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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살리는 사찰음식]
장맛의 으뜸, 정월장 담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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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희  /  2023 년 3 월 [통권 제119호]  /     /  작성일23-03-03 11:04  /   조회2,430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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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醬은 감로수입니다. 불가에서 말하는 도리천의 달콤하고 신령스러운 이슬이고, 부처님의 가르침만큼 달콤하고 이로운 감로수입니다. 이토록 소중한 장을 담그는 재료는 물, 콩, 소금, 그리고 자연과 정성입니다. 우리 민족은 콩으로 메주를 만들고 소금물에 담가서 간장과 된장을 만들었습니다. 우리 민족은 장을 통해 단백질과 함께 염분을 섭취할 수 있는 전통 음식문화를 만들었고, 현재까지도 끊임없이 발전시켜 오고 있습니다. 

 

장醬은 맛을 이끄는 장수將帥

 

두장豆醬 문화권에 속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시대부터 장을 만들어서 먹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삼국지』 「위지동이전」에는 “고구려 사람들은 장 발효에 뛰어나다.”라고 되어 있고, 고구려 안악 3호분의 벽화를 통해서도 장문화를 엿볼 수 있습니다. 고분의 벽화를 보면 우물가 주변에 항아리들이 놓여 있는데 이를 미루어 볼 때 우리 민족은 꽤 오래전부터 장을 만들어 먹었음을 추측할 수 있습니다. 또한, 조선시대 왕실에서는 장을 따로 보관하는 장고醬庫를 두었으며, ‘장고마마’라 불리는 상궁이 직접 장을 담그고 관리하였던 것으로 보아 우리나라의 장은 식생활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었습니다.

 

사진 1. 입항한 메주.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정월장을 담가 왔지만 고조리서에 나타난 장에 관한 이야기를 살펴보면 다양한 콩과 다양한 방법으로 계절마다 다르게 장을 담가 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조선시대 풍석 서유구 선생님이 쓰신 『정조지』에 따르면 ‘장醬은 장수將帥’라고 표현했습니다. 군사를 이끄는 우두머리인 장수가 포악한 군사를 평정하는 것과 같다는 의미인데 사찰음식을 공부할 때 저의 스승이신 선재스님께서 늘 강조하셨던 장 예찬론과 일맥 상통하여 크게 공감하였습니다.

 

사찰음식의 재료가 되는 소선素膳(생선이나 고기가 들어가지 않은 음식)의 기운을 평이하게 만들어 주고 다독여 주는 것이 바로 장입니다. 장은 한식의 기본이라 정의할 수 있습니다. 간장, 된장, 고추장과 같은 장류는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이자 모든 음식의 기본입니다. 특히 조리방법을 간단히 하고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사찰음식에 있어서 장류는 채소를 건강하고 맛있게 만드는 재료도 되지만 법제의 역할을 하여 평화로운 음식으로 승화시키는 약념藥念입니다. 일반적인 장과 함께 다양한 식재료를 첨가하여 새로운 맛을 추구하는 특수장의 종류도 흥미롭습니다. 장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는 『증보산림경제』를 통해 자세히 접할 수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사찰음식의 덕목 삼덕육미三德六味

 

“집안이 망하려면 장맛부터 변한다.”는 속담은 장을 담그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긴장되는 이야기입니다. 이 속담 속에는 ‘장맛은 한 집안의 흥망을 가늠할 정도로 소중한 집안의 보물’이라는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장문화는 은근과 끈기로 대표되는 한민족의 특징을 담아내는 것이기도 하며, 사찰의 장맛은 그중 으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그 이유 중에 하나가 청정한 자연환경에서 만들어지고 숙성되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사진 2. 간장과 된장으로 만든 고추지.

 

사찰음식은 수행자의 정신을 맑게 해 주는 선식이며 약식입니다. 사찰음식의 세 가지 덕목은 청정淸淨, 유연柔軟, 여법如法입니다. 청정이라 함은 음식을 만드는 전 과정이 위생적으로 깨끗해야 함을 말하기도 하지만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마음가짐이 청정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유연이라 함은 먹는 사람의 기질과 성품을 고려하는 것뿐만 아니라 식재료의 기질을 잘 파악하여 먹는 사람의 체질에 맞게 약이 되는 음식으로 승화할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합니다. 여법이라 함은 부처님의 법에 맞게 지혜로운 음식이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나아가 육미란 통상적으로 쓰고, 달고, 짜고, 싱겁고, 시고, 매운맛이라 정의합니다. 하지만 여섯 가지 맛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우리가 느끼는 모든 맛을 뜻합니다.

 

가가호호 장독대

 

삼덕의 조화로 마법을 부려서 사찰음식만의 건강함을 빚어냅니다. 삼덕의 마음가짐으로 육미를 조화롭게 만드는 것이 바로 사찰음식의 맛과 정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삼덕의 마음가짐으로 육미를 조화롭게 만들고자 지금도 사찰에서는 장 담그는 날을 가장 중요한 날로 정해 놓고 있습니다. 

 

사진 3. 선재마을 장독대.

 

주거문화의 변화로 장을 담그기 어려운 환경에 있는 사람은 가까운 절에서 장을 담가 먹을 수 있는 문화가 확산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귀찮게 생각할 수 있지만 조금만 정성을 들인다면 보다 건강한 식습관을 이어갈수 있습니다.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의 많은 사람을 건강의 길로 인도할 수 있습니다.

 

오덕五德, 장에 담긴 다섯 가지 덕성

 

원래 콩에 들어 있는 단백질은 그대로 먹으면 맛이 없지만 미생물에 의해 분해가 되면서 비로소 제맛이 나는 것입니다. 즉 간장과 된장은 곰팡이 덕에 감칠맛 나는 장이 되는 것입니다. 메주에 꽃이 얼마나 아름답게 피느냐에 따라 장맛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여기에 고슬고슬한 소금을 충분히 넣어 저장성까지 뛰어난 우수한 발효식품을 탄생시키는 것입니다. 메주 쑤기 과정은 콩 선별하기(선별), 씻기(수세), 물에 담가 콩 불리기(수침), 콩 익히기(삶기, 찌기), 삶은 콩 찧기, 성형, 겉말림, 띄우기 순으로 이루어집니다. 

 

사진 4. 특수장을 위한 메주.

 

입춘이 지나고 2월 19일 전후에는 강물이 녹는 우수雨水가 찾아옵니다. 우리 조상들은 이즈음에 장을 담갔는데 이때 담그는 정월장이 최고의 맛을 내는 장이라고 했습니다. 으뜸 중에 으뜸이 되는 장을 담그기 위해서 날을 맞추는 일도 정성입니다. 옛말에 우수에 담근 장은 맛과 색이 변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장맛을 제대로 내려면 뚝심 있게 오랜 숙성을 기다려야 하는데 장에는 ‘오덕五德’이라고 하는 다섯 가지 덕성이 있습니다.

 

 단심丹心 변치 않는 참된 마음입니다. 

          다른 맛과 섞여도 제맛을 냅니다.

 항심恒心 여여한 마음입니다.

          오랫동안 두어도 상하지 않습니다.

 불심佛心 자비롭고 청정한 마음입니다.

          비리고 기름진 냄새를 제거 해 줍니다.

 선심善心 온순하고 착한 마음입니다.

          매운맛을 부드럽게 합니다.

 화심和心 평화로운 마음입니다.

          어떤 음식과도 조화를 이룹니다.

 

사진 5. 염도를 맞추기 위해 달걀 띄우기.

 

1700년의 역사를 가진 한국의 사찰에서는 매년 장을 담습니다. 맛있는 장을 담그기 위해서 메주에 고운 꽃이 필 수 있도록 메주를 만드는 법부터 간장, 된장으로 분리하여 보관하는 방법까지 자세히 알려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메주 만들기>


재료 메주콩(백태) 4kg, 물 6L, 솥(크기-15L), 볏짚, 면포.

 

만드는 법

1. 콩을 깨끗이 씻어 주세요.

2. 씻은 콩은 12시간 불려 줍니다.

3. 솥에 볏짚을 깔고 면포를 깔아 줍니다.

4. 불린 콩을 준비된 솥에 넣고 물 6L를 부어 뚜껑을 닫아 주세요.

5. 처음에는 센 불로 가열하고, 끓기 시작하면 넘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중간 불을 유지하며 삶아 줍니다.(5시간 삶기)

6. 거품은 걷어 내지 마시고 마지막 20분간 뜸을 들여 주세요.

7. 무르게 잘 익은 콩은 채반에 올려 물기를 뺍니다.

8. 물기를 뺀 콩은 식기 전에 으깨 줍니다.

9. 으깬 콩을 성형하여 메주를 만들어 줍니다.

10. 짚을 깔고 메주를 올린 다음 짚을 덮어서 3일 동안 겉말림을 해 주세요.(1차 발효)

11. 종이박스를 준비하고 짚을 깔아 줍니다.

12. 겉말림을 한 메주를 세워서 진열해 주고 메주 사이사이에 짚을 넣어 붙지 않게 해 주세요.

13. 메주를 넣은 종이박스를 따뜻한 곳에 두고 이불을 덮어 줍니다. 25도~35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 주세요.(2차 발효)

14. 지금부터는 온도 유지가 중요합니다. 2차 발효는 2주 동안 진행합니다.

15. 일주일이 지나면 뚜껑을 열고 중간 점검을 해 주세요.

16. 메주를 점검하고 온도 유지를 하면서 다시 일주일을 띄웁니다.

17. 발효가 끝난 메주는 통풍이 잘 되는 곳에서 건조시켜 줍니다.(3차 발효)-지푸라기를 활용해 메달아 두거나 통풍이 잘 되는 채반에 진열하여 말려 주세요.

 

사진 6. 장 담그기 강의를 진행하는 필자.

 

TIP

- 아파트에서도 메주를 만들 수 있는 방법입니다.

- 콩이 타지 않도록 볏짚과 면포를 깔고 삶아 줍니다.

- 콩을 삶을 때 불렸던 물을 사용하면 좋습니다. 

- 콩을 삶을 때 나오는 거품은 걷어 내지 않습니다.

- 유기농법으로 농사를 지은 지푸라기를 사용합니다.

- 2차 발효 기간에는 온도 유지에 신경을 써 주세요.

- 종이박스에 메주를 진열할 때 서로 붙지 않게 지푸라기로 간격 유지 필수.

- 온도와 습도가 같이 표시되는 온도계를 구입하시면 좋습니다.

- 2차 발효를 시작하고 1주일 후-온도 35도/습도 70% 

- 2차 발효 완성 2주일 후-온도 35도/습도 40%

- 마지막으로 통풍이 잘 되는 곳에서 1주일 가량 건조시켜 사용하세요.

- 메주는 절기상 입동이 지난 다음 만들기 시작합니다.

- 완성한 메주로 정월장을 담습니다. 

 

사진 7. 영월 망경산사 장 담그는 풍경.

 

<장 담그기>


재료 메주 10kg, 소금 6kg, 물 20L, 항아리 30L, 유리 뚜껑, 건고추, 대추, 숯.

 

만드는 법

1. 메주의 먼지를 제거하고 준비해 둡니다.

2. 소금은 물에 녹여 염도를 맞춰 주세요.-염도계를 사용했을 때 지역에 따라 18~21보메로 맞춰 주세요.

3. 소독한 항아리에 메주를 넣고 소금물을 부어 주세요.

4. 마지막으로 건고추와 대추, 달군 숯을 넣고 대나무로 눌러서 뚜껑을 닫아 주세요.

5. 햇볕이 잘 들고 통풍이 잘 되는 깨끗한 곳에 60일 보관해 줍니다.

 

사진 8. 메주 말리기.

 

TIP

- 메주 곰팡이는 씻어서 말렸다 사용하기도 하고 먼지만 털어서 사용하기도 합니다.

- 소금의 염도는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염도를 높게 잡고 담그는 것을 추천합니다. 염도가 

낮으면 장이 익는 동안 상할 위험이 있으니 염도를 높게 잡고 장을 담급니다.

- 전통방식으로 실온 보관된 신선한 달걀을 소금물에 띄워서 500원 동전만큼 뜨면 적당

한 염도로 보았습니다.

- 장 가르기를 하고 난 다음에는 양념을 활용해 염도를 낮춰서 드시면 좋습니다.

 

사진 9. 충주 석종사의 장독대.

 

<장 가르기>


재료 채반, 면보, 채수, 소금, 간장

 

만드는 법

- 된장에 양념을 할 경우

메주 가루1kg, 찹쌀 가루 3컵, 물 3L, 고추씨 1/2컵, 소금 1컵, 거르고 남은 간장, 생김 3장

 

1. 장을 담그고 60일이 지난 후 장 가르기를 합니다.

2. 메주가 항아리 안에서 깨지면 간장이 탁해지니 조심스럽게 꺼내 줍니다.

3. 채반에 면보를 깔고 간장을 걸러서 보관해 줍니다.

4. 항아리 밑에 탁한 장은 된장의 간을 할 때 사용합니다.

5. 간장은 그대로 보관하고 된장의 덩어리는 잘 풀어서 보관합니다.

6. 된장을 치댈 때 채수와 간장을 사용하여 덩어리를 풀어 줍니다.

7. 마지막에 소금을 가감하여 염도를 맞춰 줍니다.

8. 된장에 웃소금을 살짝 뿌리고 다시마, 연잎, 김 등을 덮어서 보관합니다.

9. 된장에 양념을 하여 보관하고 싶을 때

- 찹쌀풀을 만들어 식혀 두세요.

- 메주를 건져서 덩어리를 풀어 준 다음 메주 가루, 찹쌀풀, 고추씨를 넣고 잘 풀어 주세요.

- 거르고 남은 간장으로 염도와 농도를 조절하고 남은 간은 소금으로 맞춥니다.

- 항아리에 넣고 잘 다독인 다음 다시마, 연잎, 김 등을 덮어 보관하세요.

 

사진 10. 왼새끼로 꼰 금줄.

 

TIP 

- 채수는 물에 다시마와 표고버섯을 넣고 끓인 다음 식혀 둡니다.

- 채수를 만들어 된장의 농도를 맞추는 데 사용하세요.

- 간장을 거르고 난 다음 된장 찌꺼기가 가라앉아 탁한 부분은 남겨 두었다가 된장의 염도와 농도를 맞출 때 사용하세요.

- 간장과 된장은 1년 이상 숙성 후에 드시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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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희
한국전통음식연구가. 경기대학교에서 국문학과 교육학을 전공하였고, 동국대학교 대학원에서 음식과 명상을 연구하고 있다. 국가무형문화재 제38호 궁중음식연구원 과정을 이수하였으며, 사찰음식전문지도사, 한식진흥원 교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식물기반음식과 발효음식을 연구하는 살림음식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논문으로 「사찰음식의 지혜」가 있다. 현재 대학에서 한식전공 학생들에게 한국전통식문화와 전통음식을 강의하고 있다.
natureswa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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