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와 불교의 대화’ 첫 책 출간
3월6일 간담회 통해 ‘의미’ 설명

원택스님 “서로 차이 넘어 화합
공존의 지혜 찾는 밑거름되길 희망”

백련불교문화재단 성철선사상연구원은 3월6일 서울 전법회관 3층 보리수실에서 ‘유교와 불교의 대화’ 출간기자간담회 개최했다. 왼쪽부터 서재영 성철사상연구원장, 백련불교문화재단 사무국장 일엄스님과 이사장 원택스님, 성균관대 유교문화연구소 소장 김도일 교수와 유용빈 박사. 사진=장용준 기자백련불교문화재단 성철선사상연구원은 3월6일 서울 전법회관 3층 보리수실에서 ‘유교와 불교의 대화’ 출간기자간담회 개최했다. 왼쪽부터 서재영 성철사상연구원장, 백련불교문화재단 사무국장 일엄스님과 이사장 원택스님, 성균관대 유교문화연구소 소장 김도일 교수와 유용빈 박사. 사진=장용준 기자

“불교와 유학의 사상적 융합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 시기는 바로 근대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서구 열강의 침탈로 인한 민족적 위기를 불교와 유학의 사상적 융합을 통해 극복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출현한 것이다. 근대 시기의 유학과 불교의 융합은 한쪽의 우월성을 논하기보다는 민족적인 각성으로부터 서로 융합하여 서학에 대응하는 것이었고, 또한 이를 통하여 당시의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도를 담고 있는 것이었다. 근대 시기의 불교와 유학의 융합으로는 ‘신유학’과 ‘인간불교’가 가장 대표적이라 하겠다.”(본문 48쪽, 총론 ‘중국 역사를 통해 본 유학과 불교의 관계’ 중에서)

■ 유교와 불교의 대화(김도일ㆍ유용빈 엮음 / 장경각)

유교와 불교의 대화(김도일ㆍ유용빈 엮음 / 장경각)유교와 불교의 대화(김도일ㆍ유용빈 엮음 / 장경각)

불교와 유교의 사상적 영향과 소통을 다룬 책 <유교와 불교의 대화>가 도서출판 장경각(대표 원택스님)에서 출간됐다. 백련불교문화재단 성철사상연구원(이사장 원택스님)과 성균관대학교 유교문화연구소(소장 김도일 교수)는 3월6일 서울 전법회관 3층 보리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불교와 유교의 대화시리즈 1’로 명명한 <유교와 불교의 대화> 출간 의미를 밝혔다.

간담회에는 백련불교문화재단 성철사상연구원 이사장 원택스님과 백련불교문화재단 사무국장 일엄스님, 서재영 성철선사상연구원장이 참석하고, 유교 측에서는 성균관대 유교문화연구소 소장 김도일 교수와 유용빈 박사가 자리를 함께 했다.

성철사상연구원 이사장 원택스님은 간담회 인사말을 통해 “불교와 유교라는 전통은 2000년에 결친 세월 동안 치열한 갈등과 대립 속에 있었지만 그런 과정 속에서도 서로의 사상적 접점을 찾고 인간과 사회적 문제에 대한 해법을 모색해 왔음을 깨닫게 되었다”며 “선인들이 보여주었던 정신을 되살린다면 오늘날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대립과 갈등, 분열과 투쟁이라는 사회적 병을 치유하는 데 양약이 될 지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백련불교문화재단 성철선사상연구원 이사장 원택스님.백련불교문화재단 성철선사상연구원 이사장 원택스님.

이어 원택스님은 “이번에 발간한 <유교와 불교의 대화>는 이런 취지로 개최된 지난 2021년 학술세미나의 성과를 묶어 출간한 책”이라며 “이 책이 차이를 넘어 화합과 공존의 지혜를 찾는 밑거름이 되길 희망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어 성균관대학교 유교문화연구소 소장 김도일 교수는 “이 책이 우리 시대에 걸맞은 유교와 불교 간의 대화를 촉진하는 시금석이 되길 바란다”는 희망을 전했다. 김도일 교수는 “현재 우리는 성별, 세대, 계층, 가치관의 차이로 인한 극한의 갈등과 대립을 목도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사상적 교류 차원으로서 유교와 불교가 기여할 수 있다면, 단독의 노력보다는 이 두 사상 간의 대화를 통해 해결책을 찾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전제하고, 하지만 “이러한 중요한 대화는 현재 학계에서 기이하리만치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이 책은 바로 이 공백을 메우고, 유교와 불교 간의 대화를 재개하는 데 기여하길 감히 희망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공동학술세미나 성과 보완…책 출간

이 책은 간담회 서두에 밝힌 바와 같이 성철사상연구원과 성균관대학교 유교문화연구소가 지난 2021년 11월26일 ‘불교사상과 유교사상의 소통과 조화’라는 주제로 개최한 학술세미나의 성과물을 바탕으로 탄생했다. 다만 세미나를 통해 발표된 논문들은 특정 인물이나 이론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송・명 유학에 집중되어 있어 유교와 불교의 대화를 거시적 관점에서 조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두 기관은 ‘유교와 불교의 대화’ 편집위원회를 구성하여 ‘중국 역사를 통해 본 유학과 불교의 대화’를 총론으로 추가하고, 변희욱의 ‘송대의 간화와 격물’을 통해 송대 유교와 불교의 대화를 보강했다. 또한, 진영혁의 ‘중국 전근대 유불 관계: 만명 불교의 양지심학론’과 유용빈의 ‘지욱 <논어점정>의 이불해유에 대한 고찰’을 추가, 명말청초의 대화 양상을 보완하여 한 권의 책으로 엮어냈다.

열 명의 학자들이 유교와 불교의 교류 양상을 ‘격의’와 ‘융합’을 화두로 삼아 거시적 관점에서 조망한 이 책은 크게 다섯 부분으로 구성됐다.

첫째 부분은 동아시아 사상사에서 유교와 불교의 대화 양상을 개괄하는 총론으로, ‘중국 역사를 통해 본 유교와 불교의 대화’가 서두를 장식한다. 두 번째 부분은 불교의 중국화 초기부터 당대(唐代)에 이르는 불성 개념을 통한 유불융합에 대한 탐구로, 석길암의 ‘불성 개념의 중국적 변용 과정’이 여기에 해당한다. 세 번째 부분은 이 책의 중추로서 송ㆍ명대에 심화된 유불융합에 주목하는 내용들이다. 이원석의 ‘유자휘에게 끼친 대혜종고의 영향’, 이해임의 ‘장구성은 대혜종고에게 무엇을 배웠는가?’, 변희욱의 ‘송대의 간화와 격물’, 정상봉의 ‘주희가 본 육구연의 심학과 선’, 김진무의 ‘조사선과 육왕 심학의 교섭관계’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네 번째 부분은 명말청초 불교계의 격의 양상을 고찰하며, 중국학자 진영혁(陳永革)의 ‘중국 전근대 유불 관계: 만명 불교의 양지심학론’, 유용빈의 ‘지욱 <논어점정>의 이불해유에 대한 고찰’이 이에 속한다. 다섯 번째 부분은 청말민초의 새로운 유학에서 시도된 유불융합에 대한 탐구로, 김제란의 ‘현대신유학에 나타난 유학·불교 융합의 방식들: 웅십력, 당군의, 모종삼 3인의 철학을 중심으로’가 그것이다.

한 권의 책으로 유교와 불교의 역사적 대화 여정을 총체적으로 다루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이 책은 불교 전래 이후부터 근대 시기까지 두 사상이 만나면서 드러난 다양한 문제의식과 사상적 주제들을 개괄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불교와 유교라는 두 사상 간의 대화와 소통을 엿볼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몇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성균관대 유교문화연구소 유용빈 박사는 그 의미를 다섯 가지로 들었다. 

“대화와 소통 관점, 불교와 유교관계 연구 서막”

첫째, 대화와 소통의 관점에서 불교와 유교의 관계를 바라보는 연구의 서막을 연 것이다. 둘째, 불교와 유교의 사상적 변주와 융합이라는 사상적 교차를 보여주는 학술자료를 제공하는 것이다. 셋째, 대립과 갈등을 극복할 수 있는 지혜를 모색하는 것이다. 넷째, 불교와 유교의 현대적 대화를 촉발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다. 다섯째, 새로운 시대정신을 조형하는 멜팅팟이 되기를 기대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유용빈 박사는 “유교와 불교는 인간의 본성, 세계의 이치, 마음에 대한 새로운 이념과 규범을 융합해 왔다”며 “동아시아의 대표적인 두 사상적 흐름인 유교와 불교가 바로 지금 여기에서도 또 다른 멜팅팟을 형성하여 갈등과 대립을 해소할 수 있는 지혜를 제시하는 단초가 되기를 기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두 기관은 이 책을 ‘불교와 유교의 대화시리즈 1’로 명명했다. 불교가 전래된 이래 약 2000년에 걸친 두 사상의 대립과 소통, 조화와 공존의 흐름을 한 권의 책으로 모두 담아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두 기관은 이후에도 관련 기관들과 협의하여 두 사상 간의 대화 시리즈를 기획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 시리즈를 이끌어 갈 ‘유교와 불교의 대화’ 편집위원회는 김진무 충남대학교 유학연구소 학술연구교수, 서재영 성철사상연구원장, 김도일 성균관대학교 유교문화연구소장, 유용빈 성균관대학교 유교문화연구소 연구원 등으로 구성됐다.

 

김선두 기자, 사진=장용준 기자