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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탁소리]
“하루 빨리 자유왕래 이뤄지길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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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택스님  /  2018 년 11 월 [통권 제67호]  /     /  작성일20-05-22 08:32  /   조회4,708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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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새로운 미래”라는 표어에 의미가 집약된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에 가는 2018년 9월18일 아침이 밝아오고 있었습니다. 6시30분까지 경복궁 동쪽 주차장에 모이라는 당부였는데 조계사 가까이 있으면서도 10분이나 늦게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도착해 있었고, 7시에 성남 서울공항으로 출발했습니다. 연도에 시민들이 모여 “성공하고 돌아오라!”는 격려의 손을 흔들고 있었습니다. 서울공항 입구에 이르니 시끌벅적 사물소리에 “가거든 돌아 오지마라!”는 현수막을 걸어놓은 반대집회도 열리고 있었습니다. 7시40분경 서울공항에 도착해 짐도 부치고 출국 수속을 마쳤습니다. 핸드폰은 공항에 맡겨야했고, 200mm가 넘는 렌즈가 고정된 카메라는 가져갈 수 없다고 해 전날 렌즈용량이 작은 새 카메라를 구했습니다.

 


백두산 천지 앞에 선 원택 스님. 9월 20일 백두산에 올랐다.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방북

 

당시 공항에는 대통령 공식수행원, 특별수행원, 일반수행원, 기자단 등이 모여 있었습니다. 정치, 경제, 종교, 문화, 시민사회, 문화예술, 체육, 청년을 대표하는 52명이 특별수행원으로 구성되었습니다. 대한불교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장인 소납이 불교계 대표, 김희중 대주교가 한국종교인평화회의 및 가톨릭대표, 이홍정 한국기독교 총무가 기독교대표, 한은숙 원불교 교정원장이 원불교 대표로 동행하게 되었습니다. 판문점선언이 발표되고 며칠 뒤 “민추본 본부장 원택 스님! 우리 평양 빨리 한번 갑시다.”고 총무원장 설정 스님께서 말씀하셨는데, 가셔야할 분이 못가고 제가 대신 가서 죄송스럽고 착찹한 심경이었습니다.

 

공군1호기이자 대통령 전용기가 8시50분경 서울공항을 이륙해 9시45분경에 평안 순안공항에 안착했습니다. 창문 밖으로 보니 형형색색의 한복을 입은 여성들이 한반도기, 인공기, 꽃술을 몇 줄기로 장식해 만든 꽃 등을 들고 만세를 외치고 있었습니다. 신사복차림의 남자들 및 학생들 수천 명도 보였고 의장대들은 열을 지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특별수행원들은 환영식에는 참석 못했습니다. 우리는 배정된 13호차 20인승 중형버스차량으로 안내되었습니다. 종교계 대표 4분,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김명한 민주노총위원장, 염무웅 겨레말큰사전편찬사업회 이사장, 김덕룡 민주평통 부의장, 이기범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장, 김홍걸 민화협상임부의장, 정재혁 청와대 행정관 등이 같은 팀이 되어 2박3일 동안 13호를 이용하게 되었습니다. 문대통령 내외를 김정은 위원장과 리설주 여사가 직접 영접해 북한군 의장대를 사열하는 등 환영행사가 30여 분 진행된 후, 차량들이 움직이기 시작하였습니다.

 

순안공항을 나선지 얼마 지나지 않아 길 좌우로 5~6줄로 늘어선 군중들이 “민족통일”, “평화”, “번영”을 외치며 열렬히 환영하고 있었습니다. 다음날 연도에 10만 명이 환영했다고 인민일보가 보도했습니다. 18일 12시쯤 문대통령 일행은 백화원 영빈관에, 특별수행원들은 고려호텔에 개별 방을 얻어 여장을 풀었습니다. 용흥사 거리부터 금수산 태양궁전에 이르는 여명거리를 북측 외교가에서는 미국의 맨해튼을 빗대어 ‘평해튼’이라고 부르는데, 16년 전 본 평양거리하고 비교해 보니 격세지감을 느낄 만큼 많이 발전해 있었습니다.

 


9월 19일 평양 옥류관에서 남북정상과 함께한 원택 스님 사진=평양 공동취재단

 

18일 오후 3시30분~5시30분 1차 정상회담이 열렸고 특별수행원들은 팀별로 북측의 유관기관 지도자들을 만나 1시간30분 정도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오후 6시30분부터 8시까지 평양 대극장에서 현송월 단장이 이끄는 삼지연 관현악단이, 남측에서 온 분들을 위해 흘러간 노래를 많이 연주하는 등 환영해 주어, 손이 아프도록 박수를 쳤습니다. 이어 멀지않은 거리에 있는 목란관으로 옮겨, 저녁 8시30분부터 10시50분까지 두 시간 정도 만찬을 했습니다. 남북측 인사들이 모두 화기애애한 마음으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VIP들이 입장하며 바로 우리 앞을 지나게 되었는데, 문대통령이 김희중 대주교를 광주 대교구 대주교로서 “민주화 운동에 앞장서 오셨다.”고 소개하니, 김정은 위원장님이 “수고 많으셨습니다.”고 답례하며 악수를 했습니다. 그냥 지나가는 줄 알았는데 문대통령이 “스님은 유명하셨던 성철 큰스님의 상좌로 이번 행사에 참가한 원택 스님입니다.”라고 김 위원장에게 소개하자, “아침에 보고 받았습니다. 사진도 보고 알고 있습니다.”라며 저에게 악수를 청했습니다. 자연스럽게 김 위원장의 손을 잡고 “반갑습니다.”며 악수했습니다. 손은 크고 두터운 데, 따뜻한 느낌이었습니다. 리설주 여사는 옆에서 미소를 짓고 있었습니다.

 

19일 아침 9시 조찬을 마치고 평양교원대학교를 견학하고, 만경대 학생소년궁전을 방문했습니다. 김정숙 여사가 도착해 함께 50여 분간 학생들의 무용과 연주들을 관람하고, 오찬장인 옥류관에 도착하니 12시30분이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 내외도 함께 참석했습니다. 11시에 ‘남북 정상 공동선언문’이 발표되면서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오찬분위기는 활기찼습니다. 수행원들도 공동선언문을 한 부씩 받았습니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여기저기서 잔 부딪치는 소리들이 들렸습니다. 창밖을 보니 문대통령 내외분과 여러 사람들이 자유롭게 사진 찍고 있었습니다.

 

소납도 일어나 밖으로 나가 대동강 주변의 경치를 사진에 담았습니다. 그때 문대통령이 저를 발견하고는 “스님! 사진 한번 찍읍시다.”해서 김정숙 여사와 함께 사진을 찍었습니다. 마침 한은숙 원불교 교정원장이 “종교인 대표들도 VIP 테이블에 가서 사진을 찍읍시다.”는 제안을 해 VIP들과 찍게 되었습니다. 오후에는 만수대 창작사를 참관했습니다.

 


9월 19일 문재인 대통령과 대동강 변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는 원택스님. 사진=평양 공동취재단

 

저녁 만찬은 수산시장의 식당 장소가 좁아, 우리 일행들을 고려호텔에서 대접받고 능라도 5월1일 경기장에 저녁 8시쯤 도착했습니다. 종교계 대표들 자리도 주석단에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빛나는 조국’ 공연이 8시30분에 시작되어 9시50분에 끝났습니다. 1만4천3백 여 명의 학생들이 한 벽을 이루어 펼치는 카드섹션 등 운동장에서 갖가지 율동과 장엄으로 활기찬 연기를 했습니다. 들어왔다 나가는 연출자들의 숫자도 만만치 않은듯했고, 좌석에 앉은 15만 명이 보내는 박수와 환호소리도 대단했습니다.

 

천 이백 여 명의 여고생들이 나와 각각 가야금을 20여 분 합주하는 모습은 정말 장관이었습니다. 16년 전 ‘아리랑’ 공연이 상무적이고 전투적이었다면, “온 겨레가 힘을 합쳐 통일강국 이루자.”는 표어 아래 펼쳐진 ‘빛나는 조국’은 통일과 평화와 발전을 지향하는 내용이었습니다. 특히 후반 30여 분 분량의 공연은 문대통령에게 보내는 메시지라 해도 좋을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공연이 끝난 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3분 여의 인사말을 끝내고, 문대통령님에게 연설을 부탁하였습니다. 15만 관중과 정열한 공연단들을 향해 연설하였습니다.

 

“평양시민 여러분, 사랑하는 동포여러분! 오늘 김정은 위원장과 나는 한반도에서 전쟁과 무력충돌의 위험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한 조치들을 구체적으로 합의했습니다. 또한 백두에서 한라까지 아름다운 우리강산을 영구히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 후손들에게 물려주자고 했습니다. … 우리는 5000년을 함께 살고 70년을 헤어져 살았습니다. 나는 오늘 이 자리에서 지난 70년의 적대를 완전히 청산하고 평화의 큰 걸음을 내딛고자 제안합니다.”

 


9월 18일 원택 스님과 김정은 위원장이 악수하고 있다.

 

순간 장내의 관중 모두 아주 짧은 한순간 숨을 멈춘 듯 하드니 곧이어 우레 같은 함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습니다. 7분 동안의 연설에 평양시민들이 감격하며 7번이나 환호하는 고함 소리와 박수소리가 터져, 지금도 귀에 쟁쟁합니다. 감격한 마음으로 호텔로 돌아와 10시30분쯤 잠자리에 들려하는데 “내일 삼지연 공항을 거쳐 백두산 등정이 있습니다. 1시까지 프론트에 큰 짐을 내려주시고, 5시에 호텔을 출발할 예정이니 차질 없이 준비하시길 바랍니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백두산을 오르다니!?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네.”라는 생각이 들며 조금 흥분이 되었습니다.

 

20일 새벽 5시에 고려호텔을 나와 순안공항으로 가는데 연도에는 올 때와 같은 환송인파들이 이른 새벽에 나와 “조국통일”과 “평화”를 외치며 문대통령 내외와 우리들을 환송해주었습니다. 모두들 어리둥절하여 어떤 말을 해야 할지를 몰랐습니다. 순안공항에 도착하니 부슬비가 내리며 조금 쌀쌀했습니다. “백두산에 오르면 추울 것 같다.”며 밤새 남쪽에서 공수해 온 K-2보온잠바를 나누어 주었습니다. “백두산에 오늘 비가 얼마 오려나?” 걱정하며 7시20분 고려항공으로 순안공항을 이륙해 8시10분경 삼지연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날씨는 흐리지 않고 오히려 맑아지고 있었습니다.

 

팀별로 5인승 짚차를 나누어 타고 20여 분 기다리니, 문대통령 내외와 일행이 도착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 내외가 먼저 기다리고 있다가 간단한 의장대 사열과 퍼레이드가 펼쳐졌습니다. 선두가 출발하였는데 처음 4km 정도는 일차선 아스팔트를 계속 달렸습니다. 어느 순간 오른편으로 돌면서 2차선 가까운 잘 다져진 황토길이 나왔습니다. 한참을 달리니 무성하던 나무숲이 사라지고 나무 한 그루 없는 황량한 산비탈이 나타나기 시작하였습니다. 지나가는 팻말에 표시된 거리로 짐작컨대 삼지연 공항에서 장군봉까지 거리는 약 50km 정도 되는 것 같았습니다. 60분 걸려 일행들은 ‘향도역’이라고 표시된 역 주차장에 내렸고, 선두는 차를 타고 장군봉으로 바로 올라갔는데, 향도역부터 장군봉까지 거리는 1km로 표시되어 있었습니다. 40° 정도 되는 가파른 길도 보였습니다.

 

향도역에서 케이블카가 설치되어 있어 천지호수로 내려갈 수 있었습니다. 1량에 4명씩 5대가 이어져 있었는데, 반대편에 5대가 같이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평양공항의 비 내리는 모습에 걱정했는데 백두산 천지天池의 날씨는 점점 쾌청해졌습니다. 김여정 부부장은 “하늘이 내려주신 드물게 맑은 날씨입니다.”며 기쁜 모습을 보였습니다. 저 혼자라도 장군봉을 오르고 싶어 300m 올라갔는데 길이 가파르고 미끄러워 포기하고 내려오는데, 장군봉에 먼저 올랐던 VIP 그룹의 차들이 내려와 향도역으로 향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반갑습니다” … 김 위원장과 악수 

 

나는 늦게 천지호수로 내려가게 되었습니다. 하차하는 케이블카 정거장에 내려 천지호숫가로 내려가는데, 천지호수 행사를 마치고 올라오는 문대통령 일행을 만나게 되니, “스님, 늦게 내려오시네요.”하셔서 “대통령님 덕으로 백두산까지 오게 되어 좋은 경치를 사진에 담느라 늦습니다.”며 인사를 드렸습니다. 천지 물에 손을 담그자 시원한 차가움이 뼛 속까지 스며들며, 머릿속까지 맑아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안면이 있었던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가 주위 분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는 “오늘 백두산에 부처님이 현신하셨습니다.”라며 저에게 덕담을 건넸습니다. 중국 땅이 아닌 우리 땅에서 천지호수를 마주하고 서자 감격스럽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하루빨리 남북 자유왕래가 이루어져 모든 불자님들과 함께 이 기쁨을 나눌 수 있기를 불보살님들께 기도했습니다.

 

오후 4시쯤 삼지연 공항을 출발해 순안공항에 도착, 6시경 순안공항을 떠나 7시쯤 서울공항에 착륙했고, 저녁 8시 조금 넘어 경복궁 동쪽 주차장에 왔습니다. 2박3일의 역사적인 제3차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 일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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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택스님
본지 발행인
1967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71년 백련암에서 성철스님과 첫 만남을 갖고, 1972년 출가했다. 조계종 총무원 총무부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조계종 백련불교문화재단 이사장, 도서출판 장경각 대표, 부산 고심정사 주지로 있다. 1998년 문화관광부 장관 표창, 1999년 제10회 대한민국 환경문화상 환경조형부문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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