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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와 빛의 말씀]
이 영원한 종소리를 들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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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스님  /  2023 년 1 월 [통권 제117호]  /     /  작성일23-01-05 14:40  /   조회2,920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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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엄한 법당에서 우렁찬 종소리 새벽하늘을 진동하니, 꿈속을 헤매는 모든 생명들이 일제히 잠을 깹니다. 찬란한 아침 해가 동녘 하늘을 붉게 물들이니, 빨리 눈을 뜨고 이 종소리를 들으소서. 

영원과 무한을 노래하는 이 맑은 종소리는 시방세계에 널리 퍼져서 항상 계속되어 그침이 없습니다. 이 종소리는 천지가 생기기 전이나 없어진 후에나 모든 존재들이 절대임을 알려

줍니다. 이 종소리는 아무리 악독한 생명이라도 본디 거룩한 부처임을 알려줍니다.

 


  

무서운 호랑이와 온순한 멍멍이는 이 종소리에 발을 맞추어 같이 춤을 춥니다. 독사와 청개구리, 고양이와 생쥐들이 이 종소리에 장단 맞춰 함께 즐겁게 뛰어놉니다. 피부 빛깔과 인종의 구별 없이 늙은이·젊은이·아이·어른·남자·여자·잘 사는 사람·가난한 사람 모두 함께 뭉쳐서 이 종소리를 찬미합니다.

 

아무리 극한의 대립이라도 이 종소리 한 번 울리면, 반목과 갈등은 자취 없이 사라지고, 깨끗한 본모습을 도로 찾아 서로서로 얼싸안고 부모형제가 됩니다.

이 신비한 종소리를 들으소서.

 

나무장승 노래하고 돌사람 달음질합니다. 넓은 우주의 모든 존재들이 이 종소리에 흥겨워서 즐겁게 뛰노니, 천당과 극락은 부끄러운 이름입니다.

이 거룩한 종소리를 듣지 못함은 갖가지 욕심들이 두 귀를 막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시적인 갖가지 욕심을 버리고 이 영원한 종소리를 들으소서.

 

광대무변한 우주 속의 우리 지구는 극히 미소하여, 먼 곳에서는 보이지도 않습니다. 여기에서 모든 성현, 재사, 영웅, 호걸들이 서로 뽐내니, 참으로 우스운 일입니다. 진시황의 6국 통일, 알렉산더, 나폴레옹의 세계정벌 등은 거품 위의 거품이라 허황하기 짝이 없습니다.

자기 욕심에 사로잡혀 분별없이 날뛰는 이들이여! 허망한 꿈속의 부질없는 욕심을 버리고 이 영원한 종소리를 들으소서. 

 

맑은 하늘 둥근 달빛 속에 쌍쌍이 날아가는 기러기소리 우리를 축복하니, 평화와 자유의 메아리 우주에 넘쳐흐릅니다.

 

- 1987년 1월 1일, 신년법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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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스님
성철스님은 1936년 해인사로 출가하여 1947년 문경 봉암사에서 '부처님 법대로 살자'는 기치를 내걸고 ‘봉암사 결사’를 주도하였다. 1955년 대구 팔공산 성전암으로 들어가 10여 년 동안 절문 밖을 나서지 않았는데 세상에서는 ‘10년 동구불출’의 수행으로 칭송하였다. 1967년 해인총림 초대 방장으로 취임하여 ‘백일법문’을 하였다. 1981년 1월 대한불교조계종 종정에 추대되어 “산은 산, 물은 물”이라는 법어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1993년 11월 4일 해인사에서 열반하였다. 20세기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인물이자 ‘우리 곁에 왔던 부처’로서 많은 사람들의 추앙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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