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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듣는 가야산 사자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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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스님  /  1998 년 6 월 [통권 제10호]  /     /  작성일20-05-06 08:33  /   조회8,498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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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시
제1구 밑에서 깨치면 부처와 조사의 스승이 되고
제2구 밑에서 깨치면 사람과 하늘의 스승이 되고
제3구 밑에서 깨치면 자기도 구하지 못한다 하니,
임제 늙은이의 좋은 잠꼬대여, 남쪽을 가리켜 북쪽이라 하고 도적을 인정하여 자식을 삼으니, 천하 사람들의 눈을 멀게 할 뿐 아니라 자기의 본래 생명도 스스로 죽임이다.
산승은 그렇지 않으니,
제1구 밑에서 깨치면 산 채로 지옥에 떨어지고
제2구 밑에서 깨치면 요임금의 하늘 순임금의 해요
제3구 밑에서 깨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살린다.
비록 그러하나 독사가 사람 몸을 휘감으매 해골이 땅에 깔렸으니
투탈(透脫)한 한 마디는 어떠한가?

(한참 묵묵한 후에 말씀하셨다.)

 


달이 배를 따라가니 강물 줄기가 깨끗하고
봄이 풀을 따라 나니 불탄 흔적이 푸르다.

 

고칙
임제스님이 용광스님(주1)에게 묻되,
“기봉(機鋒)을 펴지 않고 어떻게 이길 수 있습니까?”
하니, 용광스님이 버티고 앉으므로, 임제스님이
“큰 선지식께서 어찌 방편이 없습니까?”
하였다. 용광스님이 이에 눈을 부릅뜨고,
“하(嗄)!(주2)”
라고 하니, 임제스님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이 늙은이가 오늘 졌다.”
하고, 문득 가버렸다.

 

해설
“하(嗄)란 말이 막혀서 어찌 표현할 수 없음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착어
참으로 슬프고 참으로 애통하니 뒤통수에서 화살을 뽑는다.
말해 보라. 용광의 뒤통수에서 화살을 뽑는가, 임제의 뒤통수에서 화살을 뽑는가?
한 화살에 수리 두 마리는 기특함이 못 되고 바다 속 진흙소가 달을 물고 달아난다.

 

고칙
대혜선사(주3)가 이 법문을 들어 말하였다.
“애석하다. 용광이 이 사람을 놓쳤다. 비록 그러하나 임제를 구해 살려야 한다.”

 

해설
대혜스님은 임제스님에게서 무슨 허물이 있음을 알았기에 이렇게 임제를 구해 살려내야 한다고 했겠습니까?

 

착어
한때의 영화를 자랑하지 말라. 두 다리 두 발을 잘렸도다.

 

고칙
공수선사(주4)가 말하였다.
“두 큰스님이 서로 만남에 한 사람은 용이 뿔 없는 것과 같고, 한 사람은 뱀이 발 있는 것과 같다. 만약 누구든지 이 뜻을 잘 알아내면 그대에게 천하를 거리낌 없이 돌아다니도록 허락하리라.”

 

착어
범의 얼룩무늬는 보기 쉬우나 사람의 얼룩무늬는 알기 어려우니
꿀 속의 짐독(鴆毒)이요 진흙 속의 호옥(皓玉)이로다.
천하를 거리낌 없이 돌아다님은 묻지 않겠지만 어떤 것이 납승(衲僧) 문하의 본분수각(本分手脚)인가?

(한참 묵묵한 후에 말씀하셨다.)

 


번쩍이는 칼빛이 북두(北斗)를 쏘니
송장 산더미와 피바다가 대천세계를 덮는다.

(고함을 치시고는 자리에서 내려오셨다.)

 

주)
1) 용광(龍光, 생몰 연대 미상): 『임제록』 행록(行錄)에 그 이름이 나오나 전기(傳記)는 알 수 없다.
2) 사(嗄): 놀랐을 때 내는 목쉰 소리. 본문에는 ‘하’로 표기하였다.
3) 대혜 종고大慧宗杲 , 1089∼1163): 임제종 양기파, 원오 극근( 悟克勤)의 법사(法嗣), 남악(南岳) 문하 15세. 저서로 『대혜어록』, 『대혜종문무고(大慧宗門武庫)』 등이 있다.
4) 공수 종인(空叟 宗印): 송대의 인물, 생몰 연대 미상. 임제종 양기파, 졸암 덕광(拙庵德光)의 법사(法嗣), 남악 문하 17세.

 

 

 

<사자후원문 : 龍光據坐>

 

수시
第一句下에 薦得하면 與佛祖爲師요 第二句下에 薦得하면 與人天爲師요 第三句下에 薦得하면 自救도 不了라하니 臨濟老漢의 好介寐語여 將南作北하고 認賊爲子하니 非但 보却天下人眼이요 亦乃自喪本辰命根이로다 山僧卽不然하니 第一句下에 薦得하면 生陷地獄이요 第二句下에 薦得하면 堯天舜日이요 第三句下에 薦得하면 殺佛活祖로다 雖然恁 나 毒蛇纏身에 壻壻著地하니 透脫一句作 生고
(良久云)

 


月逐舟行江練淨이요 春隨草生燒痕靑이로다

 

고칙
臨濟問龍光호대 不展機鋒하고 如何得勝고 光이 據坐한대 濟云 大善知識이 豈無方便고 光이 乃 目曰 “嗄”라하니 濟以手指曰 這老漢이 今日에 敗闕也로다하고 便行하니

 

착어
可悲可痛이라 腦後拔箭이로다 且道하라 龍光의 腦後에 拔箭가 臨濟腦後에 拔箭가 一箭雙 未爲奇요 海中泥牛啣月走로다

 

고칙
大慧擧此話云 可惜타 龍光이 放過這漢이로다 雖然如是나 也須救取臨濟하야사 始得다하니

 

착어
莫誇一時榮하라 却兩雙足이로다

 

고칙
空叟云 二大老相見에 一人은 如龍無角이요 一人은 似蛇有足하니 若人檢點得出하면 許爾天下橫行하리라하니

 

착어
虎班은 易見이어니와 人班은 難辨이니 蜜裏 毒이요 泥中晧玉이로다
橫行天下卽不問이어니와 如何是衲僧門下底本分手脚고

(良久云)

 


閃 劒光이 射斗牛하니 屍山血海遍大千이로다

(喝一喝하고 下座하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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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스님
성철스님은 1936년 해인사로 출가하여 1947년 문경 봉암사에서 '부처님 법대로 살자'는 기치를 내걸고 ‘봉암사 결사’를 주도하였다. 1955년 대구 팔공산 성전암으로 들어가 10여 년 동안 절문 밖을 나서지 않았는데 세상에서는 ‘10년 동구불출’의 수행으로 칭송하였다. 1967년 해인총림 초대 방장으로 취임하여 ‘백일법문’을 하였다. 1981년 1월 대한불교조계종 종정에 추대되어 “산은 산, 물은 물”이라는 법어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1993년 11월 4일 해인사에서 열반하였다. 20세기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인물이자 ‘우리 곁에 왔던 부처’로서 많은 사람들의 추앙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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