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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탁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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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택스님  /  2023 년 3 월 [통권 제119호]  /     /  작성일23-03-03 14:14  /   조회1,631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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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지역에 성철 큰스님의 법을 펼치기 위해 2005년 5월에 고심정사를 창건하고 매년 음력 1월 15일 오후 2시에 지정된 장소에 신도들이 모여 바다 방생을 개최해 오고 있었습니다. 그 시절만 해도 연안에 배들이 다니고 있어서 배를 타고 남항 밖으로 나가거나 오륙도 쪽으로 나와서 태종대 근처에서 방생을 하고 2시간에 걸친 바다 방생의식을 마치곤 하였습니다. 

 

시절인연에 따른 바다 방생

 

그런데 세월이 지나면서 육지에 고속도로 등이 늘어나 남해안 쪽으로는 나가는 교통이 편리해짐에 따라 부산항에서 마산, 진해, 통영, 거제, 남해 쪽으로 다니던 여객선들이 차츰차츰 자취를 감추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바다 방생 때마다 150 ~ 200여 명이 배를 타고 나가 연안 주변의 바다에 물고기를 놓아주던 방생도 점점 어려워지게 되었습니다.

 

사진 1. 오륙도 선착장에서 행해진 2022년도 고심정사 정월 방생법회. 

 

고심정사에서 10~15분쯤 걸어가면 수미르공원이 나옵니다. 수미르공원은 한자어 물 수水 자와 용龍을 뜻하는 순수 우리말 ‘미르’의 합성어로서, 용이 노니는 물가 공원을 상징합니다. 부산항 연안여객터미널 부지 내 북쪽 야적장을 공원으로 개조하여 1998년 8월에 문을 열었고, 국제항 부산의 발전과 수호를 염원하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국제 여객부두와 연안여객터미널을 이용하는 관광객과 시민들의 쉼터로 많은 사랑을 받는 곳이기도 합니다. 

 

바다 방생이 어려워지면서 수미르공원 바닷가로 5년여 방생을 가게 되었는데, 배를 타고 나가 방생을 할 때는 그 시간이 고작 30분밖에 되지 않았지만 수미르공원 바닷가로 방생을 갔다 오고 나면 바다 방생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허전함이 늘 휭하니 지나갔습니다. 그러다가 5년 전부터는 방생팀에서 오륙도 선착장으로 장소를 옮겨 대절버스를 타거나 각자 자가용으로 2시까지 모여 방생을 하게 되었습니다. 오륙도 바로 뒤편에서 방생을 하니 영도 쪽에서 바라보는 오륙도의 신비함은 많이 사라지지만 그래도 오륙도 근처라는 친근함은 따라오는 듯했습니다. 그쪽으로 자리를 옮겨 방생법회를 하면서 예의 ‘2달러 현금을 넣은 세뱃돈’을 신도님들에게 드리게 되었습니다.

 

복을 가져다 준다는 2달러 세뱃돈

 

고심정사의 월간 소식지에서도 말씀드린 바 있듯이 고산 큰스님 생전에는 20여 년이 지나도록 잊지 않고 혜원정사로 매년 세배를 다녔는데, 언제인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듣자 하니 미국 사람들은 2달러를 복돈이라 하며 그렇게 간직하기를 원한다고 들었다. 그래서 나도 올해부터는 복을 간직하라는 뜻에서 2달러를 세뱃돈으로 준비했다.”라고 하시면서 봉투를 주시는데, 한국 돈이 아닌 진짜 2달러가 들어 있었습니다. 

 

사진 2. 생전의 고산스님. 사진: 연합뉴스. 

 

절로 돌아와서 봉투에서 2달러를 꺼내서 한참을 뚫어지게 보다가 “그럼 나도 고산 큰스님을 따라 우리 신도들에게 2달러를 드려 보자.” 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주변에 고산 큰스님의 2달러 세뱃돈 이야기를 하니 새삼 반가워하면서도 “2달러가 생각보다는 시중에서 구하기 힘들어! 그래서 미국 사람들은 2달러가 복을 주는 돈이라고 여기고 갖기를 원한다.”라고 하면서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그 뒤에 인터넷 검색 등을 부탁하여 신도님들에게 2달러 세뱃돈을 드리며 이런 말씀을 드렸습니다.

“미국의 유명한 여배우 그레이스 켈리 아시죠. 그 배우가 1960년에 「상류사회」라는 영화에 같이 출연했던 남자 배우 프랭크 시나트라로부터 2달러 지폐를 선물로 받은 후 모나코 왕비가 되자 2달러가 행운을 가져다 주는 소중한 지폐로 사랑을 받게 되었다고 합니다.”

처음으로 오륙도 선착장에서 2달러와 광명진언을 범어체로 쓰고 아래 좌우에 건강과 부를 상징하는 부적 마크를 인쇄하여 나누어 드렸습니다. 

 

‘2달러’ 세뱃돈을 받은 신도님들이 입을 모아 “우리 스님은 신식 중에서도 참 신식이다.”라고 하시면서 환한 얼굴로 서로 바라보며 즐거워하고 기뻐하는 모습이 너무 신기하고 고마웠습니다. 

그러나 3년 전부터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세계를 휩쓸게 되니 각 종교도 단체로 진행하는 행사가 매우 어렵게 되었습니다. 그나마 바닷가 방생은 야외라는 이점을 들어 소규모로나마 이끌어올 수 있었습니다. 작년 정월 보름에는 150여 명이 모여서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코로나 위기 3년째가 되어 가는 올해 음력 정월 보름이 2월 5일이었는데, 다행히 코로나 방역이 완화 단계로 접어들면서 단체행사 규제도 많이 풀려서 250여 명의 신도님들이 모여 모처럼 마음 놓고 얼굴을 환하게 펴고 방생법회를 할 수 있어서 모두 기뻐하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2달러 세뱃돈 봉투를 300개나 만들었는데 그것도 금방 동나서 모자라고 말았습니다.

 

사진 3. 방생법회가 끝난 뒤 불자들에게 2달러짜리 복돈을 나눠주고 있는 모습.

 

지난 구정 백련암에서는 처음으로 비구니 스님들에게도 ‘2달러 + 10,000원’의 세뱃돈을 나누어 드렸습니다. 거기엔 나름 이유가 있습니다. 옛날 큰스님 계실 때는 약수암엔 5~60여 명, 삼선암엔 2~30여 명, 보현암엔 20여 명의 비구니 스님들이 모여 선방 정진을 했습니다. 그러나 10여 년 전부터는 선방 대중스님들이 줄기 시작하더니 올해는 약수암과 삼선암은 선방 운영이 제대로 되지 못하고 보현암에서만 본방 식구 포함해 20여 명이 선방을 꾸려간 것입니다. 보현암은 비구니의 사표로 칭송받은 혜춘慧春(1919~1998) 비구니 회장 스님이 오랫동안 주석하셨던 암자입니다. 성철 큰스님을 존경하여 출가하신 혜춘스님은 백련암에 한 번씩 들리시면 “우리 원택스님! 큰스님 모시고 수고 많소!” 하시며 소납을 다독여 주시곤 하셨습니다. 열반에 드신 혜춘 비구니 큰스님을 가슴에 떠올리며 당부의 말씀을 드렸습니다. 

 

“30년 전에는 해인사 산중에서 제일 작은 선방 스님들과 지내신다면서 늘 아쉬워하셨는데, 오늘 계셨으면 해인사에서 제일 큰 비구니 선원이 되었다고 참 좋아하실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오늘 특별히 보현암 비구니 스님들께 세뱃돈으로 2달러를 더 드렸으니 보현암과 다른 암자 비구니 스님 절에도 더 많은 비구니 스님들이 정진하는 선원이 되도록 애써 주십시오!”

 

사진 4. 혜춘스님. 사진: 포토뉴스.

 

그리고 아비라 카페, 수미산 카페, 삼천배 카페 회원들에게도 2달러를 세뱃돈으로 드리니 백련암에서만 2달러가 200장 가깝게 세뱃돈으로 나갔습니다. 그리고 올해는 세뱃돈으로 2달러가 500장 넘게 나갔으니 ‘고산 큰스님의 당부’처럼 모두가 가슴에 가득히 복덕을 담아서 올 일 년을 잘 지내시기를 기도합니다.

 

오랫동안 기다린 반가운 소식

 

며칠 전 성철사상연구원 원장 서재영 박사님이 소식을 전해 왔습니다.

“승조대사의 『조론』 오가해 번역이 두 번째 교정에 이어 곧 세 번째 교정까지 마무리되면 이제 모든 편집 과정을 마치게 됩니다. 이제 곧 오가해 다섯 권과 조론 한 권을 합친 총 6권 한 질 출간 준비에 들어가야 합니다. 2월 말쯤에는 6권 가제본으로 꾸며서 책의 모양과 부피를 정하고 정가도 책정하여 3월 하순경에는 출판이 끝나도록 준비를 마칠까 합니다.”

 

정말 기다리고 기다리던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마음 한편으론 아쉽고 근심되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서 걱정이 뭉게뭉게 피어오릅니다. 요사이 우리 주변의 현실은 영어는 실생활 언어가 된 반면에 한자어는 우리 생활권에서 저 멀리 사라지고 있는 문자가 되어 간다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중국, 한국, 일본의 세 나라 가운데 유독 우리나라에서만이 ‘한글전용’이라는 미명 아래 동양 삼국의 문화권에서 한문이 사라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인문학자들의 깊은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번역을 해도 제대로 이해하고 읽을 사람이 귀해진다면 10년을 넘게 불철주야 공부하고 연구해 온 보람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지 낙담이 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승조대사의 『조론』은 퇴옹당 성철 종정 예하께서 관심을 가지셨던 일이라 『조론』뿐만 아니라 수, 당, 송, 원, 명대의 기라성 같은 학자들이 펴낸 주석서까지 자세히 번역하여 오늘에 이르게 되었음을 크게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불법을 아끼는 강호의 어른들께서 크게 관심을 가져 주시고 뒤를 잇는 한문 불교 학자들께서도 사기를 높혀 주시기를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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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택스님
본지 발행인
1967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71년 백련암에서 성철스님과 첫 만남을 갖고, 1972년 출가했다. 조계종 총무원 총무부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조계종 백련불교문화재단 이사장, 도서출판 장경각 대표, 부산 고심정사 주지로 있다. 1998년 문화관광부 장관 표창, 1999년 제10회 대한민국 환경문화상 환경조형부문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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