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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황, 사막이 숨긴 불교미술관 ]
붓다의 생애와 본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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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희  /  2024 년 10 월 [통권 제138호]  /     /  작성일24-10-05 14:10  /   조회1,218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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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는 부처님의 전생에 대한 이야기가 그렇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돈황 벽화에는 부처님의 전생에 관한 이야기가 개굴 초기부터 많이 그려졌다. 불교의 영혼불멸, 인과응보, 윤회전생의 교의에 따르면 석가모니 부처님은 전생에 수많은 선행과 사심 없는 헌신, 고난의 역경을 거쳤기에 이생에서 수행하여 부처가 될 수 있었다. 이러한 전생에 관한 이야기는 대부분 고대 인도와 동남아시아 국가의 신화나 동화 그리고 민간 고사에 바탕을 두고 있다. 

 

본생도와 본생경

 

본생도本生圖는 돈황 초기에 가장 많이 그려졌는데,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비릉갈리왕毗楞竭梨王은 불도를 위해 몸에 수천 개의 못이 못 박혔고, 시비왕尸毘王은 자기의 살을 잘라 비둘기에게 주며, 월광왕月光王은 머리를, 쾌목왕快目王은 눈을 바친다. 구색록九色鹿은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고, 선사태자善事太子는 바다에 가서 진주를 구해 왔으며, 녹모부인鹿母夫人(마야부인이 석가를 낳게 된 전생 인연)은 연꽃에서 태어나고, 수달나태자須达拿太子 본생 등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은 경전의 본생담本生譚(Jataka)을 근거하여 그렸다.

 

사진 1. 산치Sanchi 제3탑. 사진: 필자.

 

이는 『육도집경六度集經』, 『대지도론大智度論』, 『현우경賢愚經』, 『보살본연경菩薩本緣經』, 『보살본행경菩薩本行經』, 『대반열반경大般涅槃經』, 『구색록경九色鹿經』, 『섬자경睒子經』, 『대방편불보은경大方便佛報恩經』 등이다.

 

이러한 본생경本生經은 본생화·본생담·전생담이라고도 불리며, 산스크리트어와 팔리어 삼장에 수록되어 있는 「자타카Jātaka」의 음역으로 ‘태어나다’ 혹은 ‘태어난 사람’을 뜻한다. 그러나 불교에서는 ‘태어난 그때의 일’이란 뜻으로 바뀌었고, Jātaka=ting belong to past; Past life the Buddha(부처님의 과거 이야기) 즉 ‘전생 이야기’가 설화로 알려져 있다.

 

이와 같은 특징은 산치Sanchi 대탑의 부조들에서 찾아볼 수 있다. 본생고사 중 ‘코끼리 이야기’는 인도에서 가장 오래된 기원전 2-1세기 중인도 바루후트 석각Bharhut Stupa의 레일링에 있는 비두라의 자타카 이야기가 기둥 앞면 전체를 장식하고 있다. 자타카의 547개 이야기 중 마지막 10개는 마하자타카Mahājātaka로 스리랑카Sri Lanka와 동남아시아에서도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다.

 

돈황 막고굴 본생도의 표현 형식

 

돈황 막고굴 벽화의 본생도는 연대에 따라 구조적 형태가 다르게 나타나며 그 형식이 다양하다. 주요 작품을 살펴보면 ① 단일 화폭: 내용을 단일 화폭에 파노라마식으로 전개해 나가는 것으로는 제275굴 북쪽 벽에 있는 〈월광왕시두본생月光王施頭本生〉이 있다.

 

② 조합 형식: 이야기의 핵심 줄거리를 중앙에 배치하고 부수적인 이야기는 사방으로 나누어 배치하는 형식으로, 제254굴에서 〈살타태자사신사호薩埵太子舍身飼虎(호랑이에게 몸을 바치는)〉가 그렇다.

 

③ 연환화連環畵 형식: 이야기의 줄거리에 따라 시간과 장소를 여러 폭의 가로 두루마리 또는 세로 두루마리(족자) 형태로 나누어 그려 연결 배치하는 것으로 제257굴 〈구색록도〉가 그러하다. 

 

④ 병풍 형식: 이야기의 줄거리에 따라 한 면에 한 줄거리 혹은 몇 개의 줄거리를 그려 여러 면을 연결하여 이야기를 완결하는 형식으로 제98굴의 『현우경賢愚經』 고사화가 그렇다.

 

⑤ 변상도變相圖 형식: 특정 경전의 주요 내용을 대형 변상도로 그릴 때 그 내용을 집약해서 그린다. 예를 들면 〈금강명경변金光明經變〉은 〈살타태자사신사호薩埵太子舍身飼虎〉와 〈유수장자태수구어본생流水長者馱水救鱼本生〉를 양측으로 나누어 그렸다.

이처럼 돈황 벽화의 본생도는 내용이 풍부하고 주제가 다양하며 돈황 예술의 우수성을 드러내고 있다.

 

비둘기를 위해 자신의 살을 벤 시비왕본생도

 

많은 벽화 중에서 막고굴 제275굴 북쪽 벽에 있는 시비왕尸毘王 본생 고사에서 비천상의 예술적 이미지는 인도 서부에서 전해진 비천상을 모델로 삼고 있다. 당시 화가들은 외래 미술 기법에 그다지 익숙하지 않았음을 대략적으로 유추할 수 있으며, 여전히 서역미술을 단순하게 모방하는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사진 2. 돈황 막고굴 제275굴, <시비왕본생도尸毘王本生圖>, 『敦煌』(北涼, 汎友社, 2001).

 

제275굴 북쪽 벽의 시비왕 이야기에서 비천상의 경우, 인도 비천상의 이미지를 완전히 재현한 것도 아니고, 중국 신선 사상에서 유래하는 ‘우인羽人(날개 달린 선녀)’을 완전히 계승한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특정 예술적 이미지만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외래 미술의 영향을 받아 중국 전통 미술과 융합하고 있다.

 

사진 3. 돈황 막고굴 제275굴, 〈시비왕본생도〉 부분도. 살을 베어 비둘기를 구한 시비왕. 막고굴 최초의 불본생고사화佛本生故事畵.

 

제254굴 〈시비왕본생도〉의 구성은 서역의 대형 본생도 형식을 따르고 있다. 중앙에 다른 인물들보다 신체 비율이 훨씬 큰 주인공 시비왕이 그려져 있다. 이는 고대 신장의 대형 불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처리 방법이기도 하다. 그림 속 시비왕은 상반신은 반라로, 하반신은 스커트를 입고 있어 전형적인 서역 양식이다. 시비왕의 오른손 중앙에는 비수갈마천毗首羯摩天의 화신인 녹색 비둘기가 앉아 있다.

 

시비왕은 신하들이 다리의 살을 자르는 모습을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다. 이 줄거리는 경전과는 조금 다르다. 시비왕은 남의 살을 자르지 않고 자기 살을 베었다고 한다. 첫 번째 줄 오른쪽에 백발노인이 수척

 

사진 4. 돈황 막고굴 제254굴, <시비왕본생도>, 『北魏, 中國 石窟, 敦惶 莫高窟』(平凡社). 중생을 상징하는 비둘기를 오른손으로 받쳐 들고 시무외인을 한 채 살을 내어주는 장면.

 

그림의 두 번째 줄 왼쪽은 통곡하는 궁녀들과 보살을 모시는 공간이다. 오른쪽에는 보살, 약샤(뱀신), 대신, 수행자이며, 세 번째 줄의 왼쪽과 오른쪽에는 두 명의 비천이 그려져 있다.

 

호랑이에게 자기 몸을 바친 마하살타태자 본생도

 

붓다의 여러 가지 전생 이야기 중 살타태자가 호랑이에게 몸을 던져 먹이가 된 이야기는 여러 경전에서 기술되어 있으며 널리 널리 알려져 있는데, 『금광명경金光明經』의 〈사신품捨身品〉에 전하는 내용이다. 북위의 혜각 등 8명의 승려가 경과 논 등을 번역하여 엮은 『현우경』 〈마하살타이신시호품摩訶薩埵以身施虎〉의 내용을 도해한 그림이다.

 

사진 5. 돈황 막고굴 남벽 중앙 제254굴, <살타태자사신사호薩埵太子舍身飼虎>, 『北周, 中國 石窟, 敦惶 莫高窟』(平凡社).

 

제254굴 살타태자사신사호도

 

막고굴 제254굴은 북위시대에 개착된 굴로, 이 굴의 남쪽 벽 중앙에는 〈살타태자사신사호도〉가 그려져 있다. 이 그림은 돈황석굴 예술의 전형적인 작품으로, 이야기의 전개 순서에 따라 그림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전개되어 관객이 전체 이야기를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전체 그림은 중국의 전통 회화 공간 배치 방법, 즉 ‘원근법’을 채택하고 있다. 중앙 부분은 주제 장면을 배치하고, 양쪽에 보조 내용과 배경을 그려 넣어 풍부하고 강렬한 공간감으로 시각적 효과를 높여주고 있다.

 

사진 6. 돈황 막고굴 제254굴 <살타태자사신사호> 부분도, 살타태자의 뼈를 모아 세운 칠보탑과 비천들의 공양 장면.

 

그림 속의 인물들은 생동감 있게 각각 그 자세가 다르며, 감정과 심리적 상태도 각각 다르게 표현하고 있다. 살타태자의 자기희생 행위는 극도로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으며, 이는 모든 생명체에 대한 자비심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해탈을 향한 그의 확고한 의지를 잘 표현하고 있다.

 

돈황 벽화는 대부분 광물성 안료를 사용하여 비교적 단순하지만, 제254굴의 본생도는 그 배색에 대비되는 색상을 사용하여 주제를 강조하는 동시에 색상의 그라데이션(바림효과)을 통해 화면의 입체감과 층차감(높고 낮은 효과)을 높이고 있다.

 

사진 7. 돈황 막고굴 제254굴 <살타태자사신사호> 부분도, 살타태자의 몸을 포식한 호랑이들과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어미 호랑이.

 

제428굴 마하살타본생도

 

막고굴 제428굴의 동벽 남측 〈마하살타본생도〉는 아래와 같이 8개의 장면으로 이야기를 전개시키고 있다.

제1장면: 세 왕자가 무릎을 꿇고 부모님께 하루 어디 놀러 가겠다고 아뢰니, 왕은 세 왕자를 데리고 성 밖의 숲으로 사냥을 떠난다. 왕은 피곤해서 대나무 숲에 멈춰서 쉬고 세 왕자가 계속 가고 있다.

제2장면: 세 왕자가 말을 타고 가는데, 산과 숲의 풍경이 점점 더 아름답다. 갑자기 그들은 길가에서 갓 태어난 새끼 호랑이 일곱 마리에 둘러싸인 어미 호랑이를 발견한다. 호랑이는 먹이를 찾지 못해 굶어 죽어가고 있었다. 세 왕자는 호랑이를 구할 방법을 궁리했지만 별 방법이 없었다.

 

사진 8. 돈황 막고굴 제254굴 <살타태자사신사호> 부분도, 뒤늦게 뼈를 수습하는 두 형과 통곡하는 부왕.

 

제3장면: 셋째 왕자 마하살타의 두 형은 말을 타고 떠난다.

제4장면: 살타태자는 호랑이에게 다가와 땅에 누워 호랑이에게 자신을 먹으라고 했지만 호랑이는 이미 기력을 잃어 씹을 힘이 없었다.

제5장면: 살타태자는 산 위로 올라가 대나무 가지로 목을 찌르고 아래로 뛰어내렸다. 호랑이는 신선한 피를 빨아먹고 힘을 되찾고 살타태자의 몸을 갉아 먹는다.

제6장면: 두 형제가 다가와서 땅바닥에 흩어진 뼈들을 보고 겁에 질려 큰소리로 울고 있다. 이 화면의 상단에는 탑을 세우는 부모님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제7장면: 두 형은 부모에게 비보를 알리기 위해 말을 타고 성내로 돌아간다. 부모는 건물을 짓고 있으며, 두 형제는 문밖에 무릎을 꿇고 있다.

 

사진 9. 돈황 제428굴 동벽 남측, <마하살타본생도>, 『北周, 中國 石窟, 敦惶 莫高窟』(平凡

 

社).

제8장면: 부모는 살타태자를 공양하기 위해 탑을 세우고 있다.

이상과 같은 가로로 긴 두루마리 구도는 한漢·위魏·진秦 시대의 화상전畵像塼과 화상석畫像石에 나타난다. 동진 고개지의 〈낙심부도〉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두루마리 구성으로 산과 바위를 구분하여 화면을 연속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초기 돈황 고사도는 한·위 시대의 가로 두루마리 구성을 이어가는데, 이는 도교와 불교미술의 융합으로 볼 수 있다. 이 연환화 스타일의 구성은 북주北周 시기 절정에 이르렀으며, 이와 같은 양식의 그림은 건물의 구조상 점차 많아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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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희
동국대학교 및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수료,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그 후 동국대학교 연구교수, 창원대학교 외래교수, 경상남도문화재위원회 전문위원, 경상남도 전통사찰보존위원회 위원, 창원민속역사박물관 자문위원, 한국불교미술협회 회장, 한국교수불자연합회 감사 및 불교미술 작가로 활동 중이다.
seonhi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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