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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탁소리]
세월과 함께 해온 백련암 산중공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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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택스님  /  2019 년 8 월 [통권 제76호]  /     /  작성일20-05-29 10:25  /   조회5,826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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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택 스님 | 발행인 

    

 백련암 하안거 맞이 아비라 기도가 있을 때 마다 각방의 입승 소임들이 4월11일(음) 저녁에 모여서 제일 힘들게 결정하는 것이 하안거 중 해인사 산중공양 날짜를 정하는 일입니다. 남쪽 장마가 시작되는 6월 하순을 피하고, 반 살림(음력 6월1일)을 지나 7월 초·중순쯤으로 어림잡아 날짜를 정하게 됩니다. 기상청에 60여일 뒤의 기상 상황을 물어봤자 아직도 퇴박맞기 일쑤라서 우리 끼리 앉아 봉사 점을 칠 수밖에 없는 수준에서 늘 날짜를 어림잡아 온 것이 지금까지의 현실입니다. 요사이 그렇게 입에 오르내리는 인공지능 로봇에게 물어 정확한 날짜를 잡을 수 있는 날이 언젠가 오기는 올 텐데, 지금은 아무 소용이 없는 시기라 안타까울 뿐입니다.

 

 




 

  

산중공양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

 

그런데 올해도 7월10일이 가까이 올수록 날씨가 바짝 신경 쓰여 지는데 6월 말이면 끝나야 할 장마가 제대로 시작도 하지 않고, 7월로 6월의 장마가 넘어간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었습니다. 7월이 되니 ‘진 장마’ 소식은 없고 ‘마른 장마’ 소식만 들려오고, 비가 뿌릴 듯 하드니 곧 힘을 잃고 맙니다. 결국 3일전부터 들리는 기상 뉴스나 131번 지방 기상전화 소식에 의하면, 합천군 가야면은 10일 오전 8시부터 13시 사이에는 비 올 확률이 30~60% 되고 13시 이후부터는 비 내릴 확률이 60~70% 된다는 예보가 계속 되었습니다. “올해는 비 맞으며 산중 공양을 올려야 되나 보다.”는 걱정 속에 10일 새벽 3시부터 일어나 매 시간마다 마음 졸이며 밖을 나와 하늘을 쳐다보니, 시커먼 하늘에 별도 잘 보이지 않지만 빗방울은 떨어지지 않은 가운데 아침을 맞게 되었습니다. 결국 10시50분 가까이 까지 비가 내리지 않아 산중 공양은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11시가 지나자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12시 지날 무렵에는 꽤나 굵은 비가 내렸습니다. 오후 1시가 지나자 비 방울이 가늘어지기 시작해 설거지 등 뒤처리를 큰 비 맞지 않고 잘 마칠 수 있었습니다. 올해는 작년보다 더 많은 60여명의 신도님들이 부산에서 올라와, 일부는 밤을 세며 300명 가까운 산중 스님들과 신도님들을 대접하는 음식을 만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1993년 11월 큰 스님께서 열반에 드시고 난 후 동안거 결제 때 “지난 가을에 온 산중 대중 스님들이 열과 성을 다해 큰스님 다비식을 성대하고 장중하게 모셨으니, 감사한 마음으로 산중 대중 스님들을 초청해 대중공양을 백련암에서 올리니 참석해주십시오.”하고 초청하니 산중의 결제 대중 400~500명이 모였습니다. 큰 잔치가 된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다음해 하안거 산중 대중 스님들이 “우리도 그때 큰스님 다비식에 참여해 정성을 다했으니 하안거에도 산중공양을 백련암에서 해야 한다.”는 ‘항의성 청원’(?)을 받게 되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동안거 산중공양을 올린다.”는 뜻은 날아가 버리고, 그때부터 계속해 동안거와 하안거 산중 대중공양을 10여년 넘게 계속해왔습니다. 동안거 때는 아무래도 힘이 들어 대중 스님들에게 양해를 구하여 취소했습니다. 그래서 하안거 산중 공양만 지금까지 계속해 오고 있습니다.

 

 


 

 지난 10일 비오는 위기를 넘긴 것에 안도하며 우산을 받치고 이곳저곳에서 수고하시는 신도님들을 찾아다니며 “고생하셨다.”고 인사 하다, 울컥하는 마음이 갑자기 올라 왔습니다. 큰스님께서 열반에 드셨을 때 제 나이가 50 이었는데 지금은 76살이 되었으니, 10일의 대중공양에 동참해 주신 보살님들이 그때의 그 보살님들이니, 그때의 50세는 76세이고 그때의 60은 86살이 되셨을 텐데, 오늘 이 자리에서 뵙게 되니 “고맙고 감사하다.”는 말씀 밖에는 더 드릴 인사말이 없어, 아쉽고 아쉬웠습니다. 한 모퉁이를 돌아 나오니 당일 아침 백련암에 올라온 고심정사 불교대학 졸업생들 20여 명을 만났습니다. 김명우 교수님을 선두로 한 50~60대 20여명이 부산에서 오셨는데 그 많은 쟁반, 접시, 그릇들을 정신없이 설거지 하는 모습에 고맙고 고마워 고개 숙이며 합장 인사를 올렸습니다.

 

 올해도 해인사 산중공양을 일주일 앞두고 신도님들이 몇 번 모여 결정했다고 차림표를 가져왔습니다. 1.메밀, 2.유부초밥·김밥·영양밥, 3. 탕수이(버섯), 4. 더덕구이·연근강정, 5.인삼튀김, 6.무초말이, 7.치즈김말이, 8.갓김치·배추김치, 9.장아찌(새송이·매실·우메보시), 10.과일(체리·용과·골드키위·배·사과·수박), 11.떡(망개떡·흑미떡), 12.차(보이차·홍차·오룡차·작설차·구기자·오미자) 등이 적혀 있었습니다. 그래도 옛날보다는 몇 가지 줄 인 것이라 하였습니다.  

 

 그러나 백련암에서는 힘들지만 지금도 70~80 중간의 보살님들이, 손맛으로 밤새 음식을 만들어서 그런지, 모든 스님들이 공양을 마치고 “잘 먹고 갑니다.”며 덕담을 보살님들에게 주고 가니, 신도님들 얼굴도 싱글 벙글하며 “힘들기 보다는 마음이 기쁘고 날아갈 듯 신명 난다.”고 좋아하였습니다.

 

 


 

 

 “수좌들이 선방에 앉아 있으니 내가 그래도 방장이라고 하지! 수좌들이 어떻다는 남들의 이런 저런 말들을 듣지 말고, 수좌들을 잘 외호해라. 그래도 그 속에서 도인이 나오는 거 아이가!” 하시던 큰스님의 말씀을 오늘도 노 보살님들이 잊지 않고 대중공양 날에 오시기에, 백련암 산중공양이 여법하게 잘 마무리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모두들 건강하시고, 하안거 정진 열심히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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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택스님
본지 발행인
1967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71년 백련암에서 성철스님과 첫 만남을 갖고, 1972년 출가했다. 조계종 총무원 총무부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조계종 백련불교문화재단 이사장, 도서출판 장경각 대표, 부산 고심정사 주지로 있다. 1998년 문화관광부 장관 표창, 1999년 제10회 대한민국 환경문화상 환경조형부문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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