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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명청 선어록]
『선림유취禪林類聚』 20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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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귀  /  2020 년 5 월 [통권 제85호]  /     /  작성일20-06-01 17:03  /   조회6,411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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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귀 | 동국대  

 

1. 성립

당말과 오대 및 송대에는 당대부터 출현하기 시작한 선어록을 근거로 하여 소위 공안선公案禪이 크게 유행하였다. 공안선이란 경론 내지 조사의 법어 가운데, 법어 내지 일화를 문제 삼아 참구하는 선풍을 말한다. 그 결과 당말과 오대 및 송대에는 소위 송고頌古 및 염고拈古 등의 형식으로 공안이 염롱拈弄되었는데 이것을 문자선文字禪이라고 말한다.

 

문자선이란 조사의 어록에 수록된 법어나 공안 등에 대하여 비평을 가하는 것을 수행으로 삼는 풍조를 폄하해 부른 말이다. 이 문자선 가운데서 특수한 공안을 선별하여 거기에 마음을 집중하고 공안을 의심해, 끝내 타파함으로써 깨달음에 도달하려는 선풍을 화두선話頭禪 또는 간화선看話禪이라고 한다. 그 결과 수많은 공안집이 출현해 거기에 수록된 공안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려는 움직임이 다각도로 등장하였다. 이런 점에서 문자선과 간화선이라는 개념은 공안선으로부터 더욱더 특수하게 전개되어 전승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분위기는 원대에도 계승되었다. 천녕만수선사天寧萬壽禪寺의 선준善俊 화상이 방대한 공안 내지 염송 등이 체계화되지 않은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였다. 이에 그의 문인으로 천녕사天寧寺의 수좌였다가 영가永嘉에 주석한 지경智境과 양주 옹희선사雍熙禪寺의 도태道泰 등에게 부탁하여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천성광등록天聖廣燈錄』‧『속전등록續傳燈錄』‧『연등회요聯燈會要』 ‧ 『가태보등록嘉泰普燈錄』 등을 개편한 혜명慧明의 『오등회원五燈會元』 및 제가의 어록 등에서 기연어구를 채집하였다. 지경과 도태는 이들 공안에 대하여 각각 문헌에 근거하여 본문을 산정刪定하고, 공안의 성격에 따라서 102문(본문本門 96문, 부문附門 6문)으로 분류하여 『선림유취』 20권(5272칙 수록)을 편찬하였다. 이에 선준 화상이 재원을 마련하여 누판鏤板을 완성하였다. 그리고 원元 대덕 11년(1307) 4월 8일 불탄일佛誕日에 선준은 『선림유취』를 상재하게 된 연유를 서문으로 붙이고 시주자의 이름을 권말에 수록하여 유통시켰다.

 

달리 『선림유취』 20권이라고 제목을 붙인 4책본이 있는데, 이것이 바로 『선림발유취禪林拔類聚』이다. 『선림발유취』 20권은 『선림유취』 20권의 초록이기에 권수와 102문의 표제는 동일하지만 수록된 칙수는 현저하게 적다. 현재 『만신속장卍新續藏』 제67권에 『선림유취』라는 명칭으로 수록되어 있는 것은 실제로 이 『선림발유취』이므로 이하의 내용은 이에 의거한다.

 

2. 구성

 

 

**위의 도표에서 표제어 옆의 숫자는 공안의 칙수(812칙)이고, ( ) 안의 숫자는 염송의 칙수(1126착어)이다. 이에 따르면 총 102가지의 표제어이고, 812개의 공안이며, 1126개의 착어이다. 따라서 공안과 염송을 합친 수는 1938화話이다.

 

3. 표제어의 성격

제왕帝王의 권위가 절대적이었던 시대를 반영하듯 수록된 표제어를 보면 제1권에 먼저 제왕을 비롯하여 재신宰臣과 유사儒士 등 권세가에 관련된 공안을 배열하였다. 그리고 제2권에는 불조와 관련된 내용으로 불조佛祖와 법신法身과 불상佛像이 보인다. 제3권은 사원에 시설된 건축물로서 가람伽藍‧전당殿堂‧탑묘塔廟‧장실丈室‧문호門戶‧교로橋路이다. 제4권은 총림의 수행에서 중요시되고 있는 조교祖教‧문법問法의 공안이다. 제5권은 납자들의 실참과 관련된 것으로 설법說法‧선정禪定‧오도悟道‧대오大道이다. 

 

제6권은 선지식이 납자를 교화하는 방편으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시중示眾‧감변勘辨‧방할棒喝이다. 제7권은 납자에게 참구방식으로 제시한 기관으로 원상圓相‧대기對機‧빈주賓主‧가풍家風이다. 제8권은 납자가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교학적인 이해로서 경교經教‧간경看經‧강경講經‧논의論議‧조게祖偈이다. 제9권은 총림의 직무분담과 관련된 것으로 성명姓名‧두수頭首‧지사知事‧시자侍者‧법속法屬‧니녀尼女‧행동行童이다. 제10권은 납자의 경지를 시험하는 선리禪理로서 인경人境‧심안心眼‧지체肢體‧진상真像이다. 

 

제11권은 총림의 습의 및 예법과 관련한 주산住山‧암거庵居‧계율戒律‧참학參學‧예배禮拜‧성방省訪이다. 제12권은 총림의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행위와 관련된 유산遊山‧치서馳書‧연화緣化‧응화應化‧신이神異‧인과因果‧목욕沐浴‧언식偃息이다. 제13권은 일생에서 겪어야 하는 노‧병‧사와 관련된 문질問疾‧의복醫卜‧약이藥餌‧천화遷化‧추기追忌이다. 제14권은 통과의례 내지 기후와 관련한 세시歲時‧해결解結‧일월日月‧풍운風雲‧우설雨雪‧수화水火이다. 제15권은 납자의 후생복지 및 취미와 출타 등과 관련한 의발衣鉢‧복식服飾‧혜말鞋韈‧진보珍寶‧금기琴碁‧염장簾帳‧주즙舟楫이다. 

 

제16권은 법구 및 개인의 수행의 부대용품과 관련한 법기法器‧추불槌拂‧수주數珠‧병석缾錫‧장립杖笠‧경선鏡扇이다. 제17권은 납자가 일상에서 활용하는 소지품과 관련한 기용器用‧도검刀劒‧궁전弓箭‧골동骨董이다. 제18권은 총림의 공양 및 기호식품과 관련한 양식糧食‧재죽齋粥‧호병餬餅‧오미五味‧다탕茶湯‧소채蔬菜이다. 제19권은 대중의 작무 및 살림살이와 관련한 전지田地‧초목草木‧화과花果‧향등香燈‧반소搬掃‧시신柴薪이다. 제20권은 자연물 가운데 동물과 관련한 사자상獅子像‧용호龍虎‧우록牛鹿‧묘견猫犬‧구어龜魚‧토사兔蛇‧비주飛走이다.

 

이처럼 다양한 표제어의 구성은 『선림유취』의 독창적인 모습은 아니다. 이전에 출현한 공안집에서도 수록된 공안의 성격에 따라서 공안의 개별적인 표제어를 따로 붙여서 유통시켜왔기 때문이다. 일례로 중국 조동종 제9세인 단하자순(丹霞子淳, 1064-1117)의 송고백칙頌古百則에 원대의 임천종륜林泉從倫이 평창評唱하여 『허당집虛堂集』 6권을 만들면서 제1칙 참학參學부터 100칙 시중示眾에 이르기까지 낱낱의 표제어를 붙여두고 있다. 중복된 경우를 제외하면 대기對機, 불조佛祖, 시중示衆, 가풍家風, 성방省訪, 조교祖敎, 경교經敎, 교로橋路, 법신法身, 비주飛走, 주즙舟楫, 대도大道, 법속法屬, 선정禪定, 심안心眼, 우록牛鹿, 인경人境, 진보(珍眞寶), 참학參學, 천화遷化, 화과花菓, 경선鏡扇, 골동骨董, 기용器用, 목욕沐浴, 묘견猫犬, 문법問法, 문호門戶, 법기法器, 병석甁錫, 복식服飾, 빈주賓主, 성명姓名, 세시歲時, 양식糧食, 예배禮拜, 우설雨雪, 유산遊山, 장립杖笠, 재죽齋粥, 전당殿堂, 제왕帝王, 조의祖意, 진상眞像, 탑묘塔廟, 우사兎蛇, 해결解結, 향등香燈 등으로 총 48가지 표제어가 보인다.

 

이들 표제어는 『선림유취』에 붙인 경우와 비교하여 채택된 용어 자체로는 차이가 없이 그대로 수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선림유취』의 편찬자인 지경智境과 도태道泰가 공안을 선별할 때, 기존의 전등사서 및 어록에서 발췌한 공안을 충실하게 계승하고, 사사로운 견해를 붙이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표제어에 부합하는 공안들을 나름의 기준으로 재배치함으로써, 공안에 접근하려는 납자들에게 선택적인 편의를 제공해주고 있는 셈이다.

 

선림유취: 『卍新續藏 67』(pp.1-125) 수록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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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귀
동국대 선학과 대학원에서 <묵조선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 전임연구원 및 학술교수 역임. 현재 동국대 불교학술원 HK교수, 저서에 <묵조선 연구>,<선의 어록>,<선문답의 세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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