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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와 빛의 말씀]
동안상찰 선사 『십현담』 강설③ 현기玄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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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스님  /  2025 년 7 월 [통권 제147호]  /     /  작성일25-07-05 13:28  /   조회21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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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스님의 미공개 법문 7   

 

초초공겁물능수迢迢空劫勿能收

 

현기玄機, 이 신비한 기틀은 말이지 초초迢迢한, 멀고 먼 여러 억천만겁을 지나도 이것을 거둘 수가 없다 그 말이야. 초초공겁물능수迢迢空劫勿能收, 여기에 대해서는 실지 부처도 어찌할 수 없고 조사도 어찌할 수 없는 그런 경계를 말하는 소리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조사祖師도 몰랐고 부처도 몰랐다는 그 말은 아니라 분명히 깨치고 분명히 아는 데서 하는 소리라 그 말이야. 이것은 중생이 어떻게 할 수가 없다는 그런 말이 아니야. 부처도 조사도 여기서는 참말로 어찌할 수 없고, 팔만대장경을 가지고 미래겁이 다하도록 설하더라도 이것은 설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부처님도 그래 다 말씀하신 것이거든?

 

내가 심지법心地法을 설하는데, 내가 말한 이것을 실지로 심지心地로 알았다가는 큰일 난다 이거야. 사실에 있어 심지心地는 미래겁이 다하도록 설해도 털끝만큼도 못 건진다 말입니다. 흉내도 못 내. 경험 못한 것이지만 그냥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으면 영원히 초월할 길이 없으니 할 수 없이 내가 방편으로 하는 말이야. 그러니 내 말에 집착執著하지 말고, 이것은 실지 사실이 아니니까 그걸 알아야 해.

 

늘 하는 말이지만 밥맛 이것도 꼭 그대로 한번 설명해 보라면 어때? 늘 먹고 있는 것이지만 그것도 설명이 잘 안 되는 것이거든. 무엇이든지 보통 일도 설명 안 되는데. 심지법心地法을 어찌 그대로 설명을 다 할 수 있나 말이여. 그건 안 되는 거라. 안 되는 것이지만 그런 방편方便이라도 없을 것 같으면 중생이 뭐라도 조금 알 수 있는 실마리가 영원히 끊어져 버린다 말이야. 중 하나를 만들어주는 줄이 영원히 끊어져 버리거든. 그래서 할 수 없어서 팔십 년을 살면서 설법을 하였지만, 나중에 가서는 “나는 평생 동안 아무 말도 한 적이 없다.” 이렇게 말씀한 것이거든. 초초공겁물능수迢迢空劫勿能收라. 멀고 먼 공겁에 능히 거둘 수가 없다 이 말이지.

 

기여진기작계류豈與塵機作繫留

 

진기塵機, 진기라는 말은 티끌이란 말인데, 십지등각十地等覺도 진기야. 중생만 진기라 말하는 게 아니라 십지등각도 진기라 그 말이야. 완전한 종지宗旨를 얻지 못한 것이거든. 어찌 티끌이 계류繫留하느냐? 계류란 붙잡아 매어 놓는다 말이야. 진기는 어떻게 붙잡아 매어 놓지 못한다 그 말이야. 초초공겁물능수迢迢空劫勿能收, 부처와 조사도 여기서는 손댈 수 없는 건데 말이지, 십지등각은 말할 것도 없고 일체중생이 쏟아부은들 어떻게 붙잡아 매어둘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나 이것이라. 그렇게 이게 참말로 깊고 깊더라 이 말이야. 너무 비약해서 말하는 것인가 하겠지만 이것은 사실이야. 너무 비약해서 말하는 것 같지만 사실에 비해서는 아무것도 아니야.

 

묘체본래무처소妙體本來無處所

 

묘체는 이 묘한 체는 말이지 본래 처소가 없다는 말이지.

 

통신하갱유종유通身何更有蹤由

 

그 통신通身은 전신全身이라. 전신이라 하면 표면적으로는 똑같지만, 통신이라는 것은 내외內外를 전부 통하여 일체一體 즉 전체全體를 말하는 것이야. 묘체妙體는 본래로 처소處所가 없거든. 처소가 없는데 통신하갱유종유通身何更有蹤由란 무슨 소리냐? 통신通身, 그 전체全體가 어찌 그 자취를 말할 수 있느냐, 이 말입니다. 이 자취는 붙잡을 수 없다 이 말이여.

 

영연일구초군상靈然一句超群象

 

영연靈然이라는 표현은 참 신령스럽다 이거야. 이래 말해도 저래 말해도 말이 안 닿으니까 영연靈然이라고 억지로 말하는 거라. 영연일구초군상靈然一句超群象하니, 영연한 일구가 아주 대지大地를 초월한다는 것과 같은 소리야.

 

형출삼승불가수迥出三乘不假修

 

이것은 삼승을 완전히 멀리 떠나 버렸다 이것이야. 삼승으로는 안 된다 이것이지. 영연일구초군상靈然一句超群象하니 형출삼승불가수迥出三乘不假修라 말이지. 멀리 삼승을 갖다가 완전히 벗어나 버렸더라 이거라. 형출迥出이라는 것은 멀리 나아간다, 훨씬 빼어나다, 경계를 벗어난다는 것이고, 불가수不假修는 뭐 닦고 안 닦고 하는 그런 소리는 하지 말아라 이것이라. 

 

김용사에서 주석하고 계실 때 범어사를 방문한 성철스님과 청담스님.

 

결국에 가서는 뭐 돈오돈수頓悟頓修고 뭐고 할 때, 돈수頓修라 한 것도 말이 안 되는 소리라. 돈수頓修라 하는 것은 점수漸修에 대해서 상대적으로 하는 소리지.

그전에 어느 스님한테 누가 물었거든? 돈오頓悟니 점수漸修니 하는 것은 어찌되는 겁니까? 벌써 깨친 자에게 수修니, 불수不修니 하는 것은 벌써 말이 안 되는 소리니까 그런 소리 하지 마라 했다고 해. 사실이 그런 거야. 다 깨치면 수修니 불수不修니 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소리거든? 수修니 불수不修니 하는 소리는 저 밑에 깨치지 못한 사람. 아직까지 눈 못 뜬 봉사들이 하는 소리지, 눈 뜬 사람에게 수修니 불수不修니 하는 건 말이 안 되는 소리거든.

 

그래서 형출삼승불가수迥出三乘不假修, 이 자체는 완전히 멀리 삼승三乘을 터억 벗어나 버렸거든. 그래서 수修니 불수不修니 하는 것은 그건 말이 안 되는 소리야. 이게 우리 선문禪門의 근본이야. 선문이 너무 자기를 망자존대妄自尊大(주1)한다고 더 좋아할 사람도 있고 욕할 사람도 있을지 모르지만 사실이 그런 거라. 사실에 입각해서 말씀하신 것이라 말입니다.

 

살수나변천성외撒手那邊千聖外

 

살수撒手, 손을 놓아 버리고, 나변那邊은 저쪽이야. 저쪽 천성千聖 밖에 탁 손을 놔 버린다 말이야. 그러면 중생이니 부처니 하는 것은 꿈속에서 하는 소리야. 중생이니 부처니 하는 것은 전부 꿈속에서 하는 소리야. 꿈을 턱 깨고 나면 부처도 볼 수 없고 중생도 볼 수 없다 말이야.

 

회정감작화중우迴程堪作火中牛

 

내가 회정迴程에, 길을 갔다가 턱 돌아올 때 부르기를 화중우火中牛라, 불 속에 소라고 사람들이 그렇게 부르더라 이것입니다. 이 말도 말로 하면 안 맞는 말이지만 억지로 이렇게 부른다 이것입니다. 마음을 마음이다 하면 맞는가? 이름 지을 수 없는 마음을 가져다가 마음이라고, 원효스님 같은 이도 교가敎家지만 그리 말하거든. 마음을 마음이라 하는 게 안 맞는 소리지만, 이름을 지을 수 없는데, 달을 가지고 마음이라 하는 것과 같은 거야. 그렇게 말하거든? 거기는 뭐라고 말 붙여 봐도 말이 안 된다 그 말이라. 살수나변천성외撒手那邊千聖外하니, 한 손을 천성 밖에 턱 놓고 선다 말이야. 회정감작화중우迴程堪作火中牛, 불 속에 부처라 하더라 말입니다. 저번에는 화중련火中蓮이라 했는데, 이렇게 이제 독특한 특권이 있어.

 

학인 : 회정迴程이 무엇인가요?

스님 : 회정은 길을 돌아온다 이 말이야.

학인 : 살수나변천성외 하니까 남이 그것 보고 화중우라고 말한다는 것인가요?

스님 : 그것도 말이 돼. 화중우라고 말하더라 그래 놓지 뭐.

학인 : 불가수不假修는 뜻이 프린트를 해 놓은 내용하고 같은 건지요?

스님 : 형출삼승불가수迥出三乘不假修, 멀리 삼승三乘을 벗어나 가수假修를 하지 않는다는 말이야. 삼승에서 벗어났어. 삼승에 떨어진 게 아니거든. 수修라는 것은 거짓말이지. 실지 가수假修는 안 한다 그렇게도 돼. 아까 말한 것과 매 같은 소리라. 멀리 삼승에서 벗어나 거짓 닦지 않는다는 말이거든? 닦는다는 것은 거짓이거든. 그래서 이제 닦니 안 닦니 하는 것도, 삼승이란 것도 방편이다 그 말이여.

학인 : 통신이란 무슨 뜻인지요?

스님 : 통신通身은 전체全體라는 뜻이야. 전신全身이라 이 말이지. 좌선을 말한 거지. 좌선을 말한 건데, 자꾸 이래 계속해도 괜찮을까? 시간도 없고…

 

현기玄機

 

초초공겁물능수 迢迢空劫勿能收 

기위진기작계류 豈爲塵機作繫留 

묘체본래무처소 妙體本來無處所

통신하갱유종유 通身何更有蹤由

 

영연일구초군상 靈然一句超群像

형출삼승불가수 逈出三乘不假修 

살수나변천성외 撒手那邊千聖外

회정감작화중우 廻程堪作火中牛 

 

아득히 긴 시간으로도 거둘 수 없는데

부질없는 기연으로 얽어맬 수 있겠는가

오묘한 바탕은 본래 처소가 없는데

온몸엔들 어찌 자취를 남기랴.

 

신령스런 한마디가 뭇 형상을 초월하고

삼승을 훌쩍 벗어나니 닦을 것도 없네

두 손을 뿌리치고 천 명의 성인 밖에서

가는 길을 돌려 불 속의 소라 부르네.  

 

<각주>

(주1) 망자존대妄自尊大 : 망령되게 자기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자신이 가장 뛰어나다고 믿는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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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스님
성철스님은 1936년 해인사로 출가하여 1947년 문경 봉암사에서 '부처님 법대로 살자'는 기치를 내걸고 ‘봉암사 결사’를 주도하였다. 1955년 대구 팔공산 성전암으로 들어가 10여 년 동안 절문 밖을 나서지 않았는데 세상에서는 ‘10년 동구불출’의 수행으로 칭송하였다. 1967년 해인총림 초대 방장으로 취임하여 ‘백일법문’을 하였다. 1981년 1월 대한불교조계종 종정에 추대되어 “산은 산, 물은 물”이라는 법어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1993년 11월 4일 해인사에서 열반하였다. 20세기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인물이자 ‘우리 곁에 왔던 부처’로서 많은 사람들의 추앙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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