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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탁소리]
‘삼천배, 나를 찾는 수행’을 보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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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택스님  /  2017 년 6 월 [통권 제50호]  /     /  작성일20-05-22 08:32  /   조회4,989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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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정월대보름이 지난 후 전화 한 통을 받게 되었습니다.
“저는 KBS1 ‘다큐 공감’을 제작하는 작가 김정민입니다. 불자들이 삼천배 하는 모습을 담아서 프로그램을 만들려 하는데, 스님의 협조를 부탁드리고 합니다.”
“삼천배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수행이 아닌데, 대중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지금 세상에서는 108배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절’ 하면 성철 큰스님과 삼천배를 연관 짓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백련암으로 찾아가 삼천배 하는 분들의 모습과 마음을 담아 보고 싶습니다. 길지는 않지만 백련암에서 삼천배 하는 모습이 몇 편의 TV프로그램에 방영되어 있어서 기초자료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 씨, ○○○ 씨 등 참석자들 몇 분도 인터뷰를 할 수 있게 주선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콕 집어 말씀하신 분들을 개별적으로 인터뷰하기에는 그분들의 사생활도 있기에 곤란할 것 같습니다. 다만 지금 백련암에서 매주 주말에 절을 하는 모임이 있는데 첫째 주, 셋째 주 토요일에 참여하는 팀들을 만나보면 그 분들과 쉽게 인터뷰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가운데 첫째 주 토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삼천배를 하는 ‘영원한 자유’ 팀이 있는데 20~30명 정도가 늘 참여합니다. 그때 와서 그 모임 회원들과 얘기를 나누면 촬영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분들은 성철 큰스님께서 열반에 드신 후 백련암의 삼천배와 인연을 맺고 지금까지 25년 동안 계속 절을 해 온 모임이고 회원 대부분이 초등학교 교사들이니까 많은 경험담을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대화가 되어 3월 4일 토요일 오전 9시를 전후로 ‘영원한 자유’ 팀과 ‘다큐 공감’ PD와 작가가 만나 그동안 통화를 통해 나누었던 말들을 정리하고 삼천배 하는 동안 틈틈이 인터뷰를 하고 삼천배를 마치고 난 뒤 오후 6시쯤 헤어졌습니다. “스님! ‘영원한 자유’ 모임을 잘 소개해 주셨습니다. 저희들은 백련암에서 삼천배하는 것만 알고 왔는데 이분들과 하루 종일 대화를 나누면서 우리가 미처 몰랐던 많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백련암에서 삼천배 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집에 돌아가서도 300배, 500배, 1000배를 일과로 매일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때로는 삼천배를 하기도 한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는 절 수행의 깊이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몇몇 가정을 방문하여 가족들이 함께 절하는 모습도 촬영하기로 내락(內諾)을 받았습니다.”라며 작가는 크게 만족한 모습이었습니다.

 

다음으로 백련암에서 삼천배 하는 모습을 촬영하는 일인데 셋째 주 토요일 오후 5시까지 와서 6시 예불 후 바로 삼천배를 시작하여 다음날 새벽 3시에 마치는 일정으로 ‘아비라’ 팀이 15년 넘게 계속하고 있습니다. 둘째 주에는 ‘수미산’, 넷째 주는 ‘삼천배’ 팀이 주축이 되어 매주 주말이면 어김없이 삼천배가 백련암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아비라’ 팀에 얘기를 했더니 220여 명이 절을 하기 위해 왔습니다. 많을 때는 350명 이상도 왔습니다만 그래도 적지 않은 회원들이 모였습니다. 회원들은 적광전 70명, 관음전 80명, 고심원 70명으로 흩어졌고 주 촬영은 적광전에서 진행했습니다. 그날 삼천배에 처음 온 분들도 20여 명 가까이 되었습니다.

 

“한곳에 220명이 모여 함께 삼천배를 하는 모습을 촬영하면 그 열기를 담을 수 있었을 텐데 아쉽습니다. 그러나 촬영하는 입장에서는 세 군데로 나뉘어지니 각 방에서 따로따로 느껴지는 감이 다르고 장면에 따라 각 법당에서 별도로 인터뷰를 자유롭게 할 수 있어서 세 곳으로 나눈 것이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이렇게 김정민 작가는 자신의 느낀 소감과 PD님의 마음을 잘 설명해 주었습니다.

 

‘다큐 공감’의 촬영과 취재는 그전의 팀들과 확연히 달랐습니다. 그전 촬영팀들은 삼천배를 하는 개인에 초점을 맞추어 절을 거듭할수록 힘들어 하는 모습과 녹초가 되어 삼천배를 마치고 난 뒤 성취감을 많이 담았습니다. 그러나 ‘다큐 공감’은 ‘아비라’ 팀 220명의 삼천배 과정과 개인의 실패와 성공을 담는 것은 물론, 일과를 하고 있는 가정을 직접 탐방하고 그들 가족들을 인터뷰해 육성을 담는 모습에 우리 신도님들은 특히 감사해 하였습니다. 절은 절에서나 하는 것이지 원상을 모셔놓고 가정에서 매일 자기의 능력에 따라 10년, 20년 또는 60년 넘게 절로 수행하고 있는 신도들이 있다는 그 모습에 시청한 국민들이나 불자들은 성철 큰스님의 신도들의 신행 지도에 대해서 새삼 자기를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성철 큰스님께서는 “자기 기도, 자기 수행은 자기가 해야 한다. 스님이 대신 해줄 수 없다.” 하시며 절에 왔을 때뿐만 아니라 매일 집에서 108배에서 시작해 5~600배씩을 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여 부처님께 절하며 수행하라고 늘 신도들에게 당부하셨습니다. 그러한 신심들이 응결되어서 큰스님 열반 뒤에도 “자기 기도는 자기가 해야 한다.”는 큰스님의 간곡한 당부가 큰스님께서 떠나셨어도 항상 우리 곁에 계신 듯 백련암 모든 신도들에게 마음의 중심이 되어 오늘의 절 수행을 하기에 이르렀다고 생각합니다.

 

PD님과 촬영자는 물론이고 작가님도 눈을 붙이지 않고 세 곳을 두루 다녔는데 1000배 하는 동안 각 법당의 인터뷰 대상자들을 마음속으로 고르고 나서 한 분 한 분 인터뷰하는 치밀함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4월 둘째 주 금요일 저녁 8시부터 시작해 다음날 오후 5시까지 21시간에 걸친 1만배 절을 하는 시간 동안 중간 중간 조금씩 쉬면서 ‘다큐 공감’ 팀도 잠을 자지 않고 계속 촬영하고 쉬는 틈에 계속 절하는 신도님들과 인터뷰 하는 그 열정에 저도 정말 놀라웠는데 작가님이 1만배 하는 보살님들 틈에서 마지막 부분에 함께 동참하여 500배를 하더니 “다음에 ‘영원한 자유’가 절 하는 날 삼천배에 동참하기로 약속했습니다.”라며 저에게 힘주어 말하는데 고마운 마음까지 들었습니다.

 

4월 29일 오후 7시 10분에 긴장된 마음으로 ‘다큐 공감’을 보기 위해 상좌들과 TV 앞에 앉았습니다. 프로그램이 끝나는 순간 모두들 “와!”하며 박수를 쳤습니다.
무엇보다 ‘삼천배, 나를 찾는 수행’을 제작 편집해 준 ‘다큐 공감’ 팀에게 감사하고 감사했습니다. 시청한 뒤의 흥분을 가라앉힐 새도 없이 여기저기서 전화가 오기 시작하고, 격려 일색의 전화를 받으면서 혹시나 하는 걱정을 녹이고 편히 잘 수가 있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어느 교수님에게 문자가 왔습니다. “‘다큐 공감’ 잘 보았습니다. 선대 조사님의 법을 이어 차세대에 전하시는 원택 스님 거룩하십니다. 건강하세요.”라는 인사였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서울 조계사 앞을 지나가는데 안면이 있는 불구(佛具) 가게 사장님이 제 손을 덥석 잡으며 “스님! 수고하셨습니다. 초파일을 맞이하여 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정말 큰스님께 감사를 드렸습니다. 큰스님께서 떠나셨어도 떠나시지 않고 우리 곁에 계시는 듯 당신의 신도님들이 이렇게 열심히 부처님께 절을 올리며 수행하는 모습은 정말 장하였습니다. 불교는 기복(祈福)이라고 비난하는 말들을 많이 하는데 자신감 넘치게 인터뷰하는 신도님들의 한마디 한마디에 강한 신심(信心)이 느껴졌습니다. 스님, 정말 고맙습니다.”라는 뜻밖의 인사도 들었습니다.

 

“학교는 일단 공부를 하는 곳이잖아요. 외워야 하고, 시험도 쳐야 되고 여러 가지 스트레스를 주는 게 많잖아요. 그런데 여기 절은 비우는 공부잖아요. 그러니까 그 비우는 공부가 저한테 너무 맞았던 것 같아요. 또 이 108배 절이라는 수행은 몸의 움직임을 통해서 자아성찰을 하는 정말 가장 빠른 방법인 것 같아요. 왜냐하면 참선을 하게 되면 앉아 있으니까 화나는 마음이나 짜증나는 마음이 올라와 주체를 할 수 없을 때는 어떻게 할 수가 없잖아요. 그런데 절을 할 때는 힘이 드니까 그런 마음이 안 올라오는 거예요. 그러니까 그런 과정을 통해서 점점 화나는 마음이나 짜증나는 마음의 농도를 이렇게 내리다 보면 언젠가는 그런 마음도 사라지고 나와 남을 구별하지 않고 나를 남처럼 대하듯 남을 나처럼 대하듯 그런 마음을 모든 분들이 가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어요.” - 박경주 양(18세)

 


 

 

“절을 하면서 제 안의 무한한 에너지와 힘이 있다는 것을 많이 느끼니까 자긍심도 생기고 자신감도 생기고 어디를 가도 당당한 그런 모습들 때문에 절을 하게 됩니다. 부처님께서 자기 마음속의 보배를 두고 바깥으로 헤매지 말라고 하신 말씀이 무슨 뜻인지 삼천배를 하면서 알게 된 듯합니다.” - 이영이 보살님

 

“1만배를 했다고 일상이 달라지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무엇인가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어려움이 안 오지는 않는데, 내겐 어떤 힘든 일이 있거나 생각지 않은 어려움이 닥쳐올 때 오히려 마음이 굳건해지는 경험을 저는 했거든요. 어려움이 안 오는 게 아니라 그 어려움이 왔을 때 그 어려움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극복해 나가는 굳건함을 가지게 되는 것이 절의 힘이 아닐까요?” - 정희영 보살님

 

“삼천배 절을 하는 것은 자기 한계에 도전하는 것이죠. 저도 저 자신에게 도전해보고 싶었습니다. 사실은 우리가 잘 먹고 잘 입고 하는 것은 일시적 행복이잖아요. 이 마음이란 게 우리 몸도 단련되면 강건해지듯이 마음도 다져지면 흔들림이 없어져요. 제가 이십 몇 년 동안 절을 하면서 생각했어요. 절을 하면 사실은 몸을 움직이지만 마음은 명상이에요.” - 정경희 보살님

 

이렇게 많은 분들이 인터뷰 중에 절하며 느끼는 소회와 변화 등에 대해 진솔하게 이야기 하였습니다. 성철 큰스님께서는 절하기를 당부하시면서 원상과 화두를 함께 주셨습니다.
삼천배 수행은 이번에 세상에 충분히 알려졌으니, 큰스님의 당부 따라 절 수행 속에서 화두를 놓치지 말고 ‘마음이 부처(卽心卽佛)’라는 가르침을 함께 실천하는 원력을 간절하게 세워 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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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택스님
본지 발행인
1967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71년 백련암에서 성철스님과 첫 만남을 갖고, 1972년 출가했다. 조계종 총무원 총무부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조계종 백련불교문화재단 이사장, 도서출판 장경각 대표, 부산 고심정사 주지로 있다. 1998년 문화관광부 장관 표창, 1999년 제10회 대한민국 환경문화상 환경조형부문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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