유하면 은신도 자유하여 여하한 사람도 그 형체를 볼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무심 즉 자재위에 도달하면 정신상 무한한 혜광이 발함과 동시에 육체상 허다한 신이神異가 수반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좌탈입망, 방광, 사리 같은 것은 문제삼을 것도 없는 것이다.”(통권 제57호, 2018.01, pp.40)

 

“인간의 정신 내에 원자력 같은 위력을 갖춘 것을 확인하였다 하더라도 이것을 꺼내 쓸 방법이 없으면 이는 질량 내 정지에너지와 같아서 실제로는 하등 소용이 없는 것이다. 석가가 최초에 활연대오해서 진여종지를 발휘하여 우주 만유가 불생불멸인 진여의 발현으로써 일체가 전부 상주불멸임을 명백히 알았을 때 크게 놀랐거니와 또한 사람사람 모두가 막대한 심능력을 보유한 것을 보고 “기이하고 기이하도다!”하고 재삼 탄복하였던 것이다. 그리하여 이 경이적 사실을 도처에서 설파하여 많은 경전을 성립시키고 따라서 뒤에 오는 인간들이 석가모니의 말을 따라 수도 공부하여 석가와 같이 불가사의한 정신력을 발용하여 영원한 자유와 무한한 행복을 획득한 것이다. (중략) 

 

사진 4. 월간 『고경』 58호(pp.44~47).

 

전에도 말했지만 유심위에서 무심위에 들어갈 때는 유심위 가운데 기멸망상이 전부 정지되어 무명무상한 무심위로 들어가는 것이다. 이 무심위에서 진여위眞如位에 들어가면 천지가 붕괴하는 것 같은 일대현상이 일어나 심중에 불가사의한 변환을 일으켜 캄캄한 깊은 밑바닥에서 백천일월이 동시에 출현하는 것과 같은 별세계로 전변하는 것이니, 이 구경적인 변환을 오도悟道, 즉 깨쳤다고 부르는 것이다. 그리하여 여기서 정신상 무한한 현지玄知와 육체상 자유한 신행神行, 신통 등의 인간 본유의 전능력이 발현되는 것이다.”(통권 제58호, 2018.02, pp.44~47)

 

이와 같은 자세한 설명이 『시월록』에는 드물지만 큰스님의 원문 인용 끝에 천제스님의 간단한 내용 설명이 실려 있습니다.

 

오늘 이렇게 『시월록』을 받아들고 『고경』에 실렸던 큰스님의 고구정녕한 말씀을 다시금 세상에 알리는 것은 큰스님의 삶의 위대함을 제 마음에 담기 위해서입니다. ‘보아도 보지 못하고, 만나도 만나지 못한’ 채 큰스님을 시봉한 시자로서 너무 죄송스러워서입니다. 큰스님께서 열반에 드시고 난 뒤 “백련암 뒷산에서 다비장의 타오르는 불덩이 같은 방광이 내 머리 위로 떨어지는 듯하더라.”고 하며 놀라워하시던 길상암 감원 명진스님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마장에 사시는 분도 “몇 년을 두고 백련암 쪽에서 큰스님께서 머무름 없이 쉬엄쉬엄 방광하시는 모습은 정말 장관이었다.”고 하시던 이야기도 이제야 실감 있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큰스님께서 위중한 병상에서도 “똑같다, 똑같다.” 하시던 말씀들도 귀에 먹먹하게 울려오고 있습니다. 맏사형님의 『시월록』 편찬은 또 한 방의 죽비가 되어 제 어깨를 두드리고 있습니다.

 

사진 5. 『시월록』 표지.

 

그리고 며칠 전 현응 주지스님의 배려로 방장 큰스님을 모시고 해인사승가대학 학장 보일스님과 학감 법장스님이 저녁 공양을 하는 자리에 초대를 받았습니다. 이 자리에서 학감 법장스님의 불이상不二償 수상 경위와 8월 15일부터 19일까지 열리는 ‘세계불교학대회’에서 일반발표를 하게 된 학장 보일스님의 ‘인공지능 연구’에 대한 노력담을 듣게 되었습니다. 해인총림 강원 발전에 여념이 없는 두 분 스님께 심심한 감사를 드리며, 그 이야기를 『고경』 지면에 소개하고자 합니다. 아울러 무더운 여름철 삼복더위에 『고경』 독자는 물론 불자님 모두 건강하시길 바라마지 않습니다. 

 

제37회 불이상 연구분야 수상자 법장스님

 

이번 제37회 불이상不二賞 연구분야 수상에 오기까지 앞서 2년간의 도전이 있었습니다. 2020년에 불이상이라는 상이 한국에서 불교연구 분야에 가장 권위 있는 상이라는 것을 듣고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러나 불이상은 이전에 수상을 했던 수상자가 추천을 해야 하는 것이어서 포기하고 지내고 있었는데 때마침 서울 동국대 이자랑 교수님으로부터 추천 의뢰를 받아 처음 도전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한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지 않고 외국에서 주로 발표와 연구를 했기 때문에 첫 도전은 실패를 했습니다. 그러나 다음 해부터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학술서적 출판, 논문 발표 및 등재하며 다시금 준비하여 2021년에 두 번째 도전을 했으나 마찬가지로 실패를 했습니다.

 

사진 6. 제37회 불이상 수상자 기념 촬영, 왼쪽부터 부산개인택시 법륜회(실천분야), 해인사승가대학 학감 법장스님(연구분야), 불이회 회장 홍라희 여사와 불교민속연구소장 구미래 박사(특별상).

 

마침 코로나가 극성인 시기여서 산중에서 한 걸음도 나가지 않고 한 해 동안 수많은 연구를 할 수 있게 되었고, 좋은 시절인연이 생겨 일본에서 출판했던 박사논문인 『범망경 주석사 연구』가 동국대에서 주관하는 학술상을 수상하여 한국에서 출판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을 계기로 저의 연구분야와 활동이 본격적으로 국내에 알려지기 시작했고, 2022년도 제37회 불이상에 세 번째로 도전하여 ‘불이상 100번째’ 수상자로 선정되었습니다. 

 

특히 불이상은 연구와 실천(포교)의 두 분야로 되어 있는데, 그 전의 스님들은 거의 실천분야에서 수상을 하였고, 연구분야는 34년 전인 제4회 수상 이후 처음이라고 합니다. 또한 교육부 인가 교육기관, 연구소가 아닌 불교의 전통교육기관인 승가대학(강원)의 교수사가 상을 받는 것은 최초라고 합니다. 많은 지인분들이 제가 현재 경주 동국대 겸임교수로 있다 보니 동국대 소속으로 하면 보다 수월할 것이라고 하셨으나 저는 반드시 해인사승가대학 소속으로 불이상을 받아 후배들과 후학들에게 할 수 있다는 신심과 해인사에 대한 자부심을 심어 주고 싶었습니다. 이러한 굳은 신심과 간절함이 잘 조화를 이루어 이번 제37회 불이상 연구분야를 수상하게 되었습니다. 

 

2016년에 박사학위를 받고 일본에서 대학 강사를 하며 미국 시카고대학의 전임연구원으로 떠나려던 찰나에 해인사에서 교수사 의뢰를 받고 한순간의 고민과 망설임도 없이 이곳 해인사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좋은 인연이 이러한 결과로까지 이어지게 되어 산중의 어른, 선배 스님들과 모든 대중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제19차 세계불교학회에 일반발표자로 선정된 학장 보일스님과 패널발표자 법장스님

 

IABS(International Association of Buddhist Studies)(주1)는 현존하는 전세계 불교학회를 대표하는 학회이며 학술대회입니다. 주로 서양권을 중심으로 학술활동을 이어오고 서양의 학자들이 중심이 되어 발표가 이뤄지고 있는 다소 진입장벽이 있는 학회입니다. 그러던 중 2022년에 드디어 서울대학교에서 IABS가 개최된다는 뉴스(주2)가 공식적으로 나왔습니다. 많은 불교학자들이 누구라도 한 번쯤 발표와 등재를 하고 싶어하는 꿈의 무대인만큼 발표자의 경쟁이 매우 치열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불교학자들과 공부 중인 스님들이 발표에 응시를 했습니다.

 

사진 7. 제19차 세계불교학회에서 일반발표자로 선정된 해인사승가대학 학장 보일스님.

 

발표는 일반발표와 패널발표의 두 종류가 있습니다. 일반발표는 개인이 응시하여 논문의 주제를 심사받아 선발되는 방식입니다. 패널발표는 연구자들이 팀을 이루어 하나의 특정 주제를 가지고 서로 다른 연구를 발표하는 방식으로 팀원들의 모든 주제를 합하여 심사를 받는 방식입니다. 그리하여 많은 인원들이 응시를 하고 또한 매우 까다롭게 심사하여 선발하므로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많은 응시자들은 탈락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스님들의 경우도 출가자로서의 어떤 우대도 받을 수 없고 똑같은 심사를 받아야 하기에 많은 탈락자들이 나왔고 최종적으로는 5명 정도만이 최종 발표자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해인사승가대학에 큰 경사로서 현재 학장으로 계신 보일스님께서 ‘Dilun School’s Influence on the Silla Monk Wonhyo’s Perspective on Dharmadhātu’의 논문 주제로 일반발표에 선발이 되었습니다. 이는 학장 보일스님이 학문적으로 상당히 가치 있고 전 세계가 주목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는 것이 공식적으로 인정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리고 학감 법장스님은 캐나다 토론토대학 연구팀으로부터 밀린다팡하(나선비구경) 공동연구의 의뢰를 받아 ‘The Milindapanha’s Discourse on the Precept Practice and Vinaya’라는 논문 주제로 패널발표를 하게 되었습니다.

전체 발표자들 중에 스님의 발표는 5개 정도에 지나지 않는 상황인데 그중 2명의 발표가 해인사승가대학의 학장, 학감스님이 맡게 되었다는 것은 현재 해인사에서 추구하는 교육의 모습이 전 세계가 지향하는 것과 함께 나아가고 있으며 어떤 학자들과 비교해도 동등한 위치에서 연구와 수행을 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교수사 스님들의 모습을 우리 학인스님들도 보고 배워 종단과 여러 기관에서 시행하는 토론대회, 논평대회 등에서 대상, 최우수상 등을 수상하며 함께 해인사를 더욱 밝고 활발발한 모습으로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각주>

(주1) 세계불교학회(International Association of Buddhist Studies)는 1976년에 창립되어 서구와 아시아의 유수 불교학자들이 활동하는 권위 있는 불교학 학술단체이다.

(주2) 세계불교학회에서 3년마다 개최하는 <세계불교학대회>가 2022년 8월 15일부터 닷새간 서울대학교에서 열린다. 자세한 내용은 http://iabs2020.snu.ac.kr를 참조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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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택스님
본지 발행인
1967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71년 백련암에서 성철스님과 첫 만남을 갖고, 1972년 출가했다. 조계종 총무원 총무부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조계종 백련불교문화재단 이사장, 도서출판 장경각 대표, 부산 고심정사 주지로 있다. 1998년 문화관광부 장관 표창, 1999년 제10회 대한민국 환경문화상 환경조형부문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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