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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화의 세계]
불화 속의 동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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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희  /  2020 년 2 월 [통권 제82호]  /     /  작성일20-06-09 22:18  /   조회5,722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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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희 | 불화가 · 철학박사




‘동자童子’는 사찰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그림 가운데 하나다. 전각 외벽에 많이 그려지는 설산동자도雪山童子圖나 십우도十牛圖의 동자童子가 대표적이다. 동자는 여래나 여래의 지원자라고 할 보살과는 다른 구도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동시에 불심佛心의 자유를 느끼게 해준다. 문수 동자의 경우, 동자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실상은 문수보살이 나툰 변화신이라는 의미를 생각하면, 동자에는 많은 상징이 내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동자는 범어로 쿠마라Kumara 혹은 쿠마라카Kumaraka이며, 한자로는 구마라鳩摩羅・구마라가鳩摩羅伽 등으로 음사한다. 보통 동아童兒, 동진童眞, 동남童男이라고 하고 여자아이는 동녀童女라고 한다. 대략 7세에서 15세까지의 어린 출가자를 말한다.

 


물론, 연령과 신체적 성장 발달에 기준을 두기보다는 마음의 순수성, 구도를 향한 서원에 중점을 두고 부르는 경우도 있다. 불법에 귀의해 구도자로서의 조건을 구비하면 동자동녀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당나라 의정義淨은 『남해기귀내법전南海寄歸內法傳』에서 “오로지 불전佛典을 염송하며 삭발하기를 희망하고 필경에는 스님이 되기를 원하는 사람을 동자라 한다.”고 했고, 『대지도론大智度論』은 “또한 동자와 같나니 4세 이상 20세 미만의 남자를 구마라가라 한다. 보살이 처음 보살의 집에 태어나는 것은 영아와 같고,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어 십주十住의 지위에 이르러 모든 악한 일을 여의는 것은 동자와 같기에 구마라가의 경지라 한다.”고 했다. 즉 나이가 어린 아이 뿐만 아니라,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을 가진, 체득한 존재를 동자로 설명하고 있다. 또한 「훈문熏問」은 “안으로 참되고 항상恒常된 도리를 증득해 집착함이 없는 것이 마치 세속의 동자가 마음에 물들거나 애착함이 없어 천진난만한 것과 같기에 법왕자法王子를 일컫는 말로 사용한다.”고 해 법왕자인 보살을 동자에 비유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보면 문수 동자는 보살의 화현化現이라는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사진1. 봉은사 쾌불

사진2. 봉은사 괘불 부분도 문수동자.

사진3. 봉은사 괘불 부분도 보현동자

 

이런 의미를 가진 동자는 불화 속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그려진다. 보살의 화현으로 표현된 동자로 문수 · 보현 동자가 있다. 문수 보살과 보현 보살은 각각 석가모니불의 좌우 협시보살로 문수 보살은 지혜를, 보현 보살은 행원行願의 실천자라는 의미를 지닌다. 관련된 도상圖像은 조선후기부터 근대기에 조성된 괘불(사진1)에 많이 보인다. 괘불의 하단에 둥글게 구획을 짓거나 또는 구름 형상의 구획을 짓고 난 뒤 사자를 타고 연꽃을 든 문수동자와 코끼리를 타고 모란이나 여의를 든 보현 동자가 그려지는 경우(사진2,3)이다. 이와 함께 조선후기에 집중적으로 건립된 명부전에 지장 보살 또는 지장삼존의 후불로 망자의 심판을 맡은 시왕을 보조하는 동자상으로 선악동자가 있다. 여기에는 다양한 모습으로 표현되는데 본존인 지장 보살 바로 앞에 위치(사진4)하며 동자상 그대로 그려지거나 문수 · 보현 동자상의 경우와 같이 둥근 원광 안에 그려지기도 한다. 이들 동자상은 연잎이나 큰 모란꽃을 머리에 쓰기도 하고 함을 메거나 지장 보살의 석장을 받쳐 들고 있는 등 다양한 지물을 들고 있는 모습(사진5)으로 등장한다.

 

사진4. 미타사 지장탱

사진5. 미타사 지장탱 부분도 동자 협시


사진6. 월정사 현왕탱

사진7. 월정사 현왕탱 부분도
 

 사진8. 월정사 현왕탱 부분도 번.

 


 

이러한 교의의 연장선으로 ‘죽은 지 3일째 되는 날 거행되는 사자死者에 대한 심판을 주재하는 왕’인 명간교주冥間敎主 현왕現王을 그린 현왕탱(사진6)에도 동자 즉 동남 ・ 동녀의 모습은 빠짐없이 등장한다. 여기에서 동자는 판관과 녹사 옆에서 벼루를 들고 시립(사진7)하거나 녹색 주머니를 들거나 쟁반에 천도를 받쳐 들기도 한다. 녹색 주머니는 부귀를, 천도는 수명을 상징하는데 이는 모두 인간을 이익 되게 하고자 하는 현왕여래現王如來의 덕을 상징하고 있다. 이와 달리 불보살의 덕을 표시하고 법요의 설법을 상징하는 번幡(사진8)을 들고 있기도 한다.

 


보살의 화현은 아니나 역시 깨달음을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는 실천자 모습의 선재 동자가 있다. 이 선재 동자善財童子는 달리 남순 동자南巡童子라고도 하는데 문수 보살의 안내로 53선지식을 찾아 남방의 모든 나라를 두루 순례하고 마침내 보현 보살을 친견하고 십대원十大願을 듣고 불도를 이룬다는 내용을 근거로 한다. 즉 남순 동자는 『화엄경』 입법계품 제39권에 나오는 대승의 보살도를 실천하는 구도 실천행자로서, 문수 보살의 법문을 듣고 보리심을 발하고 보살행의 실천을 위해 선지식들을 찾아다니는 이러한 모습의 동자상은 고려불화 수월관음도의 상주처인 보타낙가산普陀落伽山의 한가운데에 떠 있는 바위나 언덕 위에서 관음 보살을 향해 합장하는 모습으로 표현된다. 조선시대에 이르러 관음전의 후불탱에서는 해상용왕과 함께 양 협시를 이룬다. 조선후기 불의 중흥조로 일컬어지는 의겸義謙 스님의 흥국사 관음탱(사진9)에는 합장을 한 선재 동자가 침착하고 차분한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사진10)

 


이와 함께 동자의 또 다른 모습으로, 보살과 여러 제천왕신의 협시공양 동자를 들 수 있겠다. 문수 보살의 경우 독존으로 표현될 때에는 여덟 명의 동자를 거느리는 모습으로 표현되는데 이는 팔자문수공덕八字文殊功德을 상징하고 있고, 건달바신왕乾闥婆身王의 권속으로도 15귀 동자 등이 있다.

 

사진9. 흥국사 관음탱

사진10. 흥국사 관음탱 부분도 남순 동자.

 


신중도에서는 여럿이 무리 지어 악기와 함께 음악을 연주하는 주악천奏樂天의 모습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신중도에 나타나는 동자는 지장탱에서와 같이 머리에 연잎이나 모란잎 또는 연꽃을 쓴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그러나 여러 종류의 불화 가운데 동자의 모습이 가장 다양하고 해학적으로 그려지는 것은 역시 독성탱과 산신탱이라고 하겠다. 이들 도상은 화승畵僧들의 기량을 자유롭게 드러내기에 좋은 탱화이기도 하다. 즉 상단탱화인 영산회상도나 아미타후불도 또는 중단의 신중탱화 등은 아무래도 의궤에 의한 제한이 따르겠으나 독성 및 산신탱은 비교적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즉 산수 ・ 인물 ・ 화조 등 여러 화목畵目이 한 화면에 자유로이 배치하고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 · 중단 탱화보다 자유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지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화면을 유심히 살펴 들어가 보면, 신행자들이 이루고자 하는 소원을 상징하는 여러 도상들로 가득 차있다. 산신의 불자를 들고 있는 동자의 허리춤에 차고 있는 호리병(사진11)은 자손이 영원히 끊이지 않음을 상징하며, 둥근 접시에 받쳐 들고 있는 천도는 오랜 젊음을 표현한다. 동녀가 들고 있는 석류는 다자多子를 뜻하며 달리 부귀화富貴花인 모란꽃 가지를 들고 있기도 한다. 나한이나 산신의 곁에 있는 영수靈獸나 호랑이를 돌보거나 함께 노는 것 같은 모습으로 그려지는 동자도 있는데, 동자의 천진스러움이 해침을 받지 않는 순수함을 가진 것임을 보여주는 그림이라 할 수 있다. 

 


사진11. 통도사 산신도 동자 부분

 


결국, 불화 속에 표현되는 동자는 아동이나 미성숙한 인간이 아니라,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진리를 깨닫고 실천하는 대승불교의 이상적 인간형인 보살을 상징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원력에 의해 동자로 태어나고, 원력으로 십주十住의 지위를 얻어 보살도를 실천하는 바라밀 행자가 바로 동자 즉 보살임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동자 그림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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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희
위덕대 대학원 박사과정 졸업(철학박사). 김해시청 벽화공모전, 전통미술대전 심사위원역임. 미술실기 전서-산수화의 이해와 실기(공저)
사)한국미술협회 한국화 분과위원, 삼성현미술대전 초대작가. 국내외 개인전 11회, 단체 및 그룹전 300여 회.
다수의 불사에 동참하였으며 현재는 미술 이론과 실기 특히, 한국 불화의 현대성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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