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탁소리]
“모든 이웃이 편안해야 내가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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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택스님 / 2022 년 12 월 [통권 제116호] / / 작성일22-12-05 14:44 / 조회3,596회 / 댓글0건본문
제14회 산청불교문화제전 방생법문
높고 푸른 가을 하늘처럼 해맑은 영혼을 가진 청춘들이 뜻하지 않은 참사를 당해 온 나라가 슬픔에 빠져 있습니다. 분주한 일상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설레는 마음으로 친구들과 달려간 그곳에서 그들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참사를 당해 불귀의 객이 되었습니다. 거리마다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현수막들이 내걸리고, 곳곳마다 분향소가 설치되어 국화꽃은 하얀 꽃탑을 이루었지만 생기발랄한 청춘들을 잃어버린 슬픔과 절망감은 쉽사리 치유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어떤 말과 글이 이런 슬픔을 달랠 수 있을지 고심하다가 지난 10월 22일 제14회 산청불교문화제전의 주요 행사였던 방생법회에서 원택스님이 하신 법문을 다시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산청불교문화제전도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성철공원에서 열린 야외법회였습니다. 모든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방생과 지리산에서 숨진 원혼들을 위로하는 위령제를 함께 봉행함으로써 생명존중과 인류평화를 기원하는 것이 이번 행사의 주된 목적이었습니다. 안타깝게 희생된 158명의 넋을 기리는 차원에서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방생법회 법문으로 이번 호의 목탁소리를 대신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오늘은 단기 4355년, 불기 2566년, 서기 2022년 10월 22일이 되는 날입니다. 산 높고 물 맑은 경남 산청군 단성면 묵곡리 성철공원에서 오전에는 제14회 산청불교문화제전으로 방생법회가 있습니다. 오후에는 제49회 한국전쟁 지리산 전몰 희생자 원혼 위령제가 열립니다. 산청사암연합회장 수완스님과 회원 사찰 주지스님을 중심으로 불교 전통작법과 영산재 의식에 맞춰 개최됩니다. 이 모든 행사는 산청불교사암연합회가 주최하고, 산청불교사암연합회, 염불정진기도회가 주관하며, 이승화 산청군수님과 정명순 산청군의회의장님 등 산청군과 산청군 지리산평화제위원회의 후원으로 이루어집니다. 무엇보다 산청군 사찰뿐만 아니라 주변 시·군의 신도님과 불교 단체에서도 수희동참해 주신 데 대해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재조팔만대장경 불사를 주도한 단속사
저는 오늘 방생법문을 준비하면서 산청군 불교 역사를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산청군의 불교 역사를 살펴보는 데 손꼽히는 도량이 바로 단속사입니다. 신라 제35대 경덕왕(재위 742~765) 때 단속사가 세워지고, 신행信行(704~779) 선사가 통일신라시대에 처음으로 북종선을 전래하였다고 합니다. 그 후 고려 때인 1226년(고종 13년)에는 보조국사의 제자인 진각국사眞覺國師 혜심慧諶(1178~1234) 선사가 송광사 수선사와 단속사 주지를 겸하였는데, 같은 해 『선문염송집禪門拈頌集』이 간행되었습니다. 그리고 무신정권의 최고 실력가인 최이(崔怡=崔瑀, ?~1249)의 아들인 만종萬宗이 수선사 주지 혜심스님에게 머리를 깎고 스님이 되어 단속사 주지로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중요한 역사적 사실이 있습니다.
1232년(고종 19년) 몽고군의 침입으로 대구 부인사에 모셔져 있던 초조대장경이 불타버리고 말았습니다. 초조대장경은 거란契丹의 침입으로 개경開京이 함락당하는 국가적 위기 속에서 고려 현종 2년(1011년)에 발원하여 선종 4년(1087)에 걸쳐 완성된 고려 최초의 대장경이었습니다. 고려는 다시 부처님의 신통력으로 몽골의 침입을 물리치기를 기원하며 1236년(고종 23년)에 재조팔만대장경 판각 불사를 시작하여 16년만인 1251년 9월 25일(양력 10월 11일)에 완성하게 됩니다.
당시 산청군의 옛 행정구역인 진주목은 무신정권 최충헌 시대부터 최씨 집안의 든든한 식읍지였는데, 단속사 주지 만종스님은 남해분사도감에 대한 재정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였으므로 단속사는 재조팔만대장경 불사를 주도해 나가는 중요한 사찰이었습니다. 안타깝게도 단속사는 현재 폐사지로 남아 있으며, 두 개의 쌍탑이 보물로 지정되어 그 역사적 가치를 무언無言의 법향法香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재조팔만대장경은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해인총림 해인사에 보관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덕산사 석조비로자나불좌상
산청군의 역사를 새길 또 한 곳은 석조비로자나불좌상이 모셔져 있는 덕산사입니다. 이 석조비로자나불좌상은 766년 신라 제36대 혜공왕 2년에 조성되었다는 기록이 발견됨으로써 그 후 20여 년 동안 옛터에서 부재들을 발굴, 복원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비로자나불 몸통뿐이었는데 대좌와 중대석과 하대석이 발견되고 마침내 광배까지 흙 속에서 발굴되어 모든 것이 제대로 갖춰져서 1990년 3월에 보물로 지정되었습니다. 덕산사 석조비로자나불좌상은 여래형如來型으로 동아시아를 통틀어 명문이 밝혀져 조성연대를 알 수 있는 현존하는 최고의 작품입니다.
성철스님문도회 전국 방생 대법회
지금부터는 오늘의 법석과 이곳 겁외사의 소중한 인연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1993년 11월, 퇴옹당 성철 종정 예하께서 열반에 드시고 다비식이 끝난 며칠 후, 신도회 임원진 대여섯 분이 의논드릴 일이 있다고 하면서 찾아오셨습니다.
“큰스님께서 저희들에게 ‘매월 음력 초엿샛날을 방생일로 정해라. 절에는 올 것 없이 각 지역에 맞는 방생지를 택해서 꼭 방생하는 것을 잊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앞으로도 방생을 계속해야겠지요?”
소납은 신도님들의 이 말씀을 듣는 순간 깜짝 놀랐습니다. 우리 상좌들에게는 방생을 갔다 오라는 말씀을 한 번도 하신 적이 없으셨는데, 신도들에게는 매월 방생을 권해서 지금까지 몇십 년 동안 방생을 해 오셨던 것입니다. 그래서 신도님들과 의논하여 바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소납은 신도님들이 지금까지 매달 방생을 해 오신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습니다. 큰스님께서 권하신 방생은 앞으로도 계속해 주십시오. 그리고 매월 초엿샛날에 하셨다 하니 백련암 전국 문도회 방생일을 매년 음력 3월 6일로 정해서 성철 종정 예하의 뜻을 크게 이어나갔으면 합니다.”
그 후 매년 음력 3월 6일을 성철스님문도회 전국 방생 대법회일로 정하고 성철 종정 예하의 수행처를 참배하며 그 근처에서 방생법회를 해 오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산청군의 협조로 성철 종정 예하의 생가를 복원하고 겁외사를 창건하면서 성철 종정 예하의 룸비니 동산인 겁외사 가까운 경호강가에서 매년 5~6백 명의 신도들이 전국에서 모여 방생법회를 봉행해 오고 있었습니다. 이번 제14회 산청불교문화제전을 맞이하여 이승화 산청군수님과 산청불교사암연합회 회장 수완스님과 관계자 여러분 및 신도님들을 모시고 오늘 이 자리에서 방생법회를 열게 되니, 문도를 대표하여 참석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깊이 감사를 드립니다. 아울러 이번 산청불교문화제전이 성철공원에서 이렇게 성대하게 개최되니 성철 종정 예하의 제자로서 참으로 감개무량합니다.
일상을 살아가는 불자의 자세
오늘 이 법회를 기념하며 퇴옹당 성철 종정 예하께서 늘 말씀하신 ‘불교인으로서 일상의 삶을 살아가는 자세’에 대한 당부의 말씀을 전해 드릴까 합니다. 성철 종정 예하께서는 늘 말씀하셨습니다.
“부처님께 108배, 500배, 1000배, 3000배 절을 할 때는 항상 ‘모든 중생을 행복하게 해 주소서’라고 기도하시오! 이것이야말로 빈도가 여러분들에게 바라는 진정한 원願이오.”
그리고 그 실천 방안으로 다음의 세 가지를 당부하셨습니다.
첫째, 자기를 바로 봅시다.
자기를 이기는 사람이 되어라. 자기와의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 되어라. 자신의 참모습을 적확하게 체득하는 것이야말로 곧 자기를 위하는 일[自利]이다. 자기에게 지고서 무엇을 이룰 수 있겠는가?
둘째, 남을 위해 기도합시다.
나를 위하여 남을 해침은 곧 나를 해침이요, 남을 위하여 나를 해침은 나를 살리는 길이다. 남을 위하는 것[利他]이 참으로 나를 위한 것이요, 나를 위해 욕심부리는 것은 나를 죽이는 것이다.
셋째, 남 모르게 남을 도웁시다.
남을 위해 기도하고 자비를 베푸는 것은 결국 나를 위한 것이다. 남을 자주 돕고 남을 위해 기도하면 선善한 결과가 모두 내게로 돌아온다.
지난 몇 년간 세계 곳곳은 사그라지지 않는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여전히 고통을 받았고 지금도 여전히 그 고통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 사태를 거치면서 우리는 퇴옹당 성철 종정 예하의 가르침을 더욱 간절하게 새기게 됩니다. “‘모든 중생을 행복하게 해 주소서’하고 기도하라.”라고 하신 당부의 말씀은 곧 ‘모든 이웃이 편안해야 내가 편안하다’는 평범한 진실을 다시금 깨닫게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깨우침을 바탕으로 요즈음처럼 괴로움이 많은 현세에 겸양과 인내와 사랑으로 마음을 채우고 함께 행복하게 사는 연화장세계蓮華藏世界가 이루어지도록 힘을 모아야겠습니다. 우리 모두 한마음으로 행복한 삶을 위해 함께 걸어가 보지 않으시렵니까? 바로 오늘이 그날인 것 같습니다.
이제 방생의 시간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방생법회는 불살생과 비폭력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그 공덕을 얻기 위해 잡힌 물고기나 새, 짐승 따위를 산이나 물에 놓아주는 오래된 불교 의례입니다. 남녀노소, 빈부귀천의 차별 없는 오랜 전통을 지닌 귀하고 소중한 불교 행사로 유명합니다.
오늘 성철공원 경호강변에서 봉행되는 방생법회를 통해 우리 모두의 가슴에 반야지혜와 생명사랑의 자비심이 가득 넘치길 바랍니다. 세계가 평화롭고, 나라가 안정되고, 온 가정에 화평과 복이 가득하기를 간절히 염원하며 법문을 마치겠습니다. 성불하십시오.
불기 2566년 10월 22일
성철스님문도회 대표
해인사 백련암 원택 합장
※ 이 법문은 유튜브 ‘BTN 특집, 제14회 산청불교문화제전’을 통해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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