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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탁소리]
진심盡心, 신심信心, 공심公心으로 불교중흥의 새 역사가 열리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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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택스님  /  2022 년 11 월 [통권 제115호]  /     /  작성일22-11-07 11:46  /   조회3,174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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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대 진우 총무원장 취임법회 단상 

 

지난 호에는 조계종 제36대 총무원장 원행 큰스님께서 4년간의 임기를 훌륭히 마무리하고 총무원을 떠나시게 되는 소식을 서툰 필력으로 알리며 감사의 글을 올렸습니다. 그 글을 쓰고 난 뒤에 들려온 소식은, 원행 큰스님이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의 대표의장으로서 국내 7대 종교지도자들과 함께 9월 13일부터 21일까지 이스라엘 예루살렘과 바티칸 등으로 해외 성지순례를 떠나시는데, 특히 19일에는 바티칸 교황청을 방문해 프란치스코 교황과도 만날 계획이라는 소식이었습니다. 마침 조계종 제36대 총무원장 임기 만료일이 9월 27일로 발표되어 원행 큰스님께서 7대 종단 지도자들과 함께 뜻깊은 해외 성지순례를 잘 다녀오시길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사진 1. 제36대 총무원장 원행스님에게 꽃다발을 드리며 그간에 노고에 감사 인사를 올리는 제37대 총무원장 진우스님. 사진 대한불교조계종.

 

그러나 원행 큰스님께서는 빡빡한 일정과 코로나 감염으로 인해 아쉽게도 바티칸 교황청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직접 만나지 못하게 되셨고, 한국 불교를 대표하여 원경스님(조계종 사회부장)이 교황을 만나고 원행 큰스님께서 준비해 간 다관茶罐을 선물하였다고 합니다. 교황은 한국 전통이 담긴 다관에 큰 관심을 보이셨다고 합니다. 

 

원행 큰스님의 건강상의 문제로 27일로 예정되었던 제36대 총무원장 퇴임식도 28일 오전으로 연기되었고, 그날 오후에 제37대 총무원장 진우 큰스님과 종무 인계가 이루어지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 후 뒤늦게 10월 5일 자 <법보신문>을 펼쳐보니, 제36대 총무원장 원행스님께서 9월 28일 역사문화기념관에서 원로의장 대원 대종사님 등 300여 명의 스님이 모이신 가운데 퇴임식을 원만하게 거행하였다는 소식이 전면에 보도되고 있었습니다. 조계종 제37대 총무원장 진우스님이 4년간의 총무원장 임기를 마치고 떠나시는 원행 큰스님에게 감사와 축하의 꽃다발을 건네고 있는 칼라 사진이 전면을 장식하고 있었습니다. <법보신문>에 실린 원행스님의 총무원장 퇴임식에 대한 상세한 보도를 접하면서, 빈도는 전 총무원장 스님과 신임 총무원장 스님의 두 눈가에 스미는 웃음기를 바라보면서 조계종 현실의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빈도가 1999년 1월에 고산 총무원장 큰스님으로부터 총무부장 임명을 받고 조계사에 들어서서 총무원 5층 건물을 올려다보니, 1998년 가을에 촉발된 조계종 분규로 인해 청사 안에 버티고 있던 정화개혁회의를 끌어내기 위해 공권력을 투입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화재와 물대포 자국으로 총무원 건물 상반부가 시커멓게 그을려 있어서 어찌나 을씨년스러웠던지 다리에 맥이 탁 풀리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때와 지금을 비교해 보면 오늘 저 두 분이 보여주는 모습에선 아름다운 여운이 감돌며 목울대가 뜨거워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사진 2. 혜거스님의 『화엄경소론찬요』 번역본 일부. 120권을 현토하여 번역하는 역경 대작불사이다. 사진 불광출판사.

그리고 10월 5일 오후 2시에는 조계사 앞마당에 마련된 특설무대에서 제37대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의 취임식이 열려 대종사 자격으로 참석을 하게 되었습니다. 전에는 원로위원 큰스님들만이 대종사의 품계를 품수받으셨는데, 전 총무원장 자승스님 때 선원과 강원의 어른 스님들께 예우상 대종사 품계를 수여한 것이 인연이 되어, 세수 65세 이상 법랍 50년 이상의 스님들에 한해 조계종 법계위원회에서 자격을 심사하고 종회와 원로회의를 통과하면 종정 예하께서 대종사 법계를 품수하는 제도가 근년에 확립되었습니다. 빈도도 작년 10월에 대종사 품수를 받아서 취임식 법회에 참석하여 정해진 좌석에 앉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자리에 앉으면서 무심히 옆자리를 보다가 화들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대종사 혜거스님’의 이름이 눈에 확 들어온 것입니다. 혜거 대종사께서는 탄허 대종사님의 상좌로 1988년부터 금강선원 주지로 계시는데, 2005년 탄허불교문화재단 이사장과 2010년 탄허기념박물관장 등을 역임하시면서 『화엄경소론찬요華嚴經疏論纂要』 120권을 현토하여 완역하는 역경 대작불사를 진행하고 계십니다. 책이 출간될 때마다 5권 분량으로 꼭 기증해 주시고 계십니다. 스님께서 보내주시는 정성이 너무나 감사하여 “편지를 쓴다”, “인사를 드린다” 하면서도 제대로 예를 갖춘 적이 없었는데, 오늘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듯 뵙게 되니 계면쩍고 황송스러운 마음으로 고개를 숙여 인사를 올렸습니다.

 

“혜거 대종사님, 소납은 해인사 원택이라 합니다. 대종사님께서 보내주시는 『화엄경소론찬요』를 받을 때마다 인사를 올린다고 하면서도 늘 마음뿐이어서 죄송스럽기 그지없었습니다. 오늘 이렇게 뵈옵고 사과를 올리고 다음에 금강선원으로 꼭 한번 찾아뵙겠습니다.” 

 

혜거 대종사님께서는 ‘웬 스님이 불쑥 인사를 하는가?’ 하는 표정으로 바라보시다가 “아! 스님이 원택스님이요!” 하고 눈빛으로 말씀을 건네시는 듯하였습니다. 진우스님의 총무원장 취임식에서 가슴에만 담고 있던 혜거 대종사님을 뜻밖에 친견하게 되니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마음을 정리하고 연단을 바라보는데 앞자리에 우람한 체구를 가지신 분이 앉아 계셨습니다. 서로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얼른 알아보지를 못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보니 불국사 관장 종상 대종사님이셨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뵈어서 반가운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사진 3. 취임사를 하고 있는 제37대 총무원장 진우스님. 사진 대한불교조계종.

 

그런데 소납은 취임식 축하 자리에 앉아 있으면서도 우정국로 특설무대에 마련된 의자가 텅텅 빈 것을 보고 들어온 터라, 아직은 코로나에서 안전하지 않은 상황인데 조계사 경내에서만 취임식을 올렸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거리 통제까지 하며 일을 너무 크게 벌린 것은 아닌가? 하고 괜한 조바심으로 속을 끓였습니다.

 

조계종 종정 중봉성파 대종사 예하께서는 원로의장 대원 대종사님이 대독한 법어를 통해 “총무원장 스님은 종단 내의 갈등을 참회와 포용으로 섭수하고 화합 승가를 구성하고 유지하는 법도대로 종단을 운영하며 종도들의 지혜와 역량을 결집해 희망과 감동을 주는 종단으로 그 위상을 만들어야 할 것이며, 이러한 모습은 만중생의 복전福田이 되며 불교의 중흥을 이뤄내는 근간이 될 것”이라고 법문하셨습니다. 이어서 제37대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의 취임사가 조용히 경내에 울려 퍼졌습니다. 그 전문에서 짧게 인용해 봅니다.

 

사진 4. 진우스님의 제37대 총무원장 취임을 축하하기 위해 자리를 함께한 주호영 국회정각회 회장, 오세훈 서울시장, 박보균 문체부장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앞줄 왼쪽부터)과 각 종교지도자 및 각국 대사들과 내외빈들.

 

“지금 우리가 머물고 있는 이 사바세계는 공업共業과 인과를 분명하게 경험하고 있습니다. 기술의 진보는 우리 인류에게 다양한 삶의 혜택을 가져왔지만, 명明이 있으면 암暗이 있듯이 빈부의 그늘은 깊어졌고, 탐진치 삼독의 경계를 넘어서지 못한 인간의 이기심은 생태계 파괴로 인한 환경문제와 감염병의 창궐 등 일찍이 경험해 보지 못한 대위기를 불러오고 있습니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지역의 소멸과 생산력 저하 등 수많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사진 5. 제37대 총무원장 취임식을 위해 조계사 대웅전 앞에 마련된 특설무대와 경내를 가득 메운 사부대중. 사진 대한불교조계종.

 

더욱 심각한 것은 기술혁명은 급속히 발전하고 있지만 인간의 정신문명은 갈수록 피폐화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수많은 정보의 바다 속에서 인공지능이 사람의 판단을 대신하고 노동은 이에 종속되는 현상마저 발생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는 지구공동체와 인류에게 심각한 위험이 되고 있습니다. 발달하는 문명 속에서 사람들은 불행의 무게가 더해지고 뭇 생명들은 죽음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불교조계종은 모든 생명에 대한 무량한 자비심으로 지혜의 연등을 밝혀 세상과 사람을 바로 세워나가겠습니다. 신뢰받는 불교, 존중받는 불교, 함께하는 불교를 만들기 위해 정진하겠습니다.”

 

사진 6. 우정국로에 마련된 특설무대를 방문하여 취임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사부대중에게 감사 인사를 하는 총무원장 진우스님. 사진 대한불교조계종.

 

윤석열 대통령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대독한 치사에서 “1700년 유구한 역사를 간직한 한국불교는 호국애민의 정신으로 나라를 구하는 데 앞장섰고, 대자대비 정신으로 나라를 구하는 데 앞장섰고, 대자대비 정신으로 많은 중생을 구제했다.”라고 하며 “총무원장 진우스님이 말씀하신 불교중흥은 불교가 그간 실천해 온 역사와 일맥상통한다. (…) 갈등이 심해지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고 새 희망의 시대를 열어갈 수 있도록 화합과 소통의 역할을 해주실 것을 기대한다.”라고 축하 인사를 전했습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진우 총무원장 스님은 높은 수행력과 풍부한 행정 경험으로 처음으로 경선 없이 총무원장에 추대되었다.”라고 하며 “스님의 지혜와 원력으로 불교계가 사회의 갈등을 해소하고 국민을 통합하는 큰 역할을 해주실 것으로 믿는다.”라고 하였습니다.

이외에도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국회정각회 회장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축사를 통해 진우 총무원장 스님이 한국의 갈등 치유와 통합을 위해 앞장서 줄 것을 요청하였습니다.

 

각계의 축사에 이어 취임법회에 참석한 사부대중들은 조계종 전국비구니회 회장 본각스님이 대표로 낭독한 발원문을 통해 “진심盡心을 다해 이웃과 소통하고, 신심信心을 다해 원력을 세워 전법의 길에 나서며, 공심公心을 다해 중생의 아픔을 함께 나눠 한국불교의 새로운 중흥을 위한 대장정의 길에 함께할 것”을 서원하였습니다. 

 

이번 제37대 총무원장 진우스님의 취임식장에서 빈도는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총무원장 취임 행사에 제가 총무부장을 역임한 이후로 한 번도 국회의장이 참석한 일을 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국회의장이 참석하시니 관련 의원들이 60여 명이나 참석하였다는 사회자의 안내 방송이 있어서 더욱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나중에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날 취임법회에 참석한 정관계 인사만 60여 명이 넘는다. 조계종 새 총무원장의 취임법회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전례와 비교하면 큰 쪽으로 늘어난 수치다. 달라진 조계종의 위상을 반영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강승규(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이진복 정무수석(대통령실 불자회장)이 참석했으며, 오세훈 서울시장, 김영록 전남지사, 김현기 서울시의장 등이 자리를 함께했다. 국정감사 기간임에도 다수의 국회의원들이 참석한 것은 이례적이다.”라는 기사였습니다.

 

사진 7. 우정국로에서 공평사거리까지 거리를 꽉 메운 사부대중들.

 

소납의 어리석은 걱정과는 달리 조계사 경내는 물론이고 우정국 거리에서 공평동사거리까지의 의자는 물론이고 주변에도 많은 대중들이 운집하여 취임법회의 화상중계를 보면서 우레와 같은 함성과 박수로 환호장관을 이루었으니 정말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주최 측 추산으로 일만여 명이 넘는 사부대중이 모여 조계종 37대 총무원장 진우스님의 취임을 축하하였다고 하니,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불교중흥의 새역사를 이루는 데 성심을 다하시길 바라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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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택스님
본지 발행인
1967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71년 백련암에서 성철스님과 첫 만남을 갖고, 1972년 출가했다. 조계종 총무원 총무부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조계종 백련불교문화재단 이사장, 도서출판 장경각 대표, 부산 고심정사 주지로 있다. 1998년 문화관광부 장관 표창, 1999년 제10회 대한민국 환경문화상 환경조형부문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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