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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리와 사상]
불교심리학의 개념과 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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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조  /  2023 년 1 월 [통권 제117호]  /     /  작성일23-01-05 11:19  /   조회1,897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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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와 심리학의 만남 1 | 

 

 

학문은 그 시대와의 소통에서 탄생한다. 철학과 종교도 그 시대상과 동떨어질 수 없다. 이러한 학문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서 시대의 변화에 대응해 간다. 이러한 노력을 하지 못하는 학문과 종교는 그 시대로부터 외면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불교가 여전히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현대인의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붓다는 보편적 진리를 깨달은 동시에 시대의 문제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불교의 보편성으로부터 현대 사회에서 요구하는 구체적인 해답을 모색하는 것은 우리의 몫일 것이다. 현대인과 현대 사회가 제시하는 문제에 대해서 필자는 불교심리학이라는 학문을 통해서 해답을 모색하고자 한다.

 

내가 가장 궁금했던 것은 불교상담에 관한 연구를 시작할 때 불교상담이라는 용어대신 명상상담, 명상심리치료와 같은 용어를 사용할까 하는 것이었다. 불교를 바탕으로 상담을 하면 불교상담이라고 해야 할 것 같은데, 마치 불교를 숨기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불교적 입장에서 보면 명상은 불교의 한 분야일 뿐이고, 명상 외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치유되는 경우가 많은데, 왜 하필 명상에만 포커스를 맞추는가?”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그래서 공부를 하면서 왜 그렇게 되는지를 알게 되었고, 이들 사이에 위계를 잡게 되었다.

 

불교심리치료란 무엇인가?

 

불교에서 심리치료(psychotherapy)와 상담(counseling)은 구분된다. 서구에서는 심리치료와 상담은 유사한 의미로 사용한다. 불교에서 둘을 구분하는 가장 큰 이유는 명상이 있기 때문이다. 서구의 심리치료 방법이 상담이라고 한다면, 불교에는 또 다른 심리치료 방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진 1. 불교심리치료의 원불 약사여래(경주 삼릉곡 석조약사여래좌상, 통일신라, 국립중앙 

박물관).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오히려 불교에서는 상담이라는 방법보다 명상이라는 방법이 심리치료의 방법으로 더 널리 알려져 있었다. 내담자와 상담자가 같은 공간에 앉아서 또는 카우치에 누워서 상담하는 장면보다는 스승과 제자가 같은 사찰에 기거하면서 법문과 수행을 통해서 도를 닦는 것이 더 익숙한 장면이다. 이때 도를 닦는 것은 심리치료라는 작업보다 고원하지만 심리치료의 과정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불교에서 심리치료는 상담 또는 명상보다 넓은 범주로 사용될 수 있다. 그래서 필자는 처음 불교심리학을 공부하면서 불교심리학의 분류를 시도하였다. 처음 불교심리학(Buddhist Psychology)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은 아주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었다. 나는 불교학 가운데서도 중관학을 전공했다. 

 

이제 불교학만 하면 되겠거니 하면서 불교학 연구에 매진하려고 했다. 부처님께서 공부를 더 시키려고 해서 그런지, 발령을 불교상담학 전공으로 받았다. 이때부터 불교상담학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특히 처음 불교상담을 접하는 원생들에게 불교상담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막막했다. 그리고 보통 학생들의 첫 질문이 “교수님, 저는 불교도 모르고 상담도 모르는데 불교상담을 공부할 수 있을까요?”라는 것이었다. 불교를 처음 접하는 사람은 불교를 매우 광범위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생각해 낸 방편이 “불교는 넓은 것이 사실이지만 불교 가운데 불교심리학은 불교의 한 분야일 뿐 이것은 한 학기 강의만 들으면 되고, 이를 토대로 불교상담을 시작할 수 있다.”고 다독였다. 학생들은 매우 만족하였지만 이제부터 나는 불교심리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을 정립해야 하는 위치에 놓이게 되었다. 이런 이유로 불교심리학에 대한 정의와 영역을 구상하게 되었다.

 

심리학과 심리치료의 관계

 

학생들은 상담기법을 빨리 배우고 싶어 한다. 상담의 메뉴얼과 메커니즘을 배우고 싶어 한다. 상담은 일종의 프랙티스이기에 이론보다는 실제를 배우고 싶어 하는 마음은 이해한다. 예를 들어보자. 프로이트의 심리학은 “인간에게는 무의식이 존재하고, 이 무의식이 인간의 삶을 좌우한다.”는 것이 가장 큰 테제이다. 프로이트의 심리학은 무의식의 발견이 전부라고 할 정도로 무의식은 그의 심리학의 주요 주제이다.

 

사진 2. 서구 심리치료의 출발을 알린 지그문트 프로이트(1856~1939).

 

이렇게 되면 그의 심리치료는 무의식을 다루는 것이 논리적 귀결이 된다. 무의식을 강조하는 심리학을 만들어 놓고서는 심리치료에서는 의식을 다루는 심리치료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프로이트의 심리치료는 내담자가 카우치에서 자유연상을 통해서 떠올리는 무의식을 다루는 것으로 나아가는 것이 논리적 수순이라고 할 수 있다. 

 

행동주의에서는 무의식처럼 보이지 않고 과학적 학문의 영역이 될 수 없고 실용적이지 않은 것보다는 행동처럼 측정 가능한 것을 통해서 인간을 보는 것이 중심 테제로 자리 잡는다. 따라서 그들의 심리치료는 행동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초점이 맞추어진다. 결국 중요한 것은 그들의 심리학이지 심리치료가 아니다. 심리치료는 심리학의 귀결이지 독립적인 것은 아니다. 심리치료이론이 심리학의 숫자만큼 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각각의 심리학의 귀결이 심리치료이기 때문에 심리치료는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독립변수가 아니고 심리학의 종속변수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불교심리치료 역시 불교심리학의 종속변수라고 할 수 있다. 불교에서 마음을 어떻게 볼 것인지에 따라서 불교심리치료의 방향성도 정해진다. 결국 불교심리학에서 ‘인간을 어떻게 볼 것인가’, ‘마음을 어떻게 볼 것인가’, ‘세계를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문제의 귀결로써 불교심리치료가 등장하게 된다.

 

불교심리학의 정의와 분류

 

불교심리학은 ‘불교에서 마음을 주제로 하는 학문’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이는 불교심리학을 축자적逐字的으로 설명한 문장처럼 보이지만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 불교심리학을 유개념과 종차로 정리하면 불교와 심리학 가운데 하나가 우위를 점하는 문제점이 생기기 때문에 주제를 중심으로 불교심리학을 정의하게 된 것이다. 불교와 심리학의 공통영역인 ‘마음’을 통해서 불교심리학을 정의하게 된 것이다. 이를 통해서 불교와 심리학의 공통영역으로 마음이 등장하게 된다.

 

이러한 정의 방법은 서구에서 심리학을 ‘행동과 경험에 관한 체계적 연구’라고 정의할 때도 사용되고 있다. 행동과 경험이 주제가 되고 있다. 서구의 심리학에서는 관찰하고 측정할 수 없는 마음 대신 행동과 경험을 주제로 잡은 것처럼, 불교심리학에서는 마음을 주제로 잡게 된 것이다. 서구심리학이 과학적 방법론을 도입하면서 마음을 연구대상에서 제외했다. 반면 불교는 마음에 대해서 어떤 학문과 종교보다 광범위한 자료를 축적하고 있다. 마음이 학문적 대상이 될 수 있고 생산적이라는 점은 불교심리학이 마음에 대한 연구에 중점을 두는 이유가 된다. 여전히 유효하고 효과적이기 때문에 마음을 주제로 다루는 것이다.

 

마음을 어떻게 주제적으로 다룰 것인지를 세 가지 정도의 관점에서 볼 수 있다. 먼저 불교에서 심리 또는 마음의 요소를 추출하는 경우, 둘째 불교를 심리 또는 마음의 관점에서 보는 경우, 셋째 마음의 관점에서 불교를 새롭게 보는 경우가 가능하다. 기존의 연구가 첫 번째 관점에서 이루어졌다면 두 번째, 세 번째 관점으로 갈수록 불교심리학의 독자성이 드러나게 될 것이다. 불교사를 마음의 관점에서 구분하는 것, 불교철학을 마음의 관점에서 해석하는 것, 불교의 개념을 마음의 관점에서 재해석하는 것이 이러한 작업이 될 것이다. 이는 마음을 다루는 방법론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마음을 어떤 관점에서 연구할 것인지에 따라서 불교심리학을 불교마음학, 불교심소학, 불교심리치료의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불교심리학 가운데 불교마음학(Buddhist mindology)은 마음 자체를 다루는 연구 분야라고 할 수 있다. 마음이 원래 가지고 있는 모습, 특징, 본성은 불교철학과 깊은 연관이 있고, 불교사적으로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으므로 둘과의 연관성하에서 다루어진다. 마음의 원래 모습을 제시하는 것은 또한 마음이 나아갈 바를 제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불교마음학은 이론적인 동시에 목표를 제시하게 된다.

 

불교심리학은 그 자체가 하나의 학문으로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불교심리학의 주제인 마음은 존재의 일종이므로 불교철학에서 다루는 존재, 즉 법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불교철학과의 연관성하에서 제시되고, 불교사적으로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는 마음에 대한 이해를 반영한다. 서구 심리학은 과학적 방법론을 사용하면서 철학에서 독립하여 자신의 차별성과 고유성을 부각시켰다. 반면 불교철학에서는 마음이 존재의 일종으로 제시되므로 불교철학과 불교심리학은 연속성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사진 3. 초전법륜상은 붓다에 의한 본격적인 상담의 시작을 보여준다.

 

불교심소학(Buddhist cetasikalogy)은 마음의 다양한 기능을 다루는 분야이다. 불교에서 심心·심소心所의 구분은 학문의 영역을 구분할 만큼 중요하다. 이를 통해서 마음 자체에 대한 탐구와 마음의 다양한 기능에 대한 탐구를 구분하여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심소에 의한 마음의 다양한 기능들을 서구심리학에서는 인지, 정서, 행동, 성격 등으로 다루고 있다. 각각이 하나의 심리학으로 성립할 만큼 광범위하다. 서구심리학의 네 가지 주요 기초심리학인 인지심리학, 정서심리학, 행동심리학, 성격심리학이 모두 불교심소학의 영역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불교심리치료(Buddhist psychotherapy)는 마음의 변화에 대한 탐구 분야라고 할 수 있다. 마음 자체가 있고, 이 마음은 다양한 기능을 하고, 그 기능으로 인해서 마음은 변화를 겪게 된다. 이러한 마음의 변화를 탐구하는 것이 불교심리치료이다. 즉 불교심리치료는 마음의 원래 특징과 기능으로 인해서 겪게 되는 변화 전반과 관련된 연구라고 할 수 있다. 불교심리치료에는 위에서 말한 명상과 같은 수행으로 인한 변화를 연구하는 수행심리학이라는 분야가 있고, 마음의 변화가 몸의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측면에 초점을 맞춘 불교심신의학이라는 분야가 있고, 마지막으로 불교심리학을 이론적 토대로 이루어지는 불교상담이 있다.

 

불교심리학과 비교하면 서구심리학에는 불교마음학이라고 할 수 있는 분야가 보이지 않는다. 서구심리학에서 과학적 방법론의 기치를 내걸고 다루고 있는 경험과 체험의 영역은 측정할 수 있는 마음의 기능을 다루는 영역으로, 불교심리학에서 보면 불교심소학에 해당하는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즉 서구심리학의 기초심리학이 불교심소학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불교심리치료에 상응하는 분야로는 일반적으로 상담 및 심리치료라는 제목으로 심리학과 별개로 성립하고 있다. 불교심리학의 고유성은 서구심리학에는 없는 분야인 불교마음학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불교심리학의 세부 학문인 불교마음학, 불교심소학, 불교심리치료는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불교마음학의 관점에서 마음의 본래의 특징을 파악하고, 이로 인해서 발생하는 마음의 다양한 기능을 알고, 이들이 일으키는 변화를 탐구하고 실천한다는 하나의 순서로 불교심리학을 파악할 수 있다. 세 가지 영역 모두에서 마음이 주제가 되고 있는 것은 불교심리학이 마음을 주제로 다루는 학문이라는 테제가 여전히 성립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각각의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 호부터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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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조
서울대학교 철학과 학ㆍ석사.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불교학과 석ㆍ박사.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불교학과 불교상담학전공 지도교수. 한국불교상담학회 부회장, 슈퍼바이저. 한국불교학회 부회장. 저역서로 『불교심리학연구』, 『불교의 언어관』, 『불교심리학사전』 등이 있다.
heecho121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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