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탁소리]
Zoom으로 시작한 새해 첫 업무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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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택스님 / 2024 년 2 월 [통권 제130호] / / 작성일24-02-05 14:38 / 조회2,511회 / 댓글0건본문
지난해 7월 초, 우연히 ‘챗GPT’라는 단어를 난생 처음 보고, 이게 무슨 뜻인가 하고 그와 관련된 기사를 유심히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그 후 서울대 철학과에서 「원효의 열반관으로 본 포스트 휴머니즘의 탈신체성 연구」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인사차 백련암에 올라온 해인사승가대학 학장 보일스님과 대화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변화의 속도 따라가기
보일스님은 몸은 없지만 인간과 유사한 또는 인간보다 월등한 계산 능력과 추론 능력을 보여주는 인공지능에게 우리는 어떠한 태도를 취할 것인가? 단순히 안 쓰고 배격을 해야 할 것인가? 데이터 알고리즘으로 구축되고 운영되는 인공지능에게 어떠한 데이터를 적용하고 응용하게 할 것인가? 붓다의 중도中道의 가르침을 어떻게 윤리적으로 적용할 것인가 등등의 고민에서 이 연구를 진행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소납도 김천구미역에서 또는 부산역에서 KTX 기차를 타고 서울을 오르내리면서 특실 입구에 마련된 신문 인쇄물 가운데<전자신문>을 골라 읽으면서 키운 짧은 상식을 가지고 ‘챗GPT 3.5라는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질문과 대답이 가능하다’는 기사를 봤는데 이게 무슨 말이냐고 묻게 되었습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챗GPT가 세상에 나온 지 1년이 지나고, 3.5가 7월에 발표되어 세상을 놀라게 하였습니다. 그러더니 곧이어 4.0이 발표되어 세상을 더욱 시끌벅적하게 놀라게 하고 있습니다. 개발 당사자들도 속도가 너무 빠르다며 안전한 프로토콜을 개발하기까지 최소 6개월 간 개발을 중단할 것을 논의한다는 기사가 날 정도로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하고, 현장에서 연구하는 박사들도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 생성형 인공지능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학자들도 어안이 벙벙하여 인공지능의 앞날을 예측할 수 없을 것이라며 오히려 걱정하는 세상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소납은 보일스님의 이야기를 경청하다가 마침 광복 78주년을 맞이하여 AI 슈퍼노바 기술로 생동감 있게 복원해 낸 안중근 의사와 유관순 열사를 떠올리며, “성철 종정 예하도 그분들처럼 생동감 있게 만들고 싶은데, 혹시 그런 기술을 가지고 있는 분을 알고 계신가?” 하고 물었습니다.
“물론입니다, 그 작업을 진행한 교수님께서 일 년에 한 번씩 오셔서 학인 스님들에게 직접 강의을 하고 계십니다.”
그 뒤에 보일스님의 주선으로 그 교수님을 서울에서 만나게 되었습니다. 교수님은 노트북을 열더니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실현한 <옛 승려와 만나다>라는 전시를 보여 주셨습니다. 서로 다른 시대를 산 서산대사 휴정스님과 화승 신겸스님이 인공지능과 디지털 휴먼 기술의 융합으로 되살아나 21세기를 살아가는 관람객들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참으로 신기했습니다.
불교회화실에서 진영으로만 보던 두 분이 만면에 미소를 띄우며 합장도 하고 차도 마시고 주장자를 옮겨 짚기도 하고 대화도 나누고..., 마치 화면 속에 살아 계신 듯했습니다. 그동안 게임 캐릭터나 유통업계의 가상 모델 이야기는 들어보았는데 역사 속 인물을 실감형으로 재현해 내는 것을 보니 차원이 다른 세계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습니다.
“그림을 가지고도 저렇게 입체적으로 살려낸다면 성철 종정 예하께서 설법하시는 모습, 산책하시는 모습, 좌선하시는 모습들을 새롭게 복원하여 세상에 알리는 일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겠습니다.”
“그렇습니다. 종정 예하 스님의 모습을 충분히 복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기존의 동영상이나 음성 자료가 많이 있다고 하더라도 3차원의 입체적인 모습으로 재현하려면 생각보다는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안중근 의사나 유관순 열사의 진영처럼 3D의 영상을 만들려면 얼마의 비용이 듭니까?”
“문화관광부에서 부탁받아 제작하였는데, 상당한 정성과 시간과 비용이 들었습니다.”
구체적인 비용 이야기는 하지 않았지만 아직은 상당한 비용이 드는 듯했고, 또 종정 예하의 모습을 그렇게 모신다고 해서 불교 홍포에 얼마나 힘이 될런지 가늠이 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우선 우리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계획을 짜서 세월 속에서 하나씩 하나씩 이루어 나가야 하지 않겠나? 하고 큰 결정을 미루고 후일을 기약하는 차원에서 왕성하게 올라오던 호기심을 꾹 눌러 두었습니다. 그 밑바탕에는 몇 년 전과 달리 하루가 다르게 새롭게 나오는 기술을 보며 한 번에 큰돈을 들여 만들어 놓은들 얼마 못 가 또 그 기술이 업그레이드되어 금방 구식이 되어 버릴 것만 같은 걱정도 크게 작용을 했습니다.
CES2024와 AI 쓰나미 뉴스
그 후로 젊은 스님들을 만나면 “앞으로 다가올 쳇GPT5 이상의 세상에서는 인공지능의 생리를 모르고는 세상의 발전상을 감지하지 못할 터이니 컴퓨터 실력과 더불어 쳇GPT의 높은 인공지능의 세계를 알아야 제대로 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라고 힘을 주어 말해도 내 설명이 부족해서인지 상대방은 시큰둥하기만 했습니다. 그런데 새해 들어 제 예감은 적중하였습니다.
1월 9일부터 12일까지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onsumer Elecronics Show)에 나온 모든 제품에는 AI가 적용되지 않는 것이 거의 없었습니다. 삼성은 “모두를 위한 AI(AI for All)”를, 인텔의 CEO 펫 겔싱어는 기조연설에서 “모든 곳의 AI(AI everywhere)”를 이야기했습니다. 신문에서도 ‘AI의 쓰나미’라는 표현을 쓰고 있더군요. 아무래도 실력이 부족하니 1월 11일 자 모 신문의 기사를 요약해 봅니다.
(…) 이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CES 2024가 주제로 내세운 모든 기기와 AI가 연결되는 시대가 5년 안에 현실화될 것이다. 이번 CES에 나온 한국 대기업, 스타트업들이 AI 발전 흐름을 잘 쫓아가고 있으니 물리적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AI)는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성능을 극대화한다. 예컨대 AI가 발전할수록 더 높은 성능의 반도체를 요구하고, 반도체가 발전하면 구현 가능한 AI 범위가 넓어지는 것이다. 반도체, 전자, 자동차 등 AI와 결합하는 제품을 만드는 한국제조업에도 기회가 무궁무진하다는 의미와 세계적인 수준의 AI를 개발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한국의 미래가 걸려 있다. AI가 핵과 같은 파워를 갖게 되는 미래에는 한국산 AI가 반드시 필요하다.”
여러 일간지에 실린 CES2024의 현란한 기사들을 읽으면서 컴맹의 80세를 한탄하고 있는데, 백련불교문화재단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상좌 일엄스님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은사스님, 방금 문자를 보냈으니 열어보십시오.”
휴대폰을 열어 보니 다음과 같은 메시지가 보였습니다.
일엄이(가) 예약된 ZOOM 회의에 귀하를 초대합니다.
주제 : 백련불교문화재단 2024년 1월 둘째 주 정례 주간회의
시간 : 2024년 1월 8일 오전 10:00
그리고 일엄스님의 얼굴이 보이며 꼭 참석하시라고 당부를 하였습니다. 깜짝 놀라서 일엄스님에게 전화를 해서 “ZOOM(줌) 회의라니 이게 뭔 말이냐?”고 물었습니다.
“지난 코로나펜데믹 시대에 사람들이 직접 모여서 회의나 대화, 강의를 할 수가 없으니 각자의 위치가 떨어져 있어도 줌으로 연결하여 화상회의나 수업이 가능한 기술이 널리 퍼졌습니다. 일찌감치 은사스님 폰에 웹을 다운로드해서 회의를 한다는 것이 늦어졌습니다. 근자에 무릎도 편치 않으시고 날씨도 추운데 회의 때문에 서울을 오르내리시기 번거로우시니 매주 줌으로 정례회의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ZOOM으로 시작한 새해 첫 업무회의
폰에 적힌 주소를 클릭하면 화면이 뜬다는데, 처음엔 화면이 거꾸로 나오기도 하고 소리가 안 들리기도 해서 고심정사 주지 일성스님의 도움을 받아 몇 번 들어갔다 나왔다를 하다 보니 어느새 서울에 있는 식구들과 한자리에 모이게 되었습니다. 화면으로 합장 3배 새해 인사를 받고 서재영 원장의 진행으로 돌아가며 자기 몫의 업무를 보고하고 회의 안건을 공유하며 의논도 하니 참으로 신기하였습니다.
그렇게 하다 보니 면대면으로 회의를 할 때보다도 내용에 집중하게 되고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지지 않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꼬박 화면에 얼굴을 내밀고 있어야 하니 한 시간여에 걸쳐 벌을 서는 듯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무사히 신년 업무보고를 마치고 나니 60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저로서는 처음 느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ZOOM회의를 마치고 의자에 앉아 있으려니 만감이 교차하였습니다. 진즉에 이렇게 회의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그렇게 자주 서울을 오르내리지 않았을 것인데 하는 후회가 제일 크게 밀려왔습니다.
“이렇게 편한 세상을 두고 일없이 그 먼 서울 1000리 길을 오갔구먼!!”
생성형 오픈 AI 시대는 ZOOM 방식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겠지만 우리 생활 주변이 이렇게 확확 변하고 있음에 늦었지만 놀랍고 놀랄 따름입니다. 그래서 이 글을 쓰기에 앞서 인공지능에 대해서 좀 찾아보았습니다.
그런데 인공지능은 최근에 생겨난 기술이 아니더군요. 오래전부터 존재해 온 기술이었는데, 4차 산업혁명과 컴퓨팅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최근에 가장 많은 주목을 받게 되었더군요. 인공지능이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56년 다트머스 컨퍼런스를 주최한 존 매카시(Jhon MaCarthy)가 자신들의 연구를 ‘인공지능(Artifical Intelligence)이라고 불러주길 요청하면서 AI라는 단어가 생겼습니다. 인간을 포함한 동물이 갖고 있는 자연 지능(Natural Intelligence)과는 다른 개념으로 본 겁니다. 정보처리를 오로지 인간의 뇌에 의존하던 시대에서 인간 뇌의 영역이라고 여겨졌던 학습 능력, 추론 능력, 지각 능력을 컴퓨터에 맡기고 보다 빠르고 편하게 정보를 처리하고 상황에 대처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1980년대에 들어 인공지능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졌고, 1990년대에 인터넷의 발전과 함께 기술이 더욱 향상되었습니다. 여러분도 기억하시겠지만 97년도에는 IBM의 딥블루가 체스 세계 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를 이겼고, 2011년도에는 IBM의 왓슨이 퀴즈쇼 제퍼디에서 우승을 하였고, 2016년도에는 구글의 알파고가 바둑으로 이세돌 9단을 이겼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생성형 AI(generative AI)가 등장하면서부터 AI가 쉽게 넘볼 수 없을 것이라 여겨졌던 인간 고유의 창작 영역이 순식간에 무너지고 있는 듯합니다.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창작이야말로 고유한 인간의 능력이라고 믿어 왔고, 게다가 예술 분야야말로 인간만이 갖춘 고유성이라고 여겼는데, 이제 명령어 몇 개만 던져주면 더 빠르게, 더 좋게,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더 멋진 것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어떤 게 더 좋은 건지의 판단조차도 AI에 내맡기고 마는 것은 아닐런지요?
반 결제를 지나니 대한 추위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겨울 동장군을 이기는 방법은 챗GPT에 물으시더라도 정진은 몸과 마음으로 해야겠지요. 눈과 손가락만 쓰지 마시고 마음을 다해 정진에 더욱 힘을 쓰는 세월이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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