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우 스님의 화두 참선 이야기]
금봉암을 창건하고 선풍 진작에 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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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승 / 2023 년 11 월 [통권 제127호] / / 작성일23-11-04 20:50 / 조회2,041회 / 댓글0건본문
2005년에 다시 열린 해인사 선화자법회
2005년 선원수좌회와 조계종교육원이 공동으로 추진한 『간화선』 편찬 불사가 원만히 마무리될 즈음 수좌회는 해인사에서 2월 28일부터 2박 3일 동안 선화자법회를 열었다. 이것은 고우스님이 주도한 선납회가 1987년 해인사에서 열린 선화자법회를 18년 만에 계승하여 다시 연 것이다. 법회 첫날 고우스님은 수좌회의 초청을 받아 입재 특강을 하였다. 스님은 ‘1987년 성철스님, 서암스님을 모시고 선화자법회를 처음 열었을 때’를 회고하며 “18년 만에 다시 열리니 감회가 크다”면서 “우리 선방에서 정진하는 간화선의 가치와 특색을 강조하면서 앞으로 수좌스님들이 공부를 잘하여 간화선풍을 크게 진작해 나가길 바란다”고 발원하였다.
선원장 스님들과 중국 선종사찰 순례
부처님의 가르침이 동아시아로 전해져 7세기 당나라시대부터 선종이 꽃을 피웠다. 선종의 발원지 중국에는 수많은 조사와 선종사찰이 융성하였고, 그 선풍과 법맥은 신라는 물론 고려와 일본, 베트남까지 전파되어 ‘선의 황금시대’가 열렸다. 그러나 근세에 이르러 중국은 공산당이 집권하면서 종교를 탄압하여 불교의 선맥禪脈이 끊어지다시피 하였다.
1992년에야 한ㆍ중 수교가 다시 이루어지고 이은윤 대기자가 중국 선종사찰 수십 곳을 답사하여 <중앙일보>에 여행기를 연재하고 여러 권의 귀한 책으로 묶어 냈다. 고우스님은 그 책을 구해 보고는 도반 몇 분과 뜻을 모아 몇 차례 중국 선종사찰 순례를 배낭여행으로 다녀왔다. 스님은 평소 선어록을 통해서 달마대사를 비롯해 육조 혜능대사와 마조, 백장, 조주, 임제 선사가 주석하며 전법한 도량을 두루 참배하였다. 어록에서 문자로만 접했던 조사스님들이 법문을 수행하고 전법 교화한 도량을 참배하니 더 실감이 나고 감동이 컸다. 부처님께서 성지순례를 권한 뜻도 공감하게 되었다.
2004년 선원수좌회 선원장 스님들과 『간화선』을 편찬하면서 많은 조사들의 도량과 법문을 접할 때 고우스님이 직접 가 본 이야기를 하자 무여, 혜국스님 등 대부분의 수좌들은 부러워하면서 책 불사를 마치고 같이 가 보기로 뜻을 모았다.
그리하여 2005년 5월에 선원장 스님들 중심으로 중국선종사찰 순례단이 꾸려져 15일 동안 선종 초조 달마대사의 소림사를 시작으로 2조 혜가대사의 이조암, 3조 승찬대사의 삼조사, 4조 도신대사의 사조사, 5조 홍인대사의 오조사, 6조 혜능대사의 남화선사(보림사), 7조 남악과 8조 마조대사의 남악 등 주요 조사들의 교화 도량을 두루 순례하였다. 참배 도량마다 고우스님께서 조사들의 출가와 깨달음, 전법 교화 이야기를 들려주어 참으로 환희로운 순례가 되었다.
그런데 고우스님은 배낭여행 때의 경험과 더불어 선원장 순례 때에도 선종이 중국에서 출현했지만, 근세에 공산화와 문화혁명을 거치며 돈오선 법맥이 끊어진 것을 안타까워했다. 모택동 사후 등소평, 장택민을 거쳐 지금의 시진핑 주석에 이르기까지 중국 정부가 종교를 통제하면서도 불교 사찰을 문화유산 보존과 관광자원으로 대대적으로 복원하고 불교에 대한 지원을 하고는 있다. 하지만 소림사를 비롯한 선종 총림의 방장은 거의 30~40대 젊은 승려들이 맡고 있다. 그분들과 대화를 해 보면 사찰 관리인으로 보이지 불교, 특히 선禪에 대해선 안목을 갖춘 이를 보지 못했다며 아쉬워하셨다.
그런 점에서 고우스님은 중국불교에는 선종의 유적지로만 남아 있지만 한국불교 조계종의 선원은 선의 전통과 법맥을 그대로 전승하고 있으니 참으로 다행이라며 앞으로 한국불교가 더 변화하여 세계불교를 선도하고 인류 세계에 기여해야 할 것이라 하였다.
『간화선』으로 조계종 본말사 주지 연수교육을 하다
2005년 『간화선』 편찬 불사의 원만 성취는 교계뿐만 아니라 중앙 일간 신문에서도 대대적인 보도가 되었고, 종단 안팎에 깊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해 조계종 교육원(원장 청화스님)에서는 매년 교구본말사 주지 연수교육을 『간화선』을 교재로 진행하였다. 강사로 고우스님을 비롯하여 무여스님, 혜국스님이 번갈아 가며 나섰고 본말사 주지스님들의 관심과 호응이 컸다.
당시 총무원장 법장스님은 경허-만공선사의 법맥을 이은 수덕사 출신으로 선풍 진작과 『간화선』 편찬 불사에 관심이 높았다. 고우스님을 비롯한 수좌스님들은 간화선을 대중화하고 세계화하려면 종단 차원에서 현대적인 국제선센터 건립이 필요하다고 제안하자 총무원장 법장스님은 공주 마곡사 뒤 한국문화연수원 부지에 건립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수좌스님들은 그 부지를 답사하였는데, 너무 외진 곳이라 교통이 불편하고 선원 분위기와 맞지 않다고 하여 성사되지 못했다.
법장스님 뒤에 지관스님이 총무원장이 되었을 때 고우스님은 원로의원 동춘스님과 함께 지관스님을 찾아뵙고 국제선센터 건립을 제안하여 지관스님은 종립선원 봉암사와 서울 목동 국제선센터 부지를 검토하다가 목동이 접근성이 좋고 도심에서 역할하기도 좋다고 하여 그곳에 국고 보조를 받아 국제선센터를 건립하였다.
봉화 문수산 금봉암을 창건하여 머물다
2005년 『간화선』 편찬 이후 간화선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고 고우스님을 찾는 이들이 늘어가자 그동안 주석하던 각화사 서암이 차가 닿지 않아 여러 모로 불편하였다. 그때 문경 대승사 주지 겸 선원장을 맡고 있던 철산스님이 대승사로 오시라 하였다. 그러나 선방이 있는 대중처소보다는 독립된 도량에서 자유롭게 지내려고 절터를 물색하였다. 그렇게 50여 곳을 살펴보다가 축서사가 있는 봉화 문수산 남향 골짜기에 화전민들이 살다가 버려둔 논밭과 집터를 발견하고는 도량으로 조성하기 좋은 곳이라 기뻐했다.
그렇지만 고우스님은 강원에서 공부하고 선방에 간 뒤 평생 선의 길을 갔으니 절 부지를 매입하고 절을 지을 돈이 부족했다. 그런 사정을 뻔히 아는 수좌스님들이 여러 모로 도와주었다. 혜국스님이 앞장서고 동춘스님 등 여러 수좌 도반들이 십시일반 모아준 돈으로 버리진 땅을 싸게 약 2만 ㅍ평 정도 넓게 확보하였다. 법당은 학수 비구니스님 절 신도가 큰마음으로 많은 보시를 해주었고, 대구 보살님들과 필자가 참선 도반들과 정성을 모으는 데 동참했다. 요사채는 제주도 원명선원 대효스님이 도와주었다. 이렇게 하여 2006년도에 금봉암을 준공하니 지금과 같은 아담한 도량이 되었다.
그즈음 필자는 불교인재원에서 수강생들을 모집하여 ‘간화선 입문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이 프로그램은 필자가 조계종에 근무할 때 포교원 등과 만든 프로그램이었다. 이 프로그램을 마치면 고우스님께 화두를 받기 위해 금봉암으로 가서 1박 2일 수련회를 정기적으로 진행하였다. 작은 암자였지만 정기적으로 수십 명 참선 입문자들이 와서 수련을 하니 금봉암은 수련도량으로 활기찼다.
고우스님은 작은 암자이지만 봉암사 제2결사 이래 ‘부처님 가르침대로 살자!’는 정신을 오롯이 실천하는 도량이 되기를 원하였다. 그리하여 의례적인 사찰 운영의 재사, 불공을 물론 부처님오신날 연등도 달지 않고 오직 법회와 참선 수련만으로 금봉암을 운영하였다. 그런 점에서 금봉암은 성철스님의 가풍이 깃든 해인사 백련암과 함께 ‘오직 부처님 가르침대로 살자’는 정신을 한국불교에서 실천하는 거룩한 청정도량이 되었다.
재가자를 위한 간화선 지도사 양성을 추진하다
고우스님은 평소 중도를 공부하여 정견을 세우고, 화두를 체험하여 바로 깨치는 간화선은 한국불교가 가장 바르게 전승하고 있다고 보았다. 그래서 한국불교가 중도 정견을 세우고 간화선을 실천하면 한국 사회도 평화롭게 하면서 세계인류에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하셨다. 간화선이 대중화, 생활화되려면 지도자 양성이 관건인데, 예전처럼 우뚝한 선지식이 드문 시대에는 좋은 교재와 프로그램으로 중간 지도자 양성을 통한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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