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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문화의 장인을 찾아서]
사찰음식, 자연의 본질을 찾아가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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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리  /  2023 년 3 월 [통권 제119호]  /     /  작성일23-03-03 11:35  /   조회1,768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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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문화의 장인을 찾아서15 |사찰음식 명장 정관스님 

 

인간이 먹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당연히 불가능하다. 인간이 태어나서 매일 하는 일 중에 하나는 먹는 일이다. 매일하는 일들은 일상이라 당연시되고 습관이 되어 놓치는 부분이 많아진다. 먹는 일도 예외는 아니다. 정밀하게 챙겨가기보다는 상황에 주어진 대로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인간이 섭취하는 음식물은 몸 안의 영양분이 되고 생활의 활력이 되고 나아가 심성이 된다.  

 

사진 1. 가마솥에서 요리하시는 정관스님.

 

젊은 나이에는 건강하기 때문에 음식 섭취가 미치는 심신의 변화를 쉽게 느끼지 못하지만, 그 민감도가 높아지는 나이가 되거나 면역력이 현저히 떨어지게 되면 평소에 먹고 마셨던 음식물들의 특징이 누적되어 발현된다. 좋은 음식은 건강하게, 좋지 않은 음식은 병으로 전환된다. 그만큼 음식은 우리 삶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즉, 건강한 음식을 만나는 것은 약과 같은 효능을 내니 약과 음식은 그 근원이 같다는 약식동원藥食同源의 의미이다.

 

사찰음식은 수행의 음식

 

사찰음식은 일반인들의 음식과는 결을 달리한다. 음식을 단순히 배부름이나 자극적인 맛을 즐기기 위해 먹지 않는다. 부처님이 가르쳐주신 깨달음의 길을 가는 데 필요한 약으로 여겼다. 수행자의 수행식修行食이며, 절제를 통해 스스로를 통제하는 절식節食이고, 자연 본질에 가까운 재료를 섭취하는 자연식自然食의 의미가 담겨 있다. 특히 한국사찰의 음식은 오랜 역사를 지닌 수행음식이자 한식의 원형을 지닌 전통음식으로 특별한 의미가 있다.

 

사진 2. 가지런히 버섯을 말리고 있는 공간.

 

사찰음식에서는 유제품을 제외한 동물성 식품과 ‘오신채(매운맛을 내는 다섯 가지 채소: 파, 마늘, 부추, 달래, 흥거)’를 금하고 있다. 육식을 금하는 이유는 부처님의 가르침 중 『입능가경』에서 ‘육식은 자비의 종자를 끊는 것’이라 하였고, 이러한 가르침은 모든 살아있는 생명을 내 몸과 같이 여기는 불교적 자비관에서 비롯된다. 오신채는 약리 특성이 선정수행을 방해하는 것과 향신료로써 ‘맛’에 대한 집착이 일어나 수행에 방해가 될 수 있음을 경계한 것이다. 수행을 중심에 두고 생활하는 사찰에서 어떤 음식을 섭취하는가는 중요한 일이다. 건강에 도움이 되는 음식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 수행에 방해가 되지 않는, 도움이 되는 음식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사진 3. 음식의 기본은 정성이다.

 

사찰음식의 세계화에 대해서

 

고불총림 백양사(전남 장성)에서 산길을 따라 한참 오르면 천진암이 자리한다. 이곳에는 사찰음식의 명장이신 정관스님께서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계신다. 정관스님의 사찰음식 실력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알아보았다. 미국의 글로벌 1위 멀티미디어 엔터테인먼트 OTT 기업인 넷플릭스에서 2017년에 공개한 다큐‘셰프의 테이블’ 통해 사찰음식의 진수를 전 세계에 선보였다. 자연의 본질에 충실한 정관스님의 사찰음식에 세계인들은 열광했고 주목받는 채식요리의 대가로 알려지면서 많은 미슐랭 셰프들이 백양사 천진암 깊은 골을 찾고자 하였다. 그러나 정관스님의 뜻은 초지일관初志一貫 한결같다. 붓다가 될 수 있는 길은 공부하러 온 수행자이지 셰프가 아니라고...

 

사진 4. 된장을 손질하고 있는 정관스님.

 

요리하는 일은 고달프고 힘이 많이 든다. 기본적으로 체력을 많이 소비하는 일이다. 장 담는 일이며, 기본적인 과채도 직접 장만하는 일이 만만치 않으련만 원로이신 정관스님의 에너지는 한없이 충만하다. 이른 시간부터 시작되는 일정들은 보통 늦은 밤이 돼서야 겨우 정리가 되는데 피곤한 기색이 전혀 없으시다. 두어 시간 잠을 청해도 아침이 되면 피곤한 기색 없이 새롭게 일을 시작하신다는데 혹시 그 비결이 음식에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찰음식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계기는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기점으로 한국 전통문화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한 템플스테이에서 시작된다. 템플스테이는 대중과의 또 하나의 소통의 문이 되었다. 우선 사찰 환경을 개선하면서 국내, 외국인들에게 사찰이 지닌 특별한 문화를 소개하게 된다. 사찰의 자연환경과 수행의 문화를 경험하고 또 음식을 통해 그들 나름대로 인식을 가지게 되고 알려지게 되었다.

 

사진 5. 요리 강의에 쓰일 식재료.

 

“사찰음식이 소개되는 초기에 실제적인 스님들의 음식이 아닌 너무 화려한 모습으로 와전된 부분이 있었어요. 좋은 걸 보여주려다 보니 일상식을 놓친 부분이기도 하고 레시피가 정립이 되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이기도 하지요. 그런 이유로 순수한 사찰음식으로 알려지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사찰음식은 보여주는 음식이 아닌 실제로 맛을 보고, 느껴 보고, 함께하는 음식이 되어야 하거든요. 식재료 하나하나의 본질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어야 해요. 콩나물 한 줄기, 시금치 한 잎에서부터 그 식재료가 가지고 있는 본질은 알아가고, 표현하고, 하나가 되어 가는 과정이죠.”

 

사진 6. 연근 견과류 무침.

 

고불총림 백양사 천진암 암주이며 금발우 선음식 아카데미 원장을 맡고 있는 정관스님이 사찰음식으로 쌓은 이력은 상당하다. 2011년 문체부 주최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사찰음식 만찬 행사 진행, 2015년 불교문화사업단의 사찰음식 전문위원으로 활동했고 2011년부터는 사찰음식 교육관 ‘향적세계’에서 강의를 통해 전문조리사 육성에 힘쓰고 있다.

 

사진 7. 표고버섯 조청 조림.

 

2015년 미국의 유명 TV프로그램인 ‘아벡에릭’에 출연한 데 이어 넷플릭스 다큐 ‘셰프의 테이블’을 통해 사찰음식을 해외에 널리 홍보하는 데 기여한 점을 인정받아 사찰음식 명장으로 지정받게 되었다. 사실 대내외적인 이력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러한 활동들을 통하여 우리 사찰음식을 대중에게 알리고 함께하는 것에 의의를 두는 것이다. 

 

사찰음식과 일반음식의 차이

 

사찰음식과 일반음식의 차이는 무엇일까. 식재료 자체가 온 것을 알아서 이치에 합당하게 법답게 만드는 것이 사찰음식이다. 반면 일반음식은 그것에 비해서 음식의 재료가 어디서 와서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대한 관심이 적다. 습관적으로 먹기 마련이다. 일반음식은 육해공의 식재료 모두를 사용하지만, 사찰음식은 인과법에 의해 먹거리를 수행과 접목하여 생명존중 사상이 포함된 음식이다. 생명체를 소중하게 다루고 살생하지 않는다.

 

살생하지 않는 선업을 짓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것은 수행과 연결되며 정화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음식의 섭취는 곧 나의 성정에 연관되며, 나 스스로 수행이 되어야 비로소 좋은 음식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건강한 식재료는 우리의 심신에 영향을 미친다. 좋은 식재료를 장만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그렇다면 어떤 환경이 필요할지 정관스님께 물어 보았다.

 

사진 8. 이탈리아 pama지역에 있는 alma요리학교에서 강의.

 

“나도 자연에서 왔으니 식재료도 가장 자연스러운 곳, 자연에서 얻는 것이 마땅합니다. 내가 내뱉은 이산화탄소는 자연으로 돌아가고, 자연은 다시 신선한 산소를 우리에게 공급해 주지요. 이렇게 인간과 자연은 상생하고 있습니다. 바람과 이슬과 햇빛을 충분히 받은 식재료는 인간을 이롭게 합니다. 자연이 낳은 가장 자연스러운 식재료가 당연히 사람에게 가장 좋은 거지요. 반대로 부자연스러운 식재료는 좋지 않겠죠. 기술력이 좋아져서 계절을 잊은 식재료를 만나게 되지만 실상 이것은 부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제철음식을 철에 맞게 먹는 게 좋습니다.”

 

정관스님은 자연 안에서 가장 자연스럽게 성장한 식재료를 가지고 기본에 충실하게 음식을 만드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하였다. ‘기본’에 충실하다는 것은 어떤 한 가지도 소홀할 수가 없다는 뜻으로 하나의 만다라를 만드는 것과 같다고 하였다. 기본과 정성을 기반으로 하나의 완전체의 세계를 만드는 과정, 음식은 하나의 작품인 것이다.

 

정관스님은 음식 만드는 과정을 통해 그리고 맛을 통해 감흥을 얻고 감흥된 마음을 서로 표현하면서 자신을 찾는 참선으로 연결한다고 말한다. 음식으로 사람의 마음을 풀어내는 것이 음식의 힘이 아닌가 싶다. 애달픈 마음, 서러운 마음, 아픈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는 힘, 따듯한 밥 한 끼는 때로 누군가에게 큰 감동을 준다. 정관스님의 음식수행은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치유의 수행이다.

마지막으로 정관스님께 우리가 집에서 쉽게 만들 수 있는 건강한 사찰음식 레시피를 부탁드렸다. 배추, 냉이, 콩가루를 준비해서 담박하고 건강한 식탁을 준비해 소중한 이들과 함께하자.

 

<차조밥과 배추냉이 콩가루국 만들기>

 

재료와 조리방법


차조밥 만들기

재료: 멥쌀 800g, 차조쌀 200g, 물1L, 천일염 1T, 참기름 2T.

 1. 쌀과 차조쌀을 깨끗이 씻어 1시간 동안 불린다. 

 2. 물기를 제거하고 밥솥에 넣어 물을 1:1 비율로 부어 준다. 

 3. 참기름과 천일염을 넣고 밑간하여 밥을 짓는다. 

 

배추냉이 콩가루국 만들기

재료: 배추 250g, 냉이100g, 날콩가루(노란콩) 60g, 집간장 15ml, 천일염 1T, 물1L.

 

사진 9. 배추냉이콩가루국 만들기.

 

1. 배추는 깨끗이 씻어서 물기를 제거하고 손으로 잎 부분과 줄기 부분을 자르고 줄기 부분은 부드럽게 손으로 으깬다. 잎은 세로로 3등분 가르고 줄기와 같은 크기로 으깬다. 

2. 냉이는 깨끗이 씻어서 뿌리를 살려서 다듬어 주고 손으로 으깨 준다 (5cm 길이).

3. 냄비에 물을 붓고 끓으면 집간장으로 간을 한다.

4. 볼에 1,2의 재료를 넣고 날 콩가루를 넣어 살살 버무린다.

5. 물이 끓으면 콩가루에 버무려 놓은 배추와 냉이를 구분해서 넣는다.

6. 뚜껑을 열고 콩가루를 재료위에 손으로 콩가루가 엉기도록 살살 뿌린다.

7. 뚜껑을 닫고 한소끔 끓인다.

8. 끓으면 천일염으로 간한다. 

 

사진 10. 배추냉이콩가루국 완성.

 

* 조리 포인트: 콩가루가 몽글몽글 생겨 마치 계란국 같은 비주얼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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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리
중현中玄 김세리金世理
성균관대학교 유학대학원 초빙교수. 한국차문화산업연구소 소장, 다산숲 자문위원. 성균예절차문화연구소, 중국 복건성 안계차 전문학교 고문. 대한민국 각 분야의 전통문화에 대한 애정 어린 연구 중. 저서로 『동아시아차문화연대기-차의 시간을 걷다』, 『영화,차를 말하다 』『길 위의 우리 철학』, 『공감생활예절』 등이 있다.
sinbi-1010@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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