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톺아보는 불상의 미학]
반가상의 보관과 장식에 깃든 의미
페이지 정보
고혜련 / 2023 년 2 월 [통권 제118호] / / 작성일23-02-03 14:28 / 조회4,130회 / 댓글0건본문
지난 호에서 구 국보 78호 반가상은 미륵보살과 도솔천을 정관하는 사유도상이며, 미륵상생신앙의 소의 경전인 『불설관미륵보살상생도솔천경』 (이하 『상생경』)을 통하여 반가상의 상호에 미소를 띠고 있는 연유를 살펴보았다. 그는 관도솔천을 하며 도솔천의 세세한 모습을 사유관하고 도솔천의 기쁨을 하나하나 사유하는 형상이다. 그의 묘한 미소와 보관은 관도솔천의 사유관이 표현된 것이다.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 방에는 또 다른 사유도상인 구 국보 83호 금동미륵반가상(사진 1)이 앉아 있다. 그렇다면 과연 그의 사유관은 어떻게 표현 된 것일까? 선진 연구자들은 삼산관, 즉 세 봉우리의 산이 맞물려 있는 형상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가설은 보관 양식에 따른 분류일 뿐이다.
사유관의 상징
필자는 『상생경』과 원효스님의 『미륵상생경종요』에 근거하여 사유관을 수행하는 구 국보 83호 반가상의 보관과 상징을 도상해석학으로 풀어보고자 한다. 『상생경』을 보면 다음과 같이 기술되어 있다.
“만일 (어떤 이가 미륵 앞에 환생하기를 원하며 관 수행을 할 때) 천인을 보거나 연꽃을 보면 이때 한 번만이라도 미륵의 명호를 부르면 1200겁 생사의 죄업이 소멸된다. 또한 그들이 미륵의 명호를 듣거나 합장하며 경배하면 50겁 생사의 죄업이 소멸된다. 만일 미륵을 공경하고 예불을 드리면 100억겁 생사의 죄업이 소멸되고, 만일 도솔천에 상생하지 못하면 미래세에 용화보리수 아래에서 친견을 하고 최고의 깨달음인 무상심에 이른다.”(주1)
미륵신앙 수행자가 사유관을 하는 동안 경험하는 천인과 연꽃은 정관의 상징이고, 그때 미륵을 부르면 죄업의 소멸뿐만 아니라 도솔천에 상생하여 미륵보살을 친견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미래세에 미륵이 하생하면 용화삼회에 참여할 수 있다. 사유관은 미륵상생신앙과 하생신앙을 아우르는 관법수행인 것이다. 그렇다면 사유관의 상징인 천인과 연꽃은 어떻게 표현되었는지 살펴보자.
사유관과 천인
중국 룽먼석굴에서 출토된 불두상 혹은 보관에 표현된 천인(사진 2)을 살펴보자. 길고 갸름한 상호와 높은 보관은 6세기 초반 북위 불상의 특징이다. 이마와 연결된 높은 코, 반개한 눈매는 북위시기 수골청상의 분위기를 그대로 표현한다. 보관의 천인은 팔과 다리를 뒤로 젖혀 복부가 아래로 향한 자세이다. 팔과 다리가 너울대는 동작은 공중에서 부유하고 그가 걸친 천의天衣는 이를 강조한다. 천의는 천부에 속하는 천상계 복식이다. 천인은 천중天衆이라고도 한다.
다음은 윈강 제6굴 중앙제탑 동면 교각보살상(사진 3)이다. 교각상은 중앙제탑의 불감을 가득 채운 독존상이며 그가 앉아 있는 불감 뒷벽에 두광頭光과 신광身光이 표현되었다. 설법수인의 전법륜인을 하고 있으며 보살의 천의는 양어깨를 덮고 복부에서 X 자형으로 교차되는 복식服飾이다. 간다라 영향을 벗어나 독자적인 북위양식의 특징이다.(주2) 이와 같은 천의는 구 국보78호 반가상의 복식에서도 보인다. 78호 반가상의 천의는 좌우가 복부에서 교차하는 부분이 오른쪽 다리 위에 놓여 있다. 오른쪽 다리는 앉은 자세에서 왼쪽 무릎 위에 놓인다.
윈강석굴 교각보살상의 복식은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으며 대부분 하의, 가슴천, 천의를 착용하고 있다. 교각보살상은 천의와 보관을 쓰고 보살의 특징인 정병淨甁, 법륜法輪을 들고 있거나 상반신과 하의에 영락瓔珞 장신구를 하고 있다. 보살은 육바라밀을 수행하며 성불하기 위해 수행에 힘쓰는 자들의 총칭이며, ‘상구보리上求菩提 하화중생下化衆生’을 목표로 위로는 부처의 지혜를 구하고 아래로는 중생을 교화하고자 한다.
이들은 자신을 위한 길이 아닌 중생을 위한 길을 모색하며 사홍서원을 세워 제도되지 못한 자, 알지 못하는 자, 편안하지 못한 자, 열반에 들지 못한 자를 돕고 교화한다. 특히 미륵보살은 석가모니가 대중 앞에서 직접 보살수기를 내리고 도솔천에 상생하여 상주하는 보살이다. 그는 도솔천에서 미래세의 하생을 기다리며 천중에게 설법하고 사유관 수행을 하고 있다.
윈강 제6굴 교각보살상은 넉넉하게 큰 주름을 잡은 하의로 대좌를 덮는 상현좌에 앉아 있다. 하의로 덮은 무릎 아래 부분이 X자형으로 교차되어 교각자세를 강조한다. 상현좌는 북위불상의 특징이며 불상의 복식으로 대좌를 덮는 대좌양식을 말한다.
『상생경』을 보면, 미륵은 셀 수 없이 많은 마니보석과 진주로 장식한 천보관을 쓰고 있다. 보석은 백만억 색깔의 빛을 내고 각 색깔의 빛에는 많은 화불이 머무르며 상응하는 보살들이 그의 시중을 든다. 다른 곳에서 온 대보살들도 (이곳에) 머무르고 그들은 보관 안에서 18화신으로 변신한다.(주3)
윈강 제6굴 교각상의 보관을 살펴보자. 높은 보관 중앙에는 선정불이 앉아 있고 그 옆 좌우대칭으로 천인도상이 있다. 그는 18화신으로 변신하며 선정불을 시중하는데, 천의를 힘껏 내리치듯 날리며 생동감 있게 움직이고 있다. 특이한 점은 교각본존불이 앉아 있는 불감 뒷벽에 표현된 두광이다. 힘차게 사선으로 치솟는 머리끈은 두광을 가로지른다. 머리끈은 중간에서 고리를 한 번 만들고 위를 향하고 있다. 이는 보관에 표현된 천인도상의 움직임과 사유도상의 동적인 움직임을 대변한다.
사유관과 머리끈, 연꽃
중앙박물관 소장 북위반가상(사진 4)과 전 영주 출토 반가상의 보관은 두상 한가득 피어나는 연꽃으로 표현되었다(『고경』 2023년 1월, 「반가상의 미소에 담긴 비밀」 사진 10 참조). 북위반가상의 연꽃보관과 보관 장식의 머리끈을 살펴보자. 반가상의 귀 높이에 보이는 머리끈은 좌우 수직으로 꺾여 그의 어깨 위에 놓여 있다. 반면에 윈강 제6굴 교각본존불(사진3)의 머리끈은 두광을 가로지르며 위로 치솟고 있다. 그렇다면 머리끈은 무엇을 표현한 것인가? 또 다른 사유관의 상징인가?
원효스님은 『미륵상생경종요』에서 사유관 수행은 ‘삼매(samadhi)’ 단계이며 지속적인 참선이 아니고 전광삼매電光三昧라고 하였다. 일반적으로 선정禪定에 몰입한 후 관觀 수행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삼매가 관법의 전 단계이지만, 원효가 내린 정의는 전광삼매와 관을 같은 수행단계라고 보았다. 그는 관도솔천을 의보依報라고 하였고, 관미륵보살을 정보正報라고 하였다. 의보는 인간이 의존하는 세계, 장소 혹은 어떤 사물을 나타내며, 정보는 과거의 업보를 통해 얻은 인간의 몸과 마음을 뜻한다.
필자는 사유관의 관법은 원효가 말한 번개를 내리치듯 들어가는 전광삼매이며, 윈강 제6굴 교각본존불(사진3)과 북위사유상(사진4)의 머리끈이 이를 상징한다고 보았다.(주4) 이는 동위(534∼550)의 추광수반가상(사진 5)과 혜조반가상의 원형두광에도 표현되었다.
동위(534∼550) 흥화2년(540)에 추광수鄒廣壽가 조상한 하북 곡양의 수덕사반가상(사진 5)은 높이 59.5cm이고 현재 북경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북경박물관 소장의 또 다른 반가상은 승려 혜조惠照가 원상 2년(539)에 조상하였다(사진 6). 혜조상은 추광수상과 매우 흡사하여 동위시대 반가상 조상의 특징을 가늠할 수 있다.
추광수상은 오른손으로 상호를 받치고 있는 사유도상이다. 훼손된 왼팔은 손만 남아 왼쪽 무릎 위에 놓인 오른발을 잡고 있다. 반가상의 대좌는 연화 좌위의 상현좌이다.
추광수상과 혜조상은 원형두광 위에 머리끈이 표현되어 있다. 전광삼매의 상징인 머리끈은 위로 치솟아 두광의 끝까지 뻗어 있다. 추광수상 원형두광에는 반가상 상호 오른쪽으로 활짝 핀 연꽃이 피어 있다. 복식은 천의의 겹친 주름이 어깨와 팔을 감싸 상반신을 덮고 가슴의 영락장식이 보인다. 하의는 풍부한 옷주름으로 대좌를 덮은 상현좌이다. 이와 같은 하의 옷주름과 상현좌는 구 국보 78호 반가상과 매우 흡사하다.
특이한 점은 추광수상과 혜조상의 원형두광 위에 표현된 연꽃 모양이 상이하다. 추광수상의 연꽃은 상향 꽃잎이 만개한 후 시간이 지나면서 하향하게 되고 마지막으로 꽃잎이 꽃대에 붙어 있다. 혜조상의 연꽃은 마치 연밭에서 갓 피어 오른 꽃봉오리가 표현되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반가상 두광 위의 연꽃은 무엇을 상징하고 연꽃 꽃잎의 상태는 왜 상이하게 표현 되었을까?
원효가 『미륵상생경종요』에서 설명한 관법수행은 삼단계로 이뤄진다.
“미륵의 명호를 부르며 지금까지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두 번째는 미륵의 명호를 듣고 자신의 십선공덕을 믿는다. 세 번째 불탑을 청소하고 미륵에게 향과 꽃을 공양한다. 이러한 관법수행은 첫 단계에서 연꽃 씨앗이 뿌리가 내리고 잎이 자라며 이는 모든 죄가 소멸하는 것을 상징한다. 두 번째 단계는 꽃이 피고 잎이 자라 열매가 맺힌다. 이는 중생이 더 이상 삼악도에 빠지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그다음 단계에서 꽃이 만개하고 탐스런 열매가 열린다. 이는 관도솔천과 관미륵보살 단계를 뜻한다. 마지막 단계에서 과일향이 퍼지고 과실을 얻으며, 불자는 규율을 엄히 지키며 자비심을 갖는다.”(주5)
추광수상과 혜조상의 원형두광에 표현된 연꽃은 수행자가 『상생경』의 정관을 할 때 경험하는 것이다. 상이한 연꽃 표현은 원효가 『미륵상생경종요』에서 설명한 사유관 단계를 나타내며 수행자가 도솔천과 미륵보살을 사유관하는 단계를 상징한다. 혜조상의 위로 치솟은 머리끈이 상징하는 전광삼매와 봉오리 연꽃은 사유관 수행자의 죄를 멸하고 관도솔천의 도입단계를 상징하고 있다. 추광수상의 연꽃은 이러한 도입단계를 지나 도솔천의 갖가지 기쁨을 사유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미륵상생경종요』에 의하면, 북위반가상(사진4)과 전 영주반가상 그리고 추광수상과 혜조상은 불상에 표현된 연꽃의 상징을 통하여 관미륵보살과 관도솔천하는 단계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구 국보 83호 금동반가상(사진 1)의 보관은 무엇을 표현한 것일까? 그의 보관은 활짝 핀 연꽃 세 잎으로 표현되었으며, 곧 추광수상의 연꽃처럼 만개하여 꽃잎이 하향하게 되는 사유관의 상징이다. 그는 도솔천의 갖가지 기쁨을 사유관하고 있다. 유감스럽게 83호 반가상은 광배를 걸었던 걸쇠만 뒷머리에 남아 있고 광배는 소실되어 머리끈 표현의 유무는 알 수 없다.
마지막으로 구 국보 78호 반가상(사진 7)의 머리끈을 살펴보자. 그의 보관은 도솔천의 상세한 모습을 사유관하고 있다. 보관의 머리끈은 그의 이마를 두르고 원형장식으로 고정되어 얼굴 윤곽을 따라 내려와 좌우 어깨 위에 놓여 있다. 그의 머리끈은 추광수상과 혜조상의 번개치는 ‘전광삼매’를 지나서 평온해진 상태를 의미한다. 그의 미소는 관도솔천의 고요한 기쁨을 즐기고 있는 미소이다.
<각주>
1) (T14/452/420b), “作是觀者. 若見一天人見一蓮花. 若一念頃稱彌勒名. 此人除劫千二百劫生死之罪. 但聞彌勒名合掌恭敬. 此人除劫五十劫生死之罪. 若有敬禮彌勒者. 除劫百億劫生死之罪. 設不生天未來世中龍花菩提樹下亦得値遇. 發無上心.”
2) 고혜련, 『미륵과 도솔천의 도상학』, (일조각, 2011), 121쪽.
3) (T14/452/419c), “釋迦毘楞伽摩尼. 百千萬億甄叔迦寶以嚴天冠. 其天寶冠有百萬億色. 一一色中有無量百千化佛. 諸化菩薩以爲侍者 復有他方諸大菩薩 作十八變隨意自在住天冠中.”
4) 고혜련, 「북위 사유상 도상」, 『중국사연구』 72호, 15쪽
5) (T1773/299c), “所言行者,略有三種:一者聞大慈名,敬心悔前所作之罪;二者聞慈氏名,仰信此名所表之德;三者行於掃塔塗地,香華供養等諸事業,如下文說. 此觀此行合爲一根,所生之果略有四種:一者牙莖離土之果,二者華葉蔭涼之果,三者妙華開敷之果,四者芳菓成就之果.第一牙莖離土果者,伏滅前來所作衆罪,是因初行所得果也.第二華葉蔭涼果者,不墮三途邊地耶見,因第二行所得果也.第三妙華開敷果者,謂得兜率依正妙報,因第三行之所得也.第四芳菓成就果
者,於無上道得不退轉,依前二觀之所得也.”
저작권자(©) 월간 고경.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많이 본 뉴스
-
‘옛거울古鏡’, 본래면목 그대로
유난히 더웠던 여름도 지나가고 불면석佛面石 옆 단풍나무 잎새도 어느새 불그스레 물이 들어가는 계절입니다. 선선해진 바람을 맞으며 포행을 마치고 들어오니 책상 위에 2024년 10월호 『고경』(통권 …
원택스님 /
-
구름은 하늘에 있고 물은 물병 속에 있다네
어렸을 때는 밤에 화장실 가는 것이 무서웠습니다. 그 시절에 화장실은 집 안에서 가장 구석진 곳에 있었거든요. 무덤 옆으로 지나갈 때는 대낮이라도 무서웠습니다. 산속에 있는 무덤 옆으로야 좀체 지나…
서종택 /
-
한마음이 나지 않으면 만법에 허물없다
둘은 하나로 말미암아 있음이니 하나마저도 지키지 말라.二由一有 一亦莫守 흔히들 둘은 버리고 하나를 취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하기 쉽지만, 두 가지 변견은 하나 때문에 나며 둘은 하나를 전…
성철스님 /
-
구루 린뽀체를 따라서 삼예사원으로
공땅라모를 넘어 설역고원雪域高原 강짼으로 현재 네팔과 티베트 땅을 가르는 고개 중에 ‘공땅라모(Gongtang Lamo, 孔唐拉姆)’라는 아주 높은 고개가 있다. ‘공땅’은 지명이니 ‘공땅…
김규현 /
-
법등을 활용하여 자등을 밝힌다
1. 『대승기신론』의 네 가지 믿음 [질문]스님, 제가 얼마 전 어느 스님의 법문을 녹취한 글을 읽다가 궁금한 점이 생겨 이렇게 여쭙니다. 그 스님께서 법문하신 내용 중에 일심一心, 이문二…
일행스님 /
※ 로그인 하시면 추천과 댓글에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