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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와 빛의 말씀]
수행자가 피해야 할 일과 수좌 5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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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스님  /  2023 년 3 월 [통권 제119호]  /     /  작성일23-03-03 14:09  /   조회1,713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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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할 때 피해야 할 세 가지 

 

그러면 화두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

먼저 공부하는 데 가장 방해되는 것 세 가지가 있습니다. 이 세 가지를 피해서 화두 공부하는 기초로 삼아야 합니다.

 

첫째는 돈입니다. 공부하는 사람 눈에 돈이 보이면 공부는 그만입니다. 세상이 시끄럽고 어려운 일을 겪는 것도 그 근본을 따지고 보면 전부 돈 때문입니다. 참으로 돈을 독사보다 무서워하고 비상砒霜보다 겁을 내야 합니다. 돈에 끄달리지 않고 돈을 멀리하고 초탈한 그런 사람이면 대도大道를 성취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돈만 보면 모두 거꾸러지고, 돈만 보면 모두 미쳐 버립니다. ‘황금흑리심黃金黑吏心(『추구推句』에 나오는 5언시의 한 구절)’이라는 옛말도 있습니다. 누런 황금이 관리의 마음을 검게 한다는 말입니다. 요즈음 내가 보기에는 ‘황금살승심黃金殺僧心’, 곧 돈이 수도자의 마음을 다 죽인다고 하는 말이 맞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 무엇보다도 이 돈에 대해 철저하게 끄달리지 않는다면 공부할 기본이 좀 있다고 하겠습니다. 

 

사진 1. 성철스님께서 사용하시던 책상.

  

둘째는 이성입니다. 남자에 대해서는 여자이고, 여자에 대해서는 남자입니다. 대대로 도를 성취하려면 이성을 가깝게 하지 말라고 말해 왔습니다. 부처님께서도 일찍이 이렇게 말씀하

셨습니다. 

“여자 같은 장애물이 두 가지만 되어도 성불할 사람 아무도 없다.”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합니다.

“그건 본능이야, 본능! 배고픈데 밥 안 먹고 살 수 있어?”

하지만 본능이라도 다릅니다. 밥 안 먹고는 살지 못하지만 이성은 없어도 얼마든지 살 수 있습니다. 도를 성취하려면 반드시 이성을 멀리해야지, 그러지 않으면 성취하지 못한다는 말입니다. 수행자라면 전혀 이성을 생각하면 안 될 일이고, 재가자라면 배우자 이외에는 생각도 말아야 합니다. 재가자라도 기도 기간이나 큰마음을 내어 공부에 전념할 때는 이성을 멀리 해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 한 가지는 명예입니다. 바로 이름병입니다. 이것은 단수가 높습니다. 돈도 필요 없다, 여자도 내 앞에서는 어른거리지 못한다고 큰소리치지만, 그 사람의 내부 심리를 현미경이나 엑스레이 기계로 들여다보면, “내가 이토록 참으로 장한 사람이니 나는 큰스님이고 도인이다.” 하며 이름을 내기 위해서 그런 행동을 하고 생활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병 가운데서도 재물병과 여자병, 이 두 가지보다도 더 무서운 것이 바로 이름병입니다.

 

계행이 청정하여 돈도 필요 없다, 여자도 감히 어른거리지 못한다고 하면 천하제일의 큰스님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지만 “큰스님, 큰스님” 하면서 앞에 와서 자꾸 절을 하면 그만 사리분별이 없어집니다. 여자와 재물은 벗어나도 대접받는 일에서는 벗어나기 참 힘든 법입니다.

 

실제로 재물병과 여자병은 결심만 단단히 하면 벗어날 수 있습니다. 이런 병에 걸리면 주위에서 남들이 욕이라도 하지만, 이름병에 걸리면 남들이 더 칭찬해 주니, 그럴수록 이름병은 참으로 고치기 어려운 것입니다. 책을 좀 보아서 말주변이나 늘고 또 참선이라도 좀 해서 법문이라도 하게 되면 그만 거기에 빠져 버리는데, 이것도 일종의 명예병입니다. 이리하여 평생 잘못된 생활이 굳어 버립니다. 자기만이 아니라 남도 그렇게 만들어 버립니다. 그러다 보면 큰스님 소리 듣고 대접받는 데 정신 없다가 마침내는 부처님이 성취하신 것과 같은 참다운 그런 대자유를 성취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옛날 스님들이 재물병이나 여자병보다도 명예병이 더 무섭고 고치기 어렵다고 하였습니다. 이러니 우리가 서로서로 반성하여 이 세 가지를 완전히 벗어나서 참으로 출격 대장부가 되어 크게 자유자재한 해탈도를 성취하여야 하겠습니다.

 

수좌 5계

 

화두 공부하는 사람이 지켜야 할 5계가 있습니다. 흔히 공부하는 스님들이 와서 공부가 잘 되지 않는다고 하면 공부하는 데 5계를 한번 지켜보라고 말해 줍니다. 

 

사진 2. 참선 정진 중이신 성철 큰스님.

 

첫째, 잠을 적게 자야 합니다.

세 시간 이상 더 자면 그건 수도인이 아닙니다. 세속에서는 서울대학에 가려면 네 시간 이상 자지 않는다고 해서 사당오락四當五落, 즉 네 시간 자면 합격이고 다섯 시간 자면 떨어진다고 해서 네 시간 이상 자지 않는다고 하는데, 하물며 선불장選佛場, 즉 부처님을 뽑는 선방에서 네 시간 이상 자서야 되겠습니까? 가장 수승한 것은 장좌불와長坐不臥겠지만, 사람마다 근기가 달라 일률적으로 강요할 수 없기 때문에 차선으로 잠을 적게 자라고 말합니다.

 

둘째, 말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것은 묵언黙言을 하라는 말입니다. 말할 때는 화두가 없어지는 법이니 좋은 말이든 궂은 말이든 남과 말하지 말아야 합니다. 공부하는 사람끼리는 싸움한 사람같이 하라고 합니다. 무슨 말이든 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사람들이 모이면 이런저런 시시콜콜한 얘기로 시작해서 음담패설을 지나 끝내는 남의 허물을 들먹이며 입을 아프게 하는데, 그것만큼 실없는 일이 없습니다. 시간은 금세 가기 마련이므로 그런 일에 시간을 허비하면 공덕은 없이 구업口業만 짓는 것이므로 선방에서 정진할 때에는 일절 남의 허물을 보지 않고 내 허물만 보고 살아야 조금은 수좌의 본분에 가까운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셋째, 문자文字를 보지 말아야 합니다.

부처님 경經도 보지 말고 조사어록도 보지 말고, 신문 잡지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참으로 참선하여 자기를 복구시키면, 이 자아라는 것은 팔만대장경을 다 동원해도 설명할 수 없고 소개할 수 없는 것입니다. 세속적인 어떤 문장이나 부처님이라도 다 설명할 수 없습니다. 자아를 완전히 깨치려면 불법도 버려야 합니다. 불교를 앞세우면 그것이 또 장애가 되기 때문입니다.

참으로 깨끗한 자아에 비춰 보면 이런 것들이 모두 먼지이고 때라는 말입니다. 오직 화두만 해야 합니다. 내가 자꾸 문자를 보지 말라고 하니 아예 불교는 하나도 모르면서 화두로 바로 뛰어드는 사람도 있는 모양인데, 문자를 보지 말라는 것은 화두 공부할 때 이야기입니다. 일단 기본적인 불교 소양을 갖추고 화두 공부에 뛰어들면, 그런 다음에는 절대로 문자를 보아서는 안 된다는 말입니다.

 

넷째, 과식하지 말고 간식하지 말아야 합니다. 

음식은 건강유지만 될 정도만 먹지 과식하면 잠이 자꾸 오고 마음이 가라앉아서 안 됩니다. 소식小食이 건강에도 좋고 장수 비결입니다. 세 끼니 외에는 간식하지 말라는 뜻도 되지만 원칙적으로 적게 먹으라는 것입니다. 간식은 말할 것도 없고 세 끼 끼니를 학鶴처럼 먹어야 합니다. 학이나 거북이처럼 장수하는 동물로 알려진 짐승도 자기 위의 10분의 7을 넘지 않는다고 합니다. 하물며 사람이 짐승보다 못해서 배터지게 먹고 위장을 상하고 건강을 망치게 해서야 되겠습니까? 기본적으로 음식에 대한 요구를 자제하는 것이 수행의 기본입니다.

내가 젊은 시절에는 생식生食을 하기도 했습니다. 쌀가루와 한 가지 채소로 10여 년 생식을 하였지만 건강에 지장이 생겨, 이후로는 소식小食과 무염식無鹽食으로 일관하였습니다. 수행하는 사람은 최저의 생활로 최고의 노력을 해야 하는 법입니다.

 

다섯째, 돌아다니지 말아야 합니다.

해제解制하면 모두들 제트기같이 달아나는데, 그러면 안 됩니다. 더욱이 안거 중에 돌아다니는 것은 어머니 뱃속에서 열 달도 되기 전에 배 째고 나온 것과 같습니다. 선방 수좌의 행동반경은 좌복 위여야만 합니다. 산천 유람삼아 돌아다니는 행동은 정진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어느 곳에 있는 선방의 좌청룡 우백호가 어떻다든가, 어느 토굴이 명당이어서 그곳에 가서 정진만 하면 도가 트인다는 둥 터에 집착하지 말라는 말입니다. 배울 만한 선지식이 있으면 그곳이 명당일 뿐 다른 곳이 명당이 아니니 좋은 선지식을 찾아 열심히 정진해야 합니다.

 

이 5계를 못 지키면, 그런 사람은 공부 안 하는 사람입니다. 화두할 자격도 없습니다. 5계를 지키며 이렇게 10년을 공부하면 성불할 수 있습니다. 이 5계를 수백 명에게도 더 일러주었는데, 그대로 지키는 사람은 아직 못 봤습니다. 물론 숨어서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공부 열심히 하는 사람이 없는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일단 화두 공부하겠다는 결심이 섰으면 이 5계를 철칙으로 삼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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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스님
성철스님은 1936년 해인사로 출가하여 1947년 문경 봉암사에서 '부처님 법대로 살자'는 기치를 내걸고 ‘봉암사 결사’를 주도하였다. 1955년 대구 팔공산 성전암으로 들어가 10여 년 동안 절문 밖을 나서지 않았는데 세상에서는 ‘10년 동구불출’의 수행으로 칭송하였다. 1967년 해인총림 초대 방장으로 취임하여 ‘백일법문’을 하였다. 1981년 1월 대한불교조계종 종정에 추대되어 “산은 산, 물은 물”이라는 법어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1993년 11월 4일 해인사에서 열반하였다. 20세기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인물이자 ‘우리 곁에 왔던 부처’로서 많은 사람들의 추앙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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