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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탁소리]
다시 찾은 용문석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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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택스님  /  2018 년 12 월 [통권 제68호]  /     /  작성일20-05-22 08:32  /   조회4,910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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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3일부터 4박5일간 달마·혜가 대사의 유적지를 순례했습니다. 큰 스님 열반 후 2년이 지날 즈음 은정희 교수님 일행을 따라 운강석굴, 용문석굴, 맥적산석굴 등을 순례한 적이 있었습니다. 15년 전에는 해인사 스님들과 함께 소림사를 중심으로 용문석굴, 초조암, 달마굴까지 다녀왔었습니다.

 


중국불교 유적지 순례 중이던 11월 6일 중국 하남성 오산 풍경구에서 신도들과 함께 한 필자

 

이번에 세 번째로 소림사, 혜가 선사의 이조암, 백마사를 참배하게 되었습니다. 11월3일 9시20분 인천공항을 출발해 11시10분 정주에 도착해 개봉의 대상국사를 방문했는데, 일주문 밖에서 영접해준 방장 심광 스님 일행과 사찰의 1500년의 역사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마침 국화철이라 국화가 사원 마당을 장식하고, 군데군데 마른 고목에 키워 올린 국화꽃들은 아름답기 그지없었습니다.

 

최근에 거행된 조계사 마당의 국화전시회와는 또 다른 감동이었습니다. 대상국사에 모셔져 있는 천수천안 4면 관세음보살상은 청나라 건륭 33년(1768) 은행나무를 통으로 조성한 것인데, 높이 7m·무게 4톤, 각 면마다 조각된 256개의 손 즉 합계 1024개의 손과 눈이 조각된 뛰어난 작품이었습니다. 당우는 원형으로 외각을 싸고 중간에 6개의 기둥, 안에 4개 기둥으로 세워 중국의 중심을 형상화 하였습니다. 4면불은 우리나라나 남방불교 국가에서 흔히 보았으나 4면 관세음보살상은 대상국사에서 처음 친견했습니다. 그런 만큼 느낌이 새로웠습니다.

 

이곳은 불교 범패의 원형을 간직한 곳으로 “오늘 범패단이 외부 공연을 나가 여러분들을 환영하는 연주를 보여주지 못해 크게 아쉽습니다.”고 방장 스님이 말씀하셨습니다. 11월4일 아침 일찍 출발해 소림사로 넘어가 혜가 스님이 수행하시던 이 조암부터 참배하게 되었습니다. 먼 길을 걸을 수 없어, 소림사 입구에서부터 “휠체어라도 타고 갈 수 없느냐?”고 물었더니, “이조사로 출발하는 리프트 앞 탑림까지 버스를 타고 갈 수 있도록 소림사로부터 허락 받아 놓았다.”고 대답했습니다. 모두들 버스를 타고 소림사를 지나 탑림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예전에 왔을 때는 산이 깊어 이조암에 갈 엄두를 내지 못했는데, 리프트(삭도)가 생긴 뒤부터는 탑림에서 이조암까지 채 10분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리프트를 타고 오르는 동안 맞은 편 소실산의 산세를 보는 것도 새로운 장관이었습니다. 이조암은 크지 않고 담백한 모습이었습니다.

 

반면 소실산 정상에는 가지 못했습니다. 초조암까지만 오르고, 달마굴이나 달마상이 세워 모셔져 있는 곳에는 오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80넘은 보살님들도 거뜬히 다녀오시는 모습을 보며 평생 절해온 공덕에 새삼 놀랐습니다. 옛날처럼 달마굴까지 오르내리던 무술을 배우는 청소년들의 활기찬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소림사의 배려로 소림사 법당에서 생축生祝과 예불을 올릴 수 있어서 모든 대중들이 기뻐했습니다.

 

11월5일 아침에는 중국 최초의 사찰 백마사를 들르기로 해 백마사에 도착하니 방장 인락印樂 스님과 10여 명의 스님들이 나와서 영접해 주었습니다. 대웅전에서 우리 대중들이 먼저 전경을 올리고, 백마사 방장 스님과 대중 30여 명의 스님들이 로향찬爐香讚, 대비주大悲呪, 십소주十小呪, 반야바라밀다심경, 회향게로써 우리들을 축원하고 환영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참례 대중들에게 중국사원식 점심공양을 무료로 베풀어 주어, 현재 중국사원의 한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마침 비가 처적처적 내리고 있었는데, “여러분들이 오시니 복되게 50일 만에 비가 내립니다. 여기는 비가 적은 곳이라 비가 오는 것이 크게 반가운 일입니다. 여러분들의 성지순례도 큰 복일 것입니다.”고 방장 스님이 우리들을 위로해 주었습니다. 떠날 때는 높이 30cm·길이 40cm의 백마상을 선물로 주셨습니다.

 

 

115일 낙양 백마사에서 백마사 방장 인락印樂 스님으로부터 원택 스님(왼쪽)이 백마상을 선물로 받고 있다.

 

점심 후 바라던 용문석굴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옛날의 기억은 나지 않고 모든 것이 낯설기만 했습니다. 옛날에는 벽에 붙어 기다시피 다녔던 기억인데 지금에는 잔도의 기술을 도입하여 곳곳마다 잔도길을 만들어, 못볼 곳이 없게 길을 만들어 놓은 것이 좋았습니다. 그러나 십몇년 전의 상황보다는 굴속의 조각상들이 많이 없어진 듯해 허전함을 느꼈습니다. 드디어 용문석굴 최고의 걸작으로 유명한 봉선사동에 도착해 비로자나불을 보니, 감격스럽고 가슴에 벅찬 기쁨이 솟아올랐습니다. 수준 높은 불사는 만인을 감동케 한다는 뜻을 가슴에 되새기는 순간이었습니다. 비로자나불상의 얼굴을 찬찬히 음미해보면 어딘지 모르게 여성의 얼굴상이 배어있는 듯, 부드럽고 미소를 머금은 듯해 그 뛰어난 솜씨에 감탄을 연발했습니다. “속설에 따르면 비로자나불은 당나라의 실력자 측천무후를 모델로 조성되었다고 한다. 조성비로 측천무후는 2만관을 기증했고 노사나불을 조성하던 석공들은 감격해 비로자나불을 그녀의 얼굴과 비슷하면서도 더 예쁘게 조성했다고 한다.”는 『다르마로드』 (하권 176p)의 설명이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습니다.

 

봉선사동 중앙에는 거대한 비로자나불이 조각되어 있고 오른쪽엔 아난존자, 왼쪽엔 가섭존자, 그들 옆에 보살들이 서서 비로자나불을 협시하고, 두 천왕과 두 역사가 위엄스런 몸짓으로 부처님을 옹위하고 있는 모습은 여전히 감동적이었습니다. 중원대불과 요산 풍경구 참관을 위해 용문석굴에서 요산으로 이동하게 되었습니다. 차창 밖으로 큰 비는 아니지만 가랑비가 내려서인지 저녁 무렵 요산 숙박지 부근의 산야에는 안개가 자욱했습니다. 달리는 차에서 봤을 때, 안개 속에서 얼핏얼핏 사람 얼굴 모양이 나타나더니 금방 사라지는 것이었습니다. 깜짝 놀라 다시 쳐다보니 나타났다 사라졌습니다. 놀라 도깨비에 홀린 듯했는데, 얼마 후 다시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음 날 아침 일어나 밖을 거니니 저 멀리 208m 높이의 중원대불이 시야에 들어왔습니다. “어제의 안개 속에 나타난 사람 얼굴이 저 불상의 얼굴이었구나.” 하고 이해가 되었지만, “안개 속에서 어떻게 그렇게 가깝게 보일 수가 있었을까?” 하는 의심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11월6일 아침 9시쯤 출발해 요산 풍경구를 가는데, 장가계 일부와 황산 일부를 합쳐 놓은 듯한 아름다운 곳이라고 안내인이 설명했습니다. 아침에 나서니 빗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케이블카를 타고 산을 오르니 빗방울은 눈송이가 되고, 어제 백마사에 내렸던 비가 요산에서는 눈으로 변해, 온 산의 나무에 흰 눈이 쌓였고, 천지는 새하얗게 변해 절경이 되었습니다. 부산 신도님들은 “불보살님들이 우리들에게 내리신 큰 선물” 이라며 즐거워했습니다. 특히 어제 백마사 방장 스님이 “비가 오는 것이 큰 복”이라고 몇 번이나 말씀하더니, “오늘 요산 풍경구에서 모든 나뭇가지들에 소복이 쌓인 황홀한 설경雪景을 보다니!”라며 모두들 기뻐했습니다. 뜻하지 않은 눈 풍경에 모두들 흠뻑 빠져, 달마·혜가 스님의 유적지 순례를 감격스럽게 마무리 지었습니다. 7일 무사히 잘 도착했으니 한해를 잘 마무리 하고 내년을 잘 설계해야겠습니다. 모두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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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택스님
본지 발행인
1967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71년 백련암에서 성철스님과 첫 만남을 갖고, 1972년 출가했다. 조계종 총무원 총무부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조계종 백련불교문화재단 이사장, 도서출판 장경각 대표, 부산 고심정사 주지로 있다. 1998년 문화관광부 장관 표창, 1999년 제10회 대한민국 환경문화상 환경조형부문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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