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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다도]
차茶로 혼인례를 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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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룡  /  2022 년 9 월 [통권 제113호]  /     /  작성일22-09-05 10:09  /   조회2,349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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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茶道 21 | 茶道과정 ④

 

차도과정 1년이 끝나는 수료 기념발표회에 대해 계속 소개하고 있다. 지난 호에는 생일 축하노래를 우리가락으로 하는 것을 소개하였는데, 이번에는 2008년 있었던 혼인차례婚姻茶禮에 관해 전해 드릴까 한다. 다소 생소하시겠지만 혼인을 위한 또 다른 예법이 있구나 하고 관심 가져 주시면 고맙겠다. 

 

어른이 되는 관문 혼인

 

우리는 인간이 살아가면서 치르게 되는 큰 일, 즉 한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살아가는 과정에서 거치는 중요한 통과의례로 각각 성인식[冠], 혼인[婚], 장례[喪], 제사[祭]를 꼽으며, 이를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라 한다. 그중에서도 혼인을 가장 큰일로 꼽는다. 그것은 남자와 여자가 부부가 됨으로써 양陽과 음陰의 합으로 균형을 이루는 대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는 것, 또한 가정을 이루어 자식을 낳고 자손을 번성시키는 것을 인간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의 일이라고 여겨 왔기 때문이다. 

 

사진 1. 2008년 혼인차례를 마치고 기념촬영. 

 

고등학교 때 국어 선생님께서는 ‘어른’은 ‘교미하다’는 뜻을 가진 고어 ‘어루다’의 명사형이라고 가르쳐 주셨다. 필자는 맏딸을 여의면서 청첩장에 ‘제가 어른됨을 알립니다.’ 라고 쓰게 하였다. 어릴 때는 장가가야 어른이 된다고 하더니, 장가를 들었더니 아이를 낳아야 어른이 된다 하더니, 자식을 두게 되니 학부형이 되어야 어른이 된다고 하더니, 아이들을 학교에 보냈더니 대학을 보내야 어른이 된다고 하더니, 삼남매 모두 석·박사과정 학생까지 되고 나니 사위를 보아야 어른이 된다고 했다. 이유인즉, 며느리를 보면 ‘아버님’이 되지만 사위를 보면 ‘장인어른’이 되어 진짜 어른이라고들 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혼인은 어른이 되는 관문이며 모두의 관심사여서인지 쉽게 졸업발표회 주제로 결정되었다. 아래는 혹시라도 관심 있는 독자분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혼인차례의 준비 및 진행의 실례實例를 제시하였다.

 

혼인차례 준비

 

우리 전통 차례를 발굴하여 재현하고, 차도과정 11기생들의 1년간 공부한 내용의 점검, 학부 학생들에게 우리 전통의 우수성을 인식시키고 차도과정을 홍보하는 목적으로 준비되었다. 발표회는 2008년 11월 18일 화요일 10시부터 한 시간 반 동안 경북대학교 상주캠퍼스 제2공학관 앞뜰 및 1층 로비에서 진행되었다.

 

식전 행사 축무祝舞: 다혜茶慧 김자혜, 차도과정 1기 동문의 ‘동래학춤’

 

혼인차례婚姻茶禮: 총감독 이사윤, 임종애

 

 홀 기笏記: 김용문 해 설: 손순희

 초롱동이: 오혜지, 이명자 기럭아비: 유홍림

 신 랑: 김경숙(구미) 신 부: 김경순

 신랑집사執事: 이재란 신부집사執事: 김경희, 지해순 

 신랑부모: 장말선, 이채하 신부부모: 이지섭, 이계순

 차 각: 박현숙 차 동: 김경숙(상주), 이재란

 

축가祝歌

내방가사 ‘석별가’, 가현佳炫 심외생, 차도과정 7기 동문 

 

사진 2. 심외생 동문의 축가, 석별가.

 

논문 포스터 발표

평생교육원 차도茶道과정 제11기생 전원의 졸업논문을 포스터로 제작 전시.

 

두레차회茶會

평생교육원 차도과정 제11기생 전원이 각자 다른 차와 차 도구로 들차회 형태로 진행

김경숙(상주) 김경숙(구미); 연차 이명자 지해순; 녹차

이채하 장말선; 황차 남정순 이사윤; 말차

김영희 이재란; 대용차 손순희 이계순; 보이차

유홍림 김용문; 국화차 이지섭 박혜숙; 홍차

 

혼인차례의 실제

아래는 2008년 차도과정 11기생 전원이 참석한 혼인차례의 시나리오이다.

 

- 행서부모례行誓父母禮 : 서부모례를 행합니다.

서부모례는 초자례와 초녀례로 신랑과 신부가 각각 부모님의 교훈을 받고 서약하는 의식입니다.

 

양가의 집사님들은 초례상을 놓아 주십시오.

신랑과 신부는 각 초례실 앞에 북향해서 섭니다.

양가의 부모님들은 입장하시어 방석에 앉으시기 바랍니다.

 

 사진 3. 신랑 아버지가 교훈을 내림. 

사진 4. 신부 아버지가 교훈을 내림. 

  

각 집사들은 잔에 차를 부어서 두 손으로 들고 신랑 신부 왼쪽 앞에 서시기 바랍니다.

신랑은 두 번 절하고, 신부는 네 번 절합니다.

신랑과 신부는 방석에 올라서서 차반을 받아서 꿇어앉아 퇴차합니다.

신랑과 신부는 서향해서(곡배) 앉아서 차를 마십니다.

차반을 집사에게 주고 집사는 차반을 받아서 자리에 놓습니다.

 

신랑과 신부는 방석에서 내려서고 남향해서(손님 쪽으로) 읍례와 굴신례를 행합니다.

신랑은 찻상 남쪽 앞에 꿇어앉으십시오. 신부도 같이 합니다.

신랑 측 부 교지. 신랑 아버지는 교훈을 내리겠습니다.

신부 측 모 교지. 신부 어머니도 교훈을 내리겠습니다. 

신랑과 신부는 어른께 답하시기 바랍니다.

 

이상으로 서부모례를 마치겠습니다.

양가의 어른들은 정한 자리로 가시겠습니다.

신랑은 신부의 집으로 가시오. 집사는 신랑의 뒤를 따릅니다.

 

- 행전안례行奠雁禮 : 전안례를 행합니다. 

신랑이 신부의 집에 기러기와 같이 살겠다는 다짐의 의식을 치르겠습니다.

 

신부의 집사는 전안상을 방 앞에 놓으세요.

신부의 아버지는 방 앞에 동쪽 아래에 서향해 서세요.

주인은 읍례를 하시고 신랑은 몸을 굽혀서 예를 올리세요.

신랑은 올라서 전안상의 남쪽에 북향해 서세요.

신랑은 꿇어앉아 기러기를 전안상 위에 머리가 서쪽을 향하게 받들어 올립니다.

집사는 기러기를 받아서 머리가 서쪽을 향하게 전안상에 올려놓습니다.

신랑은 일어나시어 재배합니다. 

신부의 어머니는 전안상을 들고 방안으로 들어갑니다.

「기러기는 한 번 짝을 맺으면 절대로 헤어지지 않으며, 다산多産이면서 가족애家族愛가 대단하며 장거리 이동도 가족이 함께하는 동일체同一體 구성의 새입니다.」

신랑은 신부에게 읍례하고 신부는 굴신례를 합니다.

신랑이 먼저 내려오고 신부는 따라서 내려옵니다.

  

사진 5. 신랑이 전안상에 재배 

 

- 행교배례行交拜禮 : 교배례를 행합니다.

큰손님(주례자) 입장합니다. 000씨의 장남 신랑 김경숙 군과 000씨의 차녀 신부 김경순 양의 혼인차례를 거행하겠습니다.

 

신랑의 어머니는 홍초에 불을 붙이고, 신부의 어머니는 청초에 불을 붙이고, 예를 행합니다.(서로 인사하시고 내빈께 인사합니다.) 신랑은 입장하여 동쪽 계단 아래에 북향해서 서고, 신부는 서쪽 계단 아래에 북향해서 서세요. 신랑과 신부는 집사의 도움으로 세면기에 손

을 씻고 수건으로 닦습니다. 신랑은 서향해 읍하고 신부는 동향해 굴신례 합니다.

 

신랑은 동쪽 자리로 올라가고 신부는 서쪽 자리로 올라가서 마주 보고 서시기 바랍니다. 먼저 신부가 재배합니다. 신랑은 일배합니다. 신부 재배. 신랑 답 일배. 큰손님의 주례主禮 말씀을 듣습니다. 

 

- 행서천지례行誓天地禮 : 서천지례를 행합니다. 

신랑과 신부가 하늘과 땅에 맹세하는 의식을 하겠습니다. 신랑은 신부에게 읍례를 하고 동쪽 자리에 서향해 앉으시고, 신부는 굴신례를 하고 서쪽 자리에 동향해 앉으십시오.

각 집사는 차반을 신랑 신부에게 주고 차를 따릅니다. 신랑과 신부는 차반을 눈높이로 받들어 올리고 하늘에 서약하고, 차반을 내려서 모사에 퇴차해서 땅에 서약합니다. 각 집사들은 차반을 받아서 원래 자리에 놓습니다. 

 

사진 6. 교배례. 

 

- 행서배우례行誓配偶禮 : 서배우례를 행합니다. 

신랑과 신부가 배우자에게 서약하고 서약을 받아들이는 의식입니다. 신랑의 집사는 홍실을 왼손에 걸치고, 신부의 집사는 청실을 오른손에 걸치십시오. 각 집사들은 차반을 신랑 신부에게 주고 차를 따르십시오. 신랑과 신부는 차반을 가슴 높이로 올려서 배우자에게 서약하고, 차를 반쯤 마신 다음 집사에게 차반을 주세요. 집사들은 차반을 받아서 각각 오른쪽으로 가서 차반을 상대편에 가져다 놓고, 다시 또 가슴 높이까지 올려서 서약을 받아들이고 남은 차를 마시게 합니다. 각 집사들은 차반을 받아서 상대편 집사에게 건네고 차반을 원래 자리에 놓으십시오.

 

- 행합근례行合巹禮 : 합근례를 행합니다.

하나의 박이 두개의 바가지로 나뉘었다가 원자리로 돌아와 하나가 되었음을 선언하는 의식이 되겠습니다. 각 집사는 잔대盞臺 위에 잔을 내려서 상 위에 놓고, 각 우집사右執事는 근배상 위에 표주박을 나누어 갖다가 잔대 위에 올려놓으세요. 각 좌집사左執事는 잔대를 들어 신랑신부에게 주고, 우집사는 표주박 잔에 차를 따르십시오.

  사진 7. 합근례.

 

신랑과 신부는 표주박 잔을 들어 차를 마시고 차반을 좌집사에게 줍니다. 각 좌집사는 차반을 받아 원자리에 놓고, 각 우집사는 표주박 잔을 갖다가 큰 손님에게 주고, 큰 손님은 표주박을 합치어 상에 놓습니다. 손목에 실을 원자리에 걸고 내려옵니다. 신랑과 신부는 자리에서 일어나세요. 신랑은 신부에게 읍하고 신부는 굴신례 합니다. 신랑과 신부는 내빈께 인사하고 처소로 나갑니다. 

 

이상으로 혼인차례를 모두 마치겠습니다. 이어서 차도과정 11기생 전원이 정성껏 준비한 논문의 포스터 앞에서 여러 가지 차를 음미하면서 논문에 대한 조언과 격려 있으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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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룡
계간 《차생활》 편집인. (사)설가차문화연구원 이사장, (사)생명축산연구협회 협회장, (사)아시아-태평양 지구생명 환경개선협회 협회장, (사)한국茶명상협회 이사·감사. 현 경북대 농업생명과학대학 명예교수. 『차도학』(국립 상주대 출판부, 2005) 이외 저 역서 다수. 「차의 품질평가」 등 논문 및 연구보고서 100여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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