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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탁소리]
장강의 뒷물결처럼 젊은 세대들의 동참을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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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택스님  /  2023 년 4 월 [통권 제120호]  /     /  작성일23-04-05 14:38  /   조회2,899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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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가뭄이 길었던 겨울이라 흐릿한 하늘을 올려다보며 메마른 산야에 감로수 같은 단비가 내려주기를 기다리는 아침입니다. 지난 일주일간 백련암 뜨락은 성철 종정 예하의 탄신 111주년을 맞이하여 진행된 참선 가행정진으로 고요와 긴장감이 감도는 적정 속에 잠겨 있었습니다.

 

사진 1. (오른쪽부터) 선감 일효스님, 백련암 회주 원택스님, 백련암 감원이자 입승을 맡은 일봉스님과 가행정진 동참 대중들.

 

고심원 1층 참선방에 50여 명의 신도님들이 정좌한 가운데, 큰스님의 손상좌이자 소납의 맏상좌인 일봉스님이 입승入繩을 맡아 죽비를 치고 일효스님이 선감禪監을 맡아 동참 대중을 호위하며, 큰스님의 유훈인 “참선 잘 하그래이!”라는 한 말씀에 따라 각자 화두를 챙기며 가행정진에 임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수미산 카페 회원 중 80여 분이 매달 둘째 주 토요일 밤에 진행하는 삼천배 정진을 무사히 회향하고 일상으로 되돌아가니 백련암은 다시 고요 속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생신상 없던 백련암, 일주일 참선정진으로 대신하다

 

성철 종정 예하께서는 생전에 ‘생일잔치’를 하시지 않았습니다. 큰스님께서야 ‘당연하다’ 생각하셨는지 모르겠지만 큰스님 시자들로서는 괜시리 하루 종일 무엇인가 ‘죄지은 것 같은’ 허전한 마음으로 조마조마하게 하루를 보냈던 기억입니다. 성철 종정 예하께서 열반에 드시고 난 뒤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 다음해 ‘음력 2월 19일’ 생신날이 다가오고 있는데 원구스님이 제안을 해 왔습니다.

 

사진 2. 성철 종정 예하 탄신 111주년 맞이 가행정진을 알리는 현수막.

 

“큰스님 생신이 다가옵니다. 큰스님 계실 때는 생신상을 차린다는 것은 감히 엄두도 못 냈는데, 떠나시고 안 계신다고 새삼스럽게 생신상을 차려 올릴 수는 없지 않을까요? 그러니 큰스님 생신을 맞아 일주일간 용맹정진 참선 수행을 함으로써 큰스님 생신 축하를 하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당시는 동안거 기간이라 다른 상좌들은 다들 제방선방에서 정진을 하고 있고 백련암엔 소납과 원구스님 그리고 몇몇 스님만이 남아서 지키고 있을 때라 남아 있던 스님들이 모여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사진 3. 화두삼매에 드신 스님의 손.

 

그렇게 해서 음력 2월 19일 큰스님 생신이 다가오면 음력 2월 11일 오후까지 관음전에 모여서 저녁 예불을 마치고 그때까지 모인 동참 인원들이 함께 의논하여 용상방龍象榜을 짭니다. 그리고 12일 새벽 3시에 입정하여 24시간 정진하는 ‘하루일과’대로 시간을 지켜 19일 새벽 3시에 회향하는 용맹정진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우선 백련암 아비라기도에 동참하는 보살님들을 중심으로 시작했는데, 첫해에는 30여 명이 모여서 하고 차츰차츰 매년 늘어서 2015년에는 50명이 넘는 인원이 백련암 관음전에서 용맹정진을 하는 데 이르렀습니다. 

 

그 후 겁외사 길 건너편에 2015년 4월 24일에 성철스님기념관을 건립하기에 이르렀고, 3층에 70평의 큰 방을 만들어 강의나 기도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용성, 동산, 성철 세 분 스님의 진영을 모시고 퇴옹전退翁殿이라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리고 2017년부터 대중들의 뜻을 모아 ‘성철 종정 예하 생신맞이 일주일 용맹정진 기도를 성철스님기념관 3층에서 개최한다’고 결정하고 그동안 실행해 왔는데, 늘 40여 명 가까이가 동참해 왔습니다. 그러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본의 아니게 용맹정진 기도를 중단할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사진 4. 잠시 다리를 풀고 포행하는 모습.

 

그리고 올해 초부터 다행스럽게 코로나 방역 체계가 완화되어 대중이 모이는 행사를 진행할 수 있게 되었지만 겁외사는 여건상 용맹정진을 할 수가 없어서 장소를 백련암으로 옮기고 이름도 용맹정진이 아닌 가행정진으로 바꾸고 시간도 조정하여 큰스님 탄신 기념 참선 정진을 치르게 되었습니다. 

 

사진 5. 성철스님기념관 3층 조사전. (왼쪽부터) 성철스님, 용성스님, 동산스님.

 

용맹정진은 하루 24시간을 정진하는 것이고 가행정진은 16시간을 정진하는 겁니다. 정진 시간을 조정하게 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올해로 성철 종정 예하 열반 30주기를 맞이하니, 예전의 혈기 왕성했던 50대는 80대가 되고 초로의 60대는 90대가 되어 흘러가는 세월을 어찌할 수가 없어서 정진 시간을 줄이기로 한 것입니다.

 

젊은 세대의 동참을 발원하며

 

중국에는 춘추전국시대부터 회자되어 오던 유명한 속담이 있습니다. ‘장강은 뒷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 나간다[長江後浪推前浪]’는 말입니다. 장강은 여러분도 다 아시다시피 총 길이가 6,397km에 이르는 아시아에서 세 번째로 긴 강인데, 그 도도한 뒷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내어 바다로 흘러들게 하듯이 세월이 흐르면서 신구 세대가 교체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이치라는 말입니다.

 

그런데 요즘 우리나라 젊은이들 사이에선 비혼주의가 늘고 결혼 연령도 늦어지고, 결혼을 한다 해도 2세 출산에는 마음을 두지 않으니 10여 년 사이에 신생아 출생이 현저히 줄어들어 요즈음은 인구 감소가 온갖 분야에 영향을 끼치고 게다가 관계 부처는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라고 합니다.

 

사진 6. 성철스님기념관 3층 퇴옹전에서 용맹정진 중인 대중들.

 

절집 상황도 예외는 아닙니다. 앞 물결인 노인 신도님들은 여전히 계시지만 뒷물결인 젊은 신도는 찾아보기가 어려워서 여러 가지 불사나 기도 등의 진행이 힘들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다 보니 앞으로 3년 후에도 백련암은 계속 ‘성철 종정 예하 생신맞이 가행정진’을 할 텐데, 그때도 올해처럼 성공적일까 하는 걱정이 앞서기도 합니다. 

 

올해는 금(3일)·토(4일)·일(5일)에 참가한 신도님들을 합하여 50여 명이 넘는 신도님들이 동참하여 큰스님 탄신 111주년이 되는 3월 10일(음력 2월 19일) 새벽 3시에는 41분이 회향을 하였으니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회향 후 대중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으며 신도님들의 득의만면한 모습을 뵈니 저도 긴장이 풀리며 큰스님께서 우리가 올린 이 생신상을 참으로 기뻐하시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이번 정진 기간 중 찰중察衆 소임을 맡은 무애 보살은 소납이 한 이야기 중에 “큰스님 떠나신 지 30년이라는 세월 속에 한결같이 큰스님 탄신일과 열반일을 잊지 않고 백련암을 찾아주시는 신도님들이 계신 덕분에 큰스님의 가르침이 앞으로도 계속 모든 사람들에게 큰 빛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라는 구절에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고 하시더군요. 큰스님 말씀대로 신심이 있는 곳이 곧 성지聖地이고, 그 신심으로 오롯이 참선정진하여 영원한 깨달음을 얻는 것이야말로 큰스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진정한 불자임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젊은 세대들이 도도한 뒷물결이 되어 절 집안을 활기차게 오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사진 7. 성철 종정 예하 탄신 111주년 기념 가행정진을 마친 후 기념 촬영.

 

그리고 이번 가행정진 기간이 마침 사제師弟인 원근스님의 5재(3일), 6재(10일) 7재(17일)와 겹쳐 사중이 한결 분주했습니다. 가행정진을 마치는 10일은 마침 원근스님 6재와 겹쳐 멀리서는 백양사 주지 무공스님, 가까이서는 해인사 주지 혜일스님, 양산 불광사 주지 문수스님 등 많은 도반스님들이 참석해 주셨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심심한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성철 종정 예하 탄신 111주년 가행정진’에 동참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모두 성불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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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택스님
본지 발행인
1967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71년 백련암에서 성철스님과 첫 만남을 갖고, 1972년 출가했다. 조계종 총무원 총무부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조계종 백련불교문화재단 이사장, 도서출판 장경각 대표, 부산 고심정사 주지로 있다. 1998년 문화관광부 장관 표창, 1999년 제10회 대한민국 환경문화상 환경조형부문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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