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스님 ‘선문정로’ 현대어로 더 가까이

전 조계종 종정 성철 스님(1911~1993)의 법어집 ‘선문정로(禪門正路)’가 25년 만에 ‘옛 거울을 부수고 오너라’(장경각)라는 제목의 해설판으로 다시 나왔다.

‘선문정로’는 선수행의 방법과 근본원리, 그리고 깨달음의 세계를 다양한 불교 경전과 선서를 인용하여 밝히고 있는 책으로 성철 스님이 1970년대 후반부터 해인사에서 설법한 내용을 엮어 81년 처음 출간됐다. 상당법문을 모은 ‘본지풍광’과 함께 성철 스님 스스로 “부처님께 밥값 했다”고 말했을 정도로 심혈을 기울인 저서다.

이 책에서 성철 스님은 ‘깨달음 뒤에도 수행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는 돈오점수(頓悟漸修)를 배격하고, ‘단박에 깨치면 부처님 경지에 들어선 것이므로 더 이상 닦을 필요가 없다’는 돈오돈수(頓悟頓修)가 선종의 바른 종지라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밝게 빛나는 본성을 깨달을 것’ ‘모든 번뇌를 없앨 것’ ‘일상생활(동정일여), 꿈(몽중일여), 깊은 잠(숙면일여) 속에서도 변함 없이 화두를 들고 있을 것’ ‘최후의 단계마저 넘어 궁극적인 깨달음에 이를 것’ 등을 수행의 원칙으로 제시했다. 스님은 또 “더 이상 배우고 익힐 것이 없는 한가로운 도인, 해탈한 사람이 되기 전에는 견성이 아니다”라고 선언했다. 고려시대 보조국사 지눌의 ‘돈오점수론’을 정면으로 비판한 성철의 선언은 80년대 격렬한 ‘돈점논쟁’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선문정로’는 한문투 문장과 어려운 불교 용어들로 인해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웠다. 25년 만에 새로 발간된 ‘옛거울을…’은 1983년부터 85년까지 성철 스님이 ‘선문정로’를 교재로 해인사 선원 수좌들에게 강설했던 육성 녹음테이프의 내용을 풀어서 현대적 문체로 옮겼다. 테이프가 남아있지 않은 17장과 19장을 제외하고는 강설 당시 녹취했던 내용을 일일이 풀어냈다. 성철 스님이 직접 찾아 적어놓은 불경·어록의 출처를 밝혔으며, 1500여개의 각주를 수록해 이해를 돕고 있다.

성철 스님의 제자로 이 책을 펴낸 원택 스님은 “스님이 ‘선문정로’를 펴낸 근본 목적은 바른 깨달음을 얻지 못한 상태에서 ‘깨달았다’고 주장하는 당시 잘못된 수행 풍토를 바로잡고 깨달음의 바른 길을 열기 위한 것이었다”며 “이제는 선방에서 수행하는 스님들이 ‘초견성했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처럼 ‘돈오돈수’가 스님들의 공부 원칙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원택 스님은 성철 스님 탄생 100돌을 맞는 2011년까지 스님이 직접 강설한 녹음테이프가 남아있는 ‘본지풍광’과 ‘임제록’ 등 5권가량의 해설판을 더 펴낼 계획이다.

〈김석종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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